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186
186화
영토 확장 전략 (2)
건흥궁 함화전.
이 전각은 태건이 숙소로 쓰고 있는 건물인데, 그는 이곳 옆에 밀실을 만들어 두고 개인 연구 공간으로 활용했다. 물론 이하륜이나 홍은과 함께 마음 편히 밀담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이하륜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탁자 위에 기계장치를 하나 올려놓았다.
“봐요, 어떤가.”
태건은 기계장치를 들고 꼼꼼히 살펴보았다.
“음, 수고 많았다. 이거 1차 세계대전 때 나온 거지?”
“어, 아주 고전적인 형태의 충격 신관 장치이지. 순전히 기계식이고.”
“꽤 정교한데?”
“어휴! 이거 만드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특히 스프링이요.”
“그렇지. 탄성 좋은 스프링이 필요하지.”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야장이나 철장들 실력이 좀 좋아야지. 철을 밀가루 반죽 다루듯 했다는 말이 사실이더라니까? 스프링이야 재질이 관건이지만, 초기 개발 단계에선 야장 실력도 중요하니까.”
이하륜이 개발한 충격 신관의 탄두부 정수리엔 모자(캡) 같은 것이 씌워져 있었다. 그래서 이 부분이 목표물에 충돌해 깨지면 그 아래에 있는 격침이 충격을 받아 뇌관을 때리게 되어 있었다. 또 뇌관 아래에 기폭제가 들어 있어 점화된 뇌관이 그걸 폭발시키면, 그 밑에 결합해 있는 포탄의 장약 부분이 비로소 발화해 포탄 전체를 터트리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이하륜이 들고 온 탄두부 장치엔 당연히 폭약이 들어 있지 않았다.
“포탄 장약은 어떻게 할 생각이지?”
“그냥 쉽게 비단 주머니에 넣는 형태로 가야지.”
“그것도 고전적인 방식을 채택했네?”
“별 수 있어요? 아직 기술이 부족한데.”
“그러게.”
“어때요? 괜찮을 것 같지?”
“구조를 보니 잘 작동할 것 같은데. 근데 왜 시험해 보지 않았어? 정 불안하면 장약을 흑색화약으로 쓰면 되잖아?”
일단 신관 부분을 개발했으나, 아직 실사격 실험을 마치지 않은 상태였다. 폭발력이 강한 무연화약을 장약으로 쓸 예정이라 아직 모든 면에서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해 봐야죠.”
“작열탄이 나왔으니, 슬슬 후장식 화포를 개발해야 하지 않을까?”
이 시대에 벌써 둥근 철환을 대신해 유선형의 작열탄, 즉 터지는 포탄이 나온 것만 해도 엄청난 일이었다. 그런데 태건은 한술 더 떠 후미 장전식 화포까지 개발하자고 했다.
“내 생각도 그래. 장치가 복잡하지 않은 초기형 화포 형태로 만들어 볼까 고민 중이었지. 강선 파는 건 좀 뒤로 미루더라도.”
이하륜은 19세기 중반에 세상에 나온 암스트롱포 등을 염두에 두었다. 그러나 문제가 많은 화포라, 개량된 형태로 개발할 계획이었다.
“강선 기술은 아직 어렵지?”
“이제 해 봐야죠. 강철을 깎을 수 있는 재질이 나왔으니까.”
동해부 마진현에서 중석(텅스텐)이, 현덕부 광명현의 천보산에서 수연(몰리브덴)이 채굴되고 있고, 이들을 활용한 강철 합금 개발이 이미 성공했기에, 이하륜은 선반과 같은 공작기계의 개발까지 고려하고 있었다. 이제 신기술 개발에 이력이 꽤 붙은 기계장들과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다 보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므로 강선을 깎는 기술의 개발도 바로 코앞에 와 있는 셈이었다. 탄력이 좋은 스프링의 개발 역시 이런 강철 합금의 등장으로 가능하게 되었다.
“후장식 화포도 좋지만, 박격포부터 개발하는 건 어때?”
“박격포? 오오! 그거 괜찮네. 어차피 충격 신관도 개발했겠다, 포탄만 정교하게 설계하면 충분히 만들 수 있겠는데? 또 화포 형태도 단순해서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을 것 같고.”
“그래서 해 본 말이다.”
“게다가 무거운 견인포를 끌고 다니는 것보다, 휴대용 박격포가 훨씬 낫지. 공성용으로도 제격이니까.”
이하륜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도로 사정도 좋지 못한 데다, 후미 장전식 견인포 개발에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한 상황에서, 박격포야말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몹시 흥분한 것이다.
“당분간 기존 공성포도 같이 활용해야겠지? 성벽 부수는 데 그만이니까.”
“휴! 그건 어쩔 수 없네요.”
박격포 개발 생각에 들떠 있다가, 육중한 홍이포의 모습이 뇌리에 떠오르자 이하륜의 얼굴이 저절로 구겨졌다. 길도 없는 벌판과 산악 지대를 끙끙거리며 홍이포를 끌고 다닐 발해 병사의 모습을 생각하자 몸이 욱신거리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래,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자. 구형이라도 필요하면 써야지. 그래서 포르투갈 상인들한테 초석도 구해 달라고 했다.”
대마도 체류 중에, 태건은 몬테로와 몇 번 더 만났는데, 그때 몬테로에게 다이아몬드와 초석을 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시대에 다이아몬드는 동남아에서 채굴되고, 초석은 인도에서 생산되고 있었다. 현재 동아프리카와 인도, 동아시아 등지를 오가는, 동방 항로를 장악한 포르투갈이기에 이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이아몬드는 당연히 산업용으로 활용할 계획이고, 초석은 흑색화약의 재료였다. 초석을 수입할 수 있다면 힘들게 염초를 만들 필요가 없게 된다.
“잘했네요. 무연화약 나왔다고, 흑색화약을 안 쓸 수는 없으니까. 또 질산칼륨은 용도도 다양하니까. 근데 몬테로가 또 뭘 가져와 팔겠대요?”
“그거 외에 농산물 말고 뭐가 더 있겠어? 차하고 커피, 후추 정도지. 정향이니 육두구니 어쩌고 하던데, 당장 필요하진 않을 것 같아서 차, 커피, 후추나 가져오라고 했지. 아, 그리고 중남미와 유럽,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농작물 종자도 부탁했다.”
“오호! 그럼 땅콩도 들어오나?”
이하륜은 땅콩부터 떠올렸다. 현재 고추는 이미 들어와 곳곳에서 재배되고 있었다. 물론 태건과 이하륜, 홍은이 고추 농사를 심하게 장려한 덕분이었다. 매운 음식이 그리운 이들 삼인방의 욕망이 고추를 더 빠르게 퍼져 나가게 한 것이다.
“당연히 땅콩도 있겠지? 특별히 사탕무도 구해 오라고 했다. 우리도 이제 설탕을 만들어 먹어야지 않겠어?”
외래 농작물 중에 땅콩이나 토마토 같은 조선과 발해에 없는 작물 이외에도, 재래종이 이미 있으나 외래종이 더 우수한 경우, 그 품종들도 들여올 예정이었다. 그래서 외래 농작물의 종자를 되도록 많이 수입할 계획이었다.
“우와! 형수가 아주 좋아하겠네. 솔직히 나도 그립긴 해. 더구나 커피까지 들어오면… 이거 뜻밖의 호강인데? 거기에 맥주까지 개발해 봐? 음~ 프라이드치킨까지 만들어서 치맥을 하면 딱인데.”
이하륜은 치맥 욕심까지 냈다. 그간 정신없이 살아오느라, 기호품에 신경 쓸 틈이 없던 차에 포르투갈과 연결되자 욕심이 동한 것이다.
“설탕이야말로 이 시대엔 기호품이 아니라 사치품이지. 그러니 그게 보급되면 사람들 삶의 질을 높여 주지 않겠어?”
“그러게요. 정말 기대되네요.”
이하륜은 입맛을 다시며 대답했다.
* * *
초량항 북쪽에 자리한 삼포 해군기지.
삼포만은 대마도 북부에서 매우 꽤 넓은 편에 속하는 내해였다. 해안선이 길고 복잡한 데다, 시코도라는 제법 큰 섬이 가운데에 박혀 있어 방파제 역할을 해 줬기에 항만을 조성하기에 유리했다. 더구나 해변 지형까지 완만해 항구로 쓰기에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곳이었다.
그래서 태건은 삼포에 모두 세 개의 항구를 조성할 예정이었다. 셋 중에 가장 넓은 동쪽 포구를 민항으로 조성할 예정인데, 벌써 왜병 포로를 투입해 토목공사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아울러 중간에 자리한, 다소 좁으나 다른 포구에 비해 수심이 깊고, 육지 쪽으로 깊게 들어온 이 포구를 군항으로 쓰고 있었다.
이 삼포 군항에 드디어 제3함대에 추가로 배속될 세 척의 함선이 들어왔다. 이들 모두가 새로 건조된 함선으로 경흥급 대선 회령함과 아오지급 중선 유원함과 방탄함이었다.
“축하합니다, 태 사령관님. 이제 3함대 전력이 더 증강되었군요.”
육군 제5군 사령관 신첨이 태미에게 축하 인사말을 건넸다.
“이곳에 3함대 소속 군선이 다 모인 모습을 보니 소름 끼치도록 두렵군요. 어휴! 저 화포만 해도 도대체 몇 문인고!”
강승덕 도독도 탄성을 터트리며 한마디 거들었다.
“호호! 고맙습니다. 이제 저들이 도착했으니 드디어 2개 전투전대를 구성할 수 있게 되었네요.”
“전투전대요?”
해군 편제에 대해 문외한인 강승덕이 호기심이 어린 표정으로 질문했다.
“예. 기하께서 지시해 놓은 바가 있거든요. 앞으로 전투함 여섯 척씩 1개 전투전대를 편성하는데, 총 3개 전투전대까지 구성해야 3함대 편제가 완료된다고 하셨어요. 또 전투함이 아닌, 수송선이나 보급선으로 쓸 대선급 함선 세 척도 더 추가되어야 한다고 했으니, 보급선까지 합하면 1개 전대가 총 일곱 척으로 구성되는 셈이죠.”
언제까지 민간 상단 소유의 거선을 수송선으로 활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태건은 제2함대와 3함대에 각기 세 척씩, 그래서 각 전투전대에 한 척씩 수송 및 보급선 용도로 대선 한 척을 배당하기로 했다. 이 함선은 경흥급을 기본 모델로 삼되, 무장을 최소화하고, 사람과 화물을 많이 싣도록 내부 설계를 변경해서 건조할 예정이었다.
아울러 소형 선박인 중첨선도 각 전대에 여섯 척씩 추가로 편성되나, 중첨선은 원양항해에 부적절해 여전히 벽해도 기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조만간 이 배들도 조선의 동해안을 따라 남하해 대마도로 들어올 예정이다. 3함대의 담당 해역이 남해로 변경되는 바람에, 기지 역시 벽해도에서 이곳 대마도의 삼포항으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그럼 호칭이 어떻게 되지요?”
신첨이 물었다.
“전투전대를 줄여 전대라 부르기로 했고, 우리 3함대 소속 전대를 31전대, 32전대, 33전대로 명명했어요. 그러니 일단 경흥급 대선 네 척과 아오지급 중선 두 척씩 묶어서 31전대와 32전대를 구성해야죠.”
“그럼 2함대도 그렇게 되나요?”
“그럼요. 2함대에도 조만간 경흥급 두 척과 아오지급 한 척이 추가되어, 함대를 21전대와 22전대로 분리해 편성할 거예요.”
2함대는 북쪽 아란포 기지로 돌아가 있는데, 이들에게도 곧 새로 건조된 함선들이 배치될 예정이었다.
“후후! 그럼 1함대는 여전히 찬밥 신세로군요?”
신첨이 웃으며 물었다.
“어쩔 수 없답니다. 동해부와 여민부 연안을 지킬 군선도 필요한 상황이라.”
제1함대 역시 3개의 전투전대로 편성되었는데, 그간 꾸준히 판옥선과 중첨선을 건조하고 배치해, 편성이 완료된 상태였다.
“그럼 3함대는 앞으로 어떻게 움직입니까?”
“이제 활동 범위를 크게 넓힐 생각이에요. 규슈 서부와 남부는 물론 세토내해까지 진출해 볼까 고민 중이죠.”
“세토내해까지? 그럼 위험하지 않겠소? 해안선이 복잡하고 수심이 얕다고 들었는데요.”
신첨은 황진과 가진 술자리에서 들은, 조선통신사 사행 당시의 경험담을 떠올렸다.
“그래서 규슈 바깥쪽으로 돌아서 들어가려고요. 이번 기회에 규슈 서해안과 남해안의 수심도 재고, 해도도 그려 와야죠. 앞으로 그쪽으로 자주 항해할지 모르니까 항로도 개척할 겸.”
“오! 그런 의도도 있었군요.”
“예, 기하의 명령이었습니다. 무력시위를 할 겸 정보를 수집하란 거죠. 너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고 하셨으니 조심조심 다녀올 생각입니다.”
“음, 아주 좋은 생각입니다.”
신첨은 만족해하는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