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live the protagonist! RAW novel - Chapter 239
239화. >
239화.
북한 내부에서 벌어진 대규모 봉기에 전 세계가 주목했고, 많은 사람이 우려를 표했다.
[ 전례 없는 규모의 시위가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김정은과 그를 추종하는 군부 세력이 시위대를 진압하려고 한다면, 엄청난 유혈사태가 벌어질 것입니다. 이건 UN 차원에서 개입해야 할 문제입니다. ]국제사회에서도 골칫거리로 악명이 높았던 북한이었기에, 이들의 지도부를 걱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변변한 무기 하나 없이 들고 일어난 일반인들의 학살이 자행될까 우려하는 여론이 빗발치며 연합군을 보내자는 의견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지금이라도 당장 북한에 UN 연합군을 파견하길 강력하게 요청합니다.”
북한 사태와 관련한 논의를 위해 열린 UN 총회. 그곳에서 한국 대표부는 이미 북한에 대한 독자적인 개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그 누구보다도 열렬히 연합군의 개입을 촉구했다. 하지만 미국 대표부는 그 주장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미 대한민국 군대가 북한 진입을 시도했지만, 김민수 때문에 실패했다고 들었는데······ 연합군이 개입한다고 달라질 게 있겠소?”
아픈 데를 찌르는 미국 대사의 말에 한국 대사는 잠깐 움찔하더니 언성을 높이며 항변했다.
“그······그건 그의 독자적인 행동이오! 제아무리 그라 하더라도 UN이 나선다면 막을 수······.”
“그러니까······. 지금 자국의 군인이, 그것도 이등병이 하는 독자적인 행동 하나 통제하지 못해서 UN 연합군의 힘을 빌리겠다는 말이오?”
“그······그게······.”
“그것도 본인의 사단장이 내린 명령이라고 밝혔다고 하던데······ 사실이오?”
“······.”
미국 대표부의 물음에 이곳저곳에서 비웃음 섞인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무표정하게 진지한 표정들을 짓고 있었지만, 그 눈빛만큼은 숨기지 못했기에 한국 대사는 자신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그 눈빛을 보며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그리고 대사, 아직 본국에서 정확한 소식을 듣지 못한 것 같소. 이미 북한의 소요 사태는 모두 끝난 지 오래요. 이 총회에서는 앞으로 북한에 대한 후속 처리에 관한 논의를 하는 것이 좋을 것 더 바람직할 것 같소.”
“뭐······뭐라고요?”
“김정은의 사망이 최종 확인되었소. 북한 8군단의 군단장이 모든 게 끝났다는 것을 직감하고는 그를 배신했다더군.”
“그 정보······. 사실입니까?”
보호를 위해 숨어 들어간 곳에서 도리어 뒤통수를 맞고 죽어버린 북한의 최고 지도자. 북한 전체를 지배해왔던 백두 혈통의 결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초라하기 짝이 없었지만, 미국 대사는 확신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정 믿기 힘들다면 직접 당사자와 이야기해 보시오.”
“뭐······. 뭐라고요?”
철컹.
한창 총회가 진행되던 중에 갑자기 굳게 닫힌 회의장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안으로 당당하게 들어서 중앙으로 걸어오는 한 사람에게 모두의 시선이 돌아갔다. 그리고 그게 누구인지 알아챈 한국의 대표부는 모두 경악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너······너는······!”
디지털 색의 군복. 베레모를 쓰고 목에 군번줄을 단 채로 천상 군인 복장을 한 민수. 지금까지 한국 정부가 그렇게 연락을 하려고 갖은 애를 써도 무시한 채 잠적하고 있던 그가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UN의 모든 대표부를 향해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김민수입니다.”
정확히 자신들을 바라보며 히죽 웃는 민수의 얼굴을 바라보는 대한민국 대표부의 얼굴은 똥 씹은 얼굴처럼 일그러졌다. 그리고 그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비어있는 북한 대표부의 자리에 털썩 주저앉더니 거만한 자세로 말했다.
“조금 전까지 하던 회의 계속해 보죠.”
*
오랜만에 참여한 공식 석상. 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전 세계 대표부들의 날카로운 시선 속에서 나는 북한에서 최근 일어났던 상황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먼저 북한 인민들의 열렬한 혁명 열기에 김정은 정권의 끝을 직감한 북한 제8군단의 군단장인 진철민이라는 자가 김정은을 배신하고 제거했더군요. 그러고는 북한 임시정부를 수립하고 초대 대통령으로서 군림하려고 다른 여하 군부들을 설득해 세력을 합치려 하고 있어요.”
“그 말은······. 북한에 새로운 임시정부가 수립되고 있다는 말인가?”
“원래 호랑이가 사라지면 그 밑에 맹수들이 날뛰는 법이잖아요? 당연한 현상이죠.”
김정은이 죽고 나자, 그래도 강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었던 군부 세력들이 새로운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만약 이 상태로 내버려 둔다면 아마 자연스럽게 북한은 새로운 지도자 밑에서 변화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한국 대표부는 그 말에 기겁하며 소리쳤다.
“그······그게 무슨 말이오! 남한과 통일시켜야지!”
놀란 나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를 지르는 한국 대표부. 하지만 나는 그 말에 정말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왜요?”
“뭐······뭐?”
“북한이 왜 남한하고 통일해야 해요?”
통일에 대한 당위성. 내 물음에 그는 흥분한 나머지 말조차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그거야 당연한 것 아닌가! 거기다가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같은 민족이지만 냉전이라는 시대상에 의해 강제로 분단된······.”
“옛날에는 그랬죠. 그런데 과거에 같은 나라였다고 꼭 합쳐야 하는 건 아니지 않아요?”
역사적으로 타의에 의해 갈라진 나라들을 짚어보자면 셀 수도 없이 많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나라들이 꼭 다시 통일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딴 살림 차리고도 별문제 없이 살아가는 경우도 많았으니까.
“대한민국 헌법에서 우리의 영토는 한반도 전체와 부속 도서로 규정하고 있네! 법적으로 우리 영토······.”
“한국 헌법이 그렇다고 그게 다 한국 땅인가요? 그런 식이면 헌법 개정해서 영토를 지구 전체로 규정하면 지구 전체가 다 한국 영토게요?”
국제법에서는 씨알도 안 먹힐 소리. 내가 우습지도 않다는 듯이 콧방귀를 끼며 대답하자 그는 이성을 잃고 벌게진 얼굴로 소리쳤다.
“이······이······. 네가 그러고도 한국인이냐!”
“한국인이기도 하지만 미국인이기도 한데요?”
마치 코미디의 한 장면 같은 상황이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UN 총회장 안. 전 세계의 대표부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유치한 말싸움이 한바탕 오고 갔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주장하는 말들은 국제사회에서 그렇게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한국 정부에 묻겠소. 이번에 북한에서 김정은 정부의 전복과 관련해 기여한 바가 있소?”
“그건 미군과 저놈이 막아서서······.”
“없다는 말이군. 그렇다면 한국 정부가 지금 이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기는 조금 어렵지 않겠소? 북한 인민들에 의해서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혁명에 대해서 아무런 공로가 없는 이상, 한국 정부 역시 그들에게 있어 또 다른 독재자가 될 뿐이요.”
미국 대표부의 말에 모두가 동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어느 외세의 도움 없이 북한 내부에서 국민 전체의 힘으로 일으킨 혁명. 그 혁명의 달콤한 과실을 남한 정부가 취할 명분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민족 자결주의를 적용하기를 제안하오. 그 어떤 이념을 기반으로, 어떤 형태의 정부가 수립되든, 북한 국민 모두의 자유의지에 따른 결과라면 기꺼이 받아들이고 승인하겠소.”
“동의하오.”
“동의하오.”
“동의하오.”
이곳저곳에서 미국을 따라 북한의 새로운 정권의 정통성을 인정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결정에 한국 대표부는 충격에 빠졌다.
“이······이런 일이······.”
어쩌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지배권을 완전히 상실할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총회가 잠깐 휴정한 시간에 나는 진정한 거래를 하기 위해서 미소를 띤 얼굴로 한국 대사에게 다가갔다.
“우리 잠깐 나가서 이야기 좀 할까요?”
내 말에 분한 표정을 짓던 한국 대사. 하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밀폐된 작은 회의실 같은 곳으로 안내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겁니까?”
마치 반역자를 바라보는 듯한 시선. 원망에 가득 찬 표정인 그를 보며 나는 히죽 웃었다.
“이거 윗선에 보고하면 좆되는 거 아시죠? 북한에 대한 지배권을 국제사회에 인정받고 오라고 했는데, 도리어 정통성을 부정당하고 왔으니까요.”
“······. 지금 놀리려고 부른 건가요?”
“천만에요. 저는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제안을 하려고 온 거예요.”
“······. 제안?”
“김정은 배신한 군단장 있죠? 그 인간도 파보니까 뒤가 엄청 더러운 작자더라고요. 나머지 군부 세력들도 거의 비슷하고 하여간 북한의 지도자라고 삼을 인간이 딱히 없어요. 통치할 정도 깜냥이 되는 놈들도 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서요.”
애써 혁명을 일으켜 놓고 또 비슷한 놈이 대신 자리를 꿰차고 앉으면 과거와 변하는 것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북한을 무정부 상태로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뭐가 되었든 국가의 시스템과 기본적인 기능은 유지해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뭘 어떻게 하자는 거지?”
그 물음에 나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간단해요. 제가 다스릴게요.”
“뭐라고······?”
“지금 북한에서 권력 잡겠다고 나대는 놈들. 제가 가진 증거들 폭로하면 아마 제가 나서지 않아도 아마 열 받은 사람들한테 끌려나가서 모조리 소리 없이 사라질걸요? 그리고 이번 혁명을 일으킨 제 인지도는 북한에서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고요.”
미디어와 언론이 이래서 중요한 거다. 딱 한 번 TV 나왔다고 인지도와 인기도에서 상승을 넘어서 그야말로 개떡상을 하며 북한에서의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게 된 나는 북한 사람들에게 혁명의 영웅으로 입에 오르내리고 있었다.
“딱 2년. 군 복무가 끝나는 기간까지만 제가 북한을 책임지고 통치해주죠. 그러고 나서 북한을 남한과 확실하게 통일시켜줄 테니까 그 대신 그걸로 군 복무를 마친 것으로 퉁쳐 주시죠.”
군 복무를 2년 동안 하는 대신 북한을 지배해주는 것으로 대신하겠다는 터무니없는 제안에 한국 대사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지 말고 그냥 군 제대시켜 줄 테니까 지금 통일시키는 건 어떤가?”
“그건 안 돼요.”
“어째서······?”
지금 당장 제대시켜주겠다는데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하는 나를 보며 한국 대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리고 나는 다른 같잖은 핑계를 대지 않고 솔직하게 그 이유를 말해주었다.
“이한수 대통령이 그럼 통일을 이룩한 대통령이라고 칭송받을 거 아니에요? 그 인간 물러나기 전까지는 절대 안 돼요.”
“······.”
2년 뒷면 아슬아슬하게 그의 임기가 끝나고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될 시기.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이룩할 수 있는 최고의 업적이자 한민족의 숙원인 통일을 이루어냈다고 역사서에 이한수 대통령의 이름이 기록되느니 차라리 북한을 영구 독립시켜 버리는 게 나았다.
“대통령님께 우선 보고하지······.”
내 강력한 의지를 어렴풋이 느낀 듯, 한국 대사는 복잡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는 곧장 전화기를 집어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어차피 한국 정부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기에는 판이 완전히 엎어진 상황. 차라리 통일을 확실하게 시켜주겠다는 확답을 하는 내 제안보다 더 좋은 선택지는 없었기에, 이한수 대통령은 결국 피눈물을 흘리며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
“아무튼······. 그렇게 해서 제가 북한에 대한 지배권을 가지고 왔어요.”
[ 미쳤어요? 농담이 아니라 진짜 북한을 통치하게요? ]“뭐 안될 것 있어요? 까짓거 그냥 하면 되죠. 뭐 맘에 안 드시면 직접 하실래요?”
연신 기겁하며 무슨 짓이냐고 전화기에 대고 소리치는 유진의 말을 들으며 대충 이런 반응을 예상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줄 알았어요. 괜찮아요. 어차피 저도 유진에게 맡길 생각은 아니었거든요.”
[ ······. 그럼 누구에게 맡기시려고요? ]유진의 말에 나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제가 전에 말했죠? 인간보다 인공지능은 공정하고, 효율적이고, 청렴하며, 원칙적으로 모든 일을 수행할 것이라고요. 어떻게 보면 최고의 지도자라고.”
[ 민수님? 지금 설마······? ]“기대하세요. 세계 최초의 무인정부(無人政府)를요.”
[ 잠깐······. 잠깐만 기다려 보세요. 더 자세히 설명을······. ]내 계획을 눈치챈 유진이 온갖 호들갑을 떨며 나를 불렀지만, 나는 통화를 종료하고 눈앞에 세워진 거대한 구조물을 뿌듯하게 바라보았다.
“아르고스, 이 정도면 새롭게 추가되는 연산도 무리 없이 처리할 수 있겠지?”
지니가 특수 제작한 연산 설비를 화성에서 직수입해서 과거 공산주의의 상징이었던 노동당 본부를 밀어버리고 그 부지에 새롭게 설치했다. 그리고 그것이 가동을 시작하자 구조물 전체가 은은한 빛을 내며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 충분하다 못해 과할 정도입니다. 기존의 연산 자원의 2배가량 상승했습니다.
70억에 달하는 가입자들과 전 세계의 모든 정보를 감시하던 아르고스. 그가 처리하던 기존의 연산량도 천문학적이었기에, 고작 건물 하나 크기 정도의 연산 설비로 그만한 연산량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알면 경악할 일이었다.
“걱정하지 마, 나중에 시간이 지나다 보면 그것도 아마 모자란다고 할 테니까. 네가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은 한두 개가 아닐 거거든.”
경제, 입법, 국토관리, 교육, 치안, 국방, 안보, 외교, 일반 행정, 사법, 인적자원관리 등. 모든 분야의 국가 통치 체제에 관한 모든 것을 일임해야 하는 상황. 하지만 나는 그다지 걱정되지 않았다. 단 1분 1초도 쉬지 않으며, 오랜 시간 이 세상의 모든 정보를 감시하고 분석해왔던 아르고스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지도자들보다도 뛰어난 존재였으니까.
나는 아르고스의 새로운 연산 설비를 신뢰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한번 멋들어지게 만들어보자고. 최악의 거지 국가인 이 북한을 무시할 수 없는 경제 대국의 강대국으로, 인공지능에 의해 통치되는 세계 최초의 무인통치(無人統治) 공화국으로 말이야.”
끝
ⓒ 군만두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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