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42)
042화
붉은색 점이라는 것은 적이라는 의미.
게다가 적이 넓게 포진한 채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설사 지금 자리를 옮긴다고 해도 이미 늦어 버렸다.
어쨌거나 전투를 피할 수 없는 상황.
난 사람들이 오해하지 않게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았다.
“전방에 느낌이 싸합니다.”
“······음!”
역시나 내 의견을 ‘숲의 사냥꾼’이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때마침, ‘발 빠른 사슴’이 다가와 도움 아닌 도움을 줬다.
“추장! 왜? 전방에 늑대나 곰이 있는 거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동물은 아닌 것 같아.”
“그럼, 사람이네. 혹시 피쿼트 놈들!”
그 말에 주위로 몰려든 레나페 부족의 추장과 전사들이 순간 긴장했다.
이 땅은 피쿼트 부족과 모히간 부족의 영역.
“숲의 사냥꾼! 그냥 지나치기에는 나도 찝찝하군.”
“그래. 일단, 전사들을 전방을 보내 확인해 보는 게 좋을 것 같군.”
다른 추장의 의견에 ‘숲의 사냥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는 게 좋겠군. 다들 몸을 숨길 곳을 찾아 방어 진형을 구축해.”
“알겠네.”
“그렇게 하지.”
‘숲의 사냥꾼‘은 나를 포함해 정찰병으로 보낼 전사들을 차례대로 호명했다.
발 빠른 사슴, 용맹한 독수리···
총 여섯 명.
‘숲의 사냥꾼’이 나를 보면서 말했다.
“만약 적이라고 판단할 땐 새소리로 신호를 보내.”
“네.”
짧게 대답한 뒤 난 주위에 자리 잡은 전사들의 진형을 체크했다.
‘나쁘지 않군.’
이동하면서 방어 진형과 공격 진형을 틈틈이 연습했다.
물론, 내가 조언하고 ‘숲의 사냥꾼’이 앞으로 나서며 적극적으로 전사들을 훈련했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전투 준비가 끝나자, 나는 지체 없이 전사들을 이끌고 전방으로 뛰어갔다.
‘적을 관찰할 수 있는 적당한 장소가 필요해.’
맵 창과 지도 창을 빠르게 훑어보며 주위를 둘러봤다.
어느새 푸른색 점과 붉은색 점들이 반경 오십 미터로 들어왔다.
다행히 저들은 우리가 있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쉽게도 계속 우리가 있는 쪽으로 계속 다가오고 있었다.
마침, 적당한 장소들이 보였다.
이인 일조로 한팀을 만들어 지시를 내렸다.
발 빠른 사슴 팀, 용맹한 독수리 팀, 그리고 나.
정찰하면서 몇 가지 주의사항을 줬다.
내 신호가 떨어질 때까지 공격하지 말 것.
혹시나 전투가 벌어지면 우리는 적의 후방을 노릴 것.
“발 빠른 사슴! 저 나무에서. 감시해.”
“알았어. 추장!”
‘발 빠른 사슴’은 내 지시에 전혀 의심도 하지 않고, 전사 한 명을 데리고 뛰어갔다.
“용맹한 독수리! 오른쪽 나무로.”
“···알겠습니다. 추장!”
의심이 조금 깃든 표정으로 ‘용맹한 독수리’가 잠깐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피식!
‘내 말을 못 믿나 보네.’
충분히 이해한다.
난 고개를 돌려 남아있는 전사에게 말했다.
“우리는 이 나무로.”
“네, 추장!”
우리 둘은 능숙한 몸놀림으로 나무 위로 올라갔다.
각자 나뭇가지 위에 자리를 잡고 몸을 숨긴 채 전방을 주시했다.
고개를 돌려 다른 팀을 확인했다.
다른 팀도 아무 문제 없이 자리를 잡았다.
‘발 빠른 사슴’과 ‘용맹한 독수리’ 팀이 내 시선과 마주치자 정찰할 준비가 끝났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상태로 잠시 기다렸다.
그때, 맵 창에 표시되었던 푸른색 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뭔가에 쫓기는 듯 헐레벌떡 이쪽을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난 재빨리 다른 조한테 손짓으로 더 지켜보자고 신호를 보냈다.
‘발 빠른 사슴’과 ‘용맹한 독수리’가 알았다고 신호를 보내왔다.
그 순간, 전방에 여기저기서 화살이 날아오고 있었다.
슉! 슉! 슉! 슉! 슉! 슉!
붉은색 적들에게 쫓기는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거나 몸을 웅크리며 그 화살들을 피했다. 그리고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와쿠아! 마라키!”
“아라카!
그들을 이끄는 리더가 가족들을 향해 다급히 소리치는 게 들려왔다.
마침, 나와 함께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전사가 귓속말을 하듯 조용히 말했다.
“떠돌이 부족입니다.”
‘떠돌이 부족이라···’
그들 부족을 들어보긴 했지만, 직접 두 눈으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 사이, 그들을 쫓고 있는 붉은색 점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와카! 사카라나!”
아다다다다다다다!
내 옆에 있는 전사가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
“피쿼트 부족입니다.”
“그래. 피쿼트 부족이군.”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적의 신원을 확인한 나는 전사에게 눈짓을 보냈다.
전사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술 모아 알 수 없는 새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짹! 짹째째짹! 짹짹짹!
새소리가 워낙 비슷해서 떠돌이 부족이나 피쿼트 부족이 우리가 보낸 신호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떠돌이 부족이 우리가 숨어있는 나무를 지나쳤다.
* * *
짹! 짹째째짹! 짹짹짹!
전방으로 보냈던 전사들이 새소리를 내자 ‘숲의 사냥꾼’과 다른 추장들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떠돌이 부족과 피쿼트 부족?’
그 신호만으로도 어떤 상황인지 예상이 됐다.
‘숲의 사냥꾼’과 추장들이 은밀히 신호를 주고받으며 전사들에게 전투 준비를 알렸다.
전사들이 각자 무기를 들고 공격할 준비를 했다.
“기습할 것이다.”
“적이 방심할 때를 노릴 테니 단단히 각오하고 준비하라.”
“피쿼트 놈들이 고작 스무 명 정도다.”
“적이 우리가 있는 걸 모르고 있다.”
“우리가 이긴다.”
추장들이 긴장하는 전사들을 다독였다.
* * *
슉! 슉! 슉! 슉!
슈우욱! 슈욱!
활을 쏘고 창을 던지던 피쿼트 놈들이 지나갔다.
높이가 꽤 있는데도 가벼운 몸놀림으로 나무 위에서 뛰어내렸다.
착!
“······.”
이어서 나와 한팀인 전사가 내 몸놀림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무에서 내려왔다.
때마침, 다른 팀들도 나무에서 내려와 내가 있는 곳으로 뛰어왔다.
‘발 빠른 사슴’이 어깨를 활짝 펴며 다른 전사들이 들으라는 듯 으스대며 말했다.
“역시 우리 추장이야. 우리 추장 얘기만 잘 들어도 불구덩이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니까. 하하하!”
“······.”
전과 다르게 확실히 전사들이 나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심지어 의문과 의심으로 가득했던 ‘용맹한 독수리’도.
난 그 자리에서 냉정한 눈빛으로 차분하게 지시를 내렸다.
“지금부터. 적의 후방을 노려. 혼란을 부추긴다.”
전사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활을 꽉 쥐었다.
“간다.”
“네. 추장!”
지도 창과 맵 창을 켠 채로 내가 먼저 좌측으로 움직이자 전사들이 군말 없이 신속하게 뒤따라왔다.
* * *
무리와 따로 떨어진 피쿼트 전사가 세 명.
떠돌이 부족이 아니더라도 그들과 만났다면 분명 전투가 벌어졌을 것이다.
난 거침없이 활줄에 걸친 화살을 날렸다.
슉!
그게 공격의 시작이었다.
미리 활을 쏠 준비를 하고 있던 ‘발 빠른 사슴’과 전사들이 연달아 화살을 날렸다.
슉! 슉! 슉! 슉! 슉! 슉!
무방비 상태에서 화살을 맞은 피쿼트 전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다른 놈들이. 오기 전에 빠르게 해치운다.”
“네, 추장!”
어느새 곤봉을 들고 있는 ‘용맹한 독수리’와 전사 한 명이 땅에 쓰러진 채 아직 숨이 붙어 있는 피쿼트 전사들을 강하게 내리쳤다.
퍽! 퍼퍼퍽! 퍽!
으악! 으아악! 으으악!
그사이, 나와 나머지 전사들은 주변을 경계했다.
씨익!
‘오는군.’
비명을 듣고, 피쿼트 전사 다섯 명이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사냥감이 미끼를 물었다. 저쪽으로.”
“네, 추장!”
나무로 뒤덮인 숲은 맵 창이 있는 나에겐 최고의 전장이었다.
나를 따라 바위 뒤에 숨어 있는 전사들은 일제히 전방을 주시했다.
뭔가 잘못됐다는 듯 피쿼트 전사 다섯 명이 처참하게 죽은 동족들 앞에서 긴장한 눈빛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 순간, 그들을 향해 화살이 날아왔다.
슉! 슉! 슉! 슉! 슉! 슉!
목, 가슴, 가슴, 어깨, 팔.
으악! 으아아악!
난 창을 들고 ‘용맹한 독수리’와 전사 한 명을 데리고 거침없이 앞으로 뛰어나갔다.
“발 빠른 사슴! 지원 사격!”
“알았어. 추장!”
궁술에 실력 있는 전사 두 명을 ‘발 빠른 사슴’에게 붙여줬다.
‘발 빠른 사슴’이 신이 난 듯 남아있는 전사들을 데리고 이동하면서 지원 사격을 시작했다.
슉! 슉! 슉! 슉! 슉!
푹! 푸우욱! 푸욱!
피쿼트 전사 두 명이 화살을 맞고 비명과 함께 바닥으로 픽픽 쓰러졌다.
퍽! 퍼퍼퍽! 퍽! 퍼퍽!
‘용맹한 독수리’와 전사가 바닥에 쓰러진 피쿼트 전사들을 곤봉으로 무자비하게 내리쳤다.
난 겁에 질려 도망치는 피쿼트 전사를 향해 창을 힘껏 던졌다.
슈우우욱!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리며 맹렬하게 날아가는 창이 피쿼트 전사의 등에 그대로 박혔다.
아니, 등에 박힌 창이 가슴으로 뚫고 나왔다.
으악!
즉사.
어느새 내 주위로 모여든 전사들을 보며 말했다.
“전투가 시작됐다. 우리도 합류한다.”
“알겠습니다. 추장!
난 전사들을 데리고 전투가 벌어진 곳으로 뛰어갔다.
* * *
슉! 슉! 슉! 슉! 슉! 슉!
슈우욱! 슈욱! 슈우욱!
‘숲의 사냥꾼’이 포위된 피쿼트 전사들을 보며 거침없이 공격 명령을 내렸다.
“활을 쏴라!”
“창을 던지라!”
레나페 부족 전사들이 매복된 줄 모르고 떠돌이 부족을 추격하던 피쿼트 전사들이 화살과 창을 맞고 쓰러졌다.
으아악! 으악! 으아악! 으악!
매복 공격은 성공적이었다.
게다가 어느새 대전사인 ‘아주 큰 이천일’과 전사들이 후방에서 피쿼트 전사들을 기습했다.
퍽! 퍼퍼퍽! 퍽! 푸욱!
* * *
전투는 끝이 났다.
대승이었다.
레나페 전사 중에 그 누구도 다치거나 죽은 사람은 없었다.
다들 잔뜩 상기된 채 나를 쳐다봤다.
“정말 대단하군.”
“아주 큰 이천일! 자네가 아니었다면 정말 큰 일 날 뻔했어.”
“어떻게 알았는가?”
추장들이 고마움과 함께 나를 칭찬하며 치켜세웠다.
“그냥 감입니다.”
“주술사도 아니고, 그냥 감으로 알 수 있다니. 그게 더 대단하군”
‘발 빠른 사슴’과 ‘우직한 곰’이 마치 자신이 칭찬을 받는 것처럼 어깨를 으쓱했다.
“헤헤! 우리 추···장이 최··고다! 싸··움도 잘하고, 사··람들도 잘 이끈다.”
“사실이긴 하지. 암만 봐도 우리 추장은 대추장 감이야. 안 그래? 우직한 곰!”
“헤헤! 맞다. 우··리 추장은 대··추장이다.”
모두가 들으라는 듯 크게 말하는 그들의 행동에 조금 민망했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숲의 사냥꾼’도 사위가 칭찬을 받자 기분이 좋은 듯 입꼬리가 살짝 위로 올라갔다.
“전장을 정리하고, 피쿼트 놈들에게 괜찮은 물건이 있는지 뒤져보는 게 좋을 것 같군.”
“알겠네.”
“그렇게 하지.”
추장 몇 명이 전사들을 데리고 흩어졌다.
때마침, 피쿼트 전사들한테 쫓긴 떠돌이 부족이 다가왔다.
가족 단위로 갓난애기부터 노인까지.
그들을 이끄는 남자가 앞으로 나와 몹시 초췌한 모습으로 감사를 표시했다.
“마또 와카마!”
“······.”
일행 중에 떠돌이 부족 언어를 아는 전사가 ‘숲의 사냥꾼’에게 말했다.
“퀴리 피 부족입니다.”
“퀴리 피?”
“네.”
“감사하다고 말하는 거야?”
“네. 우리를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숲의 사냥꾼’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 남자의 감사를 받아들였다.
“감사는 이제 됐으니, 이제 갈 길 가라고 해.”
“네, 추장!”
전사가 ‘숲의 사냥꾼’의 말을 그대로 통역하자 퀴리 피 떠돌이 부족 남자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용기를 내어 말했다.
“사라까라! 마쿠! 까악!”
“뭐래?”
“갈 데도 없는 자신들을 거둬달라고 합니다.”
“······.”
순간 ‘숲의 사냥꾼’과 추장들이 일제히 표정이 굳어지더니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들을 혹처럼 데리고 다니다가 괜히 귀찮은 일에 휩싸일 수 있었다.
그리고 신원도 불분명하고.
“불가. 쫓아내기 전에 좋은 말로 할 때 가라고 해.”
“알겠습니다. 추장!”
전사가 퀴리 피 부족의 언어로 통역하는 순간 내가 재빨리 손을 들어 제지했다.
“잠깐!”
“······.”
‘숲의 사냥꾼’과 추장들이 의문이 깃든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제가 저들을 거둬들여도 괜찮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