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awaited RAW novel - Chapter 841
841
“큭!”
“으윽.”
양옆에서 신음이 터져 나오며 가슴에 충격과 함께 극심한 통증을 느낀 혁권은 그 자리에서 몸을 숙이면서 권총을 쐈다.
시커먼 인영을 하나 쓰러뜨렸지만 이내 탄환이 걸렸는지 탁탁 소리만 날 뿐 방아쇠를 당겨도 권총이 발사되지 않았다.
그러자 혁권은 머뭇거리지 않고 본능적으로 쥐고 있던 권총을 던져 버리고는 품에서 시퍼렇게 날이 선 군용 대검을 뽑아 들었다.
“죽어!”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면서 몸을 날린 혁권은 눈을 크게 뜨곤 총구를 들이미는 츠토무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우당탕! 타탕!
위로 들린 권총에서 발사된 탄환은 애꿎은 천장에 틀어 박혔고 두 사람은 서로 뒤엉킨 채 바닥에 넘어졌다.
“크으.”
혁권은 이빨 사이로 신음을 흘리면서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는 츠토무의 목을 노리고 역수로 쥔 군용대검을 옆으로 길게 그었다.
일격에 치명상을 가할 수 있는 공격이었지만 상대 역시 만만치가 않았다.
상체를 살짝 뒤로 젖혀 아슬아슬하게 대검 칼날을 피하고는 권총 총구를 혁권한테 들이밀었다.
상대가 방아쇠를 당기려는 찰나 다른 쪽 팔을 뻗어 권총을 움켜잡고는 힘을 줘서 옆으로 비틀어 버렸다.
타앙!
이번에도 발사된 탄환은 그를 맞추지 못하고 불꽃을 튀며 바닥만 때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혁권은 몸 안으로 파고들면서 대검으로 상대의 옆구리와 어깨를 사정없이 찔렀다.
“커흑!”
고통에 권총을 손에서 놓친 츠토무는 상의를 온통 시뻘건 피로 물들인 채 욕설을 내뱉으며 무릎을 들어 그의 허리를 가격했다.
퍽!
숨이 턱하고 막혔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팔꿈치로 츠토무의 얼굴을 힘껏 내리찍어 버렸다.
뻐걱.
뼈가 부서지는 섬뜩한 소리가 들리면서 츠토무의 얼굴이 피투성이가 됐다.
“으아아악!”
츠토무가 균형을 잃고 딱딱한 바닥에 넘어지자 그는 무릎으로 상대의 배를 찍어 누른 채 가슴 부위에 날카롭게 벼린 대검 칼끝을 들이댔다.
“이익.”
잇새에서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며 대검을 쥔 손을 붙잡은 츠토무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혁권을 노려보았다.
위에서 누르는 힘에 한껏 반항하곤 있지만 칼끝이 조금씩 가슴팍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팽팽한 힘겨루기가 계속 되는 와중에 혁권이 상대를 내려다보면서 내뱉었다.
“날 건드린 대가야.”
“아, 안 돼. 끄으윽.”
어떻게든 대검을 피하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다 소용없는 일이었다.
자신을 밀쳐내려는 걸 악착같이 버티면서 혁권은 대검을 쥔 손에 더욱 힘을 가했다.
그러자 날카로운 칼끝이 상대의 가슴을 파고들면서 시뻘건 피가 울컥 뿜어져 나왔고 마구 괴성을 지르던 츠토무의 몸에서 힘이 서서히 빠졌다.
울컥 피를 토해 내며 그를 노려보던 츠토무는 이내 머리를 한쪽으로 툭 떨어뜨리면서 숨이 끊어졌다.
타타탕!
거칠게 숨을 내쉬던 혁권이 크게 울리는 총성에 얼른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뒤집어진 탁자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마에다가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널브러지는 것이 보였다.
언제 올라왔는지 백성균이 권총을 손에 들고 서 있는 걸 보고 그가 호흡을 고르면서 말했다.
“고마워.”
“아닙니다.”
가슴에 그대로 군용대검을 꽂아 둔 채 몸을 일으키던 혁권은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얼굴을 찡그리며 낮게 신음을 흘렸다.
“으음.”
“다치셨습니까?”
백성균이 화들짝 놀라 다가오자 한쪽 팔을 가볍게 내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아까 권총에 맞은 곳이 뻐근해서 그래.”
나중에 방탄조끼를 벗으면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을 것 같았는데, 그래도 몸에 탄환이 박히는 것보단 나았다.
“창문이 막혀 있던 방이 어디지?”
“저깁니다.”
한쪽 팔을 들어 왼편에 있는 방을 가리키자 그는 초조한 얼굴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철컥. 철컥.
문이 잠겨 손잡이가 돌아가지 않자 혁권은 부하들을 시킬 여유도 없이 있는 힘껏 방문을 걷어찼다.
커다란 소리를 내며 열린 문 사이로 얼른 걸음을 내딛자 처음엔 어두컴컴해서 아무것도 없는 빈방처럼 보였다.
재빨리 눈을 침대로 돌렸으나 시트가 흐트러져 있을 뿐, 소현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설마 여기가 아니었나?
혁권은 다급하게 방 안을 훑어보았다.
별다른 가구가 없는 방이라 누군가 숨어 있다면 금방 찾아낼 수 있을 터였다.
일단 침대는 누군가 쓴 흔적이 있으니 가까운 데 있을 거라 생각하며 혁권은 텅 빈 내부를 살피다 이내 작은 옷장에 시선을 멈췄다.
“······.”
혁권은 천천히 발소리를 내며 다가가 옷장 앞에 멈춰 섰다.
주변이 조용해지자 울음을 삼키고 억지로 숨을 눌러 참는 듯한 소리가 아주 약하게 그의 귀를 간질였다.
혁권은 말없이 옷장 문을 열고 양옆으로 벌렸다.
옷 한 벌도 걸려 있지 않은 빈 옷장에 소현이 몸을 작게 웅크린 자세로 작게 떨고 있는 것을 보고는 혁권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소현아.”
“······!”
순간 어깨를 움찔거린 소현이 눈을 조심스레 들어 혁권의 얼굴과 마주했다.
그의 손은 피투성이였고 얼굴에도 핏방울이 튀어 엉망이었으나 지금 이 순간 소현의 눈에는 세상 그 누구보다 빛나 보였다.
“오빠!”
몸을 던지듯 그의 품에 안겨 오는 소현을 끌어안고서 혁권이 뒤로 물러났다.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는지 금방 그의 어깨가 축축하게 젖어들었다.
“오빠, 혁권 오빠······.”
어린애처럼 엉엉 우는 소현의 등을 토닥여 주려던 혁권은 손바닥이 피로 얼룩진 것을 뒤늦게 깨닫고 주먹을 꽉 그러쥐었다.
“쉬이, 이제 다 괜찮을 거야. 내가 구하러 왔잖아.”
“어떻게 알고 왔어요, 다친 덴 없고요?”
“아무렇지도 않아.”
갑자기 긴장이 풀린 탓인지 다리에 힘이 빠져 축 늘어지면서도 필사적으로 혁권을 붙잡고 매달리는 몸을 단단히 받쳐 주었다.
그렇게 서로 껴안고 있으면서 체온을 나눈 혁권은 그녀가 조금씩 안정되어 가는 듯하자 일단 침대에 앉힌 뒤 물었다.
“몸은 좀 어때.”
혹시 놈들이 거칠게 굴었냐는 뜻으로 하는 물음에 소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사람들, 날 데리고 와선 그냥 방에 가둬 두기만 했어요.”
“이것저것 묻진 않았고?”
“별로······.”
다행히 놈들이 허튼짓을 하지 않은 것 같아 그는 내심 가슴을 쓸어내리고는 소현을 부드럽게 다독였다.
“이젠 널 아무도 못 건드리게 할 거니까 안심해.”
그러자 소현은 다시 한번 눈물을 왈칵 쏟아 내면서 그에게 안겨 한참 동안을 흐느꼈다.
스마트폰 벨이 울리자 벤츠 승용차 뒷좌석에 앉아 있던 방갑수가 액정에 뜬 번호를 확인하곤 얼른 전화를 받았다.
“보스, 말씀하십시오.”
-내가 지시한 건 어떻게 됐어?
무겁게 가라앉은 혁권의 목소리에 방갑수는 마른침을 삼키면서 대답했다.
“강남에 도착해서 연락만 기다리던 중입니다.”
-확실히 처리할 수 있겠지.
“밑에 있는 애들을 싹 다 끌고 왔으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그럼 시작하도록 해.
“일을 다 끝내고 전화를 드리겠습니다.”
-그래.
통화를 끝낸 방갑수는 숨을 크게 한번 들이켰다가 내뱉고는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마장동 올림픽파 간부인 윤정식과 서필수가 잽싸게 앞으로 다가왔다.
“키미지마인가 뭔가 하는 놈은 아직 건물에서 안 나왔지?”
“예.”
“놈들이 숙소로 쓰는 관광호텔에는?”
“거기도 애들을 보내 놨습니다.”
“위로 올려 보내.”
“알겠습니다.”
머리를 숙이면서 짧게 대답한 두 사람은 이내 한쪽에 주차되어 있던 승합차에서 쏟아져 나온 조직원들을 이끌고 맞은편에 보이는 건물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야마구치 구미가 한국에 진출하기 위해 설립한 대부업체인 스피드론 본사 사무실이 위치해 있었다.
싸움이 시작됐는지 유리창이 깨지고 고함이 들리는 가만히 지켜보면서 방갑수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는 불을 붙였다.
일본 고베 야마구치 구미 본가.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비상소집 연락을 받은 조직 간부들이 넓은 다다미방에 모여 바짝 긴장한 얼굴로 좌우에 앉아 있었다.
상석에 자리한 겐이치가 핏발이 선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곤 앞에 있는 탁자를 세게 내려치며 고함을 내질렀다.
“병신 같은 놈들! 이게 무슨 치욕스러운 일이야!”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가 방 안을 쩌렁쩌렁 울리자 간부들은 어깨를 움츠린 채 머리를 숙였다.
갑작스러운 비상소집에 경찰들까지 숨을 죽인 채 야마구치 구미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일본 암흑가를 좌지우지하는 겐이치의 심기를 건드린 것은 한국에서 걸려 온 전화 한 통 때문이었다.
자신이 보낸 해결사인 츠토무가 오히려 혁권한테 거꾸로 당해서 죽고 세력 확장을 위해서 한국에 세운 대부업체인 스피드론 본사까지 습격을 받았다고 하니, 피가 거꾸로 솟을 수밖에 없었다.
자존심이 크게 상했을 뿐만 아니라 수년간 한국에 애써 닦아 놓은 기반이 한 번에 다 날아가 버린 거였다.
간부들이 숨을 죽이고 있는 가운데 겐이치가 고개를 돌려 히로시게를 쳐다봤다.
“히로시게!”
“예.”
“겁도 없이 스피드론을 습격한 놈들이 누군지 정체를 알아냈나!”
시선을 받은 히로시게는 곤혹스러운 얼굴로 대답을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올림픽파라는 조직입니다.”
“처음 들어 보는 곳이군.”
“최근에 급격하게 몸집을 불린 조직입니다.”
겐이치가 이맛살을 찌푸리면서 차갑게 말했다.
“고작 그런 족보도 없는 녀석들한테 키미시마가 당했다는 거야!”
“저희하고 비교를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꽤 세력이 큰 조직입니다. 그리고······ 츠토무가 죽이려고 했던 김혁권이 관련되어 있는 곳입니다.”
고작 그딴 변명이나 하냐고 호통을 치려던 겐이치는 이어진 말에 눈을 가늘게 뜨며 되물었다.
“지금 김혁권이라고 했나!”
“그렇습니다. 지난번에 우에다 상이 넘겨준 자료에 의하면 올림픽파 오야봉이 김혁권하고 밀접한 관계가 있고 상납금도 받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 놈의 수하가 틀림없군.”
겐이치가 두 주먹을 움켜쥐고는 이를 부드득 갈았다.
“당장 조직원들을 한국으로 보내 싹 다 쓸어버리라고 해!”
“진정하십시오, 오야봉.”
그러자 겐이치가 눈을 무섭게 부릅떴다.
“뭐라고! 이런 치욕을 당했는데 지금 날 보고 진정하라는 거야?”
얼마나 화가 많이 났는지 얼굴이 온통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상황이 너무 좋지 않습니다. 가뜩이나 지난번 사건 때문에 한국 경찰이 눈에 불을 켜고 있는데, 조직원들을 대거 입국시킨다면 오히려 일이 더 복잡해질 뿐입니다.”
“이대로 당하고 가만히 있자는 거야!”
“당연히 복수를 해야 되겠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겁니다.”
“으음.”
분위기가 안 좋다는 걸 겐이치 역시 잘 알고 있었기에 인상을 쓰며 낮게 침음을 내뱉다가 이내 짜증을 내며 말했다.
“그러면 어쩌자는 거지?”
“화가 나시겠지만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만 참으시지요. 그때 저희 야마구치 구미의 무서움을 제대로 보여 준다면 다시는 함부로 덤벼들 한국 조직이 없을 겁니다.”
“그럼 너무 늦어!”
겐이치가 크게 소리치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