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ing a world on your own with an infinite capital RAW novel - Chapter 244
4화 천하제일 다이아 수저
-블록체인?
-비트코인은 뭐고 이더리움은 또 뭔지 시원하게 설명 좀!
-대학에서 수학을 강의하는 입장에서 간단히 말씀드릴게요.
-드디어 재야 고수 출현! 빨리 말해요.
-잘 모르겠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이해하는데 이게 돈인지… 디지털 쪼가리인지… 헷갈려요.
-꺼져!
-저는 알겠습니다. 이건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것에 비견되는 위대한 발자국입니다.
-뭐래는 거야? 그래서 알아, 몰라?
-아직 내공이 깊지 않아서 백 퍼센트 아는 건 아니지만… 컴퓨터를 전공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퍼펙트합니다.
-오! 진짜 고수 출현하나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같은 블록체인 기반 기술이지만 조금 달라요. 기본적으로는 형제 같지만 전혀 다릅니다.
-그러니까 뭐가 다른데?
-비트코인은 탈중앙화를 목표로 만들어진 화폐, 이더리움은 부가적인 계약 기능까지 가능하도록 스마트 컨트랙트가 적용된 보다 광범위한 화폐로 구분되거든요.
-젠장, 설명을 들을수록 더 모르겠다. 나만 그런가?
-더 쉽게 설명할게요. 은행은 중앙 서버가 털리면 해킹됩니다. 모든 거래 기록이 은행의 중앙 서버에 저장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블록체인은 그 거래의 보증을 수많은 컴퓨터가 대신합니다. 분산되어 저장된 기록을 한꺼번에 털지 않는 한 해킹이 절대 불가능합니다. 마치 수십 개의 은행을 동시에 뚫어야 하는 것처럼.
-그러니까 해킹에 안전하고, 은행을 통할 필요도 없고, 개인 간에 주고받을 수 있고, 익명성도 보장한다? 다 알겠는데 이걸 왜 만든 거야?
-저도 황제의 진정한 뜻을 모르겠어요. 달러와 유로를 한 손에 움켜쥔 분이 뭐가 부족해서 탈중앙화, 탈은행화를 추구하는지.
갑론을박, 뜨거웠다.
이미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은행 창구를 찾는 사람들은 첨단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일부 노년층뿐, 누구나 손안의 스마트폰을 꺼내 드는 세상이 도래했다.
계좌 이체도, 증권 거래도. 이 손안의 스마트폰만 있으면 다 가능해진 것이다.
“회장님 덕분입니다.”
“네, 저희도 그렇습니다.”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었습니다.”
하나같이 찬양 일색이다.
무슨 일이기에.
“제가 원했던 것보다 잘 구현하셨습니다. 이건 여러분의 공입니다. 저는 길 안내를 해 준 것뿐이죠.”
“그렇게 말씀하시면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길을 못 제시하는 것, 그게 처음이자 끝입니다.”
이해찬 ‘나이버’ 대표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거대 통신사들 죽을 맛이랍니다, 회장님.”
“그렇습니다. 지금껏 땅 짚고 헤엄치던 통신 시장을 몽땅 잃게 되었으니까요. 큭큭큭!”
‘트위트’와 ‘페이스 복’ CEO도 슬쩍 끼어들었다.
시혁은 작은 미소로 화답해 주었다.
“안주하면 안 됩니다. 물은 고이면 썩습니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여러분이 성공에 도취되면, 그 순간 정체됩니다. 고인 물이 되는 겁니다.”
“네.”
“유저들이 단순하게 메시지로 소통하고, 화상 통화를 하고, 자료를 주고받는 지금의 서비스… 더 발전시켜야 합니다.”
숨 가쁘게 달려온 나날이었다.
나이브와 고골은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포털로는 세계 최강의 검색 엔진을 만든 것이다. 특히 한국 내에 안주한 나이브와 달리 태생적으로 다른 고골의 약진은 눈부셨다.
미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장악한 고골은 세계 공용어 영어를 무기로 무섭게 치고 나갔다. 지구촌을 ‘고골링’이 없으면 멍청이가 되도록 세뇌시켰다.
그리고 조용히 앉아 있는 또 하나의 그룹.
‘깨톡’으로 전 국민을 묶어 버린 김범소와… 중국에서 건너온 마화통.
김범소는 국민 메신저 ‘깨톡’을 론칭하자 바로 스타로 등극해 버렸다. ‘깨톡’을 다운받는 유저들은 듣도 보도 못 했던 신세계를 경험한 것이다.
대한민국이 온통 ‘깨톡’거리는 소리로 요란했다.
하지만 정작 눈부신 대박을 터트린 사람은 마화통.
GG 메일로 슬그머니 발을 담근 그의 사업은 ‘웨이쳇(WayChat)’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폭발해 버렸다. 14억 인구 아닌가. 굳이 외국으로 나갈 필요가 없었다.
마화통은 조용히 시혁과의 처음 인연을 회상하고 있었다.
이름도 없는 중소기업의 엔지니어였던 자신을 어떻게 알고 왔는지 아직도 모른다. 황제는 그 회사를 매입해 버렸다, 단지 미천한 자신을 만나기 위해.
-개인과 개인, 개인 대 다수의 자유로운 소통, 요금 걱정 없는 웹상의 무한대 소통… 이게 당신이 꾸는 꿈이죠?
-다, 당신 누구야?
-앉아, 마화통. 당신이 아무리 대단한 인재라 해도 예의를 갖춰야지.
-누구냐고 물었어. 아무도 모르는 내 사업 모델을 당신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꼭꼭 숨겨 둔 일기장을 들킨 듯 마화통은 펄쩍 뛰었다. 그런데 상대를 잘못 골랐다.
-죽고 싶어?
-…….
-죽여 줘?
-…….
-내 이름은 한국명으로 김시혁이다. 영어 이름은 마이다스 킴이라고 해. 들어는 봤지?
-……!
-성급히 이빨 드러내지 말고 조용히 앉아!
원어민보다 더 능숙한 광동어를 구사하던 황제.
-너무 나간 거 아닙니까? 이건 SF 영화에나 등장하는 미래 기술입니다.
-이봐, 마화통. 세상의 변화는 그렇게 갑자기 오는 거야. 노키아가 PDA에 목숨을 걸고 있어. 림(RIM)도 블랙베리 OS로 스마트한 전화기를 제조하기 시작했고. 2G라는 한계는 곧 깨질 거야.
-설마……?
-그래, 진짜 스마트폰이 등장하면 말이지, 세상이 변해. 스마트폰 이전과 이후의 세상은 완전히 달라질 거야. 자네는 그 이후의 세상을 준비하면 돼.
-실시간 챗 톡으로 대화하고, 자유롭게 화상으로 통화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합니다. 그런데 전화기에 계좌를 터서 무슨 물건이든 살 수 있는 시스템… 이게 말이 됩니까?
-응, 돼. 그 단초가 자네가 구축하고 있는 PC용 메일 GG, 아직 초기 구상 단계인 스마트폰용 웨이쳇(WayChat)이 될 거야.
진짜 그렇게 되어 버렸다.
마화통이 꿈으로만, 상상으로만, 막연히 생각했던 모든 일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황제는 몇 년 사이 스마트폰을 만들어 냈고, 손안에서 세상을 조종할 수 있는 여건을 창조했다. 마화통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동안 갈고 다듬었던 시스템, ‘웨이쳇’을 내놓자, 중국의 14억 인구가 화답해 주었다. 순식간에 가입자가 10억을 넘었다.
중국 인민들은 웨이쳇으로 서로 통화하고, 자료를 주고받고, 영상을 저장했다. 웨이쳇은 한국의 ‘깨톡’처럼 인민 메신저로 등극했다.
“두 가지 당부를 드릴까 합니다.”
“…….”
“먼저, 포털 사업을 운영하는 ‘나이버’와 ‘고골’ 그리고 ‘야호’는 절대 언론을 통제하려고 하지 마세요. 언론은 제3의 권력, 이를 포털이 좌지우지해서는 안 됩니다. 언론의 자유를 막아 버리면 역시 고인 물이 됩니다.”
“…….”
“다음으로 ‘깨톡’과 ‘웨이쳇’ 같은 메신저 업체는 한발 더 들어갑시다. 조용히 은행과 제휴하세요. 사람들이 현금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도록, 신용카드도 장롱 속에 묵혀 두도록 만듭시다.”
“…….”
“스마트폰에 어플 하나만 다운받으면 이를 통해 물건을 사고팔고, 서로 자금 이체를 하고… 버스를 탈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이 스마트폰의 큐알 코드로 다 결제가 되도록 말입니다.”
저절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거기까지?
차라리 거지도 큐알 코드로 동냥한다고 말해라. 전기로 가는 자동차가 거리를 활보한다고 말하든지.
“앞으로는 구걸하는 거지도 큐알 코드가 없으면 동냥을 못 받을 겁니다. 사람들이 현금을 안 가지고 다닐 테니까요.”
독심술도 하시는 구나, 황제는.
그러거나 말거나 깔끔하게 사업 영역을 정리해 버리는 시혁.
사실 포털이 메신저 사업에 뛰어드는 건 간단한 일이다. 또 메신저 업체가 포털에 도전장을 내밀 수도 있는 일.
시혁의 마지막 계획이 성공하려면 시장이 혼란에 빠져서는 안 된다.
이를 명확하게 구분 지어 준 것이다.
‘악’ 소리도 못 하도록.
* * *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가는 부자다. 그냥 부자가 아니라 달러와 유로의 발행권을 가진 절대 권력자.
자산이 얼마냐를 따지는 게 무의미한 단계다. 그냥 필요하면 찍어 내면 된다.
엄마 역시 아빠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세상에서 가장 돈이 많았던 집안의 후계자다. 대충 5경 이상을 움직일 수 있는 로스차일드 가문의 장녀.
시혁과 엘리의 딸로 태어난 미리내는 그런 아이다. 환경만 따지면 천하제일 다이아 수저인 셈이다.
엘리는 미리내가 걱정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어떤 창틀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지…….
남편과 자신의 모든 것을 미리내가 물려받을 것이다. 남편 시혁은 더 이상 아이를 원하지 않았다.
싫어서가 아니라 딸을 너무 사랑해서.
세상은 남편을 향해 경외감을 가지면서 또 한편으로 편견도 가지고 있었다. 얼음처럼 차가운 파란색 피가 흐르는 인물로 묘사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엘리만큼 시혁을 깊게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남편만큼 정에 약하고, 감성적인 이가 또 있을까. 둘째를 낳으면 혹시라도 미리내에 대한 사랑이 희석될까 두려워하는 사람이 남편이다.
끔찍하게 미리내만을 바라보는 딸바보 남편.
유치원을 보낼 수도 없었다. 유치원 측에서 질겁을 하기 때문이었다. 100명이 넘는 경호원이 따라붙는 아이. 원장은 오줌을 지릴 뻔했다.
한 번씩 미리내의 응석을 이기지 못한 시혁이 백화점이라도 가면, 거기는 바로 전쟁터가 된다. 미리 예약을 했더라면 아예 통째로 빌렸겠지만, 느닷없이 닥친 수행원 물결.
그래도 좋다고 도도도 뛰어다니는 미리내.
그런 모습을 흐뭇하게 뒤쫒는 시혁을 보면서 엘리는 기가 막혔다. 백화점 총지배인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해야 했다.
백화점이 고객을 내쫓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 고객이 마이다스 킴이라면 더군다나. 결국 그날 영업은 접어야 한다.
일주일 매출에 해당하는 대가를 받긴 하지만 심정지가 몇 번이나 왔는지, 부들부들 떨었다.
저 인형 같은 아이가 혹시 넘어지기라도 하면…….
저 아이는 황제의 하나밖에 없는 금지옥엽, 웃고 있지만 황제는 연신 날카로운 눈으로 주변을 훑고 있지 않나.
그 눈은 말하고 있었다.
‘내 딸이 조금이라도 인상 쓰면… 너희들 뒈진다.’
“하아, 겨우 살았다.”
“축하합니다, 지배인님. 오늘도 무사히 넘어갔습니다.”
“나… 죽을 것 같아. 벌써 이번 달에만 세 번째 방문이야. 왜 아기님은 우리 백화점만 콕 찍어 오실까?”
“지배인님, 제 생각에는 아동 코너를 없애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우리 백화점이 유독 아기님이 좋아하는 상품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약했냐? 그랬다가 다음에 방문하는 아기님이 울기라도 하면? 으흐흐, 살 떨려.”
“그럼 최소한 게임기 부스라도 없애면, 머무는 시간이 대폭 단축되지 않을까요?”
“너, 이 새끼. 경쟁 백화점에서 보낸 암살범이었구나.”
“예……?”
“내가 몰라서 안 치운 줄 알아? 지금도 사장님은 더 좋은 게임기가 없는지 발바닥에 땀 나도록 찾고 계신다.”
“…그럼 방법이 없죠. 심정지 올 때까지 버티는 수밖에.”
많이 비정상적이다.
엘리는 결국 숨겨 둔 칼을 꺼내 들었다.
“나, 임신했어!”
“…….”
“그러니까 나도 좀 봐 달라고.”
“…….”
“내가, 응? 이 나이에, 응? 딸하고 연적이 되야 되겠냐? 이제 아기 가졌으니까, 나하고 놀아 줘.”
그런 뜻이었구나, 엘리.
과도한 딸바보, 시혁이 걱정된 게 아니라… 절절한 고독감에 그랬어, 그랬던 거야.
“야, 미리내. 엄마 또 시작했어. 게임 그만하고 엄마한테 신경 좀 써 줘.”
“응.”
“대답에 영혼이 없다. 게임 그만하라니까?”
“응, 고모.”
“너 계속 이러면, 엄마한테 게임기 숨겨 놓고 하는 거 꼰지른다?”
쳐다보지도 않는 미리내.
“고모, 엄마 있잖아.”
“왜?”
“다 알아, 엄마처럼 총명한 사람이 그걸 모를까?”
“…안다고? 몰래 게임하는걸?”
“응.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나 이번 판만 깨면 그만할 거야.”
“그런데 왜 모른 척하는 거지?”
“간단해. 미리내 슬퍼할까 봐.”
“……!”
“엄마거든. 미리내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엄마.”
혜림은 발끈했다. 박하송으로부터 엉겁결에 받은 게임기, 거부하고 싶었지만 미리내의 애절한 눈빛에 지고 말았다. 그래서 엘리에게 숨긴다고 노심초사했건만.
“이것아! 이제 좋은 시절 다 갔어. 엄마가 동생을 가졌다잖아.”
“고모, 더 잘됐어. 동생이 나올 때 미리내는 학교에 갈 거니까.”
미리내는 너무 영악했다.
‘너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여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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