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250)
250화
“어쨌든 잘 협상할게요. 마저 나눴던 얘기 끝내죠.”
“그래.”
‘찬란한 노을’은 서둘러 그들과 얘기를 나무며 마무리를 지었다.
* * *
관청 접견실.
한참 전에 도착한 ‘찬란한 노을’은 체로키 부족 방문단 사람들의 구구절절한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도시 부족 전사들이 갑자기 쳐들어와서 우리 사람들을 끌고 갔습니다.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카토바 부족과 전쟁 중인 우리 부족 상황이 여의치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체로키 부족 대추장과 원로들께서는 도시 부족을 응징하기로 했습니다.”
“…….”
체로키 부족 방문단을 대표하는 사람이 잠시 뜸을 들이며 그들이 ‘하늘의 태양’을 찾아온 목적을 조심스럽게 꺼내 들었다.
물론, ‘찬란한 노을’과 외교부 사람들은 체로키 부족의 목적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모른 척 행동했다.
“…해서 ‘하늘의 태양’에 많은 지원을 해 주길 원합니다. 우리 체로키 부족을 도와주십시오.”
접견실에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찬란한 노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체로키 부족의 딱한 사정을 알겠으나 신의 무기가 흔한 것도 아니고 저희 ‘하늘의 태양’에서 지원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 양해를 해 줬으면 합니다.”
“그럼요. 이해하고 말고요.”
‘찬란한 노을’의 긍정적인 반응에 체로키 부족 사람들이 반색했다.
“좋습니다. 저희가 어느 정도까지 지원해 줬으면 하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지원이라고 하지만, 순전히 체로키 부족 영토를 양도받는 거래였다.
체로키 부족 사람들도 당연히 그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지원량을 크게 불렀다.
“신의 무기와 방어구 각각 백 개, 길들인 들소도 열 마리 정도 지원해 줬으면 합니다.”
“네? 그렇게 많이요?
‘찬란한 노을‘과 외교부 직원들이 하나같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수군거렸다.
아니, 놀란 척 연기를 했다.
이것도 어느 정도 예상한 ‘찬란한 노을’이 당황한 기색으로 다시금 입을 열었다.
“현재 ‘하늘의 태양’의 신의 무기 생산량을 봤을 때 그 정도의 여력은 안 될 것 같은데…”
“그럼, 어느 정도까지 지원해 줄 수 있겠습니까? 저희 부족은 얼마가 됐더라도 그 값을 내겠습니다.”
“우리 한두 번 것도 거래한 것도 아닌데, 당연히 그러겠지요. 하지만…”
“워낙 위급한 상황이다 보니 제발 우리 체로키 부족을 도와주십시오.”
“음!”
깊은 고민에 잠기는 척 ‘찬란한 노을’이 탁자 위에 놓인 손을 까딱거렸다.
“알겠습니다. 일단, 저 혼자서 결정할 일이 아닌 것 같으니 우리 사람들과 좀 상의할 수 있게 자리 좀 비켜 주시겠습니까?”
“아, 네. 얼마든지 상의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체로키 부족 사람들이 바깥에 대기하고 있던 ‘하늘의 태양’ 전사들의 안내에 따라 대기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사이, 접견실에서 ‘찬란한 노을’과 외교부 사람들이 체로키 부족의 지원에 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땅을 받고 거래하는 거지만, 들소 열 마리와 청동 무기와 방어구 백 개는 너무 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무기와 방어구를 각각 오십 개, 들소 다섯 마리를 지원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그것도 많다고 봅니다. 까딱하다간 힘의 무게가 체로키 부족으로 기울일 수 있습니다.”
외교부 사람들의 의견을 가만히 듣고 있던 ‘찬란한 노을’이 결론을 내렸다.
“힘의 추가 기울지 않게 카토바 부족과 따로 접촉할 예정입니다. 그러니 그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미 국방부와 의견을 주고받았으니 딱 절반 정도만큼 체로키 부족을 지원하는 거로 하죠.”
“알겠습니다. 수장님!”
잠시 후, 접견실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 체로키 부족 사람들이 ‘찬란한 노을’의 말에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 정도로 지원해 준 것만으로도 고맙습니다.”
“우리 체로키 부족과 ‘하늘의 태양’은 앞으로도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겁니다.”
체로키 부족 사람들의 감사가 끝나자 ‘찬란한 노을’은 바로 거래를 시작했다.
“그럼, 거래를 맺도록 하죠.”
“네.”
체로키 부족 사람들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거래가 성공되자, 즐거운 마음으로 ‘하늘의 태양’에 양도할 영토를 협상했다.
‘찬란한 노을’은 외교부 사람들의 협상을 옆에서 지켜보며 입가에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적의 적으로 적들을 물리친다…’
황제 폐하가 저술한 전략 전술 책에서 읽은 문구.
‘찬란한 노을’은 새삼 황제 폐하의 식견에 감탄했다.
* * *
모든 협상이 끝나자 체로키 부족 사람들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관청을 나섰다.
“연회도 준비되었고, 며칠 더 머무르셔도 되는데?”
“우리를 극진히 대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희 부족 상황이 워낙 급하다 보니 이해해 주십시오. 다음에는 꼭 며칠 더 머무르겠습니다.”
예전이라면 체로키 부족 방문단이 며칠간 더 머무르며 ‘아주 큰’ 도시를 여유롭게 둘러봤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외성 쪽에 상공부 사람들이 들소와 ‘신의 무기’를 수송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들을 잘 부탁합니다.”
“그럼요.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찬란한 노을’과 간단히 인사를 끝낸 체로키 부족 방문단이 외성 쪽으로 서둘러 향했다.
관청에서 그들을 배웅한 ‘찬란한 노을’은 체로키 부족 방문단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옆에 있는 외교부 상급 직원은 물었다.
“카토바 부족은 뭐라고 하던가요?”
“네. 남은 ‘신의 무기’가 있다고 하니까 다른 부족한테 절대 팔지 말라고 하더군요. 조만간 카토바 부족 사람들도 찾아올 것 같습니다.”
“그래요. 수고하셨어요.”
* * *
‘아주 큰(미시시피 강)’ 강 하류, 아홉 번째 도시.
중앙의 중심가를 두고 외곽 쪽에는 여러 마을이 넓게 들어서 있었다.
아홉 번째 도시도 다른 도시와 크게 차이 나지 않고, 도시 구조가 비슷했다.
중심가 안은 여러 대형 건물이 있었다.
태양신께 기도를 드리는 대신전, 대추장과 원로들이 회의하는 대회의장, 신분이 높은 사람들의 거주지 등등.
“재조사를 해 봤지만, 역시나 변한 것은 없습니다. 죽은 전사들의 흔적을 보면 매우 예리한 무기에 잘려 나갔습니다.”
“…….”
대전사의 보고에 대회의장의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어 갔다.
이어서 두 명의 대추장과 원로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다른 도시의 전사들이 저지른 짓이 아니다?”
“네. 전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그럼, 자네는 어디라고 보는 건가?”
“대평원 지역에 새로 생긴 ‘하늘의 태양’의 소행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알겠네. 자네는 돌아가 보게.”
대전사가 물러나자 한동안 대추장들과 원로들이 이 사안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하기 시작했다.
“일단, 사람을 보내 다른 도시들과 얘기를 나눠 보죠. 우리와 똑같은 일을 당할 수도 있으니까.”
“아주 좋은 생각입니다. 그리고 만일을 대비해 ‘하늘의 태양’이 쳐들어올 수 있으니 우리와 친한 도시들과 미리 방어 협정을 맺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습니다. ‘하늘의 태양’에 대해 정확히 모른다는 거. 전사들을 보내 대평원에 자리 잡은 ‘하늘의 태양’을 조사해 보죠.”
“저도 그 의견에 동의합니다.”
큰 위기감을 느꼈는지 아홉 번째 도시의 대추장들과 원로들은 웬만한 의견들은 다 통과시켰다.
* * *
‘하늘의 태양’, 쇼니 부족 ‘연못’ 마을.
쇼니 부족 거북 일족이 이끄는 마을은 내성과 외성을 중심으로 여러 건물이 들어서며 도시로 점차 발전하고 있었다.
한편, 외성 바깥쪽에 지어진 들소 대목장에 ‘우렁찬 천둥’과 ‘맑은 영혼’이 대화를 나누며 휴가를 끝마친 개척부대 전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흘 내내 여관에서 틀어박혀 있었던 거야?”
“아니요. 가끔 개인 수련도 하고 그랬어요.”
‘맑은 영혼’의 대답에 ‘우렁찬 천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말 지루했겠다.”
“그래도 사흘 내내 술만 드신 천인장님 보다 휴가를 알차게 보냈어요.”
도시 부족들의 정찰 임무를 마친 개척부대에 상부에서 상으로 사흘 동안 단체 휴가가 내려졌다.
다만, 워낙 짧은 휴가라 개척부대 전사들은 고향에는 갈 수 없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개척부대 전사들은 이 마을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개인적인 시간을 보냈다.
“어험!”
‘우렁찬 천둥’이 민망한지 헛기침하며 딴청을 피웠다.
“그나저나 약속 시간이 지났는데, 왜 이렇게 안 와?”
“마침 마지막 남은 전사가 저기에 오네요.”
‘맑은 영혼’이 가리키는 방향에 개척부대 전사가 대목장을 향해 허겁지겁 뛰어오고 있었다.
“며칠 휴가 보냈다고 군기가 아주 빠졌어. 오늘 아주 제대로 굴려야지.”
그 말을 한 ‘우렁찬 천둥’의 얼굴에 사악한 미소가 그려졌다.
잠시 후, 대목장은 개척 부대 전사들이 새로운 주인을 찾게 될 들소들을 다시 길들이고 있었다.
“난 저 녀석이 마음에 드는데.”
“이놈이 얌전할 줄 알았는데, 제법 거치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그래, 그래. 아주 잘했어.”
울타리 바깥에선 ‘우렁찬 천둥’과 ‘맑은 영혼’이 개척 부대 전사들을 지켜보며 앞으로 일정에 관해 대화를 나누었다.
“대평원 오지브웨 부족 지역으로 언제 출발할 예정입니까?”
“들소 기병대 전술을 완벽하게 펼칠 수 있을 때까지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렁찬 천둥’의 의견에 공감한다는 듯 ‘맑은 영혼’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당분간 전사들을 아주 제대로 굴려야겠군요.”
“그게 내 또 전문이 아니야. 푸하하하!”
* * *
‘하늘의 태양’ 수도, ‘아주 큰’ 도시 내성.
‘아주 큰 이천일’이 거주하는 주택에 작은 소란이 벌어졌다.
‘달이 뜨다’가 가죽옷에 흙과 피가 묻은 ‘하늘의 비’를 앞에 세워 놓고 이것저것 캐묻고 있었다.
“그 피는 뭐야?”
“친구랑 싸웠어요.”
“친구랑 싸워? 왜?”
“그··그게…”
‘하늘의 비’가 우물쭈물하며 제대로 대답하지 않자, ‘달이 뜨다’가 화를 꾹 참으며 물었다.
“사실대로 말해. 화 안 날 테니까.”
“내가 황제 아들인데, 나보다 나이가 많다고 자꾸 대장을 한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모든 아이가 보는 앞에서 내가 누구의 아들인지 보여 주려고 그 형을 때렸어요.”
“…….”
‘달이 뜨다’가 짧게 한숨을 내쉬더니 아들을 호위하는 전사에게 다가갔다.
“정확히 어떻게 된 상황입니까?”
호위 전사도 황제 폐하의 아들이라서 그런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게…”
잠시 후, 호위 전사한테 모든 얘기를 다 들은 ‘달이 뜨다’는 잔뜩 화가 나 있었다.
싸운 원인은 모두 아들에게 있었다.
시비를 건 것도, 주먹을 먼저 날린 것도.
게다가 아버지의 지위까지 들먹이며 협박까지 했다.
만일, 이대로 성장한다면 아들이 거만하고 독선적인 사람이 될 것이다.
그래서 아들의 성정을 지금 당장 바로 잡을 필요가 있었다.
“아들! 아들이 황제야?”
“아니요, 아빠가 황제예요.”
“그래. 아빠가 황제지, 아들은 황제가 아니잖아. 그리고 황제는 능력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할 수 있어. 그리고 놀면서 다른 아이들도 누구나 대장이 될 수 있고.”
“…….”
“아들이 먼저 주먹을 날렸다면서?”
“…네.”
‘하늘의 비’가 ‘달이 뜨다’의 얘기를 들으며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깨달아갔다.
“…잘못했어요. 엄마!”
“그럼, 네가 그 형한테 어떻게 해야 하지?”
“사과해야 돼요.”
“그래. 엄마랑 사과하러 갈까?”
“…네.”
호위 전사가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며 두 모자의 뒤를 조용히 따라갔다.
잠시 후, 아들과 싸운 아이 집 앞에서 ‘달이 뜨다’와 ‘하늘의 비’가 정중하게 사과를 건넸다.
“아들을 잘못 키워서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아이들끼리 크면서 싸울 수도 있죠.”
다행히도 아들과 싸운 아이 부모는 다행히도 대수롭지 않게도 생각하고 있었다.
오히려 황제의 아들이 직접 사과하러 온 걸 보면서 크게 감동한 표정이었다.
그들에게 사과를 끝내고 돌아온 ‘달이 뜨다’는 ‘하늘의 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는 것도 대전사로서 갖춰야 할 용기야. 잘했어. 아들!”
시무룩하고 있던 ‘하늘의 비’가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하게 웃었다.
* * *
동부 다코타 부족, 낚시터 마을 북쪽 대평원.
친위대 전사들이 나를 호위하며 대평원을 빠르게 가로질러 갔다.
그때, 우리 일행에 합류한 다코타 부족 대전사가 놀란 표정으로 다가왔다.
“황제 폐하! 회오리바람입니다. 지금 당장 피신해야 합니다.”
“회오리바람?”
난 그가 가리킨 방향을 가만히 쳐다봤다.
‘설마 토네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