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545
00544 인선 발표. =========================================================================
1. 이름(Name) : 고오환(6년 차)
2. 클래스(Class) : 검사(Normal, Sword User, Master)
3. 소속국가(Nation) : 북 대륙
4. 소속단체(Clan) : 무사(武士)(Clan Rank : B Plus)
5. 진명 • 국적 : 정복감을 즐기는 자 • 대한민국
6. 성별(Sex) : 남성(42)
7. 신장 • 체중 : 174.6cm • 87.3kg
8. 성향 : 호전 • 욕망(Aggressive • Ambition)
…이름이 고환?
아, 아니구나. 고오환이었구나. 그나저나 참으로 재미있는 이름이군.
아무튼, 무사 로드가 이의를 제기했다. 사실 이의라고 해봤자 듣지 않아도 뻔하다. 기록에 그려진 선봉 부대의 현황만 봐도 답이 나오니까. 무사는 머셔너리 바로 뒤에 배치돼있었다.
잠시 시선을 교환한 후, 한소영이 차분히 입을 열었다.
“아직 이의를 받겠다 한 적 없습니다. 앉으세요.”
“그래도 해야겠소만. 지금 배치가 이게 뭐요? 이건 약속과….”
“저는 무사 로드와 어떤 약속도 한 적 없습니다. 그리고, 다시 말씀 드립니다. 앉으세요.”
“하! 이렇게 나오시겠다? 그때 분명 우리 무사가…!”
그때였다.
무사 로드가 코웃음 치며 외치려는 찰나, 한소영이 두 눈을 살며시 치켜 떴다. 이어서 항상 한결같던 아미가 부드러운 굴곡을 그리며 휘어진 순간.
『사용자 한소영의 고유 능력. 카리스마(Apriority, Rank : A Plus)의 발동을 감지했습니다.』
『사용자 김수현의 잠재 능력. 심안(정)(Rank : EX)이 대응합니다.』
갑작스럽게, 주변의 공기가 일변했다.
“선봉…. 으…. 에….”
동시에 무사 로드가 돌연 말을 더듬었다.
한순간 변화한 흐름.
차츰차츰 차오르는 긴장에 절로 침이 넘어간다. 예의 흑 수정 같던 적요한 눈동자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무사 로드를 바라보는 한소영의 두 눈은 눅진한 핏빛을 비추며 번들거리고 있다. 흡사 사냥감을 눈앞에 둔, 피를 갈구해 마지않는 여인처럼.
“앉으세요.”
그윽하다. 하지만 진득한 살기가 깊숙이 숨겨져 있는, 듣는 이의 등골을 서늘하게 훑는듯한 목소리였다.
“으…. 어….”
털썩!
잠시 후, 거의 무너지듯이 의자에 주저앉는 소리가 들렸다.
“…….”
“…….”
모두가 침묵을 지킨다. 어느덧 회의실은 숨소리마저도 멎은 상태였다. 시선만 내린 채 무사 로드를 내려다보는 한소영을 보고 있자, 진득하면서도 묘한 살기가 척추를 서늘하게 훑는다. 감히 거역할 수 없는 기운이라고나 할까. 살기와 긴장이 어우러진 회의실에 고요한 정적이 내려앉자, 어깨가 무겁게 짓눌리는 기분이었다.
과연, 이게 바로 한소영의 카리스마.
마치 여황(女皇)을 보는듯하다.
“죄, 죄송합니다! 그냥 이스탄텔 로우의 지시에 따르겠습니다!”
아까 기세 등등하게 일어나던 모습은 어디 갔을까. 더는 참지 못하겠는지 식은땀을 줄줄 흘리는 무사 로드가 겨우 외쳤다. 그제야 회의실을 가득히 메우던 살기가 조금이나마 흐려져, 참았던 숨을 내쉬는 소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들려왔다.
한소영이 말했다.
“선봉 부대는 남부 원정대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 부대입니다. 그리고 제가 머셔너리 클랜을 최고 선봉으로 선발한 데는 당연히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제 말은요….”
“가장 최근에 악명을 떨쳤던 용이 잠든 산맥에 대해서는 알고 계실 겁니다. 그리고 그 지역을 어느 클랜이 공략했는지도요. 머셔너리는 모두가 포기하다시피 한 지역을, 열 명 남짓한 인원으로 공략했습니다. 이런 실적을 하나하나 따져 길잡이 역할을 맡긴 건데, 그게 그리도 불만이신지요.”
“아, 아닙니다. 전혀 아닙니다. 하지만….”
“물론 우리 이스탄텔 로우가 근 2년간 두드러진 실적을 올렸다고는 하나, 이조차도 머셔너리에 비하면 조족지혈입니다. 수치화시켜 비교해보면, 17배 정도 차이가 났으니까요.”
“1, 17배….”
“참고로, 무사와는 약 457배 가량 차이를 보였습니다.”
“…….”
계속 쏘아지는 날카로운 비수에 무사 로드는 결국 고개를 수그리고 말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한소영의 말에 급격한 관심이 쏠렸다. 도대체 어느 걸 기준으로 잡았길래 저런 수치가 나온 걸까?
이윽고 핏빛 시선을 거둔 한소영은 예의 칠흑 색 눈동자로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아까도 말씀 드렸습니다. 이스탄텔 로우는 여러분을 최대한 합리적이고 안전하게 이끌어갈 생각이라고. 저는 강철 산맥에 들어간 이후, 발생하는 모든 일에 책임을 질 각오가 돼 있습니다.”
“…….”
“하지만 그런 만큼 여러분도 제 권한을 존중해주시길 바랍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의 소소한 분란은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 그러나 만일 강철 산맥으로 들어간 이후에도 제 지휘권을 침범하는 사태가 벌어질 시, 그때는 이 정도로 넘어갈 생각이 없습니다.”
“…….”
“궁금하신 분이 있다면, 한 번 시험해봐도 좋습니다. 다만 그렇게 하시기 전, 제가 이 모니카의 밤거리를 어떻게 청소했는지 한 번 기억해주시길.”
“…….”
모니카의 밤거리를 어떻게 청소했는지 기억하라. 이 말은 어떻게 보면 선전포고라 할 수 있을 만큼 과격한 말이었다.
한소영은 예전에 모니카에 밤거리를 형성하려던 사용자를 잡아 공개 처형한바 있다. 그 사용자가 대형 클랜의 소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즉결 처분한 것이다.
결국 무슨 뜻이냐 하면, 강철 산맥에 들어간 이후로는 알아서 기라는 소리였다. 한소영 말마따나 명령 불복종 등 지휘권을 침범하는 사태가 벌어질 시, 즉결 처분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이다.
아마 다른 사용자, 예를 들면 안효섭이 그렇게 말했다면 믿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소영은 다르다.
전례가 있는 만큼, 또한 내가 아는 한소영은 정말로 그러고도 남을 여인이었다.
“충분히 알아들으셨기를 바라며, 그럼 계속 이야기하도록 하죠. 우선….”
모두가 조용히 듣기만 하는 가운데, 나는 홀로 소리 없이 빙긋 웃었다.
*
머셔너리의 인원은 총 몇 명일까?
전투 사용자, 비 전투 사용자, 거주민, 아기, 영물 등등을 합치면 정말 많지만, 우선 클랜원으로 등록돼있는 인원은 총 64명. 그중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부부와 마르를 제외하면 61명. 즉 이 61명이 현재 머셔너리가 가용 가능한 실질 인원이라 볼 수 있다.
물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사항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연차로 구분한다면?
0년 차 2명, 1년 차 4명, 2년 차 8명, 3년 차 11명, 4년 차 14명, 5년 차 11명, 6년 차 4명, 7년 차 5명, 8년 차 1명, 9년 차 1명.
클래스로 구분한다면?
근접 클래스 26명, 궁수 클래스 10명, 마법사 클래스 14명, 사제 10명, 특수 1명.
이번에 강철 산맥 이야기가 나오기 앞서, 나는 새롭게 정리한 클랜원 현황을 두고 무척 많은 고민을 했다.
클랜원들 중 일부는 정말 누가 봐도 강력한 사용자고, 그런 클랜원들은 애써 머리 싸맬 필요가 없다. 어떤 방식으로는 써먹을 수 있을 테니 그냥 고민 않고 집어넣으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그 아래 사용자들은 나로서도 장고에 장고를 거듭해야만 했다. 차라리 연차 제한이 있거나 실력이 좋지 않으면 모를까. 일단 머셔너리에 가입한 이상 다들 준수한 사용자 정보를 갖춘 상태였고, 그렇다면 여기서는 조합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조합은 단순히 클래스간의 적절한 조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물론 그것 또한 중요하기는 하지만, 자기 자신의 사용자 정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클랜원과 얼마나 손발을 맞출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었다.
결국 나름 최선이라고 생각한 인선을 짜고 현황을 제출하기는 했지만, 아직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왜냐하면 머셔너리 클랜원들 거의가 자신이 어디 가서 꿀리는 수준이 아니라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런 만큼 인선 발표는 사용자 개인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도 있는 매우 예민한 문제였다.
머셔너리 클랜 하우스. 4층 대 회의실.
“모두 어젯밤 연락을 받았을 겁니다. 오늘 오전을 기준으로 동부에서 강철 산맥을 향한 진군을 시작했습니다.”
말 그대로였다. 남부 소집령이 끝나고 일주일 후, 중앙 관리 기구에서 동부에 연락을 보냈다. 가장 빠르게 편성을 마친 동부는 곧바로 호응했고, 바로 오늘 아침 모니카로 대규모 워프 후 강철 산맥을 향해 떠났다. 나를 비롯한 모든 클랜원들이 떠나는 광경을 보고 왔으니 다들 알고 있는 사실들일 것이다.
말을 마치고 주변을 둘러보자 하나같이 입을 딱 다물고 있는 클랜원들이 보였다. 이제 정말로 공략이 코앞에 다가왔다는데 긴장한 걸까, 혹은 다른데 관심이 있는 걸까. 아니.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말인즉슨, 우리도 이제는 늦어도 3주 안에는 모니카를 떠나야 한다는 말이었다.
회의실에 참가한 61명의 클랜원이 모두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나는 얼굴이 뚫릴듯한 기분을 느끼며 앞에 놓인 기록을 집어 들었다. 그러자 나를 보던 시선들이 일제히 기록을 주시한다. 개중에는 안력을 끌어올린 클랜원들도 보일 정도였다.
“미리 말해두지만 1차로 편성한 인선은 이미 이스탄텔 로우에 제출한 상태입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1차에 불과하고, 출발 전날까지 변경할 여지는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토록 늦게 발표하는 이유는, 어지간하면 바꿀 생각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공략할 지역은 그 어느 유적도 아닌, 용이 잠든 산맥도 아닌, 바로 강철 산맥이니까요.”
나름 길게 말한 것 같은데도, 여전히 일말의 반응도 보이지 않는 클랜원들.
얼른 인선을 발표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느끼며 나는 짧게 한숨을 흘렸다.
“후. 말이 길었나 보군요. 그럼 다른 건 차치하고, 우선 인선부터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상 인원 총 61명. 그 중 이번 강철 산맥에 참가하는 인원은 총 31명입니다. 물론 저를 포함한 인원이므로, 여기서는 총 30명의 이름을 호명하겠습니다. 그럼….”
웅성웅성. 웅성웅성.
잠깐 말을 끊으며 기록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제야 클랜원들 사이로 미약한 어수선함이 일었다. 총 참가 인원 31명. 아마 예상보다 너무 적다고들 생각하고 있겠지.
잠시 클랜원들을 바라본 후.
“그럼 우선 근접 클래스부터 발표하도록 하죠.”
도로 시선을 돌리자, 소란은 삽시간에 잦아들었다. 이내 갑작스럽게 팽창하는 뜻 모를 긴장감이 확연하게 느껴졌다.
기록에 적혀있는, 클래스 별로 나뉘어진 선발 인선 현황을 보며 나는 차분히 숨을 골랐다. 그리고 잠시 후, 조용히 이름을 호명하기 시작했다.
“근접 클래스. 사용자 고연주, 구예지, 김동석, 남다은, 박현우, 안현, 우정민, 이유정, 진수현, 차소림, 허준영. 이상으로 11명. 그리고 저를 포함한 총 12명이 강철 산맥에 참가합니다.”
“궁수 클래스. 사용자 강채린, 선유운, 엄백현, 임한나. 이상으로 4명이 강철 산맥에 참가합니다.”
“마법사 클래스. 사용자 김한별, 박효찬, 원혜수, 정하연, 표혜미. 그리고 거주민 비비앙, 사샤, 헬레나. 이상으로 8명이 강철 산맥에 참가합니다.”
“사제 클래스. 사용자 박다솜, 백승훈, 서지훈, 신재룡, 안솔, 이우석. 이상으로 6명이 강철 산맥에 참가합니다.”
중간중간 잠시 끊은 것 빼고는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인선을 발표하자, 조금이지만 숨이 차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발표해야 할 클랜원이 한 명 더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특수. 사용자 백한결. 이상으로 1명이 강철 산맥에 참가합니다.”
나는 여전히 기록에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아직 남은 마지막 인원을 발표했다. 그리고 바로 시선을 올리자 손톱을 깨물던 백한결이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나는 마주 살짝 웃어주며, 차분히 기록을 테이블 위로 흘렸다. 그리고 담담히 입을 열었다.
“이렇게 총원 31명이, 이번 강철 산맥을 공략하는 남부 원정대에 참가합니다. 이상으로 인선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 작품 후기 ============================
4부에서 2부로 줄인 건 제가 결정한 일입니다. 애초에 1회 연재 시작할 때부터 4부에서 3부로 줄였고, 연재 중 2부로 줄였지요. 그 부분은 제가 결정한 거라 이전 후기에서도 말씀드린 듯한데요. 이건 쭉 읽어오신 독자 분들이라면 누구나 다 아시는 부분일 겁니다.
혹시 전 회 후기에 뭔가 잘못 적은 게 있나 다시 봤는데, 딱히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개그 물로 변환하는 게 아니라, 강철 산맥에 들어가기 전에 최대한 웃음을 드리는 내용을 집어넣고 있다가 요지였습니다.
아니면 혹시 저번 후기에 문제가 있었나요? 예를 들면 독자 분들이 뭔가 불쾌하게 받아들이실 만한 요소가 있었는지요? -_-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