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968
00967 If You Change, One. =========================================================================
우당탕탕!
갑자기 시야가 미끄럼틀을 타며 부딪쳐 넘어지는 소리가 적막한 테라스에 울렸다.
“!”
아차 하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일이 벌어진 뒤였다. 아래 깔린 한소영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날 올려다본다. 떨어지는 팔을 보고 엉겁결에 손을 뻗었는데 순간 발이 꼬였는지 덮쳐 쓰러트리고 말았다.
이성은 끝끝내 주저했으나 본능이 제멋대로 행동해버렸다. 결국에는 나도 모르게 답을 해버린 셈이다. 왜냐면 진심으로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이런 저라도….”
본능에 점령당한 입이 멋대로 뇌까린다.
“정말 괜찮으십니까?”
한소영의 입이 살짝 열렸다. 어지럽게 흩어진 머리카락 틈으로 드러난 새까만 눈동자가 희미하게 빛난다. 이내 그녀의 고개가 더 마주치기 부끄럽다는 듯 살며시 꼬아졌다.
“여기서는…. 싫어요….”
그 수줍은 고갯짓이, 그 애절한 한 마디가 가슴 속 불씨를 당겼다. 살그머니 부축하자 눈을 반쯤 감은 한소영이 조용히 고개를 기대온다. 흡사 자신의 모든 것을 내맡기는 듯한 감각에 난 그녀가 깨어질세라 조심스레 몸을 돌렸다.
달빛조차 비치지 않는 집무실은 어둡기만 할 뿐만 아니라, 을씨년스러울 만큼 고독하다. 들리는 거라고는 간간이 몰아쉬는 숨소리뿐. 그제야 호흡이 거칠어졌음을 깨달았다. 나도 그렇고, 품속의 여인도.
한소영이 눈을 완전히 감으며 턱을 젖힌다. 뭘 원하는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훤하다. 난 꿀꺽 침을 삼킨 후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두 번째로 맛보는 그녀의 입술은 몹시 차가웠으나, 독한 술 향기가 섞인 숨결을 토하며 순식간에 뜨거워졌다.
“응…. 으응….”
목이 바짝 타는지 앓는 듯한 신음이 귀를 스친다. 문득 목이 옥죄는 느낌이 들었다. 한소영이 내 멱살을 잡으며 깨금발을 들고 있었다. 한층 강하게 입술을 밀어오는 것이 왜 이렇게 늦었냐고 투정부리는 것 같아, 난 그녀의 뒷머리에 달래듯이 손을 얹었다.
이윽고 내 손길에 이끌린 한소영은 비틀거리며 침대에 앉더니 풀썩, 시트에 몸을 뉘었다. 아직 입맞춤의 여운에서 헤어나오지도 못했건만. 어스름한 침대 위에 놓인 몸맵시를 난 빠져들 듯이 응시했다.
아직 물기가 가시지 않은 흑단 같은 머리카락은 뺨에 아주 조금 접착돼 있고, 나머지는 전부 공작새의 날개처럼 시트에 흐드러지게 펼쳐졌다. 실눈 사이로 드러난 눈동자는 평소와 같은 무심한 빛이 아니라, 무언가를 갈구하듯 흐릿하게 풀려 흔들린다.
하아, 하아. 달뜬 입술이 뱉는 숨에는 관능적인 향기가 물씬 흐른다. 아름답다.
…사실 아직 ‘정말 이래도 될까?’ 라는 거부감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제 와서 돌이키기 늦었다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다. 거기다 어른어른 올라오는 살 내음은 몹시도 자극적이라, 손을 대면 천벌을 받을 것 같은 까닭 모를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홀린 듯이 손을 뻗게 된다.
허리를 조인 띠를 풀어 잡아당기니 흰 가운이 느슨히 풀어지며 주름이 잡힌다. 그것마저도 양쪽으로 열며 넘겨버리자, 젖혀지는 가운 사이로 노출되는 나신이 활짝 피어나는 백합이 탐스러운 속살을 드러내듯 눈 부신 빛을 발한다. 설마 설마 했는데 놀랍게도 가운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이어지는 한소영의 행동은 굉장히 재빨랐다. 왼쪽 팔로 얼굴을 절반이나 가리고, 오른쪽 팔로는 젖가슴을 덮으며, 양 허벅지를 꼭 오므리는 것은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입술을 질끈 깨무는 것이 지금 어떤 기분인지 짐작이 간다.
하지만 난 금세 시선을 한 곳으로 빼앗겼다. 한소영이 맨몸을 가린 것 따위는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손을 내밀어 오른팔을 잡자 흠칫하는 저항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주저주저하면서도 곧 내 손에 끌려 끝내 팔을 치우고 만다.
“하.”
마침내 드러난 젖무덤은 저절로 탄성이 터질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형태는 전체적으로 공을 반으로 갈라 붙인 듯 둥그스름한 형태였으나, 특이하게도 앞이 뾰족하게 튀어나온 원추형 가슴이었다. 완만하게 내려오는 위 가슴을 불룩한 밑 가슴이 균형 있게 받쳐줘, 아주 조금의 처짐도 없이 툭 하고 위로 향한다. 그 결과 선명한 선홍빛 유두도 도드라지게 돌출돼 있으니 이 어찌 이상적이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하응!”
그때 한소영이 낸 것이라고 믿을 수 없는 앙증맞은 비음이 터졌다. 언뜻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양손이 그녀의 젖가슴을 거머쥐고 있었다. 실로 은혜롭다고 생각될 정도로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기분 좋은 탄력이 실시간으로 전해진다. 게다가 이미 빳빳하게 세워진 젖꼭지가 손을 긁어와 나도 모르게 부르르 몸을 떨었다. 이런 기분이었구나. 한소영의 젖가슴은 이런 기분이었구나.
임한나처럼 무지막지한 크기는 아니지만, 한소영도 충분히 글래머라고 볼 수 있는 풍요로운 가슴의 소유자였다. 서너 번 힘껏 쥐었다가 펼 때마다 손아귀에 미처 잡히지 않는 살이 손가락 틈새로 부풀 듯 빠져나온다.
이왕 내친 김이었다. 한동안 젖무덤을 주무르던 두 손은, 곧 희고 가는 목덜미부터 시작해 젖가슴에 비해 너무나 작아 보이는 아담한 어깨를 조심조심 쓸어내렸다. 이어서 섬세하게 그러나 물 흐르듯 그녀의 온몸을 희롱하기 시작한다.
볼록 솟은 일자 복근이 인상적인 잘록한 허리선을 지나 풍만한 곡선을 그리는 둔부를 어루만진다. 탱글탱글한 감촉을 선사하는 엉덩이를 몇 번 주무르다가, 항상 건강하다고 생각했던 허벅지 안쪽까지 손을 뻗쳤다.
“으, 으응…. 흐으…. 흐아아앙…!”
한소영은 중간중간 까닭 모를 원망 어린 눈초리를 보내며 끊임없이 애간장을 녹이는 신음을 흘렸다. 허리나 엉덩이를 이리저리 비트는 등 최소한의 반항을 해보지만 난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그저 손끝으로 온 신경을 집중해 자꾸만 움직이는 그녀의 전신을 정성스레 애무했다.
들썩들썩하는 몸에는 잔 물방울들이 아직도 곳곳에 맺혀 있다. 진짜 황금 비율이라는 게 있다면 이럴까. 마치 바다에서 갓 태어난 비너스를 보는 것 같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던가.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강하게 옥죄여 있던 허벅지가 아주 조금이지만 느슨하게 풀렸다. 테라스에서 차갑게 식었던 몸은 어느새 처음 들어왔을 때처럼 뜨끈하게 달궈져 있었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됐다는 생각이 들어 난 오르락내리락하는 둔부 사이로 은근슬쩍 손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한소영의 몸이 순간적으로 허벅지를 오므렸으나 이미 침투에 성공한 손은 그녀의 소중한 곳을 더듬고 있었다. 가슬가슬한 수림을 스친 손끝으로 딱 붙어 갈라진 계곡이 만져졌다.
“머, 머셔너리 로드….”
한소영이 젖은 목소리로 날 부른다. 난 괜찮다는 의미로 부드러이 미소 지었다. 그리고 살며시 틈을 벌리는 순간이었다.
“?”
정확히는 음부 안으로 막 중지를 집어넣으려는 찰나, 느닷없이 뜨듯한 액체가 왈칵 흘러나오는 걸 느꼈다. 깜짝 놀라 손을 빼자 투명하고 진득한 액체가 묻어 번들거리는 걸 볼 수 있었다. 이게 뭔지는 알고 있다. 애액. 그런데 문제는….
“…….”
그 양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과장 조금 보태서 손아귀로 물이 고여 찰랑거리는 중이었다. 이 정도면 효과 좋은 미약을 뭉텅이로 썼다고 봐도 좋을 수준이었다.
그러나 미약은 쓰지 않았고, 생각나는 건 정의 반지밖에 없다. 아마 본인이 느끼는 흥분에 내가 느끼는 흥분까지 더해지니 몸이 갑절로 민감해진 듯싶다. 하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이건 민감해도 너무 민감한데. 홍수까지는 아니지만, 사타구니까지 흥건해졌다고 보기는 충분하니까.
그때였다. 문득 예전 게헨나가 쪽지로 알려줬던 경고가 뇌리를 스치는 순간, 작게 흐느끼는 소리가 흘렀다. 수치심 때문인지 한소영이 이를 악문 채 몸을 떨고 있었다. 그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모습에 잠깐 깨어난 의식이 다시 그녀를 향해 빠져든다.
어쨌든 이 정도면 전희는 충분하고도 남는다. 난 한소영의 몸 위로 겹치듯이 몸을 실었다. 그리고 지그시 짓누르니 내 가슴에 그녀의 젖무덤이 뭉개지는 감촉이 기분 좋다.
한소영은 싫다는 몸짓을 보였으나 서둘러 입을 맞추자 버둥거림을 멈췄다. 어르고 달래듯 키스하니 삐죽거리면서도 느릿하게 눈을 감는다. 조금 안심했는지 그리 싫어하지는 않는 눈치였다. 그러는 동안 난 스리슬쩍 그녀의 다리를 벌리며 하부를 접근시켰다.
이제 넣겠다는 분위기 깨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사실은 한 시라도 빨리 한소영과 한 몸이 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남근은 가운을 벗겼을 때부터 빳빳하게 발기된 상태라 이제는 피가 몰리다 못해 미약한 아픔마저 느껴질 지경이었다.
잠시 후, 페니스의 첨단으로 아까 찾았던 입구가 느껴졌다. 이미 몇 번이고 겪어본 만큼 난 익숙하게 힘을 주며 은근하게 허리를 찔렀다.
“악…!”
입맞춤에 열중하던 한소영이 움찔하며 소리를 지른 것도 그때였다. 자신의 소중한 곳을 푹 파고 들어오는 딱딱한 기둥을 느꼈는지 나른하던 두 눈이 부지불식간에 치떠졌다.
“아, 아…!”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 안타까운 소리가 새어나오나 이미 귀두는 입구로 들어가 있었다. 그 상태로 아주 조금 더 밀어 넣자 한소영의 전신이 딱딱하게 경직됐다.
“후우우우….”
긴 한숨이 나왔다. 아직 반의 반의 반의 반도 들어가지 않았지만, 이 정도면 일차 삽입은 성공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생각보다 쉬웠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바로 아래 찢어질 듯 커진 한소영의 두 눈동자가 애달프게도 흔들리며 허공을 응시한다. 덜덜거리던 온몸의 떨림은 심한 경련으로 변해 간헐적으로나마 펄떡거리기 시작한다. 거기다 두 손은 어느새 침대 시트를 쥐어뜯을 기세로 잡아당기고 있었다.
“아…, 윽…, 흐…, 흑….”
거기다 단말마처럼 들리는 다채로운 비명까지.
평소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지만 어쩔 수 없다. 한소영은 어디까지나 첫 경험이고 또 처녀였으니까. 한 여인으로서 처음을 무서워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잠시 후, 난 남근이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자세를 바로 했다. 그리고 한소영이 진정하기를 기다렸다가, 천천히 찔러 넣기를 시도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그럴수록 그녀는 어떻게든 벗어나려 위로 올라갔지만, 난 몸부림치는 둔부를 침착히 누르며 허리에 서서히 힘을 가했다.
확실히 한소영의 안은 특이하다. 살이 뜨겁기는 하지만 여느 처녀처럼 무조건 밀어내지도 않고 터뜨릴 듯 쥐어짜지도 않는다. 적당한 딱딱함과 딱 알맞은 압박감. 힘을 주는 대로 내 기둥에 맞춰 길이 개척되고 만들어진다. 꼭 불에 뜨겁게 달군 촉촉한 찰흙을 가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하으, 하으으응…!”
그러는 동안에도 한소영은 여전히 도를 넘는 반응을 보이는 중이었다. 아직 처녀막까지는 닿지도 않았는데 두 종아리는 벌써 힘이 잔뜩 들어가 허공으로 올라와 있었다. 발가락까지 꼭 오므린 것이 나만 기분이 좋은 것 같아 안쓰럽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어쩌면 욕망이 앞서 너무 서둘렀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한 난 또다시 허리를 굽혀 서로의 몸을 겹쳤다. 그 탓에 남근이 좀 더 안으로 침투해서인지 뻣뻣하게 뻗어 올라가 있던 다리 두 개가 힘껏 시트를 내려쳤다.
출렁출렁하는 진동을 느끼며 양팔로 한소영의 목을 살며시 감았다. 최대한 빨리 끝내야겠다는 생각에 허리에 힘을 바짝 주며 아래를 흘깃거렸다.
그 찰나의 순간, 무언가 이상하다는 직감이 엄습했다.
“어?”
그와 동시에 한소영과 관계를 맺을 때 필히 조심하라는 게헨나의 경고가 재차 떠올랐다.
“어, 어.”
분명히 귀두 정도만 들어갔다고 생각했는데.
“자, 잠시만.”
한데 눈에 보이는 페니스는 생각보다 더 들어간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도 구멍에 집어삼켜 지듯 차츰차츰 매몰되어가는 중이었다. 내 의지와는 다르게.
이윽고 어떻게 할 틈도 없이 귀두가 연하디연한 막에 닿는 걸 느끼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