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40)
040화
나뭇가지 끝에 붙은 불이 계속해서 연기를 뿜어냈다.
‘용감한 늑대’와 전사들이 벌집 주위로 조금씩 접근했다.
“벌들이 긴장하고 있어. 연기를 더 피워.”
“벌들을 멀리 몰아내.”
위이이이이이잉! 위이이이이이잉!
벌들이 위기감을 느꼈는지 연기를 피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레나페 부족 사람들은 꿀을 자주 채취해 봤기에 벌들을 능숙하게 몰아냈다.
나는 벌에 쏘일까 봐 멀찌감치 떨어져 연기를 피우며 구경하고 있었다.
‘잘하네.’
잠시 후, ‘발 빠른 사슴’이 벌집을 통째로 바구니에 담아 다가왔다.
“추장!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은데.”
지금까지 꿀과 함께 벌집을 스무 개 정도 채집했다.
이 정도의 벌집이면 초를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양은 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벌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한쪽에서 연기를 피우고 있는 ‘용감한 늑대’와 전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마을로 돌아간다.”
“응. 추장!”
* * *
‘아주 큰’ 마을이 보였다.
울타리 위로 우뚝 솟은 두 개의 망루가 주위를 삼엄하게 경계를 서고 있었다.
“추장이다!”
“문을 열어.”
함정을 지나 울타리 입구로 들어온 마을 사람들에게 벌집을 건넸다.
“꿀이 많네.”
“수고했어.”
늘 그렇듯 마을 사람들은 위험으로 가득한 바깥에서 무사히 돌아온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잠시 후, ‘달이 뜨다’와 마을의 여자들이 아궁이에 얹혀놓은 토기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추장! 이번에는 뭘 만들어요?”
“저번에 비누처럼 얼굴을 하얗게 만드는 건가?”
마을의 여자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초.”
“······.”
내 대답에 마을 여자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떠들어 댔다.
“초?”
“그게 뭐지?”
“나도 몰라.”
“좀 기다려 봐. 추장이 다 만들고 나면 설명해 줄 거야.”
그들이 떠들든 말든 나는 나무 작대기로 토기 안에 벌집이 다 녹을 때까지 계속 저었다.
물론, 중간중간 이물질을 빼내기도 했다.
어느새 토기 안에 벌집이 다 녹자 ‘달이 뜨다’에게 말했다.
“준비한 그릇. 가져와.”
“알았어.”
‘달이 뜨다’와 마을의 여자들이 각각 들고 있던 토기를 바닥에 놓았다.
바닥에 깔린 토기는 열 개.
“심지!”
“응.”
미리 설명해 두었기에 ‘달이 뜨다’와 마을 여자들이 신속하게 움직였다.
부들 열매로 만든 심지를 바닥에 놓인 토기 안에 넣으며 심지 끝을 바깥으로 걸치게 했다.
“뒤로 물러나. 뜨거워.”
“알았어.”
난 양손에 두꺼운 가죽 장갑을 낀 채 아궁이 위에 토기를 들고 바닥에 놓은 토기에 벌집 물을 조심스럽게 부었다.
“됐다. 식을 때까지 잠시 기다린다.”
잠시 후, 토기에서 초 하나를 꺼낸 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시범을 보이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아궁이에 남아 있던 장작불을 꺼낸 뒤 초 심지에 불을 붙였다.
와아아아아!
‘달이 뜨다’와 마을 여자들이 저번에 비누를 만든 것처럼 탄성을 내뱉었다.
“불이 붙었어.”
“벌집에 이런 게 있는지 몰랐네.”
“이게 있으면 밤에도 집이 환해지겠네.”
“정말 신기하다!”
난 나름대로 또 다른 특산품을 만들어서 기분이 좋았다.
“달이 뜨다! 꿀을 채취하면 벌집을 따로 모아 틈틈이 초를 만들어.”
“응.”
[띠링!] [새로운 물건을 선보였습니다.] [레벨업을 했습니다.] [무작위로 능력 +1과 능력 포인트 +2를 줍니다.] [무작위 능력 상승에 따라 통솔 스탯이 1 증가합니다.]최근에 신기술이나 새로운 물건을 만들었는데도 예전보다 확실히 레벨업 속도가 느렸다.
그래도 오랜만에 레벨업을 해서 기분은 좋았다.
* * *
할 일은 많고, 시간은 부족했다.
주술사인 ‘바람과 구름’을 불러 마을 안을 천천히 돌아다녔다.
마을은 아직 정리가 다 되지 않아 중간중간에 나무나 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이것도 정리해야 하는데···
제법 시간이 걸릴 듯했다.
‘바람과 구름’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나를 뒤따랐다.
그때, 내 눈에 적당한 장소가 들어왔다.
“이끼도 있고. 고사리도 있고···”
고개를 돌려 주변에 있는 나무들을 자세히 살펴봤다.
“나뭇잎이 이쪽으로 유난히 풍성하네.”
내 건축술의 지식으로 이곳에 물이 있을 가능성이 컸다.
지하수.
하지만, 좀 더 확신이 필요했다.
저번에 ‘바람과 구름’에게 지나가면서 물의 정령도 교감할 수 있냐고 물어봤다.
영력이 뛰어난 만큼 ‘바람과 구름’은 물의 정령과도 교감할 수 있다고 했다.
“바람과 구름! 땅밑에 물이 있는지 확인해봐.”
“······.”
고개를 갸웃거리며 ‘바람과 구름’이 조심스럽게 나에게 물었다.
“내 영력을 시험하는 겁니까?”
“······.”
갑자기 존대하는 ‘바람과 구름’의 행동에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물이 있는 곳을 정령을 통해 확인하는 것도 시험은 시험이었다.
‘과연 될까?’
일단, 그를 믿어볼 생각이다.
“그래.”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바람과 구름’이 긴장한 표정으로 짧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
“정령과 교감하려면 조금 시간이 걸립니다. 좀 기다려 주십시오.”
나는 몇 발짝 물러나 그가 정령과 교감할 때까지 기다렸다.
‘근데 왜 자꾸 존댓말을 하지? 추장이 돼서 그런가?’
그게 편하다면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때, 한창 주문을 외우듯 뭐라고 중얼거리던 ‘바람과 구름’이 흰자가 보일 정도로 눈이 뒤집히기 시작했다.
“······대지의 신이여! 숲과 물의 정령이여! 이 땅속에 물이 있습니까?”
“······.”
신성한 의식을 하고 있는데, 방해되지 않으려고 조용히 있었다.
마침,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던 ‘바람과 구름’이 원래의 눈동자로 돌아왔다.
“휴우!”
“괜찮아?”
“괜찮습니다. 추장!”
조금은 힘겨워 보이는 ‘바람과 구름’을 보며 괜히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물의 정령이 말하길 지금 여기 있는 이 자리에 물이 흐른다고 합니다.”
“······.”
어떤 방식으로 정령으로 교감하는지는 모르지만, 모든 증거가 이 땅밑에 물에 흐른다고 했다.
“수고했어.”
“아닙니다. 추장!”
잠시 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람과 구름’과 함께 우물 팔 장소로 두 개를 정했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열심히 공방을 만들고 있는 ‘게으른 비버’를 불렀다.
“추장! 또 일 시키려고?”
내가 자신을 부를 때 일을 시킨다는 걸 아는지 ‘게으른 비버’가 울상이 된 표정으로 다가왔다.
나 때문에 고생한다는 걸 잘 알기에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당근을 제시했다.
“이따가 낮잠. 자게 해 줄게.”
“한두 번 아니고. 안 믿어. 안 믿는다고.”
“나도 같이 일 할 거야. 진짜. 낮잠 자게 해 줄게.”
내 진심을 담은 설득에 ‘게으른 비비’가 힘없이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한번 믿어 볼게.”
‘너무 부려 먹었나? 진짜로 쉬게 해 줘야겠네.’
* * *
“바구니에 흙은 담았어. 가져가.”
마을의 전사들이 돌괭이와 나무 작대기로 땅을 깊숙이 파고 있었다.
내 키보다 조금 깊이 파고들어 갈 때쯤, 상체와 얼굴이 흙과 땀으로 범벅된 ‘우직한 곰’이 크게 소리쳤다.
“물··이다! 물!”
나와 함께 땅속에서 작업했던 전사들도 물이 땅에 스며들 듯 조금씩 올라오자 신기하게 쳐다봤다.
“설마 했는데, 진짜 땅속에서 물이 나오네.”
때마침, 소식을 듣고 마을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물이다!”
“땅속에서 물이 나오고 있다.”
“근데 뭘 만드는 거지?”
사람들이 웅성거림 속에 나는 서둘러 ‘게으른 비버’를 불렀다.
“게으른 비버! 벽돌 가지고 와.”
“알았다. 추장!”
‘게으른 비버’가 가마터에서 구운 벽돌을 가지러 가는 사이 난 ‘우직한 곰’에게 말했다.
“지금까지 수고했어. 올라가.”
“아··니다. 헤헤! 추··장이 일을 시··키면 다한다.”
잠시 후, ‘게으른 비버’와 함께 서둘러 벽돌을 쌓는 작업을 했다.
나머지 우물 하나를 만들어야 하는 ‘게으른 비버’에게 벽돌을 어떻게 쌓아야 하는지 틈틈이 설명도 해 줬다.
“······무너지지 않게. 잘 쌓아야 한다.”
“이해했어. 추장!”
* * *
드디어 우물 하나가 완성됐다.
혹시나 아이들이 놀다가 우물에 빠질까 봐 우물 주위를 원형으로 허리만큼 벽돌을 쌓았다.
그리고 지렛대 원리를 이용해 두레박 틀을 설치했다.
물론, 비나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게 지붕도 만들었다.
사람들이 우물로 모여들어 내가 두레박으로 물을 뜨는 모습을 지켜봤다.
“자. 이렇게 이 두레박 틀을 이용해. 물을 뜨면 쉽습니다.”
“앞으로는 강가에 물을 뜨러 가지 않아도 되겠네.”
“어떻게 저런 걸 만들 수 있지?”
“정말 대단해.”
마을 사람들이 날이 갈수록 존경과 경외의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들의 시선을 온몸으로 느끼며 나무 양동이 안에 가득 차 있는 물을 내려다봤다.
우물을 완성한 지 하루도 안 돼서일까?
물이 완전 흙탕물이었다.
아마도 물이 깨끗해지려면 부유물이 가라앉을 때까지 며칠간 기다려야 할 듯했다.
그렇다고 해도 이 우물물을 바로 먹을 수는 없었다.
당분간은 얼굴과 손발을 씻거나 작물에 물을 줄 때 우물물을 사용하라고 마을 사람들에게 전달했다.
“알았다. 추장!”
“하하! 이젠 이 우물로 몸을 씻으면 되겠구나.”
“추장님! 요리할 때도 사용해도 되나요?”
“······.”
마을의 여자가 진중한 표정으로 물어보자 순간 고민이 됐다.
강에 있는 물보다 지하수라서 깨끗하긴 하지만, 아직은 일렀다.
“나중에. 제가 따로 얘기하겠습니다.”
“네. 추장!”
그녀가 반짝거리는 눈으로 힘차게 대답하며 뒤로 물러나자 난 또다시 고민에 잠겼다.
‘우물도 만들었으니까 정수기도 만들어?’
* * *
밤이 되었다.
내 품에 안긴 ‘달이 뜨다’가 방 안에 켜져 있는 초를 보며 말했다.
“집이 어둡지도 않고 은은해서 좋네. 자다가 장작불에 델 일도 없고. 정말 좋다.”
“·····”
말하지 않아도 그녀의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다.
“오늘 강에 가지 않고, 우물물로 씻었어. 그것도 당신이 만들어준 비누로.”
“비누로 씻으니까. 오늘 더 예뻐 보이네.”
촛불 빛 때문인지 몰라도 진심이었다.
‘달이 뜨다’가 환하게 웃었다.
“마을 사람들이 다들 나를 부러워해. 그리고 당신의 칭찬을 얼마나 하는지 알아?”
“사람들이 뭐라 하는데?”
“일단, 대단하대. 그리고 지혜롭고 현명하고 우리를 잘 이끌어 가고 있대.”
“그래?”
“응. 귀가 닳도록 당신을 떠받듯이 칭찬하니까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냥 편하게 생각해.”
“응. 당신 말대로 그러려고.”
‘달이 뜨다’가 내 품에 깊숙이 안겨 왔다.
나를 쳐다보는 그녀의 눈빛이 뭔가를 갈구하고 있었다.
그날 밤···
지치지 않은 체력으로 ‘달이 뜨다’와 격렬한 사랑을 나눴다.
가끔 그녀의 비명 같은 소리가 다른 사람한테 들릴까 봐 조마조마했다.
“허헉! 역··시 아주 큰 당··신이야!”
* * *
며칠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동안 난 쉬지 않고, 공방에서 새로운 무기를 만드느라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다시금 마을의 전사들과 함께 오늘부터 아침 수련을 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수련이 끝나자 어린아이들만 빼고 마을 사람들을 다 불렀다.
사람들이 내가 들고 있는 물건을 보고 웅성거리며 대화를 나누었다.
“저게 뭐야?”
“추장 말로는 새로운 무기라고 하는데···”
“나도 정확히는 몰라.”
모두가 나를 가운데 주목하는 가운데 내가 눈짓을 보내자 ‘용감한 늑대’가 기다렸다는 듯이 뛰어갔다.
“다들 조용히 해 봐. 추장이 시범을 보이려고 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