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39)
039화
책장에 책들이 빼곡하게 비치되어 있었다.
이제는 이런 광경이 익숙한지 편안함을 느꼈다.
이번에도 스킬의 종류가 늘어났다.
얼추 봐도 백오십 권.
아쉽게도 스킬을 배울 기회는 세 번.
레벨업을 하면서 배울 수 있는 스킬도 늘어날 줄 알았는데,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당분간은 세 개로 고정될 것 같았다.
“시간제한도 있으니 스킬을 빨리 선택해야지.”
스킬을 배울 수 있는 종류가 늘어났다고 해서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스킬을 꼼꼼히 확인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내 눈동자가 책장에 비치된 책을 빠르게 훑어보기 시작했다.
잠깐의 시간이 흘렀을까?
내 얼굴에 실망이 어렸다.
“이번에도 없네.”
철이나 금속에 관련된 기술을 제일 먼저 찾았지만···
없었다.
“하긴, 철이라는 게 혁명적인 기술이니까 쉽게 나오지 않겠지.”
실망도 잠시 나중에 철 기술이 나올 것을 알기에 난 다음 기회를 노렸다.
“뭐를 고를까?”
마을 사람들을 이끄는 추장 자리에 있다 보니 개인 스킬보다는 공동 이익에 어울리는 스킬에 눈이 갔다.
석재 기술, 채광 기술, 제작 기술, 약초술.
네 개 중에 고민했지만, 채광 기술은 금속 제련 기술이 없는 상황이라 다음 기회에 선택하기로 했다.
난 천상의 도서관이 닫기 전에 서둘러 책장에 비치된 책에 손을 가져갔다.
[띠링!] [초급 석재 기술을 습득했습니다.] [띠링!] [초급 제작 기술을 습득했습니다.] [띠링!] [초급 약초술을 습득했습니다.]연속으로 내 몸이 환하게 빛났다.
동시에 개안한 것처럼 스킬에 관련된 지식이 내 머릿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리고 난 연기처럼 천상의 도서관에서 사라졌다.
망루로 다시 돌아온 나는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며 맵 창을 확인했다.
잠깐이라고 하지만, 여기저기서 알 수 없는 동물소리만 들릴 뿐···
이상한 낌새나 위험한 징후는 없었다.
“그럼, 레벨을 확인해 볼까? 상태 창!”
근력 : 28 민첩 : 24
체력 : 27 지혜 : 33
통솔 : 12
[잔여 포인트 : 17] [초급 전투 스킬]– 격투술(15/20), 창술(8/20), 궁술(7/20), 둔기 무기술(5/20), 투척술(2/20)
[초급 비전투 스킬]– 레나페어(19/20), 무기 제작(0/20), 건축술(5/20), 병법(2/20), 농경 기술(1/20), 석재 기술(0/20), 제작 기술(0/20), 약초술(0/20)
무작위 능력으로 각각 +2 포인트를 얻은 통솔과 체력이 조금 올라갔다.
스킬 쪽을 보면 잘 사용하지 않은 스킬은 확실히 숙련도가 떨어졌다.
“무기 제작은 숙련도가 아예 제로네.”
이해는 갔다.
하루하루가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빠서 무기를 만들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조만간 새로운 무기를 만들 계획이다.
“새로운 무기를 만들고 나면 스킬 숙련도가 조금 올라가겠지.”
마지막으로 사용하지 않은 잔여 포인트를 확인했다.
통솔이 다른 능력치에 비해 현저하게 낮지만, 딱히 포인트를 사용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이번에도 비축.”
상태 창을 끄고 이번에는 인벤토리를 켰다.
빈 슬롯은 한 개도 없었다.
무기와 먹을 거로 인벤토리가 꽉 차 있었다.
“그저 개인 용도로밖에 사용하지 못하겠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몰래 이동형 움막을 인벤토리에 보관하려고 했지만, ‘사용 불가’라는 메시지만 떴다.
당연히 아쉬웠다.
하지만, 미련은 없었다.
인벤토리 창도 끄고,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새로 습득한 스킬 덕분인지 만들어야 할 게 한둘이 아녔다.
“······공방도 몇 개 더 만들고 가마터를 좀 확장해야겠어. 그리고 우물도 만들어야겠군. 그나저나 특산품을 뭐로 하지?”
잠시 후, 나와 교대하기 위해 전사 한 명이 망루 쪽으로 다가왔다.
“추장! 나다.”
“올라와라.”
푸른 점으로 맵 창에 표시된 전사가 사다리를 타고 망루 위로 올라왔다.
특별한 상황이 없었기에 간단히 인수인계 끝냈다.
“수고해.”
“알았다. 추장!”
망루에서 내려온 나는 집 쪽으로 걸어가며 고민이 가득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왕이면 특산품으로 하나보다는 두 개가 낫겠지.”
* * *
이틀이 훌쩍 지났다.
기와를 만들기에 지은 가마터를 확장하고, 그 주위에 목탄 공방과 도자기 공방을 새로 짓고 있었다.
내가 설계한 집을 건설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마을 사람들이 능숙한 동작으로 움직였다.
“흙이 부족해.”
“나무도 가지고 와.”
“줄 좀 잘 잡아. 벽이 비뚤어졌잖아.”
난 이 공방들을 책임지고 짓고 있는 ‘게으른 비버’를 불러 다시 한 번 설명했다.
“······공방은 가마터와 가까이. 사람들이 편하게 움직일 수 있게 열린 공간으로.”
“네. 추장!”
‘게으른 비버’가 내 말을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대답했다.
장인 잠재력이 높아서일까?
잠이 많긴 하지만, ‘게으른 비버’는 건축 쪽에 이해도가 높았다.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많이 피곤해 보이는 ‘게으른 비버’를 칭찬을 해줬다.
“잘하고 있어.”
* * *
다음날.
오전 일과를 끝내고 몸을 깨끗이 씻은 부족 사람들이 마을 회관 앞에 모여 있었다.
곰보 자국이 있는 ‘바람과 구름’이 곰 가면을 쓴 채 서 있었다.
마을 회관에서 하의만 입고 내가 나오자 부족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케케 타누 투윗 신과 정령들이 우리를 보호하시네! 신과 정령들의 선택을 받은 추장이 우리를 이끄네!”
“······.”
나는 가만히 서 있었다.
그때, ‘바람과 구름’이 다가와 내 주위를 돌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착! 착! 착! 착! 착!
잠시 후, 길고 길었던 의식이 끝나자 난 모두가 인정하는 추장이 됐다.
푸짐하지 않지만, 음식들이 나왔다.
마을 사람들과 음식을 나눠 먹으며 여기저기서 축하의 인사를 건네받았다.
“정식으로 우리의 추장이 됐네. 축하하네.”
“축하한다! 추장!”
“우리를 잘 이끌어주게.”
“헤헤! 간··장님이 추··장님이 됐다!”
나는 사람들에게 짧고 굵게 추장이 된 소감을 말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 * *
콰네투켓 강(코네티컷 강) 서부.
풍요로운 갯벌과 우거진 숲에서 피쿼트 부족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모여 살고 있었다.
마을치고는 꽤 컸다.
대략 이백여 명.
다른 부족의 노예까지 더하면 삼백 명이 넘어간다.
울타리 입구 쪽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피쿼트 전사들이 크게 소리쳤다.
“우리와 같은 동족이다!”
“적이 아니다!”
먼 거리를 이동한 듯 노인과 여자, 어린아이들이 많이 지친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들을 대표해 늙은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마을에 젊은 남자들이 없어서 어머니 땅을 다시 찾아왔습니다.”
“잠시 기다려라!”
잠시 후, 커다란 대형 움막에 대추장인 ‘불타는 족제비’가 위엄이 깃든 눈빛으로 물었다.
“어떻게 된 상황이지?”
“용감한 뱀이 이끄는 마을이 해체된 것 같습니다.”
“용감한 뱀?”
‘불타는 족제비’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헤쿤네툭 강(허드슨 강) 주변에 자리를 잡은 게 용감한 뱀입니다.”
대전사의 설명에 ‘불타는 족제비’가 그제야 생각난 듯 순간 차갑게 눈을 빛냈다.
“아! 내 자리를 노리다가 쫓겨난 놈!”
“네. 대추장!”
“아주 오래된 얘기라 기억도 나지 않는군. 그래, 그놈이 어떻게 됐는데?”
“용감한 뱀이 전사들을 이끌고 무리하게 약탈을 시도하려다가 상대 부족에게 오히려 당한 것 같습니다. 다른 마을에서도 전사들을 지원해줬는데, 그들이 돌아오지 않아서 용감한 뱀에 대한 원성이 자자하다고 합니다.”
‘불타는 족제비’가 꼴 좋다는 듯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쯧쯧쯧! 그러게 정도껏 약탈해야지. 욕심이 많아도 큰일이야.”
“···어떻게 할까요?”
조심스럽게 대전사가 묻자 ‘불타는 족제비’가 뭘 그걸 물어보냐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
“뭘? 어떻게? 힘들게 어머니의 땅으로 왔는데, 당연히 동족인 우리 사람들을 받아들여야지.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복수할 생각은 없어. 그건 오로지 적의 능력을 간파하지 못한 용감한 뱀의 실수야. 괜히 복수한다고 전사들을 움직였다가 주위의 부족들한테 경각심만 심어줄 뿐이야.”
“알겠습니다. 대추장!”
“그나저나 용감한 뱀이 약탈하려고 했다가 당한 부족은 어디야?”
“레나페 부족입니다.”
레나페 부족이라는 말에 ‘불타는 족제비’가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레나페 부족은 순수한 사람들이라 약탈하긴 좋은 부족인데··· 의외군.”
“저 또한 조사하면서 의아하긴 했습니다.”
“레나페 부족에게 죽다니···용감한 뱀도 참 멍청하군. 그나저나 모히간 부족의 동태는 어때?”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우리 신성한 땅을 넘보고 있습니다.”
‘불타는 족제비’가 미간을 찌푸렸다.
“음! 결국, 부딪칠 수밖에 없는 건가?”
* * *
레나페 부족, ‘큰 새’ 마을
“적이다!”
“서스쿼해녹 부족이 쳐들어왔다.”
마을을 지키는 레나페 부족 전사 몇 명이 활을 쏘며 뒤로 물러났다.
슉! 슉! 슉! 슉!
새벽이라 갑작스러운 기습에 놀란 듯 레나페 부족 사람들이 움막에서 하나둘 뛰쳐나왔다.
하지만, 이미 도망치기에는 늦어버렸다.
마음먹고 쳐들어온 서스쿼해녹 부족 전사들이 마을로 들어오자 거침없이 무기를 휘둘렀다.
퍽! 퍼퍼퍽! 퍽!
으아악! 으악! 으아아악!
서스쿼해녹 부족의 대추장이 크게 소리쳤다.
“우리의 땅을 침범하는 적이다! 남자들은 다 죽여라!”
“네, 대추장!”
수적이 우세에서 밀리고 있는 레나페 부족의 전사들이 끊임없이 죽어나갔다.
잠시 후, ‘큰 새’ 마을에 어린아이들만 빼고 살아남은 남자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여기저기서 움막들이 불타고 있었다.
까만 연기가 하늘로 치솟으며 전사들을 이끌고 온 서스퀘해녹 대추장이 무릎을 꿇고 있는 여자들과 아이들에게 강하게 경고했다.
“가서 너희 대추장에게 전해라. 여기는 우리 땅이니 다시 이곳에 얼씬도 하지 말라고. 만약, 너희 부족 사람들이 이 땅에 보이면, 여자든 아이든 상관없이 죽이겠다.”
“······.”
“가라!”
* * *
레나페 부족, ‘아주 큰’ 마을.
내 호칭을 따라 마을 이름을 ‘아주 큰’이라고 정했다.
좀 더 멋있게 마을 이름을 짓고 싶었지만, 마을 여자들이 ‘아주 큰’을 강하게 주장했다.
‘하긴 모든 게 다 크긴 하지.’
피식!
‘달이 뜨다’와 마을의 여자들이 열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내 주위에 몰려있었다.
“망 바구니에 잿물. 여러 번 거친다.”
아궁이에서 남은 재를 모아 미지근한 물로 섞어 며칠간 그늘에 놔두었다가 잿물을 만든다.
“달이 뜨다! 네가 해 봐.”
“알았어.”
보는 것과 직접 해 보는 것은 다르다.
“자, 다들 한 번씩 해봐.”
“알았다. 추장!”
마을 여자들이 차례대로 잿물을 걸렀다.
그 사이 아궁이에서는 요리하다가 응고된 동물 기름을 모아 항아리에서 약한 불로 조금씩 녹이고 있었다.
어느새 농축된 잿물이 완성되자 마을 여자들이 보는 앞에서 항아리에 그 잿물을 조금씩 부으며 젓기 시작했다.
‘된다.’
잠시 후, 거무튀튀한 비누로 여자들이 손과 얼굴을 씻더니 다들 놀란 표정으로 소리쳤다.
“손이 깨끗해졌어.”
“맙소사! 얼굴이 조금 하얘졌어.”
“추장! 우리를 어떻게 한 거야?”
여자들이 경외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순간 메시지가 떴다.
[띠링!] [비누를 만들었습니다.]제작 스킬이 없었다면, 아마 비누를 만들 생각을 전혀 못 했을 것이다.
‘특산품으로 또 뭘 만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