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World Star RAW novel - Chapter 55
55. 55. 그 가을의 단풍길 (3)
“저도 고민 중입니다. 제 역량을 다 발휘하려면 뒤에서 누군가 제대로 뒷받침을 해주어야 하는 것도 같고요.”
“네가 못하면 질부를 들이는 것도 방법이야. 결국 사회생활 하다보면 가족밖에 믿을 사람이 없어. 범위를 넓히면 그나마 피붙이가 낫고. 물론 그 중에도 망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우철의 말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듣고 있던 김희경이 들었는지 약간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질부, 회사 다닐 거면 재선이 돕는 것이 어때? 재선이 버는 것이 꽤나 되니 질부의 월급 정도는 감당이 될 거야. 재선이가 신경을 쓰겠지만 외부 활동이 많고 그러다보면 쓸데없이 새는 돈이 많을 것인데 그거만 잡아도 월급 몇 배는 될 수 있어. 우리 법인도 앞에서는 흑자인데 뒤로 손해가 많아서 공동 대표 중에 한 사람의 부인이 결국은 회계부장으로 들어온 이후에 안정이 되었어. 물론 다른 대표의 동생도 그 밑의 과장으로 들어왔고.”
최우철의 말에 박재선은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서 가만히 있었고 김희경도 당장 박재선이 뭐라고 하지 않으니 대답을 못하고 있었다.
“법을 다루는 법무법인도 그런데 하물며 연예기획사는 더 심하겠지. 그러니 아예 질부가 들어가 꽉 잡고 있는 것이 좋아.”
최우철은 그렇게 말하면서 김희경을 보았다. 한 다리 건너 외삼촌이기에 대놓고 말할 수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물론 재선이도 부부가 같이 붙어 있으면 답답할 수도 있고. 하지만 네 성격에 놀기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달라질 것도 없지. 나중에 애 가지면 쉬기도 좋을 것이니 질부도 편할 거야.”
“생각은 해볼게요. 그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어서.”
박재선도 고민하는 문제였지만 선뜻 이야기를 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다른 곳보다 구설수도 많은 동네라 조심스러웠다.
“저야 어떻게 해도 상관이 없지만 재선씨가 불편할 수도 있고 괜히 욕만 먹을 수 있어 고민이에요.”
최우철의 말 때문에 갑자기 김희경이 회사를 그만두고 옮겨오는 문제로 화제가 옮겨 갔다. 하지만 당장 결론을 낼 수 없는 일이라 그것의 장단점만 이야기하다 끝이 났다.
박재선은 음원만 발표하는 것은 너무나 무성의한 것 같고 홍보활동을 등한시 하는 것 같아 처음으로 신곡 발표 쇼케이스를 열었다. 급하게 준비했지만 바로 준비가 되었다.
최유희에게 부탁을 하여 서울문화회관 소공연장을 빌렸다. 대공연장은 다른 곳에서 예약을 해서 사용할 수가 없었고 예약이 가능해도 3천 석 규모를 채우기에는 버거운 면이 있었다.
“점점 멋있어지는 것 같아요. 카메라 샤워라는 말도 있지만 그런 것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하고 있어요.”
이주나가 무대에 오르기 직전 메이크업을 손보면서 그렇게 말을 했다. 산삼을 먹고 나노머신의 영향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몸 상태가 아주 좋았다. 굳이 화장을 할 필요가 없지만 무대에서 조명을 받기에 색조화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기자들 50여 명에 일반 팬들 500명 정도입니다. 고작 3일 전에 티켓을 판매했는데 전부다 매진이 되었습니다. 경쟁률이 5:1이었으니 대공연장도 문제가 없었을 것입니다.”
김운찬 실장이 옆에서 상황을 말했다. 팬미팅을 하지 못하는 대신에 쇼케이스에 초청했다. 티켓을 무료로 배포하면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말에 낮은 가격이지만 유료로 판매했다.
“기자들의 질문 중에 곤혹스러운 질문도 있을 것입니다. 적대적인 성향의 기자가 10여 명 참석한 것 같습니다.”
블랙리스트라고 하기 그렇지만 적대적인 기사를 쓴 기자는 저절로 알기 마련이고 관련 기사까지 스크랩을 해두었다. 그런 일은 경리직원인 황성희가 잘 하는 편이었다.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데 선을 넘으면 바로 고소해야 한다고 준비를 했다.
‘외삼촌 말로는 설사 선을 넘지 않은 기사라도 나중에 고의성을 입증하는데 필요하다고 했던가?’
모욕죄나 명예훼손의 경우 고의성을 입증할 필요가 있는데 그럴 때 적대적인 어조로 쓴 기사가 증거자료가 되었다. 그런 자료를 모아두면 나중에 다 도움이 되었다. 단순과실과 고의적으로 행한 것은 처벌의 수위가 달랐다.
“그래요? 뭐, 어떤 질문이 나오더라도 걱정할 것은 없죠. 너무 개인적인 것은 거부하거나 아예 면박을 줘 버리죠. 모두에게 사랑받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죠. 갑시다.”
박재선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그렇게 말을 했다. 이주나가 박재선을 한 바퀴 돌면서 최종적으로 점검했다.
박재선은 한쪽에 있는 기타를 들고 조율 상태를 점검했다. 이번 노래는 통기타를 치면서 부를 예정이었다. 그렇기에 기타에 마이크도 장착했다.
박재선을 소개하고 바로 기타를 메고 무대에 올랐다. 밝은 조명이 비추자 눈이 부셨지만 그나마 무대용 렌즈를 낀 덕분에 눈을 감지 않을 수가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박재선입니다. 오늘 새로운 곡을 발표하기 위해 여러분을 모셨습니다. 노래 제목은 ‘그 가을의 단풍길’입니다. 곡목이 조금 촌스럽지만 노래를 가장 잘 드러낸 이름이라 생각합니다. 일단 들어보시죠.”
박재선은 MR이 흘러나오는 것을 듣다가 기타로 전주를 했다. 한쪽에 대기하던 코러스가 먼저 화음을 넣었다. 서정적이면서 풍부한 기타 소리가 울려 퍼졌고 마침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박재선은 낮은 음으로 노래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아침 창문을 열었을 때의 풍경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청량한 느낌과 쓸쓸한 느낌을 동시에 표현했다. 그러면서 젊은 날 단풍길을 걸었던 추억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아련하면서도 씁쓸한 느낌의 곡이지만 한편으로 열정이 감돌아 듣는 사람을 설레게 했다. 그렇게 곡은 이어지고 조금씩 음이 고조되면서 마침내 후렴구 부분에 접어들었다.
“…그대와 같이 걷던 그 가을의 오솔길, 단풍에 물들어 꿈길 같은데. 그 가을의 단풍길, 그 가을의 단풍길~.”
고음이지만 너무 높지 않아 갈라지지 않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후렴구가 이어지자 따라서 부르기도 했다. 마침내 노래가 끝나자 잠깐 침묵이 이어지다 환호성과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이어서 뮤직비디오 상영이 있겠습니다. 노래를 먼저 할까, 뮤직비디오를 먼저 모여드릴까 고민하다가 노래부터 들려드리기로 했습니다. 지금 뮤직비디오 나갑니다.”
박재선은 뮤직비디오를 상영하도록 신호를 보냈다. 조명이 꺼지고 뮤직비디오가 이어졌다. 뮤직비디오는 편곡과 편집을 별도로 하여 6분 정도 상영이 되었다.
후렴구 부분을 두 번 연속 반복하도록 하여 길이를 늘였다. 박재선이 단풍이 든 곳을 걷는 모습이 이어졌다. 아이돌인 강혜나가 박재선의 연인 역할로 회상 장면에 등장했다.
기자들은 강혜나가 뮤직비디오에 등장하자 관심을 보이기도 했고 KM 소속임을 말하기도 했다.
비디오 상영이 끝난 후에 기자간담회로 이어졌다. 박재선은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을 했다. 역시나 예민한 것들에 대해 질문을 하는 기자들이 많았다.
“모닝에서 작곡을 의뢰하면 곡을 줄 것입니까?”
그 기자는 아마도 모닝과 가깝게 지내는 인물로 보였다.
“이 자리는 신곡 발표의 쇼케이스 장입니다. 그러니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질문은 지양했으면 합니다. 일단 나온 질문이니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혹시 기자님 주변에 이혼한 분이 계십니까? 그런 분들 중에 즐거운 마음으로 이전 배우자와 대화를 하거나 동업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까? 굳이 불편한 사이에 또 다른 문제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박재선은 그렇게 대답을 하여 결코 의향이 없음을 밝혔다. 굳이 자극적인 이혼한 배우자를 거론한 것은 배신자 프레임에 걸려들지 않기 위함이었다. 정이라는 말로 포장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혼한 부부의 예를 들었다.
“이번에도 활동을 그만 둔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곡이 발표되었습니다. 거기다 KM의 골든 메이트가 ‘트루 포 유’라는 곡으로 활동 중인 상황인데 굳이 신곡을 발표했어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기자들의 질문은 예상한 그대로였다. 좋은 내용을 묻기보다 뭔가 트집을 잡으려고 했다. 현장의 반응을 보면 기자들 상당수가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뒤에서 누군가 부추기는 것 같았다.
“3주 정도 차이가 나는데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박재선은 그 정도만 말하고 달리 부연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이 노래는 혹시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것입니까?”
결혼을 앞둔 사람에게 전에 사귀던 애인이 있었지 않느냐고 우회적으로 묻고 있었다. 그것도 악의가 넘치는 질문이었다.
“그건 아닙니다. 그냥 어느 날 아침 창문을 열다 스친 생각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기자들이 뭔가 트집을 잡고 싶어 하는 기색이 역력하지만 막상 그 정도가 전부였다. 그 이상으로 질문을 하다가는 문제가 될 소지가 있기에 선을 넘지는 않고 있었다.
“앤 플로린과 공동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이렇게 노래를 발표하고 활동을 하면 같이 작업할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작업은 하고 있습니까?”
“그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동안 작업한 것을 한 2주 정도 살펴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물론 그 사이에도 시간을 내서 작업을 할 것입니다. 활동을 하지만 사실 이동이나 대기시간이 엄청나게 많고 그 시간 동안 작업하면 충분합니다.”
“강혜나씨가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는데 거기서 나온 모습을 보면 아주 친밀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데 어떤 관계입니까?”
그런 질문에 박재선은 그 기자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대답할 가치가 없는 질문이라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상식조차 없는 인물이 기자라는 사실에 답변할 가치조차 없었다.
“아이돌 가수들이 그룹 활동을 끝내고 솔로로 전향한 후에 대부분 홀로서기에 실패하고 맙니다. 박재선씨는 음악감독과 작곡가, 가수로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성공적인 홀로서기를 하는데 비결이 있습니까?”
박재선은 그런 질문을 던진 기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황금택이란 중견기자인데 악질로 소문이 자자했다. 겉으로는 문제가 없는 질문이지만 곳곳에 수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었다.
“제가 병역을 마친지 얼마 되지 않아 잘 모릅니다.”
박재선은 ‘몰라요’ 하는 태도로 함정을 피해갔다. 그런 모습에 황성택은 더 이상 묻지 못했다. 상대가 연예계의 금기어인 병역을 내세우는 상황에서 계속 추궁하다가 까딱 실수하면 자신마저 곤란해질 수 있었다.
박재선은 기자 간담회를 하는 중간에 자리를 같이 한 팬들을 위해 ‘너와 나의 가능성’과 ‘희망으로 내일을’을 불러주었다. 악기 연주도 할까 했지만 그건 나중으로 미루었다. 자칫 그런 것에 관심이 쏠려 노래가 외면 받을 수도 있었다.
전격적으로 ‘그 가을의 단풍길’이란 노래가 발표되었고 순식간에 화제가 되면서 28위로 차트에 진입했다. 그러자 각 기획사들 사이에 볼멘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박재선이 한두 달 간격으로 계속 노래를 발표하니 차트의 한 자리만 내주는 것이 아니라 기존 발표한 노래까지 내려가지 않으니 자신들이 수익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발표한 노래 좋더라.”
유희성이 전화를 걸어왔다.
“갑자기 필 받아서 만든 것 같던데. 자고 일어나서 창문을 열다가 얻어걸린 느낌이던데.”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그거야 가사를 보면 딱 그렇잖아. 창문 밖으로 단풍든 모습이 보이고 그러자 파바박 느낌이 왔을 것 같은데. 나도 그런 필이 와야 하는데 요사이는 감이 죽어서 오지를 않아.”
보통 명작은 바로 한 순간에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었다. 수많은 명곡이 그렇게 탄생했다.
“활동을 멈춘 지 얼마 되지 않아 봉인을 할까 했는데 그러면 1년 가까이 묵혀두어야 해서. 노래라는 게 한 번 흥이 가시면 나중에 그 느낌이 나지 않을 거 같아서 그냥 냈어요.”
“그건 그래. 내년에 다시 들으면 뭔가 맘에 들지 않아 결국 발표하지 못할 수도 있지. 다 때가 있어. 누가 뭐라고 하건 하고 싶으면 하는 거야. 찧는 소리 하는 자들이 있으면 개소리 말라고 해. 지들도 언제 남 사정 봐줬다고.”
유희성은 남들이 뭐라고 하건 신경 쓰지 말라고 당부했다.
“KM이나 YT 등에서 곡 의뢰가 또 왔어요. 받아주어야 할지 고민입니다. 특히 YT 백종경 대표님이 직접 전화를 걸어 KM은 하나 했으니 노르딕슬롯에게 겨울노래 하나 달라고 하는데?”
“곡이 있다면 하나 정도 주면 좋지. 거기도 아이돌 쪽에서는 명가이니. 그보다 우리도 하나 줘라. 로보틱스 애들 망했다.”
로보틱스는 예원엔터 성기준에게 넘겨받은 아이돌 그룹이었다. 초반에 반짝 뜨는 것 같더니 후속곡이 타이틀곡보다 못하면서 흥행을 이어가지 못하고 잠수하고 말았다.
56. 그 가을의 단풍길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