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08
멀리 떨어진 돌 위에 있던 맹타자는 번득이는 두 눈으로 거대한 뱀을 바라보며 입술을 핥았다. 그러나 그가 막 몸을 날리려던 순간 뱀의 거대한 입은 닫혀 버렸다.
“노(怒)!”
자홍색의 기체가 청년의 코와 입 등 얼굴의 일곱 구멍에서 발산되어 또 한 자루의 예리한 검을 이루더니 육욕마군의 앞에 둥둥 떴다.
단목극은 가라앉은 눈빛으로 왕청월을 보았다. 두 사람은 뭔가를 깨달은 듯 곧장 아래로 내려갔다.
두 사람의 속도는 너무나 빨라 눈 깜짝할 사이에 거대한 뱀의 중간쯤에 이르렀고 둘은 법보를 꺼내들고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단목극이 사용하는 것은 은빛으로 반짝이는 거대한 송곳이었다. 그 송곳으로 공격을 할 때마다 무수히 많은 번개 덩어리가 허공에서 응집됐다가 송곳을 따라 뱀의 몸통을 공격했다.
한번 왕청월은 손에 아무런 법보도 들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두 손을 붙인 사이, 금(金), 목(木), 수(水), 화(火), 토(土)의 다섯 가지 글자가 허공에서 나타나 오행의 진을 이루더니 연이어 뱀의 몸통을 공격했다.
한제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 다섯 명의 법술은 모두 비할 데 없이 강했다. 일반 사람들이 쉽게 닿을 수 있는 경지가 아니었다. 이들 중 그의 주의를 가장 집중시키는 것은 육욕마군의 법술이었다. 이 법술은 희생자를 필요로 했고 육욕마군이 데려온 그 청년은 불행하게도 그 희생자가 되고 말았다.
이때 거대한 뱀은 통증에 비명을 내지르며 꿈틀거렸고 그 거대한 몸이 움직이자 회오리가 일어나 사방에 떠 있는 돌들을 끌어당겼다.
그러자 단목극과 왕청월은 그늘진 얼굴로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고왕의 경우 더욱 얼굴이 구겨져 있었다. 그의 법보와의 감응을 이미 잃어버렸기 때문이었다.
휘이이익.
회오리는 갈수록 커졌고 거대해진 회오리의 거대한 흡인력에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육욕마군의 곁에 있던 자홍색의 예리한 검은 묘한 빛을 번득이며 주인의 눈빛에 따라 곧장 튕겨 나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먼 곳으로 날아가 버린 검은색 검도 번쩍이며 움직였다. 두 자루의 검은 빠른 속도로 움직여 순간적으로 뱀의 두 눈을 찔렀다.
두 검은 거대한 뱀의 눈에 닿은 순간, 연기가 되어 뱀의 눈동자를 타고 거대한 몸속을 뚫고 들어갔다.
거대한 뱀은 몸을 크게 뒤틀며 비명을 내질렀다. 두 눈에서는 붉은 빛을 번득였고 한쪽으로는 검은색 연기가 다른 한쪽으로는 자홍색 연기가 눈을 뚫고 들어갔다.
그러자 거대한 뱀은 다시 입을 크게 벌렸고 그 안에서 또 다른 뱀 머리 하나가 튀어나와 그 두 연기를 삼켜버렸다.
바로 그때, 한제가 서늘한 눈빛을 번득였다. 그가 기다려왔던 기회였다.
몸을 훌쩍 날려 회오리 속으로 들어간 그는 더욱 빠르게 움직여 거대한 뱀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려 했다. 동시에 그의 곁에서 초록색 빛이 번쩍 했다. 줄곧 냉정한 눈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있던 맹타자였다.
그 역시 같은 생각이었는지 한제를 보고 흠칫 놀랐다가 이내 칭찬하는 듯한 눈빛으로 미소를 지었다. 어딘가 잔인한 기색이 어린 미소였다.
맹타자는 몸을 훌쩍 날렸다. 그의 목표는 뱀의 입속에 있는 또 다른 뱀이었다. 한제는 곧장 방향을 틀어 커다란 뱀의 입을 따라 아래쪽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의 목표는 이 생물의 척추 뼈였다.
이전에 이모완은 이런 거대한 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단(丹)이 아니라 척수라고 한 적이 있었다. 한제가 위험을 무릅쓰고 뱀의 아가리 안으로 달려든 것은 바로 그 척수를 위해서였다.
이모완은 척수의 효과는 교룡의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데 일정 기한 이상 살아온 교룡이라면 그 척수액은 원영기에 이를 확률을 높여준다고 했다.
눈앞의 이 생물이 교룡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겉모습으로 볼 때 교룡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비슷한 종류는 분명해 보였다. 만약 이 녀석의 골수를 손에 넣는다면 그 효과도 분명 뛰어날 터였다.
때문에 그는 이 생물이 두 번째로 입을 벌린 순간 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비록 맹타자 역시 뱀의 입속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이는 이미 예상한 바였다. 이 뱀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을 때 맹타자의 표정을 봤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뱀의 입에 들어가겠다는 생각은 더욱 굳어졌다. 혼자 들어가 골수를 빼내면 다른 사람들의 의심을 살지도 모르나, 맹타자와 함께 들어왔으니 이제 골수를 빼내면서 뱀이 죽는다 해도 자신이 의심받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누군가 의심을 하더라도 지금은 그런 것에 대해 추궁할 때가 아니었다. 어찌되었든 이곳에 들어온 목적은 골수가 아니라 고대 신의 시체였으니까.
한제는 움직이는 내내 손에 수정 비검을 들고 있었으나 뱀의 몸에 조금의 흔적도 남길 수 없었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한제의 마음은 무거워졌다. 이 거대한 뱀의 체내에는 또 다른 뱀 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살로 이루어진 사방의 벽은 어두웠고 천천히 꿈틀거리고 있었다.
한제는 비검을 통제해 맹렬하게 한쪽을 찔러봤지만 안타깝게도 아무런 효과도 나지 않았다. 한제는 미간을 찌푸렸다.
뱀의 몸 안을 훑던 한제의 시선이 천천히 이동해 뱀 머리와 목의 연결부위에 닿았다.
그때, 거대한 뱀의 체내에 있던 그 작은 뱀의 몸이 갑자기 꿈틀거리며 검은색 연기를 피부 밖으로 배출하기 시작했다.
한제는 몸을 훌쩍 날려 뱀의 머리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뱀의 머리와 목의 연결부위에서 붉은색으로 반짝거리는 얇은 막을 발견했다.
한제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저물대를 두드렸다. 순간, 수백 자루의 비검이 동시에 나타났다. 한제는 신식을 그 비검들에 집중한 채 모든 비검의 칼끝을 얇은 막에 대고 힘껏 찔러 넣었다.
와르릉.
한 차례 요란한 소리가 들리더니 모든 비검들이 지시한 방향을 연이어 찔러댔다. 얇은 막은 흔들흔들 거리다가 빛을 번득였고 연이은 비검의 공격에 움푹 홈이 파였다. 이를 본 한제는 눈을 빛내며 수정 비검을 맹렬하게 휘둘렀다. 움푹 파인 홈은 점점 더 깊어졌다.
거대한 뱀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듯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한제는 조급한 마음에 손을 크게 휘둘렀고 수백 개의 비검이 다시 맹렬하게 막을 공격했다.
펑-
마침내 깨진 얇은 막 안에서 짙은 비린내가 풍겨 나왔다. 한제는 몸을 훌쩍 날려 살덩어리로 이루어진 벽에 달라붙은 채 숨을 멈추었다. 입안에 물고 있는 단약이 효력을 발휘해 그 비린내를 풍기는 기운을 막아주었다.
냄새가 가라앉자 한제는 곧장 밖으로 빠져나갔다. 거대한 뱀 안에 있던 작은 뱀의 몸은 쪼그라들어 있다. 허나 이 거대한 뱀은 절대 이렇게 쉽게 죽지 않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만약 거대한 뱀 안에 작은 뱀이 있었다면 그 작은 뱀 안에는 더 작은 뱀이 하나 더 들어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 예상은 사실로 드러났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거대한 뱀은 황수이며, 그 수준이 꽉 찬 화신기 수준의 수련자에 맞먹는다고 했던 맹타자의 말이었다. 꽉 찬 화신기 수준이라면 4성 수련국에서도 상당한 강자였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기껏해야 화신기 중기 수준에 불과할 것이었다. 그 정도 수준으로는 황수인 이 거대한 뱀을 이길 수 없었다. 즉 도망쳐야만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한제는 이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직접 뱀을 보고나니 생각이 약간 바뀌었다. 이 뱀은 살과 가죽이 두껍고 독성을 품은 안개를 뿜어낸다는 점을 제외하면 별 다른 특이한 점은 없어 보였다.
한제는 신식을 통해 사람들을 살폈다.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지만 눈에는 의혹이 담겨 있었다.
한제는 이 생물이 황수의 육신을 가지고는 있지만 화신기 수준의 신통력을 가지지는 않은 것이라는 대담한 추측을 펼쳤다. 그리고 그런 추측에 근거해 마침내 감히 황수의 입속에서 골수를 빼낼 마음을 굳혔다.
지금 그가 보기에 이 황수는 그저 겉모습만 위험할 뿐인 존재였다. 이 거대한 뱀 안에 작은 뱀이 있었고 그 작은 뱀 안에는 또 다른 작은 뱀이 있었다. 여러 겹의 뱀에 둘러싸인 채 끝까지 숨어있는 가장 작은 뱀이야말로 진정한 황수인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밖에 있는 육신은 그저 그 황수가 몸을 숨기기 위해 쓰고 있는 껍데기에 불과하다면 황수의 몸을 하고 있으면서도 그런 신통력을 보이지 못하는 이유도 설명이 됐다.
이제 머리와 목의 경계 지점에는 얇은 막 대신 흰 뼈가 반쯤 드러나 있었다. 한제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오른손을 그 위에 대고 인력술을 이용해 그것을 잡아당겼다.
순간 뱀의 몸이 꿈틀, 하며 미친 듯이 뒤틀렸다. 그와 동시에 거대한 뱀 안에서 나온 작은 뱀의 머리가 검은 빛을 발하며 뱀 가죽이 빠르게 녹아내렸다.
깜짝 놀라 밖으로 튀어나간 맹타자는 얼른 거대한 뱀의 머리 쪽으로 향했다. 목과 머리가 연결된 부분에 이르렀을 때 힐긋 한제를 본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다급하게 말했다.
“빨리 도망가! 아주 기이한 뱀이다. 안에 총 아홉 마리의 뱀이 있어. 가장 안쪽에 있는 뱀이 진정한 황수인 모양이야!”
말을 마친 그가 오른손으로 뱀을 때리자 비검도 뚫기 어려웠던 뱀의 살덩어리가 새카매졌다. 고통에 찬 뱀은 입을 크게 벌렸고 그 틈을 타 맹타자가 밖으로 나갔다.
허나 한제는 눈을 빛내며 나가지 않고 오히려 뱀의 내벽에 찰싹 달라붙어 몸을 숨겼다. 그리고 그때, 쪼그라들었던 뱀 속에서 작은 붉은색 교룡이 튀어나왔다. 그 녀석은 몸에서 빛을 번쩍거리며 빠른 속도로 맹타자를 뒤쫓았다.
골수를 챙기다
한제는 내벽에 찰싹 달라붙은 채 꿈쩍도 하지 않다가 맹타자와 교룡이 멀리 떠난 후에야 눈을 번득였다. 맹타자가 선의를 베푸는 척 한제에게 도망치라고 한 것은 교룡이 쫓아올 것을 예상했기 때문일 터였다.
한제는 속으로 차게 웃었다. 그는 밖에 있는 저들과 말리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그는 자신이 사주술을 잘 다루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만약 그가 세 번째 관문을 열지 못한다면 밖에 있는 수련자들은 잔뜩 분노해 그를 죽임으로써 화를 푸려고 할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설사 연다고 해도 그 뒤로는 이용가치가 없어질 테니, 당장 죽이거나 육욕마군의 손에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젊은 청년의 텅 빈 눈동자가 한제의 머릿속에 깊이 남아 있었다.
원래 한제는 두 번째 공간에서 적당한 기회를 틈 타 떠나거나 기회가 없다면 세 번째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이 각자 원하는 것을 찾느라 정신을 없을 때 몰래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그 붉은색 교룡이 이미 빠져나간 이상 가장 안전한 것은 오히려 뱀의 시체 안이었다.
눈을 번득이며 오른손을 얹은 척추에 다시 힘을 주자 순간 거대한 뱀이 뒤흔들렸다. 혈기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낀 한제의 몸이 저도 모르게 몸이 위로 솟구쳐 올려갔다. 한제는 체내의 영력을 돌려 얼른 몸을 안정시켰으나 혈기가 끓어오르는 느낌은 여전했다.
신식으로 사방을 훑은 한제는 거대한 뱀의 이빨이 만들어낸 틈으로 밖을 내다보았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거대한 뱀은 빠른 속도로 아래로 가라앉았고 눈 깜짝할 사이에 시커먼 허공 속으로 빠져든 것이었다.
쿵-!
대량 반 시진 정도 후에야 가라앉는 속도가 겨우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거대한 소리와 함께 진동이 느껴졌다. 한참 후에야 사방은 다시 적막해졌다.
한제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계속해서 골수를 뽑아냈다. 이제 거대한 뱀은 더 이상 뒤틀리거나 하지도 어떤 이상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점점 한 방울의 금빛 액체가 척추를 타고 천천히 흘러나왔고 동시에 담담한 향기가 느껴졌다.
한제는 저물대를 두드려 옥으로 된 병을 하나 꺼냈다. 조심스레 그 금빛 액체를 병에 담아서는 저물대에 챙겨 넣은 뒤 뱀의 입 쪽으로 향했다.
거대한 뱀의 빽빽한 이빨 사이로 빠져나왔으나 눈앞은 온통 어둠뿐, 조금의 빛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두 손으로 결인을 한 한제가 낮게 외쳤다.
“가라!”
순간 머리통만 한 불덩어리 하나가 조용히 눈앞에 나타나 둥둥 떠올랐다.
그 불빛에 의지해 사방을 둘러보던 한제의 얼굴이 점점 구겨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곳은 허공에 떠있는 돌 위였다. 하지만 그 돌의 크기는 이전에 봤던 것들의 수백 배에 달했다.
이 거대한 뱀은 지금 돌 위에 머리를 대고 몸은 그 아래로 축 처져 있었다. 얼마나 아래까지 몸이 드리웠는지 알 수 없었으나, 두 눈은 감겨져 있었고 어떤 생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한제는 한참이나 거대한 뱀을 살펴보다가 그 붉은 교룡이 떠난 것은 수련자의 원영이 떠난 것과 마찬가지인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붉은 교룡이 떠나자 생기를 잃은 몸뚱어리는 그대로 아래로 떨어진 듯했다. 방금 그가 골수를 뽑을 때 어떤 반응도 없었던 이유가 그 때문이리라.
한제는 거대한 뱀을 바라보며 망설였다. 이 뱀은 마치 보물이 숨겨진 산과 다름없었다. 뇌단(腦丹)과 가죽만 챙겨도 그 가치는 엄청나리라.
하지만 한제는 그런 물건에 눈이 멀어 이성을 잃지는 않았다. 일단 뇌단을 둘러싼 살덩어리를 제거할 방법이 없었다. 이 생물의 가죽을 벗길 수 있는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더구나 붉은 교룡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한제는 결코 살아남지 못할 것이었다.
한제는 뱀을 다시 힐끗 바라보면서 여태 입에 물고 있던 방독용 단을 꺼냈다. 단약은 이미 반 정도 줄어 있었다. 한제는 그것을 다시 소중히 저물대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불덩어리를 끈 뒤 몸을 훌쩍 날렸다. 이 어둠 속에서 불덩어리는 너무 눈에 띄는 존재였다. 안전을 위해서는 어둠 속에 숨어드는 편이 나았다.
점점 그의 두 눈이 어둠에 적응해갔다. 사방을 또렷하게 분간하기란 힘들었지만 적어도 윤곽만큼은 파악할 수 있었다.
이곳의 돌은 이전에 본 돌들과 비교해 엄청나게 컸고 이동 속도도 조금 더 빨랐다. 또한 어디선가 계속해서 위험이 느껴졌다.
한제는 조심스럽게 그리고 천천히 움직였고 일정 거리를 움직인 다음에는 사방을 한참 동안 관찰한 뒤에야 다시 이동했다. 그러다 막 어느 돌 위에 내려앉은 순간 그의 몸은 뻣뻣하게 경직되고 말았다. 그의 전방에 검은색 그림자가 하나 스쳐갔기 때문이었다.
한제는 숨을 죽이고 꼼짝도 않은 채 전방을 응시했다. 점차 그 그림자의 윤곽이 드러났다. 돌의 중앙에 놓인 검은색 그림자는 약 1천 척 정도였으며, 그 몸에는 무수히 많은 더듬이들이 나 있었다. 굉장히 긴 이 더듬이들은 불규칙하게 흔들렸다. 방금 그의 앞을 스친 그림자는 바로 이 더듬이 중 하나였다.
한제는 눈앞에 있는 그것을 확인한 뒤 뒤로 살짝 물러났다. 이 기괴한 생물은 여기에서 생존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힘을 가졌음이 분명했다. 그가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천천히 뒤로 몇 십 척 정도 물러난 그는 이미 돌의 가장자리에 닿아 있었다. 한제는 눈앞의 생물에 시선을 고정한 채 몸을 아래로 휙 날렸다가 가볍게 떠올라 먼 곳으로 빠르게 달아났다.
그렇게 몇 천 척 정도 움직인 후에야 깊은 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어 끝없는 허무를 바라보던 한제는 참지 못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맨 처음 도착했던 그 돌에 이르러야만 밖으로 나갈 빛의 고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다고 신식을 넓게 펼칠 수도 없었다. 잘못했다가 강력한 생물을 건드리기라도 한다면 목숨이 위험해질 테니까.
천천히 날아오르던 그는 위쪽에 거대한 검은색 그림자가 하나 있는 것을 발견하고 얼른 자리에 멈췄다. 그리고 한참 동안 자세히 바라보다가 그것이 원추형 돌이라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다시 천천히 날아올랐다.
하지만 바로 그때, 갑자기 위쪽에서 나타난 붉은색 빛 한 줄기가 기이한 소리를 내며 빠르게 아래로 내려왔다. 한제는 얼른 몸을 날려 돌의 아래쪽에 찰싹 달라붙어서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 붉은색 빛은 돌 옆을 스쳐지나가더니 아래로 죽 내려가 눈 깜짝할 사이에 자취를 감추었다. 한제는 머리가 저릿해졌다. 그 붉은 빛은 아까 그 거대한 뱀에서부터 맹타자를 뒤쫓던 교룡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교룡이 다시 돌아왔으니 맹타자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살아있지 못할지도 몰랐다.
한제는 냉소하며 달라붙어 있던 돌에서 벗어나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돌 위로 올라온 그는 다시 신중하게 사방을 관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