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918
결국 하급 성역의 어떤 일에도 관여하는 법이 없던 9급 성역이 개입하면서 형세는 파천종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듯했다.
한데 바로 그때, 파천종이 분열됐다.
대부분의 파천종 사람들은 그 세 가지 물건을 가지고 이 전투를 이어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이에 그들은 9급 성역에 단약과 부러진 검을 바치는 대신 원래의 종파 지위를 유지하여 9급 성역에 진입하게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파천종의 일부 사람들은 단약 제조 방법이 적힌 짐승 뼈를 가지고 각 종파와 죽음을 건 전투를 벌이다가 결국 역사의 흐름 속에 사라지고 말았다. 그 과정에서 짐승 뼈 역시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몇몇 사람들은 그 단약 제조 방법을 9급 성역 사람들이 가지고 갔을 거라고 추측하기도 했고 어떤 사람들은 당시에 쫓기던 파천종 수련자가 어느 8급 종파에 숨겨뒀을 거라고 떠들기도 했다.
결국 이 일은 그렇게 마무리되면서 짐승 뼈에 적힌 단약 제조 방법의 행방은 영원히 비밀에 부쳐졌다. 그렇게 1만 8천 년이 흐르도록 행방을 알 수 없던 그것에 대한 단서를 우연히 화청종에서 얻게 된 것이다.
단서의 진위는 중요치 않았다. 그들은 이에 관한 어떤 소문이라도 밖으로 흘러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 같은 종파 사람들과 제자들까지 처리해야 했다. 자칫해서 이 일이 밖으로 흘러나갈 경우 화청종이 멸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시 파천종이 엄청난 피를 쏟고 얻은 교훈은 그 후대 사람들에게도 충분한 귀감이 됐다.
이전의 파천종에 비하면 화청종은 한없이 미약한 존재라 그들은 그 동물 뼈를 가지기보다는 단약 제조 방법만을 알아낸 뒤 어느 8급 종파에 바치는 대가로 각종 이익과 보호를 받을 생각이었다. 이를 통해 6급 성역의 패주가 되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다.
다만 이 모든 것은 그 단서가 진실이라는 전제하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단서를 8급 종파에 넘겼다가 그것이 거짓으로 확인된다면 괜히 8급 종파의 분노만 사게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에 그들은 일단 단서의 진위를 파악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보가 밖으로 새어나가서는 안 됐다. 게다가 그 단서가 가리키는 곳은 3급 성역의 어느 종파였는데 만약 화청종 전체가 3급 성역 종파를 향해 움직인다는 소문이 퍼져나간다면 다른 이들의 의심을 한 몸에 받게 될 터였다.
이 부분이 걱정된 화청종에서는 고민 끝에 종파의 총애를 받는 대제자 서낙형과 열아홉 명의 제자들만을 은밀히 3급 성역으로 파견했다.
일촉즉발
서낙형은 6급 성역에서 최강자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가 몇몇 제자와 어디를 간다 해도 다른 종파의 의심을 받을 가능성은 적었다. 여기까지는 잘 맞아떨어져, 서낙형은 3급 성역에 도착할 때까지 그 어떤 방해도 받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던 것이 있다. 바로 그 단서가 진실이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서낙형은 무척 손쉽게 단약 제조 방법이 적힌 동물 뼛조각과 옥패까지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
허나 화청종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째서인지 행적이 발각되면서 오독문을 비롯한 6급 성역의 다른 종파들에 쫓기기 시작했다.
“서낙형, 버텨라!”
전귀종은 자신을 태운 영수의 몸에 원력을 주입했고 이에 영수는 한층 빠른 속도로 층층의 안개를 뚫고 황량한 대륙을 향해 나아갔다. 그의 곁에 있는 이들은 선발대일 뿐으로 그 뒤로는 화청종의 거의 모든 제자들이 속속 따르고 있었다.
한데 빠른 속도로 질주하던 전귀종의 두 눈이 어느 순간 굳어졌다. 그의 신식에 키가 1천 척에 달하는 검은 원숭이에 탄 한 수련자가 발견된 것이다.
이곳으로 오는 동안 마주친 첫 번째 수련자는 아니었지만 목적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 만큼 자연히 시선을 끌었다.
전귀종의 눈은 그 백발의 수련자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화청종 핵심 수련자들의 눈빛도 마찬가지였다.
이 강렬한 눈빛에 한제는 일순 창백해졌다. 멍하니 전방으로 돌진하는 열 개 이상의 빛들을 바라보던 한제는 비행을 하는 것도 잊은 채 허공에 그대로 멈춰버렸다.
다른 이들이 자신의 특이한 수준을 파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그는 쓸데없는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체내의 원력을 조정해 규열기 중기 수련자로 보이게 만들었다.
전귀종은 곧 시선을 거두고 전방의 황량한 대륙에 집중했다. 힐긋 살펴본 백발 수련자에게서 어떤 단서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들을 보고는 무척 놀란 듯했으나, 5급 성역 인근에서 6급 성역 수련자들을 만났으니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더구나 그가 파악한 성도에 따르면 이 부근에는 황량한 대륙들이 제법 많았는데 저 수련자의 궤도로 볼 때 다른 곳에서 나오는 길인 듯했다.
이에 전귀종은 한제의 곁을 그대로 스쳐갔다. 그의 뒤를 따르는 십여 명의 핵심 제자들도 시선을 거두고 말없이 한제를 지나쳐갔다.
한제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수련자들이 어느 문파에 왔는지 파악이 안 되는 것을 보면 6급 성역에서 온 이들이 확실했다. 그리고 그들은 바로 그 황량한 대륙으로 향하고 있었다.
한데 바로 그때, 돌연 저 멀리서 한 줄기 밝은 빛이 엄청난 속도로 허공을 가르며 달려들었다. 한제는 그 밝은 빛 속에서 옥패 하나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누군가가 소식을 전하기 위해 보낸 옥패가 분명했다.
특수한 신통력으로 쏘아진 이런 옥패는 보통의 수련자들보다 훨씬 빨랐고 그 안에는 고유의 금제가 걸려 있어 특정한 결인이 없으면 손을 대는 순간 그대로 무너져 버렸다. 게다가 의외의 사고가 벌어질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이런 옥패는 한 번에 여러 개씩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엄청난 속도로 눈 깜짝할 사이 한제의 곁을 스쳐 간 그 옥패는 전귀종의 손에 떨어졌다.
옥패를 쥐고 그 내용을 살핀 전귀종은 순간 표정이 변하더니 몸을 바르르 떨었다.
뒤를 따르는 두 번째 지원조 수련자들이 보내온 이 옥패에는 종파의 집영각(集英閣)에 놓인 서낙형의 명패에 금이 갔다는 소식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이는 서낙형이 죽었다는 뜻이었다.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진 전귀종은 옥패를 꽉 움켜쥔 채 한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한제를 콕 집어 의심할 수는 없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그 황량한 대륙 근처에 있던 모든 수련자를 의심해야만 했다. 중대한 사안인 만큼 전귀종으로서는 1천 명을 잘못 죽일지언정 한 명이라도 놓칠 수는 없었다.
“저자를 데리고 와라! 함께 황량한 대륙으로 간다!”
전귀종이 한제를 가리키자 그의 핵심 제자 여덟 명이 곧장 다가왔다.
한제는 순간 안색이 변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공손하게, 그러나 조금 당황한 모습을 내보이며 포권을 했다.
“도우들, 어찌 이러는가?”
“그냥 조용히 따라오게!”
한제를 향해 달려든 여덟 명의 핵심 제자들 중 여섯은 양의 수준이었고 둘은 규열기 초기에 이르러 있었다.
‘절대 이들을 따라 다시 그곳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이 원숭이 때문이라도 황량한 대륙의 흉수들은 나를 기억하고 있을 터! 이들의 의심에 확신을 심어주는 꼴이 된다!’
머지않아 그 중년 사내가 오독문의 노파에게 당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겠지만 그 대륙에 있었던 자신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는 않을 것이다.
의심을 풀기 위해서라면 그들은 자신의 저물공간을 살피는 것은 물론 심지어 수혼술(搜魂術)에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는 재난과도 같은 상황이었다.
여덟 명의 핵심 제자가 다가온 순간, 한제는 검은 원숭이로 하여금 방향을 틀게 해 그들을 따르는 척하다가 순간 살기를 일으켰다.
열여덟 명의 수련자들 중 쇄열기에 이른 우두머리를 제외한다면 그의 제자들 중 수준이 가장 높은 이라도 정열기 초기에 불과했다.
‘속전속결! 뒤에서도 병력이 다가오고 있으니 생존자를 남기지 않고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한다!’
고개를 든 한제는 앞으로 나서며 손을 크게 휘둘러 호풍을 발휘했다. 다섯 마리의 검은 용이 된 바람은 곧장 다섯 명의 수련자들에게 달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검은 원숭이는 두 팔을 휘둘러 공격을 시작했다.
한제는 번개처럼 몸을 날려 근처에 있던 규열기 수준의 수련자에게로 향하더니 상대가 피할 틈도 없이 그 미간을 톡 건드렸다.
그 순간, 상대의 미간에 구멍이 생기더니 피가 뿜어져 나왔고 정열기 수련자의 파멸적인 힘이 체내로 파고들어 파죽지세로 원신까지 파괴했다.
한제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움직여 다음 수련자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오른손이 가슴을 연타하자 상대의 체내에서는 펑, 펑 하는 소리가 울렸고 상대는 피를 토해냈다.
그 무렵, 검은 용들은 맹렬한 기세로 다섯 수련자의 몸에 떨어졌다. 선제 백범의 신통력을 마주한 양의 수준의 수련자들은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나머지 한 사람은 검은 원숭이가 매섭게 휘두른 팔에 맞아 살덩이로 으스러지며 비명을 질러댔다.
눈 깜짝할 사이에 여덟 명의 수련자가 살덩이로 흩어져 버렸다.
이 모습을 본 전귀종은 놀란 눈빛을 드러내더니 얼른 한 줄기의 거친 빛이 되어 한제에게로 달려들었다.
한제는 덤덤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본체가 없는 상황인 만큼 가능한 한 쇄열기 수련자와 맞붙고 싶지는 않았다.
허나 지금은 여러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다. 한제는 곧장 앞으로 나섰다. 최대한 빨리 저 쇄열기 수련자를 포함해 이곳의 모든 수련자를 죽여야 했다.
정열기 수련자를 포함한 아홉 명의 화청종 제자들은 곧장 흩어졌다. 한제는 앞으로 나아가던 중 전귀종이 번개처럼 질주해오면서 두 손으로 한 줄기 검은 빛과 같은 신통력을 쏘아 보내는 것을 보았다.
한제는 결인을 그려 살육의 기운을 소환했다. 끊임없이 응집하며 겹겹의 층을 이룬 살육의 기운으로 보호막을 형성한 그는 곧장 몸을 날렸다.
콰쾅!
전귀종이 쏘아 보낸 검은 빛은 한제의 몸을 두른 살육의 기운 보호막을 뚫고 들어와 체내를 파고들었다. 이에 한제는 한 움큼 피를 토해냈다.
“크윽!”
하지만 한제는 곧 그 검은 빛을 뚫고 나와 아홉 명의 제자들을 향해 달려들더니 왼쪽 눈에서 강렬한 불빛을 번득였다. 동시에 왼손을 앞으로 휘두르자 주위에는 활활 타오르는 불바다가 나타났다.
“끄아악!”
“살려줘!”
불바다에 갇힌 화청종 제자들 중 셋은 비참한 절규를 내지르다가 타올라 재가 되었고 나머지 여섯 명은 화들짝 놀란 얼굴로 후퇴했다. 한제는 전귀종의 공격으로 낯빛이 창백한 와중에도 그들을 추격하려 했다.
“사지를 찢어죽일 놈!”
그때,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지른 전귀종이 결인을 그리며 달려들었다. 그 순간, 그가 타고 있는 검은 구렁이가 빛을 번득이면서 한 자루 검은색 창이 되더니 곧장 한제를 향해 돌진했다.
여섯 명의 제자들이 흩어지는 것과 전귀종의 공격에 휘말린 자신의 상황을 확인한 한제의 눈에 핏발이 섰다. 그는 자신과 전귀종의 실력 차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잠깐이라도 멈추었다가는 저 여섯 제자들을 결코 죽일 수 없을 터였다.
검은 창이 다가온 순간, 한제는 이를 갈더니 입을 벌려 뭔가를 토해냈다. 십팔지옥 봉선인이었다. 봉선인은 모습을 드러낸 순간 한제의 앞을 막아섰다.
쾅!
봉선인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수축하며 한제에게 떨어졌고 이에 한제는 피를 토하며 뒤로 밀려났다. 그러나 한제는 그 힘을 이용해 가장 가까이에 있던 화청종 제자에게 달려들며 오른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한 줄기 푸른빛이 그의 손바닥 주위를 맴돌다가 그 수련자의 목에 떨어졌다.
“헛!”
상대는 헛숨을 삼키며 곧장 두 손을 들어 올려 체내로부터 폭발시킨 검은 빛으로 방패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 방패는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고 방패를 들었던 두 손 역시 부러져 버렸으며, 퍼져나간 강력한 원력에 원신까지 소멸됐다.
‘다섯 명 남았다!’
한제는 멈추지 않고 결인을 그렸다. 그러자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한제가 손을 휘두르자 찰나의 순간 다섯 개의 반짝이는 작은 검으로 응집되어 남아 있는 화청종 핵심 제자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때, 전귀종은 마침내 한제 앞에 이르렀고 저물공간에서 하얀색 부채를 하나 꺼내 흔들었다. 그러자 하나의 규칙이 나타나 상공에서 줄기줄기 하얀 빛으로 강림하더니 순식간에 한제에게 돌진했다.
한제는 고개를 번쩍 쳐들고 왼쪽 눈에 불빛을 번득였다. 순간 붉은 갑옷이 나타나 그의 몸을 감쌌다.
펑! 펑!
연이은 충돌음과 함께 그 하얀 빛줄기들은 한제의 몸에 떨어졌다.
“큭!”
다시 한 번 피를 토해낸 한제의 안색은 매우 창백했고 원신도 허약해졌다. 심지어 오른쪽 다리는 살덩이로 뭉개져 버린 상태였다. 만약 갑옷이 아니었다면 좀 전의 공격으로 죽음에 이르렀을 터였다.
한제는 이를 악문 채 끊임없이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이때 그가 환우 선술로 형성한 작은 검들이 다섯 핵심 제자들의 몸을 관통했다.
절규와 함께 살덩이와 피가 사방으로 튀면서 그 중 네 명의 육신은 순간 무너져 내렸고 원신 역시 소멸됐다. 그러나 그중 한 사람은 위기의 순간 옥패를 꺼내 보호막을 펼친 덕에 원신만은 살아남아 곧장 먼 곳으로 달아났다.
이를 본 한제는 저물공간에서 한 줄기 검광을 꺼내 도망친 원신을 쫓게 하면서 외쳤다.
“저 녀석을 죽이지 못한다면 네가 죽을 줄 알아라!”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한제로부터 이런 명을 들은 허이국은 기겁을 하더니 죽을 힘을 다해 목표를 뒤쫓았다.
뒤이어 저물공간에서 은시가 나타나더니 전귀종을 공격하는 대신 주인을 잃고 주위에 흩어져 있는 영수들을 거두러 떠났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화청종 제자들을 모두 죽이고 나서도 그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가장 큰 위기가 남았기 때문이다.
그가 전귀종에 앞서 그 제자들을 죽인 것은 그들이 도망칠까 우려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이 쇄열기 수련자와의 전투에 가능한 한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