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World Star RAW novel - Chapter 96
96. 96. 미국에서 (1)
나탈리아 캐튼은 최근 미국에서 떠오르는 여자 솔로 가수였다. 최근에는 힙합을 하는 가수가 많아지면서 싱어송라이터가 대세였지만 나탈리아 캐튼은 정통 보컬리스트였다
다른 사람들처럼 초기에는 싱어송라이터가 되려고 했지만 그는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작곡이나 작사에 관심을 두지 않고 여러 뮤지션에게 곡을 받아 노래를 불렀다.
앤 플로린과 나탈리아 캐튼은 서로 안면이 있지만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닌데 갑자기 대기실로 찾아왔다. 같이 공연을 하는 것은 알지만 서로 인사를 챙길 사이는 아니었다.
나이도 고작 스물셋으로 열 살이나 적은 나이기에 서로 친하게 지내기도 쉽지 않았다. 뭔가 용건이 있어 보였다.
“앤, 앨범 타이틀곡을 작곡한 분 좀 소개해줄 수 있어요?”
“무슨 말이야? 너야 주로 스쿠니, 캣독, 포코맥샤크 등과 주로 작업하지 않았어?”
어느 정도 알려진 뮤지션의 동정은 서로 알고 있었다. 2~3년 전부터 동부 신예 뮤지션 3인방과 친하게 지내면서 그들이 작곡한 곡을 주로 받고 있었다.
“그들은 정통 보컬 계열이 아닌 힙합으로 가서요. 제 음악 스타일과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이번 앨범의 성적도 썩 좋지가 않은 것 같아요. 앤보다 한 달이나 빨리 발매했지만 여전히 차트 60위권을 맴돌고요.”
음악적 성향을 언급하지만 결국 성적이 좋지 않아 결별하겠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새로운 작곡가를 찾아서 더 좋은 노래를 받을 계획으로 보였다. 그 후보로 박재선도 물망에 오른 것 같아 이렇게 찾아온 것 같았다.
“그는 한국인이라 같이 작업하기 힘들 것인데. 나도 한국에 가서 작업을 했고. 그리고 그는 싱어송라이터이면서 한편으로 배우이기도 해서 지금은 드라마를 촬영 중이라 시간을 내기 어려워. 거기다 촬영 끝나면 바로 앨범 제작을 할 예정이고.”
“그것도 들었어요. 그리고 이번에 앤의 캠페인을 돕기 위해 일주일간 미국을 방문한다는 말도 들었어요. 5일 후에 애틀랜타에서 진행되는 캐스턴 밸리 페스티발에 참여하죠? 저도 초청을 받았는데 그 때 잠깐 만나고 싶어요.”
앤은 기분이 상했지만 내색을 하지는 않았다. 자존심 강한 나탈리아가 이런 말을 하러 오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이 들면서 언제 그에게 이런 부탁을 받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정이야 조금만 관심이 있으면 알 수도 있지만 그걸 앞에서 언급하는 것은 상당히 무례한 일이었다. 그걸 지적하여 한 소리를 할까 했지만 일단 참기로 했다. 자신도 얼마 전에 무작정 찾아가서 매달렸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알았어요. 일단 만나면 나탈리아에 대해 이야기는 할게요. 하지만 만나거나 같이 작업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에요. 연락이 없으면 만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아요.”
아마도 그 때가 되면 박재선이 만나지 않겠다고 하여 연락을 하지 않더라도 또 쳐들어올 것 같았다. 그렇다고 경호원을 시켜 오지 못하게 막는 것도 곤란했다.
“여기 제 포트폴리오이니 전달 좀 해주세요. 제가 작업한 것과 공연한 영상들을 모아봤어요.”
직접 그런 자료까지 챙겨서 온 것을 보면 장난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이야 싱어송라이터이니 작곡가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보컬리스트인 그는 절실할 수도 있었다.
“알았어요. 저도 잘 이야기를 할게요.”
그 정도의 성의라도 보여 주는 상황이라 전달은 해줄 생각이었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중간에 커트한 것이 알려지면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박재선은 미국에 도착했다. 4일 밤에 출발했는데 현지에 도착하니 4일 정오 무렵이었다. 시차가 많이 나기에 발생하는 재미있는 현상이었다. 김운찬 실장이나 이주나는 영어가 능숙하지 않았지만 간단한 회화는 할 수 있어 다니는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호텔에 당도하여 체크인을 한 직후에 앤 플로린이 찾아왔다. 같이 점심식사를 하러 레스토랑에 갔다. 몇몇 스텝들도 소개해 주었지만 간단히 인사를 하고 따로 자리를 했다.
“일정은 6일 오전부터 잡았어요. 그동안 정신없이 움직였으니 나도 좀 쉬려고요. 시차 적응이 쉽지 않을 것이니 좀 쉬어요. 내일 오후에 칼리 크리슨을 만난다고요?”
“꼭 한 번 만나자고 하니 그렇게 하기로 했어요. 이번에 공모에 참여한 노래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다고 하니.”
박재선이 시간이 없다고 해도 일단 만나자면서 약속을 잡았다. 그런 성의를 보이는데 매정하게 거절할 수도 없었다.
앤 플로린은 그동안 어떻게 활동했는지, 자신이 얼마나 바쁘게 움직였는지 끊임없이 이야기를 했다. 조금 수다스러운 것은 알았지만 이번에는 그 정도가 심했다.
뭔가 자신의 노력과 성취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적당한 사람이 없었는데 박재선이 나타나자 근질거리는 입을 참지 못했다. 물론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어서 흥을 돋우기도 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지나자, 더 할 말이 없는지 말이 없어졌다.
“혹시 지금 따로 할 일이 있어요?”
두 시간 정도 이야기를 하다가 자리에 일어날 무렵에 이후의 일정에 대해 물었다. 계속 된 수다가 피곤해서 좀 쉬고 싶었다.
“특별하게 정한 일정은 없습니다. 간단히 호텔 주변을 드라이브할까 하던 참입니다. 시차적응을 위해 낮에는 움직이는 것이 좋고 오는 동안 기내에서 잠을 잤더니 졸리지 않아서요.”
“그렇다면 제가 사용하는 스튜디오로 갔으면 해서요. 우리 집에 있어요. 최근 설비도 보강을 했고요. 들려줄 곡이 있어요.”
결국 앤 플로린의 안내를 받아 저택으로 갔다. 무려 800만 달러짜리 저택이었다. 한국에서 그 가격이라면 꽤나 좋은 저택이지만 땅값이 아닌 순수한 저택의 건축비가 그 정도라서 엄청난 규모였다.
건축면적이 약 3000스퀘어 야드, 대략 2400㎡, 750평가량 되었다. 본관 건물은 3층짜리인데 지하실과 대피소도 있었다.
그러니 개인의 저택이라 하기에도 너무나 컸다. 박재선이 사는 아파트의 20배 넓이였다. 본채만 그렇고 고용인이 사용하는 두 채의 별채까지 더하면 훨씬 더 컸다.
“지은이의 집도 저쪽 아래에 있는데 이 정도 크기이죠. 지은이가 원래 네이티브 미국인인 것은 알죠?”
성지은이 이중국적자인 것은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신고할 것이 많아 문제였다고 서희주와 갈등을 설명할 때 이야기를 했었다.
“들었어요. 할아버지가 자수성가한 이민 1세대이고 빌리오네르(자산을 10억 달러 이상 보유한 부자)는 아니지만 엄청난 부자라고 들었어요. 마찬가지로 부모님도 부자이고.”
“일단 스튜디오로 가요.”
그들은 본채로 갔고 같이 안으로 들어갔다. 스튜디오와 연습실이 같이 붙어 있었다. 다른 사람은 응접실에서 대기했고 둘만 스튜디오에 들어갔다.
“캠페인을 하면서 곡을 몇 곡 만들었어요. 전에는 그렇게 노력해도 안 되더니 갑자기 곡을 만들고 싶은 것 있죠?”
그러면서 20여 분에 걸쳐 네 곡을 연속적으로 들려주었다. 앤 플로린의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곡이었다. 일견 한국의 K-POP 작곡가들이 작곡한 아이돌 노래처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한 곡 안에 공존하고 있었다.
“좋은데요. 음, 각 장르의 특성을 잘 살리면서도 본인의 색은 그대로 유지했고요. 특히 마지막에 들려준 디스코 리듬의 EDM은 감각적인데요. 자칫 가벼울 수도 있는데 소울을 가미하여 호소력까지 담다니.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어요?”
앤 플로린 특유의 색이 너무 강해 만드는 노래마다 거기서 거기였는데 확 바뀐 것 같았다.
“캠페인을 하는 과정에 수많은 뮤지션을 만났는데 전에는 그들의 음악과 나의 음악이 다르게 느껴졌는데 이번에는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뭐랄까 그 느낌을 가져올 수 있고 그것을 내 방식대로 표현이 가능할 것 같고요. 실제 해보니까 되고요.”
앤 플로린의 말처럼 다양한 느낌을 노래에 담았는데 그것이 원래 그런 것처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마치 박재선이 나노머신을 얻고 유지아의 사념을 접한 이후 달라진 것처럼 각성을 한 것 같았다.
“축하합니다. 뭔가 한 단계 성장한 것 같아요.”
“이 느낌을 살려서 제 능력으로 만들어야죠. 요즘 그래서 그런지 하루하루 즐거워요. 모든 노래를 들을 때마다 뭐를 표현하려고 하는지 알 것도 같고요. 그리고 뭔가 조금 달라지지 않았어요? 믹싱을 할 때 재선을 따라 해봤는데.”
“내가 느낀 것이 착각은 아니었군요. 전에는 이질적인 소리의 결합으로 느껴졌는데 이제는 매끄럽게 느껴져요.”
박재선은 앤 플로린의 성장에 다소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처럼 어떤 행운을 만난 것도 아닌데 놀랄 정도로 성장을 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좋지 않은 효과를 내는 경우도 있었다. 아직 미숙했다.
‘이거 나보다 더 좋은 노래를 만드는 것 아니야? 이런 노래라면 다음 앨범도 만만치가 않겠는데.’
박재선은 음악은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좋은 노래를 접하자 자신도 모르게 경쟁의식이 생기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꼭 좋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고마워요. 재선과 같이 작업하면서 바뀐 것 같아요.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같이 작업했으면 해요. 성과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보일 수도 없는 일이라….”
말을 하다가 쑥스러운지 머쓱한 표정으로 말을 마쳤다. 자랑을 해도 알아주는 사람에게 해야 효과가 있고 박재선에게 인정을 받고 싶은 것 같았다.
“이거 저도 분발해야겠어요. 이러다가 저만 뒤떨어질 수 있겠어요. 이번에 돌아갈 때 음악에 관련된 서적도 구입해서 공부할 필요가 있겠어요. 뭔가 제게 자극을 주는 것 같은데요.”
“그보다 뭔가 문제는 없어요? 미흡한 부분이나 더 나은 방법이 없는지 듣고 싶어서 들려준 거예요.”
앤 플로린은 다소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평가를 부탁했다. 박재선은 다시 한 번 노래를 들었다. 분석하면서 들으니 장점과 단점이 명확히 드러나고 있었다.
처음부터 다 듣고 난 후에 앤 플로린은 긴장한 기색이 되었다. 평가를 받는 입장에서 좋지 않은 말이 나올까 걱정이 되는 것 같았다. 박재선은 마냥 좋다고 말하는 것은 좋지 않기에 단점을 찾고 대안을 모색했다.
“일단 장르에 대한 이해도는 높은 것 같아요. 하지만 장르 간에 어울리는 정도, 조화를 좀 더 신경 썼으면 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곡에 EDM을 사용했는데 조금 과한 면이 있어요. 줄였으면 합니다. MSG를 너무 많이 넣으면 음식이 느끼해지는 것처럼 너무 과하면 트렌드에 치우치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새로운 방향에 눈을 뜨는 것은 좋지만 신기한 장난감을 얻었다고 해서 과하게 가지고 노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사가 전보다 직설적으로 변했는데 그것도 너무 과한 것 같아요. 물론 지금 대부분 직관적이고 직설적으로 가사를 쓰지만 너무 강렬해서 멜로디와 어울리지 않아요.”
박재선은 성급하게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라고 말을 했다. 지금처럼 하다가 자신의 색깔마저 잃고 어정쩡한 상태가 될 것 같았다. 그것은 또 다른 슬럼프를 불러올 위험이 있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지금의 상태가 조금 과한 면이 있는 것은 알고 있어요. 그렇다면 미국에 있는 동안 이걸 수정할 수 있어요?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들려준 거예요. 재선이 직접 보여주면 이해가 쉬울 것 같은데. 나중에 앨범에 곡을 수록하면 권리도 배분할게요.”
“알았어요. 한 번 해보죠. 제가 다운로드 받아도 상관없죠?”
“가능해요. 1차 완성이 되자 저작권 등록도 했으니.”
박재선은 갑자기 일거리를 하나 떠맡았지만 이동하는 시간도 많으니 그리 어려울 것은 없었다.
박재선은 호텔에 돌아와서 앤 플로린에게 받은 노래를 편곡하고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자 밤 11시경에 잠자리에 들었다. 평소에도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다소 불규칙하기에 시간이 달라졌어도 눕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
다음날 새벽에 잠에서 깨어났다. 잠을 잔 시간은 고작 다섯 시간 정도에 불과했다. 화장실에 갔다 온 후에 시간을 확인하고 침대에 다시 누웠지만 정신이 말똥말똥하여 자리에서 일어났고 결국 노트북을 키고 전날 작업했던 것을 살폈다.
이미 완성했지만 밤에 쓴 편지는 아침에 읽으면 부치지 못한다는 말처럼 다시 살피니 고쳐야 할 곳이 여러 군데 보이기 시작했고 작업을 마치고 정신을 차리자 밖이 환하게 밝아 있었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를 마치고 칼리 크리슨의 프로듀서인 존 드리먼드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시간을 정했다. 저녁 여섯 시에 호텔에서 만나 저녁을 같이 하기로 했다.
97. 미국에서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