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09
한참 동안 자세히 관찰해본 결과 이곳은 어떤 생명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 돌이었다. 한제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영기가 깃든 액체를 마시며 위쪽을 바라보았다.
붉은색 교룡은 일단 거대한 몸뚱어리로 들어가면 분명 이상을 느낄 것이었다.
한제는 잠시 생각하다가 오른손으로 이마를 쳤고 그러자 석주가 튀어나왔다. 그는 곧바로 석주 속 공간으로 들어갔다.
“으아아악!”
얼마 후, 아래쪽에서 분노에 찬 포효가 들려왔다.
붉은 교룡은 번개처럼 날아올랐고 포효하면서 연이어 몇 천 척의 돌들을 부수었다. 그러더니 음산한 눈빛을 빛내며 사방을 뒤지고 다녔다.
교룡은 자신의 골수를 훔쳐간 자가 멀리 도망가지 못했으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에 서늘한 눈으로 사방을 훑고 다녔다.
허나 한참이 지나도 수확을 얻지 못하자 다시 미친 듯한 포효를 내지르더니 내키지 않는다는 듯 어느 돌 위에 엎드렸고 점차 조용해졌다.
잠시 후, 붉은 교룡은 다시 움직였고 한제가 어느 돌 위에서 봤던 무수히 많은 더듬이가 달린 그림자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이 더듬이들은 빠르게 흔들리다가 한 데 모여 뿔 형태를 이루더니 조금도 주눅 들지 않은 채 붉은 교룡에게 달려들었다.
쾅쾅.
연거푸 요라한 소리가 아래쪽에서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각종 빛들이 번쩍였다. 거대한 영력의 파동은 폭풍처럼 사방을 휩쓸었고 그 파동에 휩쓸린 돌들은 분분히 가루가 됐다. 한제가 숨어든 돌 역시 이 파동의 영향을 받아 거의 반 정도로 줄어들었다.
이 전투는 약 하루 정도 지속됐다가 천천히 잦아들었다. 교룡의 화풀이 대상이 된 검은 그림자는 결국 패배했고 교룡 역시 심한 부상을 입은 채 연이어 포효를 내지르다가 마침내 조용해졌다.
열흘 뒤, 석주의 공간에서 나온 한제는 몸을 훌쩍 날려 돌 위에 나타났고 곧장 신식을 펼쳐 주위를 면밀히 관찰했다. 사방의 돌들은 이전보다 훨씬 줄었고 대신 작은 돌들이 훨씬 많아진 상태였다.
한참 뒤, 한제는 겨우 한시름 놓고 한동안 고민하다가 위로 날아올랐다.
몇 개의 돌을 지나보낸 한제는 갑자기 몸을 멈추고 전방을 주시했다. 바로 그 순간, 그가 보고 있던 돌 하나가 전방의 어느 곳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한제는 신중하게 천천히 뒤로 물러나면서 오른손을 흔들어 사방의 돌 중 몇 조각을 통제했다. 그는 전방을 가리키며 조용히 말했다.
“가라!”
그 돌들은 곧장 앞으로 향했다. 허나 그 돌들은 얼마 가지 않아 또 갑자기 사라졌다.
한제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너무 갑자기 사라지는데다가 시야가 뚜렷하지 않아 언뜻 보기에는 돌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으나, 분명 돌이 사라지기 직전에 검은색 입이 벌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한제는 침묵한 채 전방을 주시하다가 저물대를 두드렸다. 한 자루의 비검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한제는 오른손을 비검 쪽으로 뻗었다가 그 비검을 곧장 앞으로 날렸다.
비검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돌이 사라진 곳까지 날아갔다. 검은색 입이 다시 벌어지면서 비검을 삼키려는 순간, 한제는 오른손으로 결인을 하며 낮게 외쳤다.
“부서져라!”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비검은 펑 소리와 함께 조각으로 부서졌고 그 검은색 입이 다물리는 순간 사방으로 퍼졌다. 한제는 눈을 빛내며 그쪽을 주시하는 한편 오른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부서진 비검의 조각 중 하나가 방향을 바꿔 그의 손으로 되돌아왔다.
한제는 비검의 조각에 묻은 검은색 액체 몇 방울을 바라보았다. 액체가 닿은 부분에는 비검이 녹아든 흔적이 남아 있었다.
“공간의 균열이 아니었군!”
한제는 확신했다. 그에게는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 안에 공간의 균열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던 참이었다. 공간의 균열이 있다면 이곳은 더욱 위험한 곳이 될지도 몰랐다.
한제는 이제 탄혼이 아니라 육신도 있었기 때문에 공간의 균열 속에서는 완전히 파괴되고 말 터였다.
한제는 한숨을 내쉬며 두 손을 뻗어 맹렬하게 흔들었다. 순간 사방에 흩어져 있던 돌 조각들이 한 데 모여들어 한제의 몸을 빙 두르고 고리 형태의 띠를 이루었다.
한제는 가로지르며 멀리까지 날아가다가 다시 앞으로 향했다. 그러다가 사라지는 돌이 보이면 곧장 방향을 바꾸었다. 그런 현상이 점점 잦아지자 한제는 돌을 삼키는 그 공간의 균열이 사실은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몸을 가진 기이한 생물인 것 같다고 확신을 내린 상태였다.
그런 생물들의 신체 구조는 매우 기괴해 신식으로도 실마리를 찾기 어려웠다. 한제는 당시 그가 탄혼이었을 때 역외 전장에서 수없이 오랜 시간 동안 머물면서 공간의 균열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답을 낼 수 있었다.
한제는 극도로 조심하고 있었다. 한 발짝 잘못 움직였다가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었다. 결단기 수련자인 그의 입장에서는 특히 위험한 곳이었다.
한제는 묵묵히 속으로 헤아렸다. 1천 리도 움직이지 못한 상황이었다. 평소라면 단 몇 시진 만에 충분히 이동할 거리였지만 지금은 며칠이나 걸렸다.
그의 정신은 온통 경계하는 데에 쏠려 있었다.
청룡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 한제 자신도 이곳에서 대체 얼마나 있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오랜 시간 온 정신을 다해 사방을 경계하면서 때때로 닥쳐오는 위기를 그는 피하고 있었다.
한제는 어느 돌 위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체내의 영력은 별 소모가 되지 않았지만 정신만큼은 굉장히 피로했다. 이곳에 들어오기 전 언제나 신중을 기하는 버릇을 들여놓아서 다행이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이미 이곳에서 죽어 없어졌을지도 몰랐다.
잠시 휴식을 취한 한제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손을 허공에 휘둘렀다. 순간 수정 비검이 반짝이며 나타나더니 돌 위를 거센 기세로 빙빙 돌았다. 커다란 돌 조각들이 밖으로 깎여나가며 둥실 떠올랐다.
한제는 두 손을 뻗어 그 돌 조각들을 한 데 모았다. 지난 며칠간 이런 돌 조각들로 길을 열고 모아놓은 돌이 다 떨어지면 이렇게 다시 만들어냈다.
한제는 몸을 앞으로 훌쩍 날려 천천히 나아갔다. 일정 거리를 움직일 때마다 허공에서 멈춰 사방을 둘러보았다. 어둠은 이미 많이 옅어져 있었고 앞으로 갈수록 사방팔방에서 어스름한 빛이 나왔다. 이 빛이 어디에서 오는지 따져볼 여유는 없었다. 한제는 사방을 둘러보며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그의 두 눈은 어둠에 완전히 적응한 상태였다. 게다가 약간의 빛도 있어 기본적으로 사방이 아주 또렷하게 보였다.
그는 속으로 대충 계산을 해보았다. 이곳에서 반경 1만 리에는 오직 한 조각의 돌밖에 없었다.
뭔가 이상했다. 지금까지는 돌들이 몇 리 정도의 간격을 두고 하나씩 있었다. 그 돌이 깨지더라도 그 파편과 먼지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런 것들을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이유는 두 가지로 추론해볼 수 있었다. 하나는 방금 강력한 전투가 벌어져 그 기세의 영향으로 나머지 돌들은 모두 아주 멀리 날아가 버렸을 가능성이었다.
두 번째는 수많은 공간의 균열 같은 생물이 돌들을 하나둘 집어 삼켜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가능성이었다.
한제는 잠시 주저했다. 만약 정말 그런 이유들 때문이라면 이 자리에서 달아나야만 했다. 그러지 않으면 자신 역시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잠시 망설이던 한제는 오른손을 앞에 있는 돌 쪽으로 뻗었다. 그러자 그 돌 조각은 천천히 위쪽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한참 멀리 떠가고 있는데도 사라지지 않았다.
한제는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두 손으로 사방을 연신 두들겼다. 그러자 주위의 돌 조각들이 일자 대형으로 벌어지더니 앞으로 나아갔다.
한제는 조급하게 굴지 않고 가만히 서서 천천히 나아가고 있는 돌 조각들을 바라보았다. 한참 뒤, 그 돌 조각들은 1만 리 안의 범위 내에서 유일하게 존재했던 거대한 돌의 부근에 이르렀다.
그때, 돌 조각 중 하나가 사라졌다. 한제는 그쪽을 묵묵히 주시했다. 잠시 후, 또 하나의 돌 조각이 사라졌다. 그렇게 돌 조각들이 연쇄적으로 사라지더니 거대한 돌 하나만 남고 그 외의 모두 말끔히 사라져버렸다.
한제는 그 지점을 기억해두었다. 지난 며칠간의 경험으로 한제는 공간의 균열 같은 그 생물이 이동할 수는 없음을 알아낸 상태였다. 허나 어쩌면 그 녀석들이 이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었다.
한제는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그쪽으로 진입하려는 생각을 접었다. 너무 위험했다. 차라리 시간을 들이더라도 빙 돌아가는 것이 나았다.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들었다가 실패할 경우 대가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한제는 뒤로 물러났다가 다시 수정 비검으로 만들어 낸 수많은 돌 조각으로 몸을 감싼 채 날아갔다. 그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이미 한참 멀리 날아왔건만 아무 것도 없이 텅 빈 공간만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다.
한제는 며칠 동안 쉬지 않고 날아가다가 어쩔 수 없이 계획을 변경하기로 했다.
돌아갈 수는 없었다. 이곳을 떠나기 위해서는 무조건 앞으로 뚫고 나가야만 했다.
속으로 한숨을 내쉰 한제는 오른손을 비검 쪽으로 뻗어 뒤쪽에 있던 돌을 연신 깎아나갔다. 그렇게 점점 많은 돌 조각이 깎여 나와 고리를 이루고 있는 돌 조각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돌 조각은 점점 많아져 어느덧 그의 몸을 대여섯 번 휘감았다. 그제야 한제는 비검을 거두고 거대한 돌 조각 무리와 함께 텅 빈 공간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속도를 늦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주위는 고요했고 어떤 위험 요소도 나타나지 않았으나 한제의 경계심은 오히려 훨씬 커졌다. 이토록 위험한 곳이 이렇게 고요한 것은 오히려 정상이 아니었다. 어쩌면 어느 강대한 존재 때문에 고요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도 몰랐다.
한제는 정신을 집중하여 돌 조각 사이에 수정 비검을 놓고 신식을 사방으로 펼친 채 한손에는 원영급 법보인 옥패를 다른 손에는 저물대를 꽉 쥐었다. 바람에 풀이 흔들리는 듯한 기척만 있어도 곧장 그 안에 있는 물건들을 꺼내 사용할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태였다.
점차 그는 이 텅 빈 공간의 중간쯤에 이르게 됐다. 한데 더욱 신중을 기해 조금씩 나아가던 한제는 신식을 통해 강렬한 위기감을 느꼈다.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뒤로 물러나며 손에 들고 있던 원영급 법보인 옥패로 빛의 장막을 형성했다.
그리고 그 순간, 방금까지 그가 있었던 곳에 두 개의 호가 나타나더니 서로 맞물리며 커다란 입이 쩍 벌어졌다. 원영급 법보가 맹렬하게 진동하더니 한제의 손에서 바스러졌고 그 틈에 한제는 곧장 뒤로 물러났다.
이마에 배어난 땀을 닦아내며 천천히 다물어지는 거대한 입을 주시하는 한제의 마음이 뒤흔들렸다.
공간의 균열과 비슷하게 생긴 이 생물은 한제를 둘러싸고 있는 돌 조각에는 반응하지 않다가 한제가 근처에 이르자 갑자기 입을 쩍 벌렸다. 녀석의 목표는 바로 한제인 것이었다.
한제는 아직 반 정도 더 남은 길을 살피며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그가 가진 단 하나의 원영급 법보는 방금 망가져버렸다. 그렇다면 저 생물의 힘이 원영기 수련자의 일격보다 훨씬 강하다는 의미였다.
따라서 법보 없이 공격을 당할 경우 한제는 즉사하거나 운 좋게 살아남더라도 큰 상처를 입을 것이었다.
한제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저물대에서 방어용 법보들을 꺼냈다. 대부분은 저급한 것들이라 소모품에 불과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한제는 돌 조각들을 통제해 앞으로 나아갔다. 이번에는 더욱 더 조심스럽게 이동했고 신식을 펼친 채 조금이라도 이상한 기운이 느껴진다 싶으면 곧장 방향을 바꾸었다.
돌연, 돌 조각 중 앞부분의 반 이상이 사라지더니 1백 척이 넘는 반원이 나타났다. 한제는 곧장 뒤로 물러났지만 이번에는 뒤쪽을 감싸고 있던 돌 조각의 반 이상이 사라져 버렸다. 그 생물체에 앞뒤로 포위당한 것이었다.
쩌적-
그는 재빨리 몸을 옆으로 날렸지만 수백 개의 방어용 법보가 만들어낸 방어막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찢어져 버렸다.
깜짝 놀란 한제는 몸을 둥글게 말아 한쪽으로 미끄러지듯 피했다. 1백 척 정도 벗어난 곳에 이른 그의 옷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은 상태였다.
방금 그가 있던 위치에는 적어도 일곱 마리의 생물이 동시에 입을 벌리고 있었다. 만약 그 법보들의 효력이 조금이라도 늦게 발동됐다면 한제 자신은 그 자리에서 명을 달리 했을지도 몰랐다.
한제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를 감싸고 있는 돌 조각들은 이미 거의 망가진 상태였으며 방어용 법보는 좀 남았지만 상황을 보아하니 이런 상황을 몇 번이나 더 넘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한제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다시 방어용 법보들을 꺼내고 신식을 펼친 채 신중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저 멀리 빈 공간의 가장자리를 바라보았다. 날아서 간다면 순식간에 갈 수 있는 거리였으나, 그러다가 그 생물의 입속으로 들어가지 말란 법이 없었다.
따라서 깊은 숨을 들이마신 한제는 이를 악물고 사방을 경계하며 느릿느릿 앞으로 나아갔다. 허나 사흘이 지나자 방어용 법보는 이미 동이 났고 한제도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그 사흘 동안 그는 죽을 고비를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넘겼다. 몸의 반 정도를 그 생물에게 먹힌 상태에서 석주의 공간으로 숨어들어 겨우 위기를 넘긴 적도 있었다. 석주의 공간에 숨어드는 것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다행히 석주 속의 공간은 그 생물에게 삼켜지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마냥 숨어 있을 수는 없었다.
공간의 가장자리 까지는 아직 10리가 남아 있었다. 한제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별안간 그의 앞에 입 하나가 나타났다.
재빨리 피하려 했으나, 그 순간 그가 가장 걱정스러워하던 상황이 발생했다. 그를 둘러싸고 사방에서 호 형태의 틈이 나타나더니 빠르게 벌어진 것이다.
한제는 내키지 않았지만 신식을 이용해 저물대 안을 미친 듯이 뒤지다가 평범한 어느 옥패를 발견했다. 모완이 그와 작별할 때 주었던 방어용 진으로 폐관 수련을 할 때 쓰라고 준 것이었다.
한제는 망설임 없이 그 옥패를 꺼냈다. 만약 상황이 좋지 않으면 석주의 공간 속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저것들이 석주를 삼킬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었다.
어느새 사방에 가득한 거대한 입이 그를 삼키려고 다가왔다. 한데 그 순간, 고리 형태의 푸른빛이 한제의 몸에서부터 밖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거대한 청룡의 그림자가 옥패에서 빠져나왔다. 청룡이 모습을 드러내자 고리 형태의 빛이 벌어진 입들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우르릉-
빛의 고리가 계속해서 진동하는 와중에 청룡은 몸을 흔들며 빠르게 움직이더니 한제의 몸을 감싸고 맴돌았다. 한제는 몸을 훌쩍 날려 자신의 양쪽에서 아직도 입을 벌리고 있는 그 사이를 빠져나왔다.
청룡은 연거푸 포효하며 점차 어두워져 갔다. 한제는 단숨에 10리 밖으로 날아갔다. 그곳에도 거대한 입들은 가득했지만 그 입들이 한제에게 닿을 때마다 청룡이 그를 감싸고돌며 막아주었다.
텅 빈 공간을 완전히 벗어난 뒤에야 청룡의 그림자는 사라지기 시작했다. 한제는 두 말 않고 얼른 몇 개의 법결을 만들어냈다. 청룡은 점점 푸른색 연기로 변해가더니 빠르게 한 데 모여들어 옥패 속으로 되돌아왔다.
쩍.
옥패에는 미세한 금이 생겼다. 그 모습에 한제는 마음이 아팠다. 신식으로 옥패를 다시 살핀 한제는 옥패가 망가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한시름 놓으며 조심스레 저물대에 챙겨 넣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텅 빈 공간 쪽을 돌아보았다. 아직도 가슴이 떨렸다.
잠시 후, 그는 고개를 들어 위쪽을 바라보다가 몸을 훌쩍 날려 원추형 돌 위에 내려앉았다. 순간 그 돌은 약하게 진동하면서 몇 개의 조각을 떨구었다. 돌 조각들은 한제에게 이끌려 와 다시 고리 형태로 그의 몸을 감쌌다.
그 후 며칠 동안 한제는 점점 속도를 올렸다. 그 기이하고 끔찍한 곳을 벗어난 후부터는 마치 전혀 다른 공간에 진입한 것처럼 그 생물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교룡 같은 강력한 생물들도 본 적이 없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런 생물들의 기운이 느껴지던 그 텅 빈 공간과는 달랐다.
그럼에도 한제는 자신을 감싼 돌 조각들을 치우지 않았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완벽히 안전해지기 전까지는 돌 조각들을 치울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