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125)
125화
‘용감한 늑대’가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창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전투 준비! 지금부터 황제 폐하를 최우선으로 보호한다.”
“네, 천인장님!”
오십 명의 친위대 전사와 중급 전사들이 각자 무기를 꺼내 들고 나를 중심으로 방어 진형을 갖췄다.
활을 들고 중앙에서 지원 사격할 준비를 하고 있던 ‘발 빠른 사슴’도 투텔로 부족한테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는 듯 크게 분노를 토했다.
“이것들이 사람을 초대해 놓고, 장난치나? 들어와. 다 죽여 버릴 테니까.”
‘우직한 곰’은 커다란 덩치로 어느새 내 앞을 가로막더니 거대한 도끼로 바닥을 강하게 내리쳤다.
퍼억!
사방으로 흩어지는 흙과 깊게 파인 땅.
“내‥가 바로 대‥전사 우직한 곰이다! 그 누‥구도 나를 지나칠 수 없다. 와라! 내‥가 자근자근 다 부숴 줄 테니까.”
순식간에 나를 호위하는 전사들을 보면서 왠지 모를 든든함을 느꼈다.
‘인벤토리!’
‘검!’
인벤토리에 보관된 검이 어느새 내 손에 꽉 쥐어져 있었다.
난 우리를 포위한 채 몹시 당황하고 있는 투텔로 부족 전사들을 쳐다봤다.
‘뭐야? 이 분위기는?’
투텔로 부족 전사들이 우리를 공격하지 않고, 그들의 대추장을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
불현듯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끼고, 재빨리 고개를 들어 맵 창을 확인했다.
붉은색 점이 단 하나도 없었다.
우리를 포위한 투델로 부족 전사들도, 우리를 마중하러 나온 투텔로 부족 사람들도 다 푸른색이었다.
‘우리가 오해한 건가?’
때마침, ‘세찬 눈보라’가 다가와 나에게 다급히 말했다.
“미리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황제 폐하! 조금 요란하긴 합니다만, 지금 이 모습은 옛날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투텔로 부족의 환영식입니다. 보통 창을 두드려 손님들의 몸에 붙은 악한 정령이나 악귀들을 쫓아내는 거로 시작하죠.”
“음!”
환영식이 조금이 아니라 많이 요란하긴 했다.
내가 크게 오해할 정도이니.
그러면 처음부터 투텔로 부족 측에서 환영식이 이렇다고 오해하지 말라고 설명을 해주든가.
내 속을 들여다본 건가?
민망해서 속으로 투텔로 부족에게 욕을 하고 있을 때, 마침 ‘세찬 눈보라’가 그 이유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사실 저도 마을 원로들에게 얼핏 들은 얘기라서 자세히는 모릅니다만, 손님께 미리 알려주면 악한 정령이나 악귀들이 엿들어 도망간답니다.”
서스쿼해녹 부족과 투텔로 부족은 영토가 붙어 있어서 자주 왕래하거나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미리 얘기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죄송합니다. 황제 폐하!”
‘세찬 눈보라’가 물러나자 난 자연스럽게 정면을 향해 있던 검 끝을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용감한 늑대’에게 조용히 지시를 내렸다.
“얘기 다 들었지?”
“네, 무기를 거두겠습니다.”
“그래.”
‘용감한 늑대’가 뒤돌아서더니 각자 무기를 든 채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는 친위대 전사와 중급 전사들에게 눈짓을 보냈다.
“네, 천인장님!”
친위대 전사와 중급 전사들은 무기를 거뒀지만, 전투진형은 풀지 않았다.
게다가 ‘용감한 늑대’는 만일을 대비해 긴장을 풀지 않고 우리를 포위하고 있는 투델로 부족 전사들을 예의주시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발 빠른 사슴’도 대충 ‘세찬 눈보라’에게 얘기를 들었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투덜거렸다.
“투텔로 부족의 전통이라고 하니까, 이해는 하겠는데. 이거 좀 아닌 것 같지 않아?”
그때, ‘발 빠른 사슴’의 눈에 아직도 도끼를 거두지 않은 ‘우직한 곰’이 들어왔다.
“저 녀석은 또 왜 그래? 무기를 거두라는 말 못 들었어?”
어느새 ‘발 빠른 사슴’이 ‘우직한 곰’에게 뛰어가 잔소리하며 말했다.
“환영식이라고 하잖아. 사람 부끄럽게 하지 말고, 그 도끼 좀 거둬.”
“싫‥다.”
“부하 전사들이 있는 앞에서 뭐하는 거야? 그리고 이건 우리를 초대한 투텔로 부족 사람들한테 예의가 아니잖아.”
“난 황‥제 폐하의 호위대장이다. 이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다.”
내가 보는 앞에서 부부싸움 하듯 투덕거리며 실랑이를 하는 그 둘의 모습에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휴우!
그때, 무기를 거둔 우리를 보고 오해를 풀었다고 생각했는지 투텔로 부족 대추장의 지시에 투텔로 부족 전사들이 본격적으로 환영식을 시작했다.
“물러가라!”
“물러가라!”
창대 끝을 일정한 박자로 땅을 두드리며 우리를 포위한 투텔로 부족 전사들이 큰 원을 그리며 앞으로 나갔다가 물러나기를 반복했다.
딱! 딱! 딱! 딱! 딱!
그리고 투텔로 부족의 주술사를 보이는 남자가 사슴을 형상한 가면과 복장으로 춤을 추면서 우리 주위를 계속 맴돌았다.
“이 세상을 어둠으로 물들이는 악한 정령들과 악귀들은 썩 꺼져라!”
* * *
커다란 움막.
성대한 환영식이 무사히 끝나고, 투텔로 부족 대추장은 곧장 마을 회관과 비슷한 공동 움막으로 나를 안내했다.
체로키 부족한테 노예로 잡힌 투텔로 부족 사람들을 구해준 것에 보답이라도 하듯 공동 움막 안에는 푸짐한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옥수수빵, 사슴 고기, 딸기 종류의 과일들 등등.
투텔로 부족에겐 최대한 성의를 보인 음식이지만, 나에겐 그저 평범한 음식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 앞에서 내색하지 않았다.
사십 대를 넘어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투텔로 부족 대추장 ‘과거 흔적을 따라’가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표했다.
“우리 부족 사람들을 구해주시고, 또 안전하게 이곳에 데려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차린 것은 없지만, 많이 드시길 바랍니다.”
“투텔로 부족 사람들의 음식 솜씨가 좋은지 내 입맛에 딱 맞네요. 맛있습니다.”
능숙하게 그들 언어로 말하는 나를 보고, ‘과거 흔적을 따라’를 비롯해 투텔로 부족 원로들이 신기하게 쳐다봤다.
“우리 부족의 말은 어떻게 배우셨습니까?”
“어렸을 때 투텔로 부족 사람들에게 배웠습니다.”
“솔직히 우리 부족 말을 너무 잘해서 놀랬습니다.”
“우리와 생김새가 다르지 않았다면, 우리 부족 사람인 줄 착각했을 겁니다.”
“하하! 그러셨습니까?”
이제는 이런 상황이 익숙해서 적절하게 대응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환영식에 대한 오해도 풀었고, 우리가 가지고 온 과일주로 분위기는 더욱 화기애애해졌다.
“조금 쓰긴 한데, 맛있네요.”
“알딸딸한 게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잠시 후, 투텔로 부족 대추장인 ‘과거 흔적을 따라’가 아쉬움을 나타냈다.
“며칠 더 머무를 줄 알았는데, 내일 간다고 너무 아쉽네요. 일정이 바쁘다고 하니 더는 부탁할 수도 없고. 알겠습니다.”
“이해해 줘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정식으로 ‘하늘의 태양’에 초대하겠습니다.”
“그래 주시면 저희가 고맙죠. 좋은 소식 기다리겠습니다.”
내가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자 ‘과거 흔적을 따라’가 거듭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초조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본론을 꺼내 들었다.
“사실 황제 폐하를 초대한 것은 ‘하늘의 태양’과 우리 부족과의 우호를 위해서입니다.”
“그렇군요.”
어느 정도 예상했던 내용이었다.
“제가 듣기론 ‘하늘의 태양’에 신기하고 진귀한 물건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해서 우리 부족은 ‘하늘의 태양’과 정기적으로 왕래하며 무역을 했으면 합니다.”
사실, 투델로 부족은 큰 영토에 비해 아주 작은 부족에 불과해 주변에 있는 야만 부족(포우하탄 부족)과 체로키 부족에게 침략과 약탈을 자주 당했다고 들었다.
그래서일까?
부족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투텔로 부족은 후방에서 든든하게 지원해 줄 우군이 필요했을 거다.
‘그 우군이 바로 ‘하늘의 태양’이고.’
무역을 통해 ‘하늘의 태양’과 우호를 증진하고 싶은 투텔로 부족의 속내가 뻔히 보였다.
하지만, 내 입장에선 투텔로 부족이 먼저 그 제안을 해줘서 너무나도 고마웠다.
아니, 대환영이었다.
“알겠습니다. 대의원들과 협의를 거처 최대한 빨리 투텔로 부족과 무역하는 방향으로 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 계획은 간단했다.
딱히 이 부족에게 필요한 물품들은 없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무역을 통해 투텔로 부족을 경제적인 종속 관계로 만들 계획이다.
그래야 나중에 투텔로 부족을 안전하게 흡수할 수 있으니까.
“또, 하실 말이 있습니까?”
“그게…”
“편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과거 흔적을 따라’가 원로들과 눈이 마주치더니 용기를 내어 말했다.
“네. 솔직히 말하기가 조심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사실 체로키 부족이 옛날부터 노예사냥을 한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지금도 체로키 부족에 노예로 잡힌 우리 부족 사람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내용이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번에 체로키 부족과 전쟁을 치르는 한이 있더라도 담판을 지을 계획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풀려난 우리 사람들에게 얘기론 ‘하늘의 태양’에 속해 있는 쇼니 부족과 야만 부족 사람들도 체로키 부족 사람들에게 노예로 많이 끌려갔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요?”
“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나중에 따로 조사해 보겠습니다.”
“조사하나 마나 틀림없는 사실일 겁니다.”
그 후로도 신중한 태도로 ‘과거 흔적을 따라’의 말을 그저 듣기만 했다.
아니, 투텔로 부족 대추장이 뭘 부탁할지 어느 정도 예상이 돼서 어떻게 거절할지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우리 부족과 ‘하늘의 태양’이 노예 문제를 체로키 부족에 맞서 함께 해결했으면 합니다.”
생각이 어느 정도 정리된 난 속으로 웃음만 나왔다.
‘나를 꼭 초대하고 싶은 이유가 이거였군.’
하지만, 투텔로 부족은 너무 성급했다.
지금은 중립.
어차피 체로키 부족과 따로 만나게 되겠지만, 괜히 두 부족 간의 문제에 휘말릴 필요가 없었다.
난 몹시 심각한 척 말했다.
“무슨 말인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저 혼자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을 것 같네요. 좀 전에 얘기한 것처럼 대의원들과 논의해서 나중에 어떻게 할지 결정이 되면 그때 다시 얘기를 나눴으면 합니다.”
내 대답에 ‘과거 흔적을 따라’가 몹시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혼자서는 결정할 수 없는 겁니까?”
“네.”
“근데, 아까부터 대의원, 대의원 하는데 대의원이 도대체 뭡니까?”
아직도 미련이 조금 남았는지 ‘과거 흔적을 따라’가 뜬금없이 대의원에 관해 물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하늘의 태양’의 속해 있는 부족들의 대추장과 원로들이라고 생각하시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 같군요.”
“아! 대추장과 원로들이 대의원이라면…어쩔 수 없겠네요.”
“네.”
사실,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였지만, 일부러 대의원을 내세워 투텔로 부족의 제안을 거절했다.
하지만, 투텔로 대추장과 원로들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잠시 후, 밤이 깊어지자 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하니 이쯤에서 마무리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우리가 손님들께 너무 배려가 없었군요. 쉴 곳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 * *
‘하늘의 태양’ 수도, ‘아주 큰’ 도시.
관청에 마련된 수석보좌관 집무실에 ‘찬란한 노을’과 외교부 수장인 ‘드넓은 대지’가 황제 폐하가 보내온 문서를 보면서 긴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체로키 부족 사람들이 곧 방문할 텐데…이런 식으로 협상하는 건 살면서 처음 들어봅니다.”
‘드넓은 대지’의 말에 ‘찬란한 노을’도 큰 충격을 받았다는 듯 입가에 어이없는 미소를 지었다.
“땅을 거래한다? 저 역시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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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로키 부족(체로키어: ᎠᏂᏴᏫᏯ 아니이위야, 영어: Cherokee) – 북미 대륙의 동부에서 남동쪽 걸쳐 미시시피 강 유역에 살았다. 체로키라는 의미는 동굴 사람들. 유럽인들의 기준에서 문명화된 다섯 부족으로 불리는 부족 중 하나. 추후 알파벳을 참고해 체로키 문자를 만든다. 실제로 유럽인들이 도착하기 전에도 체로키 부족은 주변 부족 사람들을 공격해 노예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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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텔로 부족(Tutelo) – 웨스트버지니아와 켄터키 버지니아에 살았던 부족. 추후 그들은 유럽인들에게 쫓겨 다른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에 합류하지만, 독립 부족으로서 거의 멸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