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515
00514 Vs 101. =========================================================================
역시 101의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처음에는 정면에서 막아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공찬호의 창과 부딪친 순간, 나는 바로 생각을 수정해 비스듬히 흘려낼 수밖에 없었다.
이화접목으로 되돌렸는데도 이 정도인데, 아마 끝까지 정면에서 막아내려 했다면 그대로 함몰되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히 그랬을 것이다.
당장이라도 깨어질 듯 시큰시큰한 비명을 내지르는 손목을 진정시키며, 나는 차분히 공찬호를 응시했다. 아무튼 간발의 차이로 구할 수는 있었으니까.
“호~. 이게 누구신가. 또 다른 수현 교관님이 아니신가?”
또 다른 수현이라. 공찬호의 말에 흘끗 뒤를 돌아본 순간, 한순간 가슴이 두근거리는걸 느꼈다. 아직 2년 차라서 그런지 확실히 조금 앳돼 보이기는 하다.
하지만 바닥에 주저앉은 채 나를 멍하니 올려다보는 사내는, 분명히 기억 속 진수현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극히 짧은 시간 동안 눈을 마주친 후, 나는 왼손으로 잡아챈 진수현의 검을 놓아주었다. 그리고 다시 앞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 진수현에게 모든 신경을 쏟기에는, 공찬호의 기세가 심상찮게 커져가고 있었다.
“교육생의 신고를 받고 왔습니다. 운동장에 큰 일이 벌어졌다고 하더군요.”
그러자 하? 탄식을 터뜨리는 공찬호가, 이내 느물느물한 얼굴로 크게 코웃음 친다.
“그거 정말 웃기는군! 신고? 우리는 대련 중이었다고!”
“방금 일격은 누가 봐도 대련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직접 수라마창을 받아낸 입장으로써 100% 확신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되레 어깨를 으쓱인 공찬호는 입꼬리를 슬쩍 비틀어 올렸다.
“물론 조금 과하게 보였을 수도 있지. 하지만 사용자들이 진짜로 어떻게 싸우는지 좀 보여주겠다는데, 이것도 잘못인가? 아니 그전에. 애당초 교육 권한은 교육 교관에게 있는 거 아니었나? 특별 교관이면 이래라~저래라 해도 되는 거야?”
“서로 간 약간의 말다툼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만.”
“말다툼이야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지 않나? 그리고 이건 서로 합의하에 치른 대련이고, 또한 명백한 교육 목적도 가지고 있었으니까. 아무튼 어떡할 거야? 이건 명백한 교육 방해라고. 교, 육, 방, 해. 응?”
“…흠.”
공찬호는 딱딱 끊어 말하며 교육 방해라는 말을 강조했다. 나는 조용히 침음을 흘렸다. 딱히 할 말이 없다기보다는, 그냥 별로 말을 섞고 싶지가 않았다. 어차피 주변에 증인도 수두룩하겠다, 교육 방해가 문젯거리가 된다면 이길 자신도 있다.
그런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공찬호는 살짝 팔을 들어 땅에 박힌 수라마창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창 끝을 내 앞에서 살랑살랑 흔들며 이죽거리기 시작한다.
“예전에 말이야. 어느 잘난 분께서, 교육 도중 내가 약~간 방해 좀 했다고 아예 검을 겨누신 적도 있었거든. 그럼 나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합니다. 정 억울하시면 그 부분에 대해서 정식적으로 항의하세요.”
“크큭! 항의라. 뭐,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기는 하지. 하지만 나는 그게 별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지는 않거든. 계집애도 아니고 고작 그런 것 가지고 일러바치나. 아! 또한 나는 총 교관을 수하로 둔 입장이 아니라서.”
“헛소리.”
들을 가치도 없는 말이라, 나는 공찬호의 말을 가볍게 일축했다.
그러자 잠시 후.
공찬호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수라마창을 거두어 어깨에 안착시킨다.
“…헛소리라. 그러면 말이야.”
그 말을 꺼낸 순간 공찬호의 표정이 일변했다. 조금 전까지 능글맞고 능청스럽기 그지없던 얼굴이 이제는 나를 지그시 노려보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한껏 들떠있던 어린 아이가 맛있는 먹잇감을 발견한 것처럼.
공찬호의 말이 이어졌다.
“여기서 저 애송이를 빼고, 네가 대신 하겠나?”
잠깐 귀를 의심하기는 했지만, 이내 늦지 않게 공찬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대련을 말하는 겁니까?”
“물론. 어디까지나 대련이지.”
공찬호는 즉답했다.
“아. 뭐 싫으면 어쩔 수 없고. 그럼 이 건은 그냥 불문에 부칠 테니, 얼른 그 애송이나 데리고 돌아가던가.”
그리고 씩 웃으며 예의 건들건들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도발성이 다분한 말투였다.
하지만 나는 속으로 웃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공찬호의 제안이 무척 반가웠기 때문이다.
사실 무난하게 넘어가려면 여기서 상황을 매듭짓는 게 맞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에는 몸이 너무나 근질거린다. 이것은 정말로 흔치 않은 기회였다. 또한 체력을 100포인트로 올린 이후, 단 한 번도 그 힘을 제대로 사용한 적이 없지 않은가.
더구나 상대는 바로 그 공찬호였다.
공찬호. 근력 101이자 천하에 대적할 자가 없으며, 모두에게 최강이라 칭송 받은 사용자. 1회 차 시절 보았던 천하무쌍의 모습은 아직도 내 머릿속에 깊숙이 각인된 상태였다. 저번에 보아하니 2년 전과는 조금 달라진 것 같기도 한데….
어쨌든 똑같이 근력 101을 이룬 만큼, 지금의 공찬호라면 분명 좋은 맞상대가 되어줄 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가슴속으로 한 번 붙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무럭무럭 일어난다.
그래. 사실 욕심이라고 봐도 좋다. 그럼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어떠한 준비 과정도 거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긴장감이 차오르는 기분이다. 그래도 나는 차분히 빅토리아의 영광을 다잡으며 자세를 잡았다. 무언의 허락이었다.
“그래. 바로 그거야. 크하하하하하하하!”
공찬호는 컬컬 웃어 젖히곤 내게 창을 겨누었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온다. 나는 긴장 반 설렘 반으로 공찬호의 걸음을 주시했다.
한 걸음.
두 걸음.
“그럼 간다!”
그리고 세 걸음째를 디딘 순간, 공찬호가 땅을 힘껏 박차며 창을 직선으로 내지른다.
피할까? 아니면 옆으로 빠지면서 안으로 치고 들어갈까?
생각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나는 급히 몸을 숙였다. 휙, 날카로운 바람소리가 머리꼭지를 스치고 지나간다.
이윽고 그대로 자세를 낮춰 보이는 발목을 걷어차려다가, 순간 정수리에 짜릿한 살기가 느껴졌다. 하여 걷어차려던 걸 멈춘 후에 나는 바로 뒤로 뛰었다.
쾅!
눈앞으로 세로로 세워진 수라마창이 땅에 일직선으로 내려 꽂힌다. 과연. 찌르는 도중 궤도를 바꿔 내려찍은 건가? 그나저나 흙먼지가 장난이 아닌데. 역시나 근력 101 사용자다운 위력이다.
그렇게 한 번의 공격과 회피를 주고받은 나와 공찬호는 서로 빠르게 물러나 간격을 벌렸다. 그리고 이내, 나는 하늘에서 나풀나풀 떨어지는 머리카락 몇 올을 볼 수 있었다.
“크하!”
생각을 정리할 틈이 없다. 벌써 자세를 가다듬었는지, 공찬호가 또 괴상한 기합을 외치며 저돌적으로 치고 들어온다.
이번에도 단순한 찌르기에 불과했지만, 거친 바람 소리를 내며 공기를 폭발적으로 가르는 창 끝은 무시 못할 기세를 품고 있었다. 이건 마치 한 마리 맹수를 보는듯한 몸놀림.
나는 재빠르게 검을 세웠다. 그리고 이화접목의 원리를 발동함과 동시에, 창 끝 방향에 맞춰 한쪽으로 크게 기울였다.
카앙!
시원한 철성과 함께 접합 면에서 불꽃이 튀었다. 동시에 나와 공찬호의 팔이 서로 반대쪽으로 튕겨나간다. 창은 이번에도 검면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손아귀가 찢어질듯한 감각은 여전하다. 들어오는 충격을 최대한 분산시킨 것도 모자라 일부를 되돌렸음에도, 남은 충격만으로도 이 정도의 힘을 내보이는 것이다.
쐑!
그 순간, 지나쳤다고 생각한 공찬호의 창이 기이하게 각도를 꺾으며 짓쳐 들어온다. 찌르기인지, 베는 것인지, 아니면 내려치는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조금이지만 속으로 감탄하고 말았다. 아무리 어지간한 사용자라도 공격할 때마다 되돌아오는 반동으로 당황할 법도 한데. 나 또한 똑같이 공격을 튕겨냈음에도 불구하고, 공찬호는 조금도 지체 않고 연속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후웅!
베기였다. 나는 또 뒤로 물러나는 대신, 상체를 크게 젖히는 것으로 회피했다.
그러나 공찬호의 공격은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흡사 끊임없이 도는 물레방아처럼 또다시 각도를 꺾으며 곧바로 치고 들어온다. 빗나갈 때마다 오히려 그 힘을 이용해, 더욱 강한 힘으로 노리는 게 확실했다.
결국, 나는 이번에도 뒤로 뛰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역으로 텀블링을 하며 거리를 벌리자, 별안간 공찬호가 히죽 웃는다. 그런 공찬호를 보며 나도 히죽 웃는다. 아니 웃었다.
그러자 빙글빙글 웃던 공찬호가 일순 정색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웃어? 지금 웃음이 나오나? 김수현?”
웃긴 놈일세. 저는 웃어도 되고, 나는 웃으면 안되나?
“왜. 나는 웃으면 안되나?”
“그건 아니지. 하지만 애써 태연한 척 하는 게 안쓰러워서 말이야. 크큭!”
“응? 애써 태연한 척이라고? 내가 언제?”
“그럼 아닌가? 이번 두 번의 공방에서 너는 모두 나에게 밀렸어. 계속 피하기만 했다고! 하하하! 뭐, 도망치는 것 하나는 인정해주지!”
…병신인가?
와하하 웃는 공찬호를 보자 절로 콧방귀가 나온다. 도발하려는 의도가 눈에 뻔히 보이기도 하거니와, 지금껏 이어진 두 번의 공방은 단순 탐색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아직 본 싸움에는 들어가지도 않은 상태였다. 공찬호 정도라면 그걸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아무튼.
이 정도면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나름은 합격이다. 그래도 1회 차의 명성이 딱지치기로 얻은 건 아닌지, 공찬호는 확실히 괜찮은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행동 대부분이 공격 쪽에 치중된 건 조금 아쉽지만, 아직은 탐색전에 불과한 만큼 함부로 평가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나나 공찬호나, 아직까지는 서로 모든 힘을 드러낸 게 아닐 것…. 응? 뭐지? …갑자기 왜 저렇게 숨을 씩씩 몰아 쉬는 거지?
문득 눈에 밟힌 이상 현상에 나는 공찬호를 자세히 주시했다. 얼굴에 여유가 넘쳐흐르는 것에 반해 어깨가 조금씩 들썩인다. 이내 가만히 청력을 높여보자 헐떡거리는 호흡마저 들려왔다.
벌써 지친 건가? 아니면 진수현과의 전투에서 체력을 소비했나? 아니면…. 설마 방금 전투에서 온 힘을 다한 건가?
아니다. 아직 수라마창의 진정한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으니 온 힘을 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조금 전 전투가 사용자 정보라는 울타리 안에서 최선을 다한 거라면….
나는 머리를 갸웃했다. 하지만 설마 그건 아닐 거라고 생각하며, 있는 힘껏 몸의 마력을 일으켰다. 이로써 공찬호의 기본기가 과히 나쁘지 않다는 건 확인했다. 그러하면 이제는 천하무쌍의 실력을 확인할 차례였다.
고오오오….
쿠쿠쿠쿠…!
지금껏 뜬구름처럼 주변을 표홀히 떠돌던 기운이, 한순간 일변해 폭풍처럼 휘몰아친다. 그리고 그 순간, 조용히 호흡을 고르던 공찬호가 일순 소스라치게 놀란 얼굴로 한 걸음 물러섰다.
“뭐, 뭐지?”
“……?”
“너…. 설마 지금까지 마력을 일으키지 않은 건가?”
“아니. 일으켰는데?”
확실히 일으키기는 했다. 공찬호의 일격을 흘릴 때마다 이화접목의 원리를 사용했으니까. 다만 전력으로 뽑아내지 않았을 뿐.
시종일관 비웃음을 보내던 공찬호의 얼굴이 돌연 이상하게 변했다. 무에 그리 궁금한 건지는 모르나, 어쨌든 더는 사정을 봐줄 필요가 없다. 탐색전도 끝났으니 이제는 내가 먼저 공격한다.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무릎을 한껏 구부림과 동시에, 땅을 세게 박차며 공찬호에게 달려들었다.
공찬호는 얼굴을 와짝 일그러뜨리는 와중에도 눈을 크게 부릅떴다. 검로를 읽고 대응하려는 모양. 그러나 채 1초도 지나지 않아 공찬호의 눈이 황망스럽게 변한다. 내가 빅토리아의 영광을 좌우로 빠르게 흔들며, 공찬호의 빈틈을 정확히 노리고 들어갔기 때문이다.
결국 공찬호가 내린 결정은 찍기였는지, 어쩔 줄 몰라 하던 창대를 가로로 들어 내리친다. 그러나 이미 두어 번의 격돌로 절대 부딪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인지한 상태라, 나는 곧바로 검을 끌어당겼다. 그리고 창대는 하릴없이 허공을 그었다.
“비겁한 새끼!”
공찬호는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걸음을 물렸다. 가만히 있다가는 그대로 재차 이어지는 칼침에 맞을 판인 것이다.
그러나 이대로 가만히 보고 있을 생각도 없다. 아마 창을 자유로이 활용할 거리를 확보할 목적인 듯싶어, 나는 틈을 주지 않고 곧바로 따라 들어갔다. 공찬호의 근력이 나보다 높다면, 내 민첩은 공찬호를 상회한다.
남은 거리는 이제 1미터도 되지 않는다. 나나 공찬호나, 서로 사정거리에 들어와 있는 상태였다.
바람결이 몸을 스친다. 쫓아가고 물러나는 와중에도 우리는 서로를 마주보았다. 나는 머릿속으로 공찬호의 움직임을 그려보았다. 공찬호는 분명히 이대로 내가 들어올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파고들어간 순간 모종의 행동을 취할 터. 아마 예의 각도 공격으로 나를 후려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생각은 끝났다. 이내 공찬호가 눈을 한 번 깜빡인 순간 나는 두 번 발을 굴러 미끄러지듯이 안으로 파고들었다. 물론 직선으로 들어간게 아니라, 최대한 오른쪽으로 돌아 반월형으로 들어간 것이다.
“걸렸구나!”
그 순간 공찬호가 외쳤다. 그리고 숨을 크게 들이키며 있는 힘껏 수라마창을 가로로 휘둘렀다. 역시나 카운터를 노리고 있었다. 허리를 노리고 들어오는 창대는 터지기 일보직전의 폭탄처럼 무시무시한 기세를 품고 있었다. 아마 부딪치는 순간 뼈도 추리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맞아줄 때의 이야기였다. 아까처럼 탐색전을 한다면 모를까. 본 전투에 들어간 이상 고스란히 맞아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미 들어올 것을 예상했던 만큼, 나는 왼팔을 휘둘러 공찬호의 팔꿈치 안쪽을 거세게 가격했다.
“크흡?!”
일순 가격한 팔이 크게 들리며, 동시에 수라마창 또한 궤도를 잃고 제멋대로 하늘로 튀어 오른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곧바로 빅토리아의 영광을 휘둘렀다.
그 찰나의 순간,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눈앞을 응시했다. 공찬호의 생각을 역이용해 되레 카운터를 쳤다. 아마 내가 이런 상황을 맞았다면, 꼼짝없이 당할 것이다. 그런 만큼 마음 한 켠으로 기대감이 일었다. 공찬호라면.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회피할까?
그때였다.
빅토리아의 영광이 머리를 베어 가르기 직전, 공찬호의 얼굴이 멍한 빛을 보였다. 어떠한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곁눈질로 들어오는 검을 하염없이 바라볼 뿐. 순간 의아한 기분이 들어, 나는 설마 설마 하면서도 반사적으로 검을 반 바퀴 돌렸다.
쫘악!
흡사 따귀를 때리는듯한 소리가 텅 빈 허공을 힘차게 울리고, 동시에 공찬호의 고개가 홱 돌아간다.
“크악!”
공찬호는 비틀비틀 물러나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고, 나는 어이없는 기분으로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김수현…! 이…! 이…!”
이내 정신을 차렸는지, 공찬호가 회까닥 돌은 얼굴로 이를 바드득 갈았다. 그런 공찬호의 오른쪽 볼은 발갛게 부어 오른 상태였다. 검면에 얻어맞은 자국과 검 끝에 긁힌 몇 줄기 선혈을 흘러내리며.
“너…. 뭐냐? 도대체 왜 맞은 거야?”
“뭐, 뭐라고? 이 자식이! 지금 끝까지 나를 우롱하겠다는 거냐!”
“아니. 진짜로 전력을 다한 거 맞아?”
“김수혀어어어어언!”
내 말이 도발이라 생각했는지, 공찬호는 노호성을 토하며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아직 의구심이 가신 건 아니었으나, 나는 다시 한 번 공찬호와 검을 섞었다.
그리고 결과는, 예상과, 아니 의구심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꽤나 열이 받았는지 공찬호는 미친 듯이 수라마창을 휘둘러 나를 압박했다. 그것을 하나하나 모두 피하고 나서, 아까와 똑같이 반월형으로 파고들었다. 공찬호는 재빨리 창을 옆으로 후렸지만, 나는 그것마저 한 바퀴 빙글 돌아 피해버렸다. 그리고 훤히 드러난 가슴을 걷어차버렸다.
퍽!
그러자 발길에 걷어차인 공찬호가 꼴사납게 나동그라지며 바닥을 구른다.
“끄윽…. 쿨럭!”
제법 충격을 받은 듯 공찬호가 가슴을 부여잡으며 기침을 토한다. 그러다 번뜩 고개를 들어 나와 마주하고는 망연한 얼굴을 보였다. 거뭇한 눈동자가 좌우로 흔들린다. 그런 공찬호의 눈은 마치 지금 상황을 믿을 수 없다 말하는 것만 같다.
“…….”
그리고 나는,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사용자 정보에 한해서, 공찬호가 처음부터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게…. 뭐야.”
갑작스럽게, 어마어마한 실망감이 온몸을 엄습하는 게 느껴졌다.
============================ 작품 후기 ============================
1회 차와 비교하면…. 뭐 수현이 무시무시하게 강해진 것도 있지만, 공찬호가 훨씬 약해진 것도 있죠. 더불어 엄청나게 찌질 해졌고요. 그 부분은 지금 후기로 말하기 보다는, 해답 파트에서 밝히는 게 좋겠죠? 🙂
그래도 한 가지 말씀 드리면, 지금 공찬호는 죽었다 깨어나도 김수현 못 이깁니다. 1회 차 때 전성기의 공찬호였다면…. 한 10%~20%? 한 10번 싸우면 한 번은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ㅋ_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