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er on the Frontier RAW novel - Chapter 170
171. Hate to Hate (9) >
***
지구인들은 차원 도약 터미널 테러를 올해 이미 두 번이나 경험한 바 있다. 역사상 매우 희귀한 사건이 몹시 짧은 텀으로 반복된 것이다. 사실 그곳은 테러리스트들에게 그다지 매력적인 타깃이 아니다. 로우 리턴, 하이 리스크인 데다가 정작 기능을 마비시킬 정도의 피해를 입히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그걸 증명하듯 앞선 시도에서도 가장 중요한 유도탑(誘導塔)은 티끌도 건드리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걸 관제탑과 혼동하곤 하는데, 전자와 달리 유도탑은 무인 시설이며 공항의 계기 착륙 장치(ILS)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여객 시설이나 여타 항행 시설과는 멀찍이 떨어진 구석에서 작동하는 10층 빌딩 높이의 초거대 마도구. 터미널을 상징하는 랜드마크이자 도약선을 끌어당기고 내보내는 핵심 기능을 하는 그 아티팩트는 위원회가 직접 설치한 가장 튼튼한 결계에 의해 보호된다. 어느 정도냐면, 홍콩에서 레오가 산더미 같은 벼락을 쏟아냈을 때도 유도탑만큼은 전혀 손상이 없었다.
여기까지 고려하면 애초에 실리를 챙기기 힘들다, 터미널 테러라는 것은.
그런데 그 세 번째가 터지고 말았다.
다만 이번에도 성공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앞선 두 곳 대비 뉴욕 터미널의 함락 난이도는 훨씬 높았다. 난공불락의 결계도 결계거니와, 지구 전역의 수형자들을 집합시켜 놓기까지 했으니까.
그런데 정작 그 수형자들이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밀릴 것이라고는 위원회는 물론 그들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쾅! 쾅쾅!
“젠장! 대체 어디 있는 거야?!”
무장한 트롤이 욕설을 뱉었다. 윌리엄의 부임 첫날 직접 안내를 해 줬던 바로 그였다. 그때는 냉소가 가득했던 얼굴이 지금은 낭패와 좌절, 공포로 얼룩져 있었다. 수형자가 되고 산전수전은 다 겪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발원지를 측정할 수 없는 마법 폭격이라니.
귀신의 장난에 희롱당하는 느낌이었다.
콰르르르!
공격은 항상 예상할 수 없는 타이밍에 엉뚱한 곳에서 쏟아져 내렸다. 마력이 엉키고 집중된다 싶으면 갑자기 허공의 문이 열리듯 무언가 발산된다.
방금 것은 화염 폭풍이었다. 경계 초소를 완전히 집어삼킨 폭발은 지면을 기괴한 형태로 녹여 버렸다. 폭발 직전 간신히 탈출한 수형자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빼는 중이었다. 허겁지겁 날거나 달려 도망가는 그들 꽁무니 직전까지 오렌지색 불꽃이 거칠게 혀를 날름거린다.
굉음, 폭발. 비슷한 일이 몇 번이나 반복되고, 그때마다 멀리 있는 트롤조차 털을 그을리는 열기를 느꼈다. 땅을 통해 전달되는 충격. 잘게 박살 난 콘트리트 조각 따위가 총알처럼 사방을 때린다. 개중 그의 뺨을 스치고 지나간 파편도 있었지만 트롤은 꼼짝하지 않았다. 뺨에 생긴 붉은 선은 피부가 재생되며 금세 사라졌다. 지금 그는 거기에 신경을 쓰지 못할 정도로 분노한 상태였다. 거칠게, 통신기에 대고 소리쳤다.
“어이, 지휘부! 그쪽에서 뭔가 방법을 찾아야 할 거 아니야. 이러다가 다 당하면 어쩌려고?!”
지휘실의 데미안이라고 해서 묘수가 있을 리 없었다. 그는 통신기를 향해 어떻게든 버텨 보라고 대꾸하는 데에 그쳤다. 그러자 상대는 각종 욕설을 쏟아냈는데 그것도 몇 초뿐이었다.
콰쾅! 거센 폭음과 함께 통신이 끊겼다. 트롤은 이제 응답하지 않는다.
데미안은 머릿속의 피가 식는 기분을 느꼈다. 상황판을 노려보았다. 거기서 답이 튀어나오기라도 할 듯이.
‘이상해. 말이 안 돼.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이상해.’
아시프-666이 이 정도 화력을 보유한 것도 예상 밖이지만.
더 의외인 것은 그가 공습을 쏟아붓는 방법이었다.
콰아아아!
그림자는 해일처럼 대지를 가로지른다.
“젠장, 또 온다. 도망쳐!”
“미치겠군!”
어둠은 거칠게 범람했고, 한번 삼킨 것을 다시 뱉어 낼 줄을 몰랐다. 그걸 목격한 이들은 검은 경계에 절대 접근하지 않으려고 했고, 가까이 온다 싶으면 거리를 다시 벌리기에 바빴다.
그렇다면 삼켜진 자들은?
특수 능력을 지닌 수형자들이 이따금 보고했다. 저 안에 아직 숨이 붙어 있는 녀석들이 느껴진다고. 그들이 간신히 살아남은 소수의 생존자일지, 아니면 다수의 생존자 중 눈에 띈 일부인지, 아니면 시한부 생존자일지는 판명할 길이 없었다.
그렇게 마법 폭격과 그림자 괴물의 습격을 피해 도망치던 수형자들은 또 하나의 복병과 마주해야 했다.
“쿠, 쿨럭! 끄릅··· 우웨에엑!”
“저주다! 그 새끼 짓이야!”
한 오크 수형자의 가슴이 부풀어 오르더니 곧 구역질을 시작했다.
그가 토해 내는 것은 거머리와 비슷하게 생긴, 점액이 번들거리는 작은 생물이었다. 그는 끝도 없이 계속 게워 냈다. 오늘 점심 식사로 편형동물을 한 바가지 퍼먹은 기억은 없으니 체내 유입 경로는 뻔했다.
마법이다.
그 밖에도 미친 듯이 피부를 긁어 대는 수형자, 몸의 모든 구멍에서 적갈색 점액을 흘리며 쓰러지는 수형자, 이빨과 머리, 손톱이 전부 빠지고 급성 근무력증에 시달리는 수형자, 히죽거리면서 자기 손가락을 씹어 먹는 수형자들이 속출했다.
그들의 공통점은 분명했다.
“저 연기에 닿지 않게 물러나! 접촉하는 순간 저주를 유발하는 것 같다!”
어느 순간 주변을 둘러싼 연기는 기묘한 빛을 품고 있었다. 극독을 가진 동물들의 화려한 경계색을 연상시키는 색채. 그것을 애써 피하며, 수형자들은 몸을 날렸다. 저주에 당한 동료들을 수습하며 후퇴한다.
데미안은 이를 악물었다. 이쯤 되면 인정해야 했다. 아시프-666은 이 정도 병력으로 대항할 수 없는 괴물이었다. 그가 여기를 타깃으로 한 순간 방어선 붕괴는 예정되어 있었다.
위원회가 오판을 했다.
그런데,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하나 있었다.
‘왜 죽이지 않는 거지?’
화면을 응시하던 데미안의 눈에 한 명의 수형자가 들어왔다. 엘프 한 명이 막 물어뜯은 자기 자신의 손가락뼈를 이쑤시개처럼 입술 사이에 물고 춤추고 있다. 자기섭식성 정신 착란.
저런 저주도 성공시켰다면 아예 목숨을 앗아가는 것도 쉬울 터. 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즉사하는 수형자가 말이다.
‘어차피 탈옥범이 되었으니 이판사판이잖아. 더 이상 재물 손괴 따위를 걱정할 처지가 아닐 텐데.’
더군다나 아시프-666의 행보는 섬멸전보다 포위전에 가까웠다.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한 명의 수형자가 수백의 수형자를 포위하여 몰아넣다니. 폭격과, 그림자와, 괴이한 연기를 피하다 보니 절로 한군데로 모이게 된 것이다.
관제탑 주변으로.
데미안은 지도를 본다. 처음 그들이 생각한 작전은 터미널 중심의 관제탑에 병력을 집중하여 절대 사수하는 것이었다. 아시프-666이 결국 거길 노릴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해피 버그 따위의 수단을 써서 오퍼레이션 인원들을 무력화시킨 다음 외계로 도주하리라.
하지만 정작 아시프-666은 그 수단이 될 탈것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데미안은 무너져 내린 정비창과 그 아래에 깔린 배를 보았다. 그리고 다른 곳을 지키던 수형자들까지 몰이 사냥에 당하여 관제탑 근처로 몰려드는 장면을 응시했다.
‘놈 입장에서는 관제탑 주변의 수형자들을 유인해서 빼내거나 각개격파하여 수를 줄이는 데에 집중해야 할 판인데··· 오히려 그쪽으로 몰아넣고 있어!’
이러다간 터미널 안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이 관제탑 쪽으로 몰릴 판이다.
‘설마 한꺼번에 일망타진할 셈인가?’
그렇다면 왜 하필 관제 센터 쪽으로 모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곳의 필수 인력까지 죽일 수는 없을 테니까.
데미안은 극도의 혼란을 느꼈다.
‘무슨 꿍꿍이냐?!’
그는 시선을 돌려, 공간이 일그러지고 스파크가 연신 튀는 인바운드 슬롯을 보았다.
이 난리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을 위원회의 병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점차 이 차원을 향해 가까이 오고 있었다.
***
젠킨슨은 감회가 새롭다는 듯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수십의 고룡이 모여 함께 주문을 만들고 있다. 옛날 전쟁 이후로 이런 장면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얼마 전 홍콩에서 열린 임시 용족 회의의 성과다.
거기에는 모든 드래곤이 모이는 대신 고룡들만 소집했다. 그만큼 민감한 안건이었고 비밀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의견은 끝까지 갈렸지만 아슬아슬한 표차로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
아직 위원회와 전면전을 벌이기는 이르다. 그런 상황에서 자기가 앞장서서 날뛰겠다고 제안하는 수형자, 아시프-666의 제안은 몇몇 고룡들에게 매력적으로 들렸다. 그럴싸한 증거도 준비해 왔고 말이다.
그 결과 용들은 오늘 이 자리에 모였다. 지구에 이미 뿌리내렸거나 새로이 지구로 파병되려고 하는 위원회의 전력을 착실하게 깎아 먹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혐의는 모두 아시프-666이 가져갈 것이다. 일종의 액받이였다. 같은 목적을 위해 움직이되 죄는 모두 수형자가, 이미 죄인으로 낙인찍힌 자가 짊어지는 것이다. 젠킨슨은 깊은 염려를 느꼈지만, 민준은 이렇게 해야 성공할 수 있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한편 다른 드래곤들은 당연히 민준을 걱정한다기보다 이 계획이 실패했을 때 자신들에게 끼칠 화를 염려했다. 그렇기에 그들도 나름 필사적이었다. 혐의는 피한 채 실리만 취한다는, 드래곤 입장에서 완벽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꽤나 큰 노력이 필요했다.
“저 그림자··· 정말 지치지도 않고 제멋대로 날뛰는군! 어이, 또 엉뚱한 곳으로 튀겠어. 셀테메리안! 거기 제대로 막게! 그림자가 내 독무(毒霧)에 접촉하려고 하잖나!!”
“나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 잠깐 기다려. 그쪽에서 빠져나오도록 방향을 틀 테니.”
터미널의 수형자들은 지금 착각을 하고 있다. 아시프-666이 공항 근처에 숨어서 그림자 괴물을 조종하는 중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현재 그 일은 민준 대신 고룡들이 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부린다는 표현도 적합하지 않았다. ‘어디로 가라’고 지시하는 대신, ‘어디로는 가지 못하게’ 길을 막는 것이 그들이 괴물에게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의 전부였다.
아시프-666이 괴물을 소환한 것은 맞았다. 하지만 터미널에 풀어놓은 다음 단계부터는 고룡 한 명이 그것 주변에 투명한 벽을 치고 인력(引力)을 발동시켰다. 그리고 의도한 방향으로 괴물을 유도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것은 흥분과 광기에 물든 황소를 모는 것처럼 힘든 일이었다.
저주로 오인하도록 설계된 독무, 마법 공습, 결계를 찢는 공격 역시 모두 고룡들 작품이었다.
지금 이 순간 아시프-666은 뉴욕 터미널에 없다. 그렇게 보이도록 연출을 했을 뿐이다.
젠킨슨은 시선을 돌렸다.
“다 되어 가는군.”
그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또 다른 고룡들이 모여서 애를 쓰고 있었다. 그들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한 주문에만 집중하여 외우는 중이다. 터미널 곳곳을 유린하는 폭격에는 일절 간섭하지 않은 채 단 하나의 스펠을.
파아앗!
그리고, 그것이 드디어 완성되었다.
***
민준은 과거를 떠올린다.
사람을 꼭 빼닮은 실험체들을 학살하던 촉수 생명체.
이미 개입하기로 결심한 이상, 저들의 행동을 어떻게 멈출 수 있을지 고민했다.
-실험체들에게 촉수를 물리칠 힘을 줄까?
실현 가능성이 낮은 동시에 너무도 힘든 일이었다.
-아니면, 저 촉수들을 내가 직접 쫓아내?
하지만 쫓아낸 다음은?
별의 바다를 헤엄칠 능력을 지닌 자들을 영원히 감시하는 건 너무도 귀찮은 일이다.
그는 결론을 냈다.
촉수가 실험체들을 안 죽일 이유를 줘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차라리 식량 때문에 공격한 거라면 일이 쉬워지겠지만, 지금 촉수들은 오로지 저 실험체가 징그럽기 때문에 반응하고 있다. 벌레를 때려잡듯, 생리적인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만으로 죽이고 있었다.
어떤 집단이 다른 집단에 품은 혐오를 강제로 거두게 만들 방도가 있는가?
그는 고개를 저었다. 자연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비자연적인 방법 역시 불가. 저 촉수에게 걸맞은 사료를 배합하는 과정에서 행성은 죽음의 별로 변할 테니.
또한 애초에 실리적인 판단에서 싹튼 혐오가 아니기에 논리적인 방법과 설득으로는 제거할 수 없었다. 저들에겐 공존을 위한 일말의 연민이나 공감도 없다. 정반대를 향하는 거부감만 보인다.
-혐오를 멈추게 할 수는 없어.
그렇다고 감정을 느끼지 말라고 명령할 수는 없었다.
대신에 가능한 일은 있다.
-두 집단을 분리시켜야 해.
서로가 서로를 볼 수 없도록.
혐오하는 자와 혐오당하는 자가 서로 영원토록 마주할 수 없도록.
하지만 실험체들이 그 행성을 떠나도록 할 수는 없었다. 떠나는 것은 침략종이어야 했다.
그렇다면, 촉수를 자발적으로 떠나게 만들 방법은 무엇인가? 굳이 그가 저 행성까지 가서 교통 정리를 하는 것은 지나친 낭비···.
-아니, 꼭 강림해야 하는가?
강림한 것처럼 보이면 그만이었다.
-그렇군. 그게 좋겠어.
그는 촉수들을 설득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들 앞에 선 자신은, 저 종족이 느끼기에 귀를 기울이고 설득당해야 할 것 같은 모습을 띠고 있어야 할 터다.
***
“상황이 녹록지 않은 모양입니다, 대표님.”
“나도 보고 있어요.”
부하 도테스의 말에, 델은 화면을 응시하며 답했다.
그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범차원 지성체재배치위원회의 지구 대표소에 있었다. 70여 년 전 위원회의 수반들이 대표소의 소재지를 정한 기준은 간단했다. 1945년, 그 외계인들은 유엔의 공식 설립일에 그 단체를 통하여 지구인들에게 접촉한 바 있다. 지구인 과반수의 의지를 대표할 수 있는 기구가 만들어지길 기다렸다가 컨택한 것이다.
그리고 당시 유엔 본부는 뉴욕에 위치해 있었다. 위원회의 대표소 역시 그 도시에 설치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다시 말해 엔델리온의 공주는 지금 뉴욕에 있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녀가 있는 곳으로 이어지는 입구가, 뉴욕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아시프-666이 나타난 것 같은데, 정작 잡지는 못하고 있군요.”
촉수의 깊은 눈빛이 화면을 응시한다. 폭발이 이어지고, 바람에 휩쓸린 개미처럼 수형자들이 사방에 날아다니는 모습이 보인다.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린다.
‘정말 그 방법으로 도망갈 생각이야? 긴급 도약 코드를 안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저렇게 대대적으로 난리를 치고, 시선을 끌어서 좋을 게 없을 텐데?’
그렇게 의문을 품은 찰나.
콰콰쾅!
부하, 도테스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화면 너머로 전해지던 폭발음과는 구분되는 너무도 선명한 굉음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상관인 저 촉수가 갑자기 음량을 높인 것인가?
그런 부하와 달리 촉수 생물은 소리의 발원지를 의심하지 않았다. 화면 속 소리와 근처에서 나는 소리를 착각하기에는, 그녀의 육신의 성능이 너무도 뛰어났다.
그녀의 감각이 정확했다는 것을 증명하듯, 인공적인 음성이 건물 전체에 울려 퍼졌다.
-경고! 경고! 침입자 발생! 침입자 발···!
“뭐, 뭐라고?!”
도테스가 혼비백산하여 비명을 질렀다.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린다.
대체 누가 이곳에 쳐들어온단 말인가?
지구 대표소는 한동안 비어 있었기에 과격 집단의 타격도 된 적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긴 공백을 뚫고 새로운 대표가 취임하고 나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었다. 오늘 이곳을 지키던 수형자들까지 요청에 따라 터미널로 지원 보낸 것도 타당한 선택으로 여겨질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대대적으로 공간을 뒤틀어서 만들어 낸 이 아공간 속에 상주하는 종족은···.
엔델리온이니까.
반경 6km의 촉수 괴물이 버티고 있는 ‘굴’에 감히 누가!
쾅!
“헉!”
화르륵!
훨씬 가까워지고 날카로워진 굉음이 울려 퍼진 순간, 도테스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사방을 자욱하게 덮는 짙은 어둠이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생각이 끊겼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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