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830
2부 72화
11장. 눈치 챙기지?
“그러니까, 보상으로 그 샤올렌이라는 세계가 광산을 종류별로 줬다?”
“그렇죠.”
태연하게 답하는 케일을 보며 알베르는 두 손으로 연신 얼굴을 쓸어내렸다.
“하하하-”
그리고 웃음을 터트렸다.
‘뭐야?’
케일은 인상을 찡그렸다가 웃다가를 반복하는 왕세자를 떨떠름하게 바라봤다.
“그래, 왕세자야! 웃으면 좋다! 많이 웃어라!”
그는 알베르를 따라 웃는 라온도 떨떠름하게 쳐다봤다.
어째 갈수록 라온이 알베르에게 물들어가는 것 같았다.
‘…흐음.’
나쁘지는 않지. 왕세자 정도면 꽤 훌륭하게 실속을 챙기며 사는 스타일이니, 라온이 왕세자의 성향을 닮는 것도 꽤 괜찮았다.
“하-”
왕세자는 한참을 웃다가 한숨을 내쉬더니 중얼거렸다.
“동서대륙 최대 규모의 광산을 종류별로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걸 원하는 곳에 설치할 수 있고. 그중에 죽은 마나로 물든 마정석 광산도 있다?”
케일은 혼자서 중얼거리는 알베르가 영 시원찮아 보여, 툭 내뱉듯이 물었다.
“몸은 괜찮은 겁니까?”
침대에 드러누워 있던 사람이 지금은 상당히 멀쩡해 보이긴 했지만.
“…예의상 하는 질문 같은데?”
알베르는 너무나도 태평스럽게 묻는 말에 떨떠름한 기색을 보였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어. 괜찮아. 멀쩡해.”
“라온.”
케일이 나지막이 라온을 불렀다.
“저하 옆구리 살짝 눌러봐.”
“알았다, 인간아!”
“아니, 잠시-!”
왕세자의 옆구리를 라온이 콕 찔렀다.
“크윽.”
라온이 흠칫했다.
“왕세자야, 많이 아프나?”
안 그래도 동그란 눈이 더 땡그랗게 커졌다.
“나는, 진짜 살짝 콕 눌렀다! 우리 인간이 안 아플 만큼 눌렀는데!”
라온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인간아! 우리 왕세자 건강 상태가 심각하다! 인간 너보다 약하다! 완전 비실하다!”
검은 용의 말이 이어질수록, 왕세자의 표정이 정말로 치욕스럽다는 듯 일그러져 갔다.
‘…저렇게 수치스러워할 일인가?’
케일은 용과 왕세자의 반응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일단 할 말은 해야 했다.
“오른팔과 상반신이 다쳤다고 들었습니다만. 정확히 말씀해주세요.”
“…일상적인 거동에는 문제가 없다.”
왕세자는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물론 전투는 힘들겠지.”
라온이 덧붙였다.
“그리고 내가 콕 건들면 아파한다!”
“…맞습니다, 라온 님.”
왕세자는 대충 어린 용의 말에 맞장구를 쳐줬다. 그는 슬쩍 라온의 눈치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론 몰란 가주는 아직 다리에 깁스를 한 상태지만, 팔은 완쾌했다. 다리도 다음 주쯤이면 깁스를 풀 거다.”
“그렇군요.”
무심하게 답하는 케일을 힐끗 쳐다본 왕세자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왕세자야, 우리 인간 화났다! 아주 화났다!
라온이 케일의 눈치를 보며 머릿속으로 건넨 말에 왕세자는 티 나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툭. 툭.
케일은 신물을, 거울 표면을 두드리며 읊조렸다.
“…혈교는 안 되겠네.”
물론 혈교뿐만이 아니라, 로운 왕국이 흔들리는 것 같으니 이제 살만하다고 여기저기 들쑤시는 것들도 영 별로다.
“그런데 나 궁금한 거 있다!”
라온이 슬그머니 대화에 끼어들었다.
“왕세자야, 수도에 용이 와 있는다고 했는데, 용은 안 싸웠나?”
케일은 샤올렌으로 떠나기 전, 성자 잭과 파문된 죽음의 신 신관 케이지를 수도로 불러들였다. 더불어 용도 함께 와주길 요청했다.
“그게 사정이 있습니다.”
라온에게 답한 알베르는 케일과 시선을 마주했다.
“내가 쥐새끼가 있다고 한 이유가 있어.”
왕세자는 왕궁에 쥐새끼가 있다고 했다.
“쉐리트 님의 성에 잠깐 다녀온다고 드래곤께서 자리를 비운 그날 밤, 사냥꾼들이 쳐들어왔다.”
“그래서 쥐새끼는 찾았습니까?”
“아니.”
알베르의 얼굴이 상당히 지쳐 보였다.
“골치 아프겠군요.”
“그렇지.”
“드래곤이 왕궁에 머무는지 떠나는지를 파악하고 있다는 건, 왕궁 방어에 어느 정도 직책을 가진 자라는 소린데. 문제군요.”
“문제지. 하지만 조만간 찾을 것 같다.”
음.
케일은 고민했다. 그러다가 큰마음 먹고 물었다.
“제가 도울 일은 없습니까?”
피식.
알베르는 바람 빠지는 웃음을 흘리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없어.”
“그렇군요.”
그때였다.
우우웅—
대충 들고 있던 신물이 다시 진동했다.
케일은 거울 화면을 바라봤다.
새로운 메시지가 왔다.
이야.
케일은 감탄했다.
‘일 처리가 빠른데?’
확실히 죽음의 신과는 다른 성실한 샤올렌이었다.
다시 저 세계에 가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이 행성의 일 처리는 마음에 들었다.
‘확인해볼까?’
케일은 보상창을 열었다.
추신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거기까지 읽은 케일은 아래 목록 중 제일 상단에 놓인 자신의 보상 목록을 읽었다.
“…어… 음…….”
케일은 잠시 멈칫했다.
“왜 그러지? 뭔가 문제가 생겼나?”
알베르가 물었고, 뒤이어 라온도 물었다.
“인간아, 죽음의 신이 또 헛소리하나?”
케일은 침묵하며 화면을 바라봤다.
“…으음…….”
설명 뒤에 이어지는 보물의 효과를 본 케일은 절로 침음을 흘리다가 다음 목록을 봤다.
천천히 아래를 읽어 내려가던 케일은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이야…….”
“…와…….”
케일은 고개를 들었다.
저를 바라보는 라온과 왕세자에게 그는 툭 내뱉었다.
“통이 크네.”
샤올렌. 이 행성, 일 제대로 한다.
이놈은 진짜 보물을 보상으로 주었다.
우웅–
진동이 일었다.
샤올렌이 또 메시지를 보낸 듯했다. 케일은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를 지켜보던 라온이 입을 열었다. 라온이 당황해서 알베르의 옆에 바짝 붙어 앉았다.
“와, 왕세자야. 인간 왜 저렇게 웃나?”
“…그러게요.”
왕세자도 당황했다.
“이, 인간이 봄날의 햇살처럼 웃는다!”
“…그러게요.”
“인간, 엄청 음흉해 보인다.”
“…그러게요.”
왕세자는 라온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케일이 아주 화사하게 웃는데, 그것이 왠지 아주 살벌하게 보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케일은 왕궁으로 향하는 마차의 푹신한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
‘한층 강해지겠어.’
이 보상을 얻으면 일행들이 한층 더 전력이 증강할 것으로 보였다.
친절한 보상 수령 방법까지 읽은 케일은 흐뭇한 미소를 띤 채 고개를 들었다.
“저하.”
“…어?”
케일은 왕세자가 어색하게 답하거나 말거나 관심을 조금도 두지 않은 채, 할 말만 했다.
“광산 위치에 대해서는 몇 가지 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알베르는 잠시 고민하다가 물었다.
“무엇이, 그리고 누가 필요하지?”
케일은 찰떡같이 제 말을 알아듣고 필요한 것을 정확히 물어오는 알베르에게 즉각 답했다.
“로잘린 씨, 프레도 공작, 다크엘프 시장.”
그리고.
“빌로스가 플린 상단주가 되었습니까?”
“플린을 맡을 만한 사람은 이제 빌로스뿐이지.”
“그럼 빌로스도 불러주십시오.”
왕세자가 빤히 케일을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올렸다.
“괜찮은 인물 조합이군.”
마정석과 죽은 마나 마정석. 그리고 보석.
이 세 가지를 위해 필요한 인물 조합은 알베르도 찬성했다.
“필요한 물건은?”
케일은 한 가지만 말했다.
“지도만 있으면 됩니다.”
“재밌네.”
알베르는 짧게 감상을 내뱉고는 덧붙였다.
“때로는 황금이 칼을 이기기도 하지. 물론 이번에 발견한 황금은 칼로도 변할 수 있는 것이지만.”
마정석과 죽은 마나 마정석은 그 자체로도 비싼 물건이지만, 동시에 강한 힘이기도 했다.
“광산 소유자는 저 혹은 제가 정한 이가 될 겁니다. 대신 이걸로 요리조리 써먹는 건 저하께 어느 정도 양보하죠.”
“그래.”
알베르는 손을 내밀었고, 케일은 그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툭 내뱉었다.
“손힘이 약해지셨군요.”
“맞다! 왕세자 지금 우리 인간보다 약하다! 쉬어야 한다!”
“…….”
왕세자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 모습에 케일의 미소가 더 짙어지려는 찰나.
띠링 띠링!
거울에서 진동이 아닌, 새로운 알림음이 들려왔다.
낯선 알림 소리였다.
케일은 알림을 확인하기 위해 화면을 무심코 보다가 살짝 멈칫했다.
‘음?’
태블릿처럼 배경화면을 가졌던 거울.
‘황량한 검은 땅이었지. 붉은 용암이 흐르는.’
용암과 같은 시뻘건 액체가 흐르는 검은 땅. 그 배경화면이 조금 달라져 있었다.
‘뭐지?’
검은 땅은 저 멀리 거대한 산을 하나 품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산의 꼭대기 부근이 거대한 폭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움푹 파였다.
“…어?”
이 산-
‘정화의 불-’
케일은 정화의 불을 만났던 장소를 떠올렸다.
‘거기랑 비슷한 것 같은데?’
그렇다면 저 검은 산은.
‘…저 산에서 솟구친 신이 또 다른 신과 싸우려고 했었지.’
정화의 불도 그 싸움에 참전하려고 했고.
그 싸움의 결과로 저 산이 움푹 파인 건가?
이 배경화면은 단순한 배경화면이 아니라, 다른 의미가 있는 건가?
케일의 미간에 살짝 주름이 파인 순간.
띠링! 띠링!
어서 메시지를 읽어달라고, 알람이 다시 울렸다.
새로운 세계에서 초대장이 날라왔다.
‘너무 빠르지 않나?’
나 오늘 샤올렌에서 로운으로 돌아왔는데?
케일은 탐탁지 않았지만, 일단 메시지를 확인했다.
“뭔 일이지?”
알베르의 물음에 케일은 담담하게 답했다.
“혈교 쪽 세계에서 연락이 왔군요.”
세계의 이름이 중원이라.
보통 무협 소설을 보면 중원은 세계 전체가 아니라 무협 소설의 배경이 되는 일부 세상이었다.
‘그런데 중원이 세계의 전체인 곳이라-’
케일은 왜 수이 칸 팀장이 자신이 알던 중원과는 조금 다른 세계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는 ‘더 자세한 내용 보기’를 눌렀다.
“…….”
“인간아, 왜 미간을 찌푸리나?”
그는 라온의 말을 흘려들은 채 메시지에 시선을 고정했다.
죽음의 신이 그랬다.
초대장은 그 세계가 직접 작성하는 것이라고.
그래, 그 세계가 직접 쓴 거라고 했다.
“인간아, 표정이 이상해진다!”
“왕세자야, 인간 표정이 더 이상해져 간다!”
“왕세자야! 인간이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잡는다! 골치가 아픈가 보다! 무슨 일이 벌어졌나 보다!”
하아.
케일은 라온의 호들갑을 무시한 채 머리를 움켜잡았던 두 손을 내려 눈가를 가렸다.
깜깜했다.
동료들이 강해질 보물도 얻었고, 중원에 가면 최정수를 만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샤올렌보다 편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왠지 중원, 샤올렌만큼 쉽지 않을 것 같다.
띠링 띠링!
케일은 메시지를 외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