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ing a world on your own with an infinite capital RAW novel - Chapter 202
2화 일본 총리의 결단
-대한민국 만세다!
-설마 종전 협정을 실제로 체결할 줄이야.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했다는 게 제일 중요한 거죠.
-남북이 무역 대표부를 설치하고, 1년 안에 정식 외교 관계를 수립한다잖아요?
-그렇죠. 무역 대표부 다음에는 대사관이 들어서겠죠. 그 말은 남북이 비자만 받으면 왕래할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울 할아버지, 눈 감을 때까지 고향을 가고 싶어 했는데, 거기 있는 먼 친척들이라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꿈만 같아요.
-그 모든 일의 핵심에는 북한의 핵이 있었거든요. 이게 심복지환이었는데, 그걸 과감히 던졌다는 사실… 이건 가히 혁명입니다.
-삼팔선의 군대가 20킬로 후방으로 철수하면, 사실상 전쟁은 끝난 거죠? 군에 가 있는 오빠 때문에 너무 행복합니다.
-오빠 계급이 뭔데요?
-갓 입대해서… 이등병.
-와! 오빠는 지갑 주웠네. 철원, 인제, 양구… 아이고, 철책 생각만 해도 몸서리 처진다.
-그런데 또 국민신문이네요. 여기는 특종 전문 신문사인가 봐요?
-음… 제 형님이 국민신문 교정부에 근무하는데요. 청와대에서 조갑조 기자님만 콕 찍어서 초청했답니다.
-신기하네. 이 양반 이름은 이제 전 국민이 다 알겠다. 특종 자판기라고.
-그러게, 또 올해의 기자상은 영순위 예약했네.
-하여튼 감사한 일이죠. 실시간으로 보내오는 사진을 보면서 너무 가슴 졸였거든요.
-저… 이건 제 뇌피셜일 수 있는데요. 조갑조 기자님이 전송한 사진을 보다가 이상한 걸 하나 발견했어요.
-뭔데요?
-얼핏 대표단 일행 중에 아는 얼굴이 보여서… 제가 한국대학교 89학번인데… 박하송 선배가 나온 걸 봤습니다.
-엥?
-설마?
-저도 긴가민가한데… 분명히 박하송 선배였어요.
-그럼?
-맞네!
-김시혁, 황제 마이다스 킴!
-발표장에는 없었는데……?
-아니, 맞을 겁니다. 박하송 대표는 김시혁 회장의 최측근. 그런 사람이 관광하러 평양까지 갔겠습니까?
-이 모든 작품을 만든 사람이 우리 황제였다고?
-하여튼 가슴이 벅찹니다. 머리에 핵을 이고 산다는 게 얼마나 스트레스받는 일이었는지.
-단순히 핵을 제거한 게 아니라는 거, 유사시에 남북의 영토가 타국에게 침공을 당할 시 남북은 공동으로 핵의 통제권을 가진다는 특례 조항이 있습니다. 이거 정말 중요합니다.
-그게 왜 중요한 거예요?
-대한민국이 핵을 가진 것과 똑같은 거니까. 또 그걸 미국과 러시아, 중국이 인정했다는 거니까.
-우리가 졸지에 핵보유국?
-하여튼 요즘만 같으면 걱정이 없겠다. 너무 좋아.
-통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어.
-대한민국 만만세다!
한국에서는 모든 뉴스와 댓글이 찬양 일색이었다. 그리고 슬쩍 시혁의 개입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다.
그래, 그가 아니면 누가 이런 판을 깔 수 있단 말인가? 역시 우리의 황제시다.
*
“허탈하군.”
“…….”
“대일본 제국이 이렇게 개무시를 당하다니……”
“미국에 강력 항의 해야죠.”
“하면? 바뀔 게 있나? 이미 협정서에 남북이 조인 했고 미국, 러시아, 중국도 서명한 마당에.”
“이건 우방에 대한 무시입니다. 특사를 미국으로 보내야 합니다.”
“그만! 얼마나 더 비참해질 생각인가?”
“끄응… 너무 분합니다.”
일본의 내각 총리와 비서실장.
웃기는 놈들이다. 아직도 한반도에 대한 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다. 언제든 다시 되찾을 자신들의 식민지로 생각하는 것이다.
한번 맛본 달콤한 기억, 섬을 벗어나 동북아 대공영을 부르짖으며 짓밟았던 조선 땅. 만주에 수립한 괴뢰정부. 꿀이 흐르는 상하이… 거의 다 됐다고, 손에 쥐었다고, 대일본 제국도 대영제국처럼 번영할 수 있다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 마약 같은 기억을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결정적인 순간 완전히 물을 먹어 버렸다.
여전히 클린턴 대통령은 바쁘다며 전화를 피하고 있었다. 겨우 일본 주재 미국 대사를 통해 이번 회담의 결정문을 보내온 게 전부였다.
이미 CMM 생방송을 통해 남북 정상이 발표했던 문구와 한 치도 틀리지 않는 결정문. 총리는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허탈하다, 쪽팔리고.
이런 꼴을 보려고 꼬리를 흔든 게 아닌데.
“참, 미국에 파견한 모리 대신, 연락이 두절되었다고?”
“김시혁 회장 측과 접촉한 것은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수행원들만 귀국시키고 자신은 연락을 끊어 버렸습니다.”
“미친!”
“며칠 전에는 가족과 친척들도 몽땅 출국했습니다.”
“빠가야로! 일국의 내각 대신이라는 놈이…….”
일본 총리는 어이가 없었다. 그냥 공무원이 아니다. 국토부를 관장하는 대신(장관) 아닌가.
말이 안 된다. 일본의 국토부 대신은 무겁고 막중한 자리다. 마음만 먹으면 누만금을 벌 수도 있는 알짜배기가 국토부 대신. 일본 전국의 개발을 주도하고, 대단위 건설 계획 승인권을 쥐고 있는 곳이다.
솔직히 모리를 그 자리에 앉힌 것은 자신이 다 해 먹기 위해서였다. 워낙 돈에 관심이 없는 청렴한 모리를 그래서 그자리에 올렸다.
구 도심을 신도시의 형태로 재개발하는 것에 총리는 몰빵한 처지다. 자신의 모든 재산을 미리 구 도심에 집어넣었고, 자민당 의원들 역시 비슷한 처지였었다. 여기에 신세계가 생기면 몇백 배의 뻥튀기도 가능하니까.
이 한 방으로 백 년은 쓰고도 남는 정치자금을 마련할 생각이었는데… 정작 모리가 없어져 버렸다.
미국으로 공사홍을 만나러 간 이후,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가족과 일가 친척들까지 일사불란하게 짐을 싸서 미국으로 출국했다고?
“같이 갔던 나가노 교수는?”
“원래 일가친척이 없는 독고다이라 파악이 안 됩니다.”
“이봐, 내각 조사실(정보국)에 지시해서 즉시 나가노 교수 연구소의 연구원들 동향을 파악해 보게.”
“넵, 그리하겠습니다.”
“만약, 그들도 전원 미국으로 출국했다면… 가만! 전에 나가노 교수의 보고서 가져와. 다시 봐야겠어.”
그나마 촉은 살아 있었다.
나가노 교수와 모리 대신을 김시혁의 측근 공사홍 부회장 설득용 특사로 보낸 후… 둘 다 연락이 두절되었다. 심지어 모리는 가족과 친척 모두를 미국으로 불러들였다.
그런 판에 나가노 교수의 연구원들까지 비슷한 상황이라면……!
나가노 교수의 후지산 분화에 대한 보고서를 양치기 소년으로 치부하고 처박아 놨지만, 다시 꼼꼼하게 봐야겠다는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아무래도 이번 일과 연관이 있는 것만 같았다.
뭔가 김시혁과 관련이 있는 게 틀림없다. 아직은 그 진실한 정체를 알지 못하겠지만… 총리는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고 팔뚝을 박박 긁었다.
이건 위험 신호다.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몇 시간 후, 내각 조사실장이 총리 관저를 직접 찾아왔다, 두툼한 파일을 들고서.
“어쩐 일인가? 나가노 교수와 같이 일하던 연구원들 동향이야 전화로 보고해도 될 일 아닌가?”
“총리 각하, 이걸 좀 보셔야겠습니다.”
“간단하게. 내가 요즘 신경 쓸 일이 너무 많아.”
“죄송하지만 총리 각하, 오늘 다른 일정은 다 미루셔야 합니다.”
“……!”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움직임이 이상합니다. 한국도요.”
총리는 즉시 오후 일정을 모두 취소시켰다. 미국 CIA 시스템을 그대로 모방해 발족한 내각 조사실의 국장이 이렇게 나온다는 건, 국가의 흥망이 걸린 문제가 틀림없다.
“하나씩 차근차근.”
“네, 총리 각하, 심상치 않습니다. 그것도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게 분명 정상이 아닙니다.”
“내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하게.”
“…이번 회담이 끝나자마자 러시아와 중국, 한국은 일제히 우리가 제공한 차관의 연장을 요구했습니다.”
“그건 관례였어. 만기 도래한 차관을 연장하면 새로운 차관 이자가 들어오는 것이고, 거기에 어떤 문제가 있나?”
“총리 각하, 이걸 보십시오. 보통 만기 도래 3개월 전에 서로 협의를 시작합니다. 그러면 P-Bond(이행 보증금)를 받고 연장을 합니다. 그만큼 더 이익이 생기니까 아국은 그렇게 해 줬습니다.”
“그런데?”
“6개월 전입니다. 어떤 차관은 거의 1년이나 남았습니다. 이걸 모조리 P-Bond를 줄 테니 미리 연장 계약을 하자고 요청하는 상황입니다.”
“…….”
“그것도 P-Bond를 전처럼 달러로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자국의 화폐로 하자고 합니다. 단, 금액을 훨씬 더 상향해서 지급하겠다… 미치지 않은 다음에야 이럴 수는 없는 일이죠.”
“확실히 이상하군, 또 다른 건? 이 정도로 호들갑을 떨지 않았을 테고, 말해 보게.”
“거꾸로 자신들이 받아야 할 자금은 무조건 달러로, 그게 불가능하면 미국 국채로 달라고 합니다.”
“왜……?”
“마치 망하기 직전의 은행에서 발생하는 뱅크 런 사태(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와 비슷합니다.”
비로소 총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재무부는? 아직 아무런 보고도 못 받았어.”
“우리가 빨랐을 뿐입니다. 재무부인들 바보겠습니까? 며칠 관망하다 달려오겠지요.”
“경제 분야를 내각 조사실이 먼저 캐치한 이유가 있을 듯하네만?”
과연 그래서 총리다. 이 상황에서도 냉정을 유지할 수 있다니… 조사실장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각하, 우리는 김시혁 회장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그게 내각 조사실의 최우선 임무가 된 지 오래입니다.”
“더 해 보게.”
“이미 보고드린 대로 5자 회담의 배후는 김시혁 회장입니다. 그가 시작점이고, 그가 만든 것이며, 그가 종결지은 것입니다.”
“아는 이야기는 빼고.”
“네, 각하. 클린턴 대통령 부인 힐러리 여사는 야망이 큰 여자입니다. 백악관의 실제 주인은 힐러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가 센 여자입니다. 우리는 일찍부터 여사를 관리해 왔습니다.”
“호오! 힐러리가 간자였다?”
“네, 힐러리와 우리 측 요원이 직접 접촉한 결과가 너무 놀랍습니다. 지금까지 경제 문제는 아무것도 아닌 엄청난 폭탄이 따로 있었습니다.”
“그게… 혹시, 후지산 대폭발인가?”
“…알고 계셨습니까?”
총리는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
총리의 책상에는 나가노 교수의 보고서가 펼쳐져 있었다. 빨간 줄이 가득 그어진 채로.
“이 사실을 자네 말고 또 누가 아나?”
“힐러리와 직접 접촉한 블랙 요원과 저밖에는 모릅니다, 각하.”
“그 요원, 바로 귀국시키게. 그리고 자네도 입에 지퍼를 채우도록 하게나.”
“각하!”
경악성을 내뱉는 내각 조사실장과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바라보는 총리.
“보나마나 나가노 교수의 원구원들과 그 가족들도 모두 해외로 나갔겠지?”
“…예, 그렇습니다.”
“전원 미국으로?”
“네.”
“이 충격적인 내용이 유출되면 어찌 될 것 같나?”
“…대혼란에 빠지겠지요.”
“아니, 자네는 우리 일본인의 숨겨진 잔혹성을 모르고 있어. 인세의 대지옥이 펼쳐질 거야. 약탈과 방화는 애교 수준이겠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본을 떠날 걸세.”
“조금 혼란이 오더라도 차라리 일찍 알려서 살길을 찾도록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벌어지는 미, 중, 러, 한국의 무리한 요구도 거부하고 말입니다.”
여전히 허리를 세운 채 책상을 짚고 실장을 노려보는 총리.
“자네, 바본가?”
“예……?”
“미국, 러시아, 중국, 한국이 일본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거… 정말 다행으로 생각하게나. 그들은 먹을 게 남아 있는 한, 절대 이 사실을 먼저 까발리지 않을 거야.”
“…….”
“그들에게 상당 부분을 떼어 줘야겠지. 곧 죽어 없어질 나라에 돈 갚을 턱이 없고, 받을 돈은 지독하게 뜯어 갈 거야. 감수해야 해.”
“아직 소직은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
“그동안 총력을 기울여서 우리를 받아 줄 나라, 1억 2천만 명의 일본인이 정착할 수 있는 나라를 찾으면 돼. 그러면 돼.”
“아!”
“이 소식이 새어 나가면 마치 하이에나처럼 세상 모든 나라가 칼을 들이댈 걸세. 그땐 정말 오고 갈 곳이 없어져.”
“…그렇군요.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각 나라로 흩어지더라도 우리 일본인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머지않아 그 나라는 곧 일본이 된다. 그 시간을 벌게 되었다는 말이다.”
겨우 총리의 깊은 뜻을 이해한 내각 조사실장.
과연 총리다. 하늘이 내린 분이구나. 이토록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국가의 정체성을 지키고 미래를 생각하는 우리 총리님… 가슴으로 먹먹한 감동이 차올랐다.
순간 총리의 눈빛이 반짝 빛나는 것을 조사실장은 보지 못했다.
‘겨우 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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