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God wants to live in peace RAW novel - Chapter 324
마신은 평화롭게 살고 싶다 324화
* * *
“뇌우(雷雨)를 퍼부어라!”
벌써 수백 명에 달하는 천신들이 서준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천신들의 대열은 여전히 견고했다.
명령에 천신들이 일제히 뇌우를 퍼부었다.
쿠쿵-!
쿠- 쿠쿵!
결계로 묵직한 충격이 전달됐다. 그에 서준이 휘청거리며 한차례 침음을 흘렸다.
“크윽…….”
이미 몇 시간이 지났는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며칠이 지났을지도.
그만큼 천신과 서준의 공방은 치열했었다.
그걸 증명하는 건 바로 천신들에게서 발생하는 전사자가 이제는 전무하다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수백 명의 전사자가 나온 천신들이었지만 이후에는 부상자만 나오고 있었다.
그것만 봐도 공방이 얼마나 치열하고 신중한지 알 수 있었다.
다만 천신들은 여전히 수백이 남아 있었고 서준은 혈혈단신이었다.
천신들은 교대로 전투를 하니 기력을 회복할 수 있지만, 서준은 아니란 말이었다.
물론 서준은 마신(魔神)이다. 괜히 마신이란 이름을 얻은 게 아니란 말이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있다.
조금씩 조금씩 누적되는 피로는 그를 지치게 만들었다.
그가 지친 기색을 보여서일까.
일부 성급한 천신들이 달려 나갈 기세를 보였다.
그들을 제지한 건 헤르페테론이었다.
“경거망동하지 마라!”
이미 많은 천신들이 소멸됐다. 마신을 소멸시킨 천신이라는 이름을 갖기 위해.
그런데 또 경거망동한다면 기껏 잡은 승기를 놓칠 수가 있었다.
헤르페테론은 질린 얼굴로 서준을 바라봤다.
그의 손에 소멸 된 천신들이 무려 이백 명이 넘는다.
천신들이 육백 명을 살짝 상회하니 벌써 3분의1에 해당하는 천신들이 허무하게 소멸된 셈이었다.
그리고 이백 명의 천신을 해치웠다는 건 그만한 기력을 소모했다는 뜻이다. 그러니 분명 지쳤을 거다. 한데 아직도 투지를 보인다.
‘마신은 마신이란 건가…….’
만에 하나 단신으로 마신과 검을 맞댔다면 어땠을까?
문득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 생각에 헤르페테론은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분명 제대로 된 실력 발휘도 못한 채 소멸을 면치 못 했으리라.
‘실수인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전투는 실이 전혀 없는 전투가 아닐까?
그래서 살아남는 천신은 소수에 불과하게 되는 건 아닐까?
“헤르페테론 님. 속히 명령을.”
한 천신이 말했다.
그에 헤르페테론은 머릿속에 떠오른 부정적인 생각들을 떨쳐냈다.
‘시간을 끌면 당한다. 휘몰아친다면 능히 소멸시킬 수 있다.’
각오를 다진 헤르페테론이 입을 열었다.
“케루델(Cherudel) 부터 차근차근 이동하라!”
케루델은 신어로 ‘중재하는 자들’이라는 뜻을 가졌다.
다만 대륙의 인간들은 케루델을 주신의 돌격대라 불렀다. 돌격대란 이름처럼 그들은 과거 마족들과의 전쟁에서도 선봉에 섰었다.
돌격대가 대오를 지어 서준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적당한 시점에 날개를 쫙 펼치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들은 빠른 속도로 교차해서 비행하며 서준의 시선을 교란시켰다.
신중하게 나오는 천신들에 서준도 섣불리 나설 수는 없었다.
“공격!”
헤르페테론이 공격 명령을 내렸다.
케루델의 지휘관은 천신장 페사수스였다.
천성검 대신 거대한 셉터(Scepter)를 들고 있던 페사수스가 가장 먼저 서준에게 짓쳐 들어갔다.
거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모든 악한 기운을 성스러운 빛으로 몰아낼지어니…….”
짤막한 주문과 함께 페사수스가 셉터를 휘둘렀다.
셉터에서 밝은 빛이 터져 나오더니 점점이 커져갔다.
처음에는 골프공만 한 크기였던 빛은 이내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하늘을 꽉 채울 만큼 커졌다.
페사수스는 망설임 없이 셉터를 휘둘렀다.
“빛은 오직 나에게 있음이라!”
거대한 빛이 빠르게 날아갔다. 가만 있는다면 서준을 삼킬 것처럼 사나운 기세였다.
그에 서준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면 저건 신물의 일종인 ‘데사무레트’가 분명하다.
데사무레트는 ‘구원의 구속’이라는 의미를 가졌다. 이름은 뭔가 거룩해 보이지만 효과는 전혀 아니다.
저기에 삼켜진다면 옴짝달싹할 수 없어질 터였다. 그리고 다리가 묶인다면 당할 수밖에 없다.
평상시라면 데사무레트는 신경 쓸 게 전혀 못 된다.
하지만 지금은 지칠 대로 지친 상황.
자칫 방심하면 삼켜질지도 모른다.
“나의 손에서 일어난 그림자여. 모두를 잠재우라.”
서준은 신중하게 주문을 외우며 권능을 행사했다.
스멀스멀 피어오른 검은 아지랑이는 이내 형태를 잡아 갔다.
형태가 잡힌 그림자가 데사무레트에 정면으로 맞섰다.
쿠쾅-!
콰콰콰쾅!
빛과 어둠은 거대한 폭음을 냈다.
‘됐다!’
페사수스는 쾌재를 불렀다. 비록 데사무레트는 무력화 됐지만 마신은 심각한 내상을 입은 듯 보였다.
이건 기회였다. 지칠대로 지친 마신을 일격에 쓰러뜨릴 수 있는 기회 말이다.
생각이 거기에 미친 페사수스는 천성검을 곧추 세운 채 서준에게 날아들었다.
눈으로 쫓을 수도 없을 만큼 빠른 속도였다.
푹-!
됐다, 내 손으로 마신을 쓰러뜨렸…….
“이게 왜?”
페사수스의 눈에 의문이 떠올랐다.
분명 마신에게 박혀 있어야 할 천성검이 왜 자신의 어깻죽지에 박혔단 말인가?
스르릉-
서준은 페사수스의 어깻죽지에 박힌 천성검을 뽑아 냈다. 그러자 페사수스는 입자가 되어 허공으로 흩어졌다.
“헉헉.”
이로서 초반에 제거한 천신장을 포함해 총 세 명의 천신장을 제거하게 되었지만 이로 인해 서준은 몸을 가눌 힘도 없을 만큼 지쳤다.
터억!
서 있는 것도 힘든지 서준은 땅에 꽂아 박은 검으로 몸을 지탱시켰다.
침묵이 감돌았다.
서준과 가장 지근거리에 있는 케루델에 속한 천신들은 하나같이 마른침을 꿀꺽이며 서준을 두려움 가득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페사수스가 소멸됐다. 자신들의 지휘관이자 파멸의 신으로도 불리던 페사수스가.
그들의 눈에 비친 서준은 분명 지칠대로 지쳐 제 몸도 가누지 못하는 상태였다.
하지만 한 번 생긴 두려움은 쉬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천신들이 주춤거리자, 보다 못한 헤르페테론이 나섰다.
헤르페테론은 파천줄을 꺼냈다. 신줄로도 불리는 이 줄은 창칼 따위로는 끊을 수 없고, 오직 의지에 따라 끊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마신의 움직임을 따라 잡을 수 없어 쓰지 못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옴짝달싹 못하는 마신이다. 분명 신줄에 묶이게 될 거다.
자라락-!
헤르페테론이 있는 힘껏 파천줄을 던졌다.
파천줄은 흡사 자아를 가진 생명체처럼 혼자 꾸물꾸물 날아가더니 이내 서준의 몸을 다리부터 꽁꽁 감싸기 시작했다.
“됐다!”
예상대로 마신이 피하지 못한 채 파천줄에 꽁꽁 묶이게 되자 헤르페테론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제 놈을 소멸시키는 일만 남았다.
“모든 천신들은 겁화를 일으키고 뇌우를 떨어뜨려 악의 고리를 끊읍시다!”
호기롭게 소리친 헤르페테론은 겁화와 뇌우를 소환했다.
그가 겁화와 뇌우를 소환하자 다른 천신들도 하나둘 겁화와 뇌우를 소환했다.
헤르페테론이 천성검을 휘둘렀다. 그걸 신호로 하늘을 가득 메운 겁화와 뇌우가 서준에게 날아들었다.
자신에게 쏟아지고 있는 겁화와 뇌우들을 보며 서준은 쓴웃음을 지었다.
‘여기까지인가…….’
사실 예상보다 더 오래 버티긴 했다.
예상보다 더 많은 저승길 동무들을 만들었고.
하지만…….
‘살고 싶다.’
생욕을 떨쳐 낼 수가 없었다.
마계에서 죽을 고비를 넘길 때마다 차라리 죽었으면…… 싶었었다.
마신의 위(位)에 오른 뒤에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차라리 이대로 죽어도 상관이 없겠다고 여겼었다.
그런데…… 이제는 살고 싶다.
살아서 가족들에게 돌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연준이와 한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이따 소고기 먹자는.
이숙희와의 약속도 지키고 싶었다.
올해에는 김장을 많이 하자는 약속.
‘이대로 죽으면 안 되는데…….’
내가 죽으면 아공간에 있는 이들은 영원히 아공간에 갇히게 된다.
죽음은 아니나 무한한 생으로 인한 고통을 받게 될 것이었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그때!
캉! 캉캉!
역삼이가 짖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자 역삼이가 짧은 다리를 놀려 뛰어오고 있었다.
캉-!
그리고 힘차게 뛰어올라 겁화를 몸으로 받아 냈다.
파바바박-!
헬 하운드다 보니 겁화는 역삼이에게 타격을 주진 못 했다.
문제는 뇌우였다.
뇌우에 직격당한다면 역삼이는 필시 죽음을 면치 못 할 것이다.
겁화는 흡수할 수 있다지만 뇌우는 아니니 말이다.
“피해!”
해서 서준은 소리쳤다.
피하라고, 그래서 너라도 살라고.
캉캉!
하지만 역삼이는 끝끝내 피하지 않았다.
두려움에 다리를 바들바들 떨고 있으면서도…… 뇌우를 마주할 용기가 없어 눈을 질끈 감고 있으면서도…….
쿠르르- 쾅쾅!
결국 뇌우가 직격했다.
아니, 직격당했다고 생각했다.
캉?
역삼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말이다.
서준은 퍼뜩 고개를 들었다.
역삼이의 주변으로 회색빛의 결계가 둘러쳐져 있었다.
콰콰쾅-!
쏟아지는 뇌우가 결계를 두드렸지만 결계를 깨뜨리진 못했다.
그와 함께 뒤에서 거친 육두문자가 들려왔다.
“야 이 악마 놈아! 안전한 곳으로 보내 준다며! 지옥이 안전한 곳이냐!”
황태수였다.
푸들푸들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오, 한 순간이라도 고맙다는 생각을 한 내가 병신이지, 내가 병신이야. 웃어? 이걸 확 당수로 울대를 쳐버…….”
샤샤샥-.
샤샥!
“리면 안 되지. 우리 사장님은 귀하신 분이니까. 하하…… 하하하하!”
어색하게 웃는 그를 표독스럽게 바라보던 누군가가 서준에게 촐싹맞게 뛰어갔다.
“마신님!”
마계의 꽃…… 엘리나였다.
“엘리나.”
서준이 활짝 웃었다. 예전에는 그토록 징그럽던 엘리나가 지금은 예뻐 보…….
……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반가웠다.
“저도 왔사옵니다.”
“세라.”
예전에는 코를 찢어 버리고 싶을 만큼 구리구리한 냄새가 나던 세라였다. 그런데 지금은 무척이나 향기…….
……롭지는 않았다.
“마, 마족?”
한편 트빌론은 당혹스러웠다.
어째서 마족들이 왔단 말인가?
그것도 퀴르무트 일족이!
“마신을 뵈옵니다!”
“마신이시여!”
하지만 놀람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바, 바룬크…… 바르알…….”
마신과 함께 마계의 전장터를 누볐던 군단장들까지.
“어, 어떻게…….”
트빌론은 이해할 수 없었다. 여긴 라누스의 아공간이다. 물론 라누스의 아공간을 마신이 거머쥔 건 맞다.
하지만 그게 타차원에 있는 존재들을 소환시킬 수 있다는 건 아니었다.
아공간은 단순히 아공간이니까.
그렇다고 파주주나 히포캄포처럼 마신이 만들어 낸 허상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저것들 모두 실재하는 것들이었다.
멍청한 표정까지 지으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트빌론.
“알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
“어떻게 마신의 위에 올랐는지.”
서준이 마신의 위에 오를 수 있었던 건, 아공간에서 마기를 토대로 마계의 문을 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해서 아공간으로 적들을 유인하고 출입이 불가하게 봉쇄한 다음 적들에게 흡수한 마기를 이용해 수하들을 불러들였다.
그렇게 되면 아공간에 남은 적들은 지리멸렬할 수 밖에 없었고.
다만 이번에는 마기를 천기로 대체했을 뿐이다.
될지 안 될지는 몰랐지만.
“설마…….”
“설마가 천신을 잡았군.”
그렇게 말한 서준이 바르알을 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에 군단장 바르알이 소리쳤다.
“천신 놈들이다! 마음껏 살육해도 좋다!”
수천 수만의 마족들이 기다렸다는 듯 천신들에게 달려들었다.
* * *
연준이 초조하게 서성거렸다.
“왜 아직 안 오는 걸까요. 올 때가 됐는데…….”
“기다려봐. 곧 오겄지.”
“설마 잘못된 건 아니겠죠?”
“어허! 그런 소리 하덜 말어. 말이 씨가 되는 법이여.”
이숙희의 말에 연준은 애써 부정한 생각들을 떨쳐 냈다.
그래, 말이 씨가 되는 법이다.
설마는 무슨 설마란 말인가.
돌아올 거다. 조금만 기다리면, 분명 돌아올 거다.
“아빠 큰아빠는 언제 와?”
“지금 오고 있대. 차가 막혀서 늦는거래.”
“음, 빨리 왔으면 좋겠다. 물놀이 하기로 했는데.”
“혜진이랑 아린이처럼 낮잠 푹 자고 일어나면 와 계실 거야. 가서 코 자.”
“그럼 큰아빠 오면 깨워 줘야 돼?”
“그럴게.”
서우가 아린이와 혜진이가 누워 있는 이부자리에 누웠다.
그러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긴 기다림에 점점 절망이 싹틀 때였다.
저벅저벅.
저 멀리 발소리가 들려왔다.
“혀, 형?”
“서준 씨세요?”
연준과 사람들은 두 손을 꼭 모은 채 발소리의 주인을 기다렸다.
제발 저 발소리의 주인이 우리 모두가 기다리는 사람이길 바라며.
점점 발소리 주인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러난 얼굴.
“형!”
“서준 씨!”
“아이고, 큰 사장!”
“서준이 형!”
모두가 서준에게 우르르 몰려갔다.
서준은 환히 미소 지으며 그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다들 무사하다.
그거면 됐다.
“2박 3일 일정이었는데 여행을 너무 오래 한 것 같습니다. 이제 모두 돌아들 갈게요. 집으로.”
-完-
독자 여러분들게 드리는 말씀
안녕하세요. 구사입니다.
를 집필하며 이런 완결 후기를 남길 날은 아득한 먼 미래의 일 같았는데, 그날이 오긴 오는군요.
어떻게, 완결 내용은 마음에 드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음에 드셔야 할 텐데요.
저 스스로가 미흡하다 여기기 때문인지, 독자 여러분들께서 완결에 불만이 있진 않을까, 여러모로 불안하기만 합니다.
사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완결 후기에 남기고 싶은 말씀들이 참 많았습니다. 어쩌면 본문보다 더 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그런데 정작 완결 후기를 쓰는 지금은, 완결을 쳤다는 해방감(?) 때문인지 긴장이 풀어져서인지 생각이 안 나네요.
다만 확실하게 기억하는 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성원 덕에 완결까지 달려올 수가 있었습니다.
그 덕에 제 평생 는 손에 꼽을 만큼 마음이 가는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정말로, 정말로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이 외에도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습니다만 떠오르는대로 썼다가는 중구난방이 될 거 같아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를 사랑해 주신 독자 여러분들게 감사드립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더위 조심하시고 건강하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