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430
429화.
거대한 고래들이 치솟아 올랐다.
피, 우우우-
북부의 해수면을 가르며 첫 번째로 솟아오른 고래는 혹등고래였다.
콰직, 콰지직!
배들이 거칠게 변한 해수면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뒤로 빠져!”
“뒤에도 고래들이 솟구칩니다!”
항해사는 선원의 말에 뒤를 쳐다봤다가 손에 잡은 조종키를 놓을 뻔했다.
촤아악, 촤아아-
머리를 치켜든 고래들의 사나운 눈빛이 보였다. 그리고 점점 더 벌어지는 거대한 입이 눈에 들어왔다.
다가온다.
고래들이 입을 벌린 채, 아니면 몸통 그대로 하얀 별의 배들을 향해 거침없이 다가왔다.
죽는다.
잡아먹힌다.
항해사는 몇 분 뒤의 악몽이 절로 머릿속에 그려졌다.
‘…여기에 끼는 게 아니었어!’
하얀 별을 따르지만, 아무리 그래도 고래족의 일엔 끼어들지 말아야 했다.
고래족이 어떤 존재이던가?
그들은 바다에서 가장 개체수가 적었음에도 가장 강한 무력을 지니고 있었다. 고래족에게 기대는 해양 생물들이 얼마나 많던가.
바닷사람이라면, 바다와 척을 지어선 안 되거늘!
항해사는 끔찍한 미래가 곧 도래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손에 힘을 주었다. 키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돛을 잡아라! 다들 정신 차려!”
우우우-
고래들이 울음소리를 토해내며 다가왔다.
“죽고 싶지 않으면 노를 저어! 팔이 빠지도록 저으란 말이야!”
배가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항해사의 이런 노력에도 이미 고래는 그들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저 거대한 입에 의해 곧 모든 것이 부서질 것이다.
콰아아앙!
우우우–
눈부신 폭발이 일어나자 고래가 황급히 몸체를 틀며 울음을 토해냈다.
고래의 눈동자는 제 앞을 막은 적을 노려보았다.
“고래는 신경 쓰지 말고 배를 몰아!”
“네! 사예르 님!”
곰족 왕 사예르를 필두로, 각 배마다 흑마법사와 기사, 곰족들이 나타나 고래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우우웅-
사예르의 양손에 빛 화살이 뭉쳤고, 그는 이를 휘둘렀다.
화살이 빠르게 고래 두 마리에게로 향했다.
콰아아아앙!
콰아앙!
바닷물이 치솟아 오를 정도의 폭발이 일어났다.
“제길!”
하지만 사예르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두 고래의 등 위.
뚜욱, 뚝. 물방울이 떨어지는 검을 든 고래족 전사와 거대한 박도를 손에 쥔 또 다른 고래족 전사가 빛 화살을 막아냈다.
고래족다운 강함이었다.
“흥.”
사예르는 코웃음을 쳤다.
“우리가 이 정도의 전력도 예상치 못했을까 봐?”
콰아앙! 쾅! 콰아아-
곧 연이은 굉음에 사예르는 입꼬리를 올렸다. 고래족은 강하다. 하지만 소수였고, 이를 상대할 많은 수의 아군 세력을 준비해 왔다.
“네놈들이야말로 무덤에 제 발로 찾아왔구나!”
사예르는 빛 화살을 두 고래 전사들에게로 날렸다.
창백한 안색이 점점 더 하얗게 질려갔지만, 그의 눈동자는 날카롭게 눈앞의 적과 주변 전장을 탐색했다.
‘…이상해!’
냉정한 눈동자는 전장의 기이함을 느꼈다.
이상했다.
지금 이 전장은 무언가 이상했다.
사예르의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다.
그때였다.
쿠우우웅!
무언가 거대한 것이 가라앉는 소리가 전장을 뒤덮었다.
콰아아아아-
곧이어 들려오는 굉음에 적, 아군 할 것 없이 모두 잠시 움직임이 움츠러들었다.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모두의 시선이 움직였다.
촤르르-
맹렬하게 회전하는 물 채찍을 쥔 여인이 또 하나의 빙하를 파괴했다.
부서져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빙하.
그 빙하를 벗어나 다른 빙하로 유유히 몸을 옮긴 남자는 그 광경을 웃음과 함께 지켜보았다.
“…살벌하네. 역시 고래족 후계자인가?”
하얀 별의 시선이 위티라에게로 향했다.
그 시선을 받은 위티라는 담담하게 말했다.
“쥐새끼처럼 잘도 피해대는 놈이 말이 많구나.”
촤르르르-
채찍이 마치 거대한 뱀처럼 하얀 별을 향해 치달았다. 위티라의 몸도 그 움직임을 따라 적의 우두머리에게로 직진했고.
콰앙!
활활 타오르는 불의 검과 물 채찍이 부딪쳤다.
치이익- 수증기가 일어났다. 물 채찍은 수증기가 되어 사라지면서도 불의 검을 단단히 쪼아 삼키려 들었다.
위티라와 하얀 별이 가까이에서 서로의 무기를 겨눈 순간.
“케일 헤니투스는 어디 있지?”
하얀 별이 흘러가듯이 말했다. 그는 위티라의 평소처럼 담담한 표정만이 보였다. 그에 재차 물었다.
“오고 있나? 제국에서 쓰러졌다고 하던데?”
하얀 별의 입꼬리가 점점 올라가며 비웃음을 그렸다.
사예르는 케일을 놓쳤지만, 그가 텔레포트해서 이동하기 전 분명히 기절하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그 뒤, 케일 헤니투스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듣지 못했다.
“케일 헤니투스는 너희 고래족과 인연이 있지. 분명 너흰 케일 헤니투스를 이번 일에 불러들이려 했을 것이다.”
위티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고래족 일은 고래족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녀의 다른 손에 채찍이 생겨났고, 그것이 하얀 별에게로 향했다.
콰아아앙!
채찍과 하얀 별의 손이 부딪쳤다.
“크윽!”
위티라는 신음을 나직이 내뱉었다. 그녀의 채찍은 하얀 별의 손에 꽉 붙잡힌 채 옴짝달싹도 못하고 있었다.
휘이이-
하얀 별의 손에 머무는 바람이 위티라의 채찍을 움켜쥐고서 놓아주지 않았다.
두 채찍이 모두 하얀 별과 맞부딪친 상황.
“어디 있지?”
위티라는 하얀 별의 추궁을 들어야 했다.
“너네가 어물쩍거린 몇 주간의 시간. 케일 헤니투스와 무슨 짓을 꾸몄지?”
“하!”
“…웃어?”
하얀 별은 웃는 위티라를 볼 수 있었다.
그녀는 하얀 별을 똑바로 응시하며 한 글자, 한 글자 내뱉었다.
“케일 헤니투스는 올 것이다. 나는 그에게 약속했다.”
그 말과 함께 위티라의 두 발이 바닥을 박차며 솟구쳐 올랐다.
“당신이 도착했을 때, 하얀 별의 목을 선물로 주겠다고.”
동시에 파도가 일어나 공중으로 솟구친 위티라의 두 발이 되어주었다.
촤르르르-
그녀의 채찍이 급속도로 길어졌고, 위티라는 두 손에 힘을 주었다.
‘음?’
하얀 별의 몸이 멈칫했다.
그와 그녀의 눈빛이 부딪쳤고, 그녀는 씨익 웃어 보였다.
“고래의 힘을 무시하면 안 되지.”
그 말과 함께 그녀는 채찍을 잡고 있는 하얀 별을 잡아당겼다.
“이런!”
촤르르르-
하얀 별의 몸이 너무나도 손쉽게 위티라의 힘에 매여 끌려왔다. 하얀 별은 웃으며 채찍을 휘두르는 전사가 보였다.
“물이나 먹어라.”
채찍이 해수면을 강타했다.
콰아아아앙!
하얀 별이 바닷속에 처박혔다.
거대한 해일처럼 일순간 바닷물이 솟구쳐 올랐다.
치이이익!
불의 검으로 인해 하얀 별이 처박힌 바닷물에서 막대한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흐!”
위티라는 그 순간에도 웃었다.
바닷속. 처박힌 하얀 별이 그녀의 채찍을 잡아당기는 힘이 느껴졌다.
‘위티라, 하얀 별은 네가 맡는다. 마음에 들지?’
‘공자님.’
그녀는 아까 전 목을 바치기로 했다는 말 대신, 진짜로 케일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녀는 공자에게 단언했다.
‘천 년 동안 환생했다는 그의 몸은 매 생을 살 때마다 단련하고 또 해야 했을 겁니다.’
그것 또한 참으로 힘겨운 과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 또한 오랫동안 단련했다.
어쩌면 반복되는 생을 살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를 더 끈질기게 채찍질할 수 있었다.
‘저는, 고대의 힘도, 오러도, 마법도 없지만. 이 타고난 강인한 신체를 가지고 250여 년간 매일매일 바다에서 수련했고 싸워왔습니다.’
타고난 고래족의 힘. 그리고 전투 경험.
힘은.
신체의 힘은 내가 하얀 별을 이긴다.
“어디서!”
그녀는 한 번 더 채찍을 휘둘렀다. 기다란 채찍이 한 번 더 바닷속을 휘젓자, 그 안에서 휘둘리는 하얀 별의 몸이 느껴졌다.
콰앙! 쾅! 콰앙!
바다 안에서 굉음이 연속해서 울려 퍼졌다.
“이런.”
그러나 웃던 위티라의 입가가 굳어졌다.
채찍 하나가 바다를 빠져나와 허공을 휘둘렀다.
콰아앙! 콰앙! 콰앙!
몇 개의 빛 화살과 채찍이 부딪치며 폭발이 일어났다.
“제길.”
위티라는 결국 빛 화살과 부딪친 채찍을 거뒀다. 손바닥이 저릿저릿했다.
빛. 그것도 전류의 기운을 품은 순수하게 이글거리는 힘.
물을 다루는 위티라에게 상극이었다.
촤아아악.
결국 하얀 별이 물살을 가르고 다시 해수면 위에 솟구쳐 올랐다. 동시에 위티라는 빛 화살을 날린 장본인, 사예르가 저와 하얀 별의 전투에 끼어드는 광경을 마주해야 했다.
“위티라.”
그녀는 살갑게 저를 부르는 사예르의 행동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나 사예르의 눈동자는 번들거리고 있었다.
“어디 있어?”
그는 한껏 입꼬리를 올리며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고래족 어디 갔냐고. 응?”
위티라가 멈칫했다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여기 있는 고래족 전사들은 고래족이 아니란 말인-”
“네 충실한 수하와 네 동생은 어디로 갔지?”
사예르는 위티라의 말을 잘라내고 물었다.
아무리 봐도, 고래족 최강 전사인 아치라는 자와 혹등고래 집안인 파세톤이 보이지 않았다.
모든 전사들이 나왔는데, 그 중요한 자리에 정작 가장 강한 전사와-
“고래왕도 어디 있지?”
고래왕 시켈러가 없단 말인가.
이상했다.
사예르가 느낀 기이함의 정체였다.
“고래 마을을 지키고 있는 건가? 응?”
그의 눈동자에 즐거운 광기가 어렸다.
“마을에 진짜 뭐가 있구나?”
제일 중요한 것을 지키는 자는 가장 강한 전사와 왕, 그리고 믿을 만한 왕가의 고래족.
사예르와 하얀 별의 두 눈이 마주쳤다.
뭐가 있긴 있다!
역시 괜히 몇 주간 조용했던 게 아니었다!
둘은 고래족에게 무언가 지키려는 것이 있음을 눈치챘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확인하는 일뿐이었다.
그들은 위티라를 바라보았다. 이제 보니 다른 고래족 전사들이 배를 노리는 와중에도 마을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빙하에 머물며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그녀는 둘의 시선을 마주하며 비장하게 말했다.
“나를 쓰러뜨리지 않으면 마을로 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니 너희에게는 불가능만이 남았다.”
사예르는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건 네 착각 같은데?”
우우웅, 우웅.
빛 화살들이 그의 양손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언제라도 위티라를 향해 날아갈 비수들이었다.
그때였다.
끼이이이-
끼이이이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
하지만 사예르의 얼굴에 의문이 서렸다.
“저게 뭐야?”
북부 해안가.
그곳 하늘에서부터 이곳을 향해 날아오는 거대한 무리가 보였다.
사예르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는 정말 몰라서 저게 무엇이냐고 물은 게 아니었다.
오히려 잘 알았다. 그래서 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와이번?”
저 드래곤을 떠올리게 하는 비행 몬스터는 오로지 와이번뿐이었다.
사예르의 머릿속에 한 가지가 떠올랐다.
저걸 다룰 수 있는 존재는 오로지 두 사람뿐이다.
하얀 별, 그리고 가짜 드래곤 슬레이어 시렘.
‘시렘! 그 자식이 케일 헤니투스의 편이 되었단 말인가?’
시렘은 케일에게 잡힌 후 연락이 끊겼다. 로운 왕국에서 처형되었단 소리도 없었다.
사예르의 시선이 하얀 별에게로 향했다. 시렘에게 이 힘을 만들어준 이가 하얀 별이었으니까.
와이번을 다루는 힘.
그것은 드래곤 슬레이어의 힘이었다.
“…시렘이 아니다.”
그러나 하얀 별의 말은 사예르의 예상을 벗어났고, 그는 마침내 가장 선두에 서서 날아온 와이번 위의 한 기사를 볼 수 있었다.
하얀 갑옷을 입은, 백발에 녹안을 지닌 고결한 얼굴의 남자.
검을 뽑아 든 그의 얼굴엔 비장미가 흘러넘쳤다.
“…클로페 세카?”
그는 수호 기사 클로페였다.
사예르는 위티라를 바라봤다. 클로페는 케일 헤니투스에게 붙었으니까.
“저자가 어떻게?”
그러나 사예르는 찡그린 얼굴로 경직된 말을 내뱉는 위티라를 볼 수 있었다.
채앵!
사예르는 날카로운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천천히 와이번 하나가 아래로 내려왔고, 곧 클로페 세카가 검을 겨눴다.
그 방향은 위티라를 향했다.
“고래족은 가진 것을 내놓아라.”
…뭐?
사예르의 머릿속이 급격하게 복잡해졌다. 그러나 클로페의 검은 다른 곳으로 움직여 한 사람을 겨눴다.
검 끝은 하얀 별을 향했다.
클로페는 고결하고 비장한 얼굴로 말했다.
“이 땅의 악마를 처단하러 왔다.”
뭔 소리야?
사예르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저 자식 올 초에 우리랑 같이 불굴 연합 해서 같은 편 해놓고선 뭔 소리야?
악마라니?
그가 황당해하건 말건 클로페는 부드러운 미소를 성스럽게 지어 보이며 비장하게 말했다.
“전설을 쓰려는 나의 앞길을 막지 마라.”
사예르는 갑자기 끼어들어 혼자 말하는 클로페를 보며 저도 모르게 툭 내뱉었다.
“저 미친놈은 뭐야?”
그때, 숨어서 지켜보던 케일의 머릿속에 라온의 외침이 들려왔다.
-인간아, 맛 간 클로페 잘한다! 곰족 왕 환장한 표정이다! 즐겁다!
흐.
그러게.
나도 즐겁다.
케일은 히죽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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