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336
00335 안솔의 과거 %26 폭풍전야 =========================================================================
안현의 말처럼 파티, 아니 단합 회의 준비는 이미 모두 끝난 상태였고, 모두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목이 길게 빼어져 있는 것을 보니 간만의 단합 회가 자못 기꺼운 모양이다.
이윽고 클랜원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걸어가자 정하연이 살며시 와인 잔 하나를 내밀었다. 잔은 둥그런 반원이 눕혀진 형태였는데, 신비로운 물빛을 띠는 맑은 액체가 삼분의 일정도 채워진 상태였다. 나는 바로 그것의 정체를 알아볼 수 있었다.
물빛 액체는 ‘인어의 눈물’이라는 이름으로, 혀 전체로 사르르 녹아 드는 감미로움과 은은한 청량감이 일품인 고급 음료였다. 또한 그 이명에는 ‘번영, 영광, 무궁한 발전’이라는 뜻이 있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아까부터 뜨거운 시선으로 응시하는 클랜원들의 시선을 더는 외면할 수 없었기에, 나는 차분히 입을 열었다.
“원래는 시작 전에 조금 긴 얘기를 하려고 했지만, 여러분들의 시선을 더는 견딜 수가 없군요. 그러니 짧게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냥 농담으로 한 마디 던진 것뿐인데, 여기저기서 안도하는 클랜원들이 보인다. 그들의 얼굴에는 진심으로 다행이라는 기색이 역력히 드러나고 있었다. 나는 떨떠름한 기분을 느끼며 말을 이었다.
“비록 창설된 지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은 클랜이지만, 그 동안 워낙 다사다난해 구구절절이 말하려면 끝이 없겠지요. 그리고 제가 요즘 외부 활동이 바빠 클랜 내부에 소홀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오늘 이 자리는 사용자 정하연의 건의로 인해, 여러분들을 위해 마련한 특별한 축제입니다. 지금 여러분들에게 지시할 것은 단 하나입니다. 이 순간만큼은 모든 복잡한 것들을 내려놓으세요. 오직 다들 마음껏 먹고, 마음껏 마시며, 이 단합 회를 즐겁게 즐기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상입니다.”
나는 격려사를 마친 후 들고 있던 와인 잔을 높이 들어올렸다. 그리고 전보다 조금 더 강한 목소리로, 축제의 시작을 힘차게 외쳤다.
“머셔너리를 위하여.”
“위하여!”
클랜원들은 이 말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는지, 다들 이구동성으로 외치며 잔을 높이 들어올렸다. 그리고 내가 잔을 입에 가져다 댄 순간 클랜원들도 동시에 ‘인어의 눈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응?’
그때, 잔을 쭉 들이키자, 입안에서 뭔가 톡 쏘는 느낌이 들었다. 원래 ‘인어의 눈물’은 잔잔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음료인데, 오히려 달콤하고 산뜻한 식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곧 기분이 약간 들뜨고 좋아지는 것을 보니, 추가로 뭔가를 섞었음을 알 수 있었다. 단합 회를 적절히 즐기기 위한 정하연의 세심한 배려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크오! 맛있다!”
“후와…! 언니 이거 대체 뭐예요…?”
‘인어의 눈물’을 마신 클랜원들의 얼굴은, 전보다 한층 상기되어있었다. 몇몇은 볼에 살짝 홍조가도는 게 벌써부터 약효가 퍼지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다들 들뜨는 기분에 벙글벙글 웃고만 있을 즈음, 누군가 가볍게 손뼉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짝짝.
“자. 그럼 이제 슬슬 음식을 먹어야 하지 않겠어요? 제가 알기론 오늘을 위해서 하루 종일 굶은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 쿡쿡.”
“누님! 그거 저에요 저! 고기! 고기!”
고연주의 목소리. 그녀의 말에 모두 식욕이 동한 얼굴이 되더니 이내 여기저기서 침을 삼키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정원의 중앙에는 식당에서 사용하던 테이블들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 위를 차지하고 있는 엄청난 양의 음식들과 주류들이 보인다. 그녀가 제법 신경을 썼는지 마치 뷔페를 보는 느낌이었다.
이윽고 테이블로 이동한 우리는, 한쪽에 쌓인 접시를 하나씩 들고 각자 취향에 맞는 음식이 있는 테이블로 쏜살같이 흩어졌다.
“연주 누님! 저는 이 고기가 먹고 싶습니다.”
“그래? 그럼 잠깐만 기다리렴. 맛있게 구워줄 테니까. 아. 어떻게 구워줄까?”
“겉만 살짝 익혀주세요. 후후.”
“하여간 먹을 줄은 알아요.”
안현이 침을 질질 흘리며 큼직하고 두터운 고기를 가리키는 것을 보다가, 나 또한 음식을 담기 위해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고연주는 확실히 식도락에 일가견이 있는 여성이었다. 대강 테이블을 훑어보자, 어류, 육류부터 신선한 야채까지 온갖 종류가 구비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번 단합 회에 금화를 아끼지 말라고 했는데, 정말로 아끼지 않은 것 같았다.
아무튼 이왕 즐기는 것 확실히 즐기자는 생각에, 나는 적당량의 음식을 덜고 나서 빈 테이블에 앉았다. 클랜원들 또한 욕심껏 음식을 담았는지 하나같이 싱글벙글한 얼굴로 한 명씩 테이블에 앉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먹고 싶다고 한 고기를 구웠는지 만족한 얼굴을 한 안현과 고연주가 뒤늦게 테이블에 합류했다. 그리고 내가 수저를 드는 것으로 즐거운 식사 시간의 출발을 알렸다.
“고, 고연주씨의 음식은 정말 간만에 맛보네요. 기대됩니다.”
“호호. 기대해도 좋아요. 신상용씨.”
“잘 먹겠습니다!”
“잔뜩 남아있으니까, 걱정 말고 많이 먹으렴.”
클랜원들 또한 서로 화사한 이야기 꽃을 피우며 음식을 식사를 시작했다.
나는 간단한 입가심을 위해 채소를 뒤적일 즈음, 문득 입 앞으로 고운 손이 불쑥 내밀어졌다. 뭔가 하고 봤더니 살짝 말아 쥔 손 아래로 쌈이 보였다. 고기 약간과 여러 야채들을 넣었는지, 다채로운 빛깔을 내는 게 참으로 맛깔스러워 보이는 쌈이었다.
흘끗 고개를 들자, 고연주가 슬쩍 고개를 기울이며 눈을 찡긋하는 게 보였다. 그녀는 바로 입을 열었다.
“수현. 그 동안 정말 고생하셨어요. 정작 스스로는 소홀하셨다고 말씀하셨지만, 머셔너리를 위해서 그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이신 것 알고 있어요. 이건 그간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한 제 작은 성의랍니다.”
“아…. 예.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냥 제가 먹겠습니다.”
“아이. 계속 제 손 민망하게 하실 거예요?”
내가 손을 뻗어 집으려 하자, 고연주는 서운하다는 표정을 내비치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곤 그녀 특유의 나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자. 아~.”
주변의 시선이 모조리 쏠리는 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극심한 거부감이 일었다. 하지만 고연주는 성의를 빙자한 나름의 연막을 쳐두었고, 그녀 말마따나 이것을 거절하기엔 조금 매몰차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이 정도면 크게 이상하지는 않을 일이라 생각되었기에, 난 순순히 입을 벌려 쌈을 받아먹었다.
“호호. 기뻐라. 수현! 맛있으세요?”
“예. 맛있네요.”
입안에서 퍼지는 솔직한 느낌을 그대로 말해주자, 고연주의 얼굴에 화사한 웃음꽃이 핀다.
“그럼 하나 더 싸드릴…?”
그때였다. 고연주의 말이 이어지려는 찰나 옆에서 똑같은 쌈이 불쑥 내밀어졌다. 설핏 고개를 돌리자 정하연이 눈매를 아주 살짝 치켜 올린 채 연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저도 클랜 로드를 위해서 에요. 부디 거절하지 말아주세요.”
“하, 하하. 사용자 정하연.”
“아.”
“…이것 좀 먹고요.”
정하연의 눈가는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뭔가 거절하면 크나큰 상처를 받을 것 같은 모양새였기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씹고 있던 것을 삼킨 후 그녀의 쌈을 받아먹자, 정하연은 의기양양이 고개를 돌려 고연주와 시선을 마주쳤다. 둘은 입 꼬리를 살며시 올린 채 허공에서 시선을 맞부딪치고 있었다.
나는 혹시나 클랜원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해서 주위를 훑었다.
“이, 이야. 클랜 로드. 인기가 정말 하늘을 찌르는데요? 부럽습니다. 하하!”
“홀홀. 뜨겁구나, 뜨거워. 암. 젊은 건 좋은 거지.”
하지만 내 걱정은 기우였는지 다들 크게 별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슬며시 가슴을 쓸어 내리고 있자 이곳 저곳에서 분주하게 손을 놀리는 기척이 느껴졌다. 이유정과 김한별이 이에 질세라 쌈을 싸기 시작한 것이다.
한순간 다시 깊은 고민에 빠지려는 찰나였다. 그러나 다행히 눈치는 있는지, 여성 클랜원들의 손길은 내가 아닌 방금 전 부러워한 남성들에게 향했다.
“나 참. 별걸 다 부러워하네. 내가 원래 이런 여자는 아닌데, 인심 한 번 썼다. 자, 상용이 오빠. 아.”
“유, 유정양? 이, 이러시면….”
“할아버지. 이거 한 번 드셔보세요. 제가 직접 싼 거예요.”
“응…? 크흠, 크흐흠!”
신상용과 영감님은 한창 낄낄대다가, 막상 상황이 닥쳐오니까 부담스러운지 당황한 얼굴로 연신 헛기침을 했다. 그것을 보자 문득 고소한 마음이 들었다. 어찌됐든, 둘은 이내 조심스레 쌈을 받아먹었다. 각기 얼굴은 터질 듯 붉게 달아올라있었지만, 입술을 실룩거리는 게 좋긴 좋은 모양이다.
혹시나 어색한 상황이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유정과 김한별 덕분에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었다. 애당초 단합 회의 목적이 클랜원들간의 친목을 다지고 관계를 돈독히 하는것에 있으니, 꽤나 흐뭇한 상황이라 볼 수 있었다.
“오호. 이거 분위기가 묘한데요? 그럼 저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죠.”
그때였다. 안현도 이 상황이 기꺼웠는지 씩 미소 짓고는 손수 쌈을 싸기 시작했다. 이윽고 녀석은 자기 손바닥만한 약초 한 장을 짚고는, 큼지막한 고기를 통째로 올려놓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리곤 아무렇게나 닥치는 대로 약초를 우겨 넣어 손바닥을 꽉 쥐어 쌈을 마는 것으로 만행의 대미를 장식했다.
“어때요? 맛있겠죠? 먹을 사람, 손! 저도 원래 이런 남자는 아닌데, 특별 서비스로 제가 직접 먹여드립니다!”
꽉 쥔 손으로 고기 기름이 뚝뚝 떨어진다. 안현은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외쳤지만, 당연히 나서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다들 비위가 상했다는 표정으로 시선을 회피하는 중이었다. 녀석 또한 그것을 느꼈는지 잠시 머리를 긁적이다가, 결국 직접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연주 누님! 제가….”
“꺼져.”
“하, 하하. 역시 톡톡 튕기시네요. 그게 매력이죠. 아무튼…. 그, 그럼 하연 누님?”
“치우렴.”
“그, 그럼…. 비비앙!”
“응? 야 이씨! 한창 맛있게 먹고 있는데! 치워! 밥맛 떨어지잖아!”
비비앙은 이 상황에 아랑곳 않고 한창 음식 삼매경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비위를 상하게 한 안현에 진심으로 분노한 듯, 눈에 쌍심지를 돋우며 녀석을 노려보았다.
안현은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그러다 곧 최후의 보루를 발견했는지 비장미가 감도는 눈길로 누군가를 쳐다봤다가, 이건 아니라는 얼굴로 바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옆에서 왠지 모르게 이유정이 분노하는 소리가 들렸다.
“헤헤. 다들 거절하시네요.”
“…….”
“그, 그럼 내가 먹으면 되지 뭐! 나도 실은 처음부터 줄 생각은 없었다고요. 하하하!”
“…….”
“이야, 맛있겠다. 정말 맛있겠네. 자 보세요. 먹습니다. 우적우적!”
그럴수록 더 비참해진다는 사실을 아는 걸까 모르는 걸까. 이윽고 한 입에 쌈을 삼킨 안현은 볼을 크게 부풀리며 씹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음~.”이라는, 이따금 정말 맛있다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듣는 사람들은 이미 그의 목이 메였다는 사실을 알아챈 상태였다.
아무튼 그것은 안현의 개인 사정이었고, 나는 다시 식사를 하기 위해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이었다. 문득 가여운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는 안솔과 눈을 마주했다. 그녀는 시선을 마주치자마자 화들짝 놀라더니 이내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그런 안솔의 손에는, 앙증맞은 쌈이 쥐어져 있었다.
안솔은 한동안 주저하는 듯 싶더니 이내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그리고 쌈을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 조용히 오물거리는 것을 보며,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크흑흑흑….”
문득, 어디선가 굉장히 처량맞은, 구슬픈 목멘 소리가 귓가로 흘러들었다.
*
식사가 끝난 후 우리는 바로 장비 결산을 시작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그저 어떤 장비들이 있나 확인하는 차원에 불과했다. 워낙 수가 많기도 했지만, 지금 이 분위기에 분배를 시작하면 자칫 갈등이 일어날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해서, 지금은 이 무르익은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각자 갖고 싶은 장비를 생각해보라는 말로 보류한 상태였다.
식사도 즐겼고, 장비 결산도 끝냈다. 단합 회를 시작한지도 어느덧 꽤나 시간이 흐른 상태였다. 저녁이었던 시간은 어느덧 깊은 밤으로 바뀌었지만, 축제는 아직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 중반을 넘어섰다는 듯 마음에 맞는 사람끼리 삼삼오오 모여 주류를 즐기고 있었다.
나는 이야기 꽃을 피우는 클랜원들을 응시하다가, 안현을 찾았다.
“사나이~. 눈물~. 약하다 욕하지마~.”
이미 거나하게 취했는지 안현은 술병을 손에 든 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서는, 본의 아니게 장단을 맞춰주는 신재룡이 땀을 뻘뻘 흘리는 중이었다.
“재룡 형님. 우리는 동지입니다. 동지.”
“하하. 그, 그렇지.”
“쌈 동지 크로스! 자 한잔 더!”
“크, 크로스. 그런데 너. 너무 취한 것 같은데.”
‘이제 슬슬….’
실은, 나는 아까부터 안현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언제쯤 이야기를 꺼낼지 타이밍을 잡아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잠시 동안 고민하다가, 주류가 모여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마 안현도 이 정도면 제법 즐겼을 것이고, 클랜원들의 신경이 분산된 지금이 가장 적기라고 여겼다.
산처럼 쌓여있는 주류 더미를 헤쳐 손을 깊숙이 집어넣자, 후미쯤에 연록 빛 물이 찰랑이는 술 두 병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것은 내가 정하연에게 특별히 부탁한 것으로, 속을 가라앉히고 정신을 가다듬게 해주는 효과가 있는, 술보단 물약에 가까운 액체였다.
나는 몸을 최대한 굽혀 양손에 한 병씩 쥐었고, 다시 허리를 피며 고개를 돌려 안현을 보았다. 그러자, 뜻밖의 상황을 볼 수 있었다.
“어쩌지? 내가 먹여드렸으니, 이제 동지가 아니네? 신재룡씨. 이 바보는 내버려두고 저희랑 같이 놀아요. 이 기회에 친해져야죠.”
“아, 안 돼! 치사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형님 아우 하던 안현과 신재룡이었는데,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안현이 주저앉아있었다. 그리고 신재룡은, 이유정의 손길에 잡혀 얼 떨떨히 끌려가는 중이었다. 신재룡의 볼이 불룩하고 입에 쌈이 살짝 튀어나와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그녀가 쌈을 먹여 동지 관계를 파탄 낸 것이라 추측할 수 있었다.
굉장히 안쓰럽다고 여겼지만 개인적으론 나이스 타이밍이었다. 속으로 이유정에게 소소한 감사를 표하곤, 난 좌절하고 있는 안현에게 걸음을 옮겼다. 녀석은 내가 오는지도 모르는지 그대로 벌렁 드러눕더니, 크게 한숨을 쉬었다.
이윽고 드러난 안현의 얼굴은 예상외로 굉장히 기분 좋아 보이는 얼굴이었다. 행복해 보인다고 나 할까?
도대체 뭔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없었지만,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곧 녀석의 앞으로 다다를 수 있었다. 안현은 여전히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사나이…. 눈물…. 약하다 욕해….”
“안현.”
“뭐…. 어…. 혀, 형님? 아이고. 인기남께서 여기는 어쩐 일로….”
내 목소리임을 알았는지, 안현은 고개를 번쩍 들어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들고 있던 술병을 들어올린 후, 차분히 입을 열었다.
“형이랑 술 한잔 하자. 둘이서.”
============================ 작품 후기 ============================
참 오늘은 생각할 것이 많은 하루였습니다. 원래 금요일은 제가 평일 중 가장 일찍 학교를 가고, 가장 늦게 집에 돌아오는 날입니다. 그런데 오늘따라 학교에 너무 실망해서 마음이 굉장히 착잡하네요.
세상에. 제가 학교에 다니면서 처음으로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지요. 아니다 다를까. 강의가 끝나고 애들 모두가 투덜거리더군요. 1학기 때 뵈었던 교수님들이 너무 열정적이셨던 걸까요? 단순히 강의의 질이 문제가 아니라 태도가 진짜….
아무 말도 없이 40분 지각은 기본에. 자료? 필기? 없습니다. 책 한 번 읽고 20분 사색하고. 책 한 번 또 읽고 20분 나갔다 오고. 책 한 번 다시 읽고 20분 휴식하고. 전문 용어가 굉장히 많은, 처음 듣는 전공 과목인데, 이건 알지? 하면서 모조리 넘어가고. 뭐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히더라고요. 딱 하나 마음에 든 것은, 40분 지각해서 40분 추가로 강의하셨다는 거네요.
불쾌한 마음에 집에 오자마자 형한테 투덜거렸는데, 형의 말 두 마디가 저를 넉 다운 시켰습니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 나도 그런 적은 있다. 그런데 결국 그건 네가 교수에게 맞춰야 하는 부분이다.”
“한 번 시험 끝나고 봐라. 애들 점수가 어떤지. 거기서도 악착같이 따라가는 애들 있다. 불평할 생각 말고 네가 노력해라.”
^_ㅠ 예습해야겠습니다.
PS. 성묘는 어찌될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아버지랑 통화 후 집에서 얘기하기로 했는데, 아직까지 오지 않으시네요.
PS2. 과연 지금 뀨뀨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 리리플 』
1. 우사인볼트 : 하하 1등 축하합니다. 흠. 궁금해해 주세요. ㅜ.ㅠ 안솔도 진짜 불쌍한 애에요. 세라프 다음으로요.
2. Renea : 쿠폰 감사합니다! _(__)_
3. 라이지나 : 트라우마 제거하면 광휘의 사제라.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하하하.
4. 오피투럽19 : 로유진 로유진 로유진 로유진 로유진 로유진 로유진 로유진 로유진 로유진.
5. 천냥보은 : 천냥보은 님! 그렇지 않습니다. 오해십니다. 오해를 거두어주세요. 🙂
6. 와룡선생a : 와룡선생a 선생님! 문제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보기에 답이 없어요!
7. CemeteryGates : 쿠폰 감사합니다. 정신 문제는 처음 안솔 설정을 잡을 때 제가 이것 저것 알아본 상태입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전문 지식이 부족한 상태라 많이 걱정되네요. 하하. 조금 부족해도, 예쁘게 보아주세요.(?)
8. namdab : 하하하. 쿠폰 감사합니다. 잊어먹은 건 아니었어요. 다만 리리플이 랜덤일 뿐이에요. 징징. ㅜ.ㅠ
9. 천사의사정 : 한가지 키워드를 드리자면, 과연 제로 코드가 무엇이길래 그렇게 천사들과 악마가 대립하고 있는 걸까요? 😀
10. hohokoya1 : 내일 연재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일 할 수 있게 된다면 최선을 다해 집필하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코멘트 달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은 언제나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