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251)
251화
아주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저 멀리 용솟음치듯 하늘에 맞닿아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 모든 걸 회오리바람이 빨아들이고 있었다.
풀, 나무, 흙 등등.
현대의 뉴스와 영화로만 봤던 그 토네이도가 맞다.
“젠장!”
토네이도의 엄청난 재앙을 잘 알기 위해 나도 모르게 입안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게다가 저 토네이도는 마치 그 자리에서 멈춘 듯 제 자리에서만 돌고 있었다.
게임 시스템의 영향으로 뛰어난 기억력을 가진 나는 그 의미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우리 쪽으로 오고 있다.’
난 굳은 얼굴로 뒤를 쳐다보며 동부 다코타 부족 낚시터 마을을 힐끔 쳐다봤다.
까딱하다간 마을 전체가 토네이도 휩쓸려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세찬 눈보라! 우직한 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를 보고 ‘세찬 눈보라’와 ‘우직한 곰’이 들소를 탄 채로 빠르게 다가왔다.
“네, 황제 폐하!”
“다코타 부족 대전사들을 태우고 마을 쪽으로 전속력으로 달려간다! 자세한 얘기는 가면서 말해줄게.”
“알겠습니다. 황제 폐하!”
말없이 서로 얼굴을 쳐다보더니 ‘우직한 곰’과 ‘세찬 눈보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뒤돌아섰다.
동부 다코타 부족 일족과 마을을 들리며 복속할 때마다 우리 일행에 합류한 인원들이 계속 늘어났다.
대부분 동부 다코타 부족 대전사들.
나름 고민하며 인원을 줄인다고 했지만, 새로 합류한 동부 다코타 부족 사람들이 오십 명에 가까웠다.
“다코타 부족 대전사들을 들소에 태우도록!”
“서둘러라!”
“지금 당장 낚시터 마을로 돌아간다!”
다행히도 동부 다코타 부족 대전사들은 그들이 부르는 회오리바람의 무서움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내 손을 잡으시오!”
“불편하더라도 참으시오!”
“달려가면서 바닥에 떨어지지 않게 내 허리를 꽉 잡아야 합니다.”
친위대 전사들이 손을 뻗어 다코타 부족 대전사들을 신속하게 들소 등에 태웠다.
그사이, 나는 점점 커지는 토네이도를 바라보며 대처법이나 피난법에 대해 떠올렸다.
‘직각 방향으로 트는 게 맞는데.’
지금은 ‘낚시터’ 마을 다코타 부족 사람들을 피신하는 게 우선이었다.
“전속력으로!”
“네, 황제 폐하!”
내 명령이 끝나기가 무섭게 들소를 탄 친위대 전사들이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따그닥! 따그닥! 따그닥! 따그닥!
* * *
선두에 있던 나는 ‘우직한 곰’과 몇몇 친위대 전사들과 함께 진형 후미로 이동했다.
‘토네이도가 더 커지네.’
상황은 점점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렇다고 토네이도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 지켜봐야 한다.
물론, 가까이에서 관찰하는 건 절대 안 된다.
“세찬 눈보라! 친위대 전사들을 이끌고, 동부 다코타 부족 사람들을 서쪽으로 최대한 멀리 피신시켜. 혹시, 마을 사람들이 티피나 가재도구를 챙기려고 하면 다 무시하고.”
“네, 황제 폐하!”
점점 커지는 토네이도를 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세찬 눈보라’가 다급히 왔다가 뒤돌아갔다.
“우직한 곰! 몇몇 친위대 전사와 함께 회오리바람을 관찰한다!”
“알겠습니다.”
‘우직한 곰’이 자신이 제일 믿을 수 있는 다섯 명의 친위대 전사를 그 자리에서 호명했다.
동시에 ‘세찬 눈보라’가 나머지 친위대 전사들과 동부 다코타 부족 대전사들을 이끌고 무섭게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따그닥! 딱그닥! 따그닥! 따그닥!
‘그나마 나무나 바위 같은 장애물이 없어서 다행이네.’
멀어지는 그들을 잠시 바라보며 고개를 돌려 토네이도를 다시 한번 관찰했다.
방향은 남쪽.
난 고민도 하지 않고, ‘우직한 곰’과 친위대 전사들에게 다급히 말했다.
“지금부터 방향을 남서쪽으로 튼다!”
토네이도를 피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은 지하대피소에 피신하는 게 제일 좋다.
하지만, 이곳엔 지하대피소 같은 것은 없었다.
차선으로 토네이도가 움직이는 방향에서 직각으로 틀어 멀리 떨어지는 게 그나마 괜찮은 방법이다.
그러나 그것도 안심할 수 없었다.
토네이도 방향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으니까.
“가자.”
“네, 황제 폐하!”
나를 선두로 ‘우직한 곰’과 친위대 전사들을 뒤따라오며 남서쪽으로 달려나갔다.
‘토네이도 방향이 틀어지지 않길 바라야지.‘
난 촉각을 곤두세우며 토네이도를 계속 관찰했다.
* * *
동부 다코타 부족, ‘낚시터’ 마을.
천둥새 신으로 인정받은 ‘하늘의 태양’ 황제.
그리고 마을의 대전사들과 함께 ‘붉은 모자’ 마을로 향했던 ‘하늘의 태양’의 친위대 전사들이 마을로 갑자기 들이닥쳤다.
“회오리바람이 오고 있다!”
“다들 티피에서 나와!”
“서쪽 대평원 쪽으로 피신해야 돼.”
“우선 아이들과 노인들을 썰매를 타게 해.”
다코타 부족 대전사들과 친위대 전사들이 티피 사이를 돌아다니며 목이 터지라 외쳤다.
수십 개의 티피에서 마을 사람들이 바깥으로 뛰어나왔다.
개가 끄는 썰매에 아이들과 노인들을 태우고, 친위대가 탄 들소에 다급히 묶었다.
“출발!”
두 개의 작대기로 만든 대평원 썰매를 친위대 전사가 탄 들소가 끌고 서쪽으로 나아갔다.
여자들도 친위대 전사들이 탄 들소에 올라탔다.
한쪽에서 줄이 묶인 개들이 위급한 상황을 아는 듯 무섭게 짖어댔다.
“개들도 풀어줘!”
“젊은 남자들은 그냥 두 발로 뛰어!”
“티피에 남아있는 물건을 아까워할 필요도 없어.”
다코타 부족 사람들 모두 회오리바람의 무서움을 아주 잘 알기에 그냥 거의 맨몸이다시피 마을을 빠져나왔다.
다코타 부족 사람들 대부분이 빠져나오자 ‘세찬 눈보라’가 몇몇 친위대 전사들과 함께 마을을 둘러보며 마지막 점검을 했다.
“아무도 없습니까?”
“회오리바람이 오고 있습니다!”
다행히 그 누구의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그때, 티피 안을 둘러보고 있던 친위대 전사가 다급히 소리쳤다.
“여기에 노인 한 명이 있습니다.”
‘세찬 눈보라’가 들소를 몰아 노인이 발견된 티피 쪽으로 빠르게 다가갔다.
들소에서 단숨에 뛰어내린 티피 안으로 들어갔다.
“나 좀 도와줘. 노인을 내가 태우겠다.”
“네, 천인장님!”
가죽 위에 누워있는 다코타 부족 노인은 죽을 날만 기다리는 듯 흐리멍덩한 눈으로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가족이 없나, 아니면 삶을 포기한 건가.
그 짧은 생각도 잠시 ‘세찬 눈보라’는 친위대 전사와 함께 노인을 들어 들소에 태웠다.
때마침, 마을을 둘러본 친위대 전사들이 도착해 보고했다.
“천인장님! 제가 맡은 구역은 아무도 없습니다.”
“저도 없었습니다.”
어느새 들소에 올라탄 ‘세찬 눈보라’가 북쪽에서 다가오는 회오리바람을 바라보며 다급히 지시를 내렸다.
“우리도 가자.”
“네, 천인장님!”
그들이 들소를 타고 다코타 부족 사람들이 피신한 서쪽 대평원 방향으로 힘차게 달려나갔다.
따그닥! 따그닥! 따그닥! 따그닥!
* * *
토네이도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게다가 토네이도 방향이 일정하지 않고, 팽이 돌 듯 이리저리 움직이며 모든 걸 집어삼키고 있었다.
토네이도 영향권에서 벗어났다고 해도 바람이 이렇게 세차게 부는 걸 보면 여전히 안심할 수가 없었다.
그 순간, 토네이도 방향이 갑자기 서쪽으로 틀어졌다.
‘미치겠군.’
종잡을 수 없는 토네이도 방향에 기겁하는 것도 잠깐, 들소를 몰아 ‘우직한 곰’과 친위대 전사들과 또다시 남쪽으로 달려가며 지시를 내렸다.
“세찬 눈보라한테 전해. 남쪽으로 피신하라고.”
“네. 황제 폐하!”
임무를 부여받은 친위대 전사가 우리보다 먼저 앞으로 치고 나갔다.
우리와 멀어지는 친위대 전사와 뒤따라오는 토네이도를 번갈아 바라보며 죽을 힘을 다해 계속 달려갔다.
“들소들이 많이 지쳐있어도 내 명령이 있을 때까지 달리는 것을 멈추지 마라!”
혀를 쭉 내밀며 거친 숨을 내뱉은 들소들.
하지만, 멈추면 죽는다.
안타깝지만, 들소들한테 휴식을 줄 시간은 없었다.
* * *
방향을 또다시 남쪽으로 튼 토네이도를 피해 서쪽 대평원으로 안전하게 피신했다.
“엄마! 우리는 어디서 자?”
“배고파!”
“너무 추워.”
날이 저물고, 밤이 되자 다코타 부족 사람들이 추위에 떨며 무척 불안해하고 있었다.
게다가 최대한 마을에서 떨어지기 위해 지금도 계속 이동 중이고.
‘지금은 괜찮을 것 같은데.’
고민도 잠시 마침 정찰하러 갔던 친위대 전사들이 돌아와 보고했다.
“회오리바람이 남쪽으로 사라졌습니다.”
“위험했을 텐데, 수고했어.”
토네이도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자 곧바로 ‘세찬 눈보라’를 불러 지시를 내렸다.
“여기서 임시 천막을 치고, 하룻밤을 보낸다.”
“네, 황제 폐하!”
‘세찬 눈보라’가 물러나 친위대 전사들에게 소리쳤다.
“정지!”
“임시 주둔지를 만든다!”
거의 사백 명이 가까운 사람들이 일제히 멈춰 섰다.
친위대 전사들이 들소에서 내려 임시 천막을 지을 짐들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다코타 부족 사람들도 멀뚱멀뚱 보고만 있지 않았다.
이제는 ‘하늘의 태양’ 사람이나 마찬가지인 동부 다코타 부족 사람들이 친위대 전사들을 돕기 시작했다.
“우리가 뭘 하면 됩니까?”
“저희도 돕겠습니다.”
일손이 필요한 친위대 전사들은 그들의 도움을 마다치 않았다.
“이곳에 자란 풀을 정리해주십시오.”
“불을 피울 예정이니 주변에 쓸만한 땔감이나 들소 똥을 구해 주십시오.”
“노인분들은 어린아이들을 잠시 보살펴주시고요.”
“전사들은 임시 천막을 치는 걸 도와주십시오.”
친위대 전사들과 다코타 부족 사람들이 힘을 합치자 풀밖에 없던 땅에 임시 천막들이 빠르게 생겨났다.
곳곳에 모닥불이 피어지면서 추위를 조금씩 몰아내기 시작했다.
동부 다코타 부족 여자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친위대 전사들에 건네받은 옥수수나 육포 같은 비상식량을 가지고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토기도 아니고, 나무도 아닌데, 단단해.”
“뭐로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요리하기가 너무 편해.”
모닥불에서 철로 만든 냄비로 요리하던 동부 다코타 부족 여자들이 좀 전보다 편안한 얼굴로 대화를 나누었다.
난 그 모습을 보며 대충 임시 주둔지가 완성되자 ‘세찬 눈보라’와 ‘우직한 곰’, 다코타 부족 대추장들을 불러 긴급회의를 했다.
“임시 천막이 많이 모자랄 거야. 최우선으로 아이들과 노인들, 여자들을 재우게 해.”
“알겠습니다.”
“친위대 전사들은 다코타 부족 전사들과 함께 야간 경계를 서게 해. 혹시, 또다른 토네이도가 발생할 수 있으니 정찰부대도 따로 운영하고.”
“네, 황제 폐하!”
“남아있는 비상식량이 얼마 없을 거야. 내일 봐서 들소 무리를 사냥한다. 질문?”
“없습니다.”
워낙 위급한 상황이다 보니 회의는 거의 나의 일방적인 지시로 끝이 났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내 지시에 불만을 내비치지 않았다.
* * *
다음날.
다코타 부족 사람들과 다르게 잠을 자지 않고 밤을 새운 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한 뒤 ‘우직한 곰’과 몇몇 친위대 전사들을 불렀다.
“낚시터 마을이 어떻게 됐는지 확인한다!”
“네, 황제 폐하!”
잠시 후, 동부 다코타 부족 대전사 몇 명도 토네이도 휩쓸고 간 ‘낚시터’ 마을을 둘러보기로 했다.
“출발!”
나를 선두로 수십 명의 친위대 전사와 동부 다코타 부족 대전사가 뒤따라왔다.
따그닥! 따그닥! 따그닥! 따그닥!
들소를 타고 달린 지 세 시간 정도 됐을까?
눈앞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낚시터’ 마을이 보였다.
아니, 모닥불이 탄 흔적들은 있었다.
“티피도, 물건도 하나도 남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창 하나를 주웠습니다.”
마을을 둘러보던 친위대 전사들과 다코타 부족 대전사들이 나에게 다가와 차례대로 보고했다.
그리고 잠시 충격과 절망에 빠져있던 동부 다코타 부족 대전사들이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천둥새 신인 황제 폐하가 아니었다면, 마을 사람들이 다 죽었을 것입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그래.”
운이 좋아서 토네이도를 발견한 거지, 결코 신의 능력이 있어서 그 재난을 피한 것은 아니었다.
내심 부끄럽지만, 담담한 표정으로 친위대 전사들과 다코타 부족 대전사들에게 말했다.
“일정을 바꾼다. 낚시터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나뭇잎 마을로 간다.”
“네, 황제 폐하!”
* * *
‘하늘의 태양’, 서북쪽 대평원 오지브웨 부족 마을 남쪽.
‘차가운 나무’의 지시하에 ‘하늘의 태양’ 전사들과 대평원 오지브웨 부족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성채를 짓고 있었다.
그때, 주변 지역을 정찰하던 척후 부대 전사들이 돌아와 다급히 보고했다.
“천인장님! 이백 명의 나코타 부족 전사들이 성채를 향해 다가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