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238
제59장 구강채의 이적 (2)
콰가가가가가!
십여 장 높이의 물기둥과 함께 거대한 배가 반으로 쪼개진다.
퉁!
가라앉는 배에 내려선 잔혹사군은 바닥을 차고 다시 뛰어오르며 또 다른 먹잇감을 찾아 붉은 검강을 번뜩였다.
쿠아아아아아!
실로 압도적인 신위라 할 수 있었다.
“일검에 배를 쪼개 버리다니.”
“절세고수의 신위란…. 가히 압도적이군요.”
능풍운과 금정의 말마따나, 잔혹사군이 등장한 것만으로 여기저기에서 함성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확실히 강자 앞에서는 지형 따위야 문제가 되지 않는단 말이지.’
화살을 간단히 튕겨내고, 하늘을 날아올라 배를 쪼개는 괴물을 어떻게 상대한단 말인가?
압도적인 모습으로 기선을 제압하자, 견고하던 수적들의 대오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배를 급선회하며 피하려는 이들도 있었지만, 적은 하나가 아니다.
“아악! 철혈의 야수들이다!”
“배를 양옆으로 흔들어라! 놈들을 떼어 내야 한다!”
“수공을 아는 자들은 물에 뛰어들어라!”
풍덩!
배 위에서의 싸움은 어렵다고 생각한 수적들은 각자 병장기를 입에 물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얼마 후, 나아가던 선단의 배들에서 고성이 들려왔다.
“젠장! 놈들이 배에 구멍을 냈다!”
“침몰한다! 어서 다른 배로 넘어가!”
아비규환의 상황이 펼쳐지자, 전황을 지켜보던 천잠살검이 노성을 터트렸다.
“모자란 것들! 영법을 익힌 자들을 내보내라!”
명령에 교룡영법을 익힌 이들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이어 물 아래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비록 교룡영법이 물에 특화된 절기이기는 하나, 짧은 시간에 대성하기는 어려웠다.
이것을 천잠살검은 숫자로 때웠다.
“하나가 부족하면 둘이, 둘이 부족하면 셋이 한 놈을 죽여라!”
압도적인 숫자에 힘입어 무수히 죽어가던 이들이 팽팽하게 맞서기 시작했다.
물 아래 뭔가 희끗한 것이 어른거린다 싶으면, 열에 아홉은 사파의 무인이 떠오르던 것이, 열에 다섯으로 변했다.
“하하! 너희들의 수를 모르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더냐?”
죽고 죽이는 혈투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를 본 초운휘가 짧게 중얼거렸다.
“물고기들만 신이 났겠군.”
‘슬슬 놈이 나타날 때가 되었는데.’
채 한 식경 남짓한 싸움에 삼 분의 일이 날아가 버린 장강수로채의 대오를 보며 시간을 가름할 때였다.
저 멀리 수면이 불룩하게 솟아오르는 것이 아닌가.
‘드디어 납시었군.’
***
“하하하! 너희들의 피로 이 강을 물들여 주마!”
광소를 이어가며 네 번째 배에 올라탄 잔혹사군이 재차 강기를 일으킬 때였다.
“사군! 사군!”
여기저기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왜 이리 호들갑이냐!”
간만의 살육에 취한 잔혹사군의 두 눈이 번들거렸다.
“저, 저쪽을 보십시오!”
“저쪽을? 응?”
분명히 평평해야 할 수면이 불룩하게 솟아오르고 있었다.
마치 그 안에 거대한 거인이 몸을 일으키듯 말이다.
“저건 대체 뭐란 말이냐?”
순식간에 높이를 키워 고개를 꺾어야 끝이 보일 만큼 거대해진 물기둥 위에 하늘색 인형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사도?”
하지만 적을 인지할 새는 없었다.
거대한 물기둥이 끝부터 부숴지고 있었으니까.
쏴아아아아아!
어찌나 거대한지 구강의 수면이 잠깐이나마 낮아지는 것 같다고 느낀 것은 착각일까?
“파, 파도입니다! 파도가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
하늘에 닿을 듯이 거대한 파도의 끝이 부숴지며, 선단의 머리 위로 쏟아지고 있었다.
콰가가가가가각!
인간이 감히 감당할 수 없을 거대한 자연재해가, 순식간에 철사련의 배들을 휩쓸기 시작했다.
***
쿠카카카카칵!
요동치는 물살에 거대한 배가 나뭇잎처럼 흔들렸다.
“버텨! 어떻게든 버티게!”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제갈세가에서 보내준 이들은 노련한 자들이었다.
격하게 출렁이는 파도에 맞서 끝까지 노를 놓지 않은 것을 보면.
물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후미의 가장 끝에 있어 물기둥의 여파에서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만.
“제대로 한 방 먹었네.”
출렁이는 뱃전에서 살핀 철사련의 몰골은 끔찍했다.
위용이 당당하던 선단의 배는 절반이 넘게 파도에 삼켜져 물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맙소사. 정말 수기를 다루는 무공이라니.”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한순간에 엉망이 된 모습을 보며 혀를 내두르던 사이, 초운휘가 중얼거렸다.
“이제 시작입니다.”
파도에 출렁이는 배들의 한가운데에서 거센 물회오리가 생겨나고 있었다.
처음에는 작은 물살처럼 보이던 것이, 점차 크기를 키워가더니, 어느덧 거대한 대선 세 척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콰가가각!
순식간에 회오리에 삼켜진 배가 수면 위로 잔해를 토해내며 뜯겨나가기 시작했다.
물을 다루는 힘.
칠천사도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눈앞에서 차근차근 갈려 나가는 배들을 보며 잔혹사군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서! 강가에 배를 대라!”
이미 전황은 기울어졌다.
아니, 전황이랄 것도 없었다. 사도가 나타난 즉시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으니까.
“육시랄 놈. 가만두지 않겠다!”
새파란 살기를 머금은 눈동자가 저 멀리 물 위에 한 발로 서서, 거대한 물회오리를 만들어내는 존재를 담았다.
“죽인다!”
콰앙!
그가 서 있던 갑판이 수수깡처럼 부숴지며, 화살처럼 신형이 빠르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음?”
등 뒤에서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살기에 칠천사도 허량은 눈매를 꿈틀거렸다.
“잔혹사군인가?”
“단칼에 베어주마!”
과연 철사련의 노괴 다운 강력한 기파로군.
재빨리 수면을 박차고 떠오르려 했지만, 비조처럼 날아오는 잔혹사군의 검이 역십자로 가로 세워지자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극의의 이적인가?”
자신이 다루는 이종의 이적과는 달리, 무공이 극에 이르러 인지하는 공간 안에 의지를 투영하는 지고한 경지.
섭리를 벗어난 절세고수의 신격.
“분명. 예전에 만났다면 꽤 곤란했을 것 같지만.”
스윽.
칠천사도 허량이 양손을 들자, 거센 물기둥이 승천하는 용처럼 솟구쳐 오르며, 벽을 만들어냈다.
“—!”
잔혹사군이 물기둥에 휩쓸려 튕겨 나는 모습을 보며 허량이 중얼거렸다.
“이곳에서 나는 신일지니.”
적수를 찾을 수 없도다.
***
“놈!”
잔혹사군이 용오름에 휩쓸리는 것을 본 천잠살검이 뒤늦게 가세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된 모양이군.”
수면을 밟아 등평도수를 펼치며 다가오는 그를 본 허량은 힘을 풀었다.
풍덩.
순식간에 물속으로 사라진 적에 당황한 천잠살검이 배의 잔해에 살포시 올라섰을 때.
촤악!
그의 등 뒤에서 물기둥이 솟구쳤다.
“놈!”
촤악!
검강이 번뜩이자, 수면 위로 십 여장 길이의 검흔이 날카롭게 새겨졌다.
찰방.
하지만 물을 어디 검으로 벤다고 베어지나.
이내 다시금 찰랑거리는 물살 위를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았건만.
촤악! 촤악!
사방에서 일어나는 물기둥에 번번이 물기둥만 베어냈다.
“제길. 물을 다루는 능력이라고?”
상상조차 못 한 싸움 방식에 허탈해한 와중, 발아래서 느껴지는 살기에 발끝으로 나무판자를 차며 뛰어올랐다.
촤악!
“감이 좋군.”
이어 씨익 웃고는 다시금 물 안으로 사라지는 사도.
“제기랄. 이대로 있을 수는.”
안절부절못하며 수를 고민해봤지만, 망망대해에 홀로 남겨진 기분이었다. 탈인지경에 이르러, 수많은 적을 만나보았지만, 이런 식의 싸움은 처음이었다.
‘패착이다. 이종의 힘을 너무 얕잡아본 것이 패착이야.’
하필이면 물을 다루는 능력일 것은 또 무언가.
휘오오오오오.
발밑에서 서서히 휘몰아치는 거대한 와류를 보며, 천잠살검의 안색이 희게 질렸다.
***
“아무래도 사도를 사로잡는 것은 어려울 것 같네요.”
“…….”
모두 말을 잇지 못했다.
완벽한 승리를 예상하던 것과 달리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었으니까.
“만약 저들과 함께 물살에 휘말렸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취걸개는 묘한 시선과 함께 물었다.
“자네는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던가?”
“감이 좋지 않았어요.”
“오직 그것뿐인가?”
“일전에 만난 사도도 빌어먹을 방식을 잘도 구사했습니다. 이번에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뿐이죠.”
짧게 대꾸한 초운휘가 검지를 들어 올렸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셈입니까? 강의 물고기들이 과식해 배가 터질 지경입니다.”
“사파의 무인들을 구하잔 말인가?”
“사도의 격파가 실패했으니, 차선책을 택해야죠. 은혜를 입힐 기회가 아닙니까?”
“그렇군. 사도의 무공이 넘어가지 않은 것을 확인한 것만으로 임무는 완성이니. 하지만. 저런 괴물을 어떻게 상대한단 말인가?”
취걸개를 비롯한 뱃사람들도 기가 질린 기색이었다.
문득 능풍운이 이채를 발했다.
“자네는 사도가 두렵지도 않은가?”
“설마. 다만, 아무리 대단해도 저런 기적을 언제까지나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뿐이야.”
“그렇군. 사도도 인간이니 공력의 한계가 있긴 하겠지.”
한계가 어디까지라고 누가 확신할 수 있겠는가.
싶던 차였다.
“장강수로채의 수적들이 움직이고 있어요.”
어느덧 물살이 잠잠해지자, 사도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뒤로 물러났던 수적들이 다시 대오를 정비하고 일제히 달려들고 있었다.
“드디어 힘이 빠진 모양이야. 찌끄레기들을 보내는 것을 보니.”
중얼거리는 말에 취걸개가 명령을 내렸다.
“초 교관의 말대로 하게.”
비로소 멈춰있던 배가 나아가기 시작했다.
***
한 척의 배가 자신들을 향해 돌격하자, 수적들은 기가 막힌 모양이다.
“겁도 없군. 채주님의 신위에 미쳐 버리기라도 한 건가?”
한편 부유물에 간신히 달라붙어 있던 이들은 이쪽을 보며 탄성을 지르는 이도 있었다.
“아장이다! 아장이 있었어!”
“지금 혼자 돌격하는 거야?”
“이 지경에 처하고도?”
모두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다만 계란이 만년한철로 만든 계란이라면 어떨까?’
히죽 웃은 초운휘가 빠르게 말을 남겼다.
“최대한 배를 지키며 버텨.”
“혼자 수적들을 처리할 셈인가?”
“해보는 데까지. 물에서의 싸움은 좀 익숙해졌겠지?”
“그럭저럭. 자네 덕분이야.”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어깨를 으쓱거리자니, 취걸개가 말했다.
“무리하지 말게. 우리의 목적은 빠르게 구할 수 있는 이들을 구하고 이탈하는 것이니.”
“염려 마십시오.”
“초 교관님. 무운을 빌어요.”
세 사람의 작별을 들으며, 초운휘가 검을 뽑아 들었다.
쿵!
진각을 찍은 초운휘가 훌쩍 거리를 좁혀온 배를 향해 뛰어올랐다.
***
타앗!
검집을 바닥에 찍으며 한쪽 무릎을 꿇으며 착지.
‘어디 보자.’
시선을 들자, 이곳을 보며 말똥거리는 시선을 보내오는 수적들이 있었다.
“뭐야? 혼자인 건가?”
“아직도 혼이 덜 난 모양이군.”
“죽여라! 곧 우리의 승리다!”
여기저기에서 쇳소리와 함께 박도를 뽑아 든 수적들이 칼끝을 겨눠왔다.
“오. 환영이 근사한걸?”
“이놈!”
번쩍!
십자검기가 번쩍인 순간 달려들던 수적이 네 쪽이 되어 흩어졌다.
허공에서 한 줌의 혈우로 변한 동료의 죽음에 수적들의 눈이 경악으로 홉떠졌다.
“왜? 다시 생각해보니 아닌 것 같나?”
촤아아악!
신형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며 수적 대여섯 명이 고꾸라졌다.
“드루와! 쉐기들아! 미친 고라니의 전설을 알려주마!”
“허억!”
서슬 퍼렇게 날뛰는 모습에 수적들이 움츠리는 사이.
쐐액!
십자검기에 격중당한 돛대가 서서히 기울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