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362
제87장 대수림의 소문 (1)
“오!”
어느덧 나타난 것은 꽤 익숙한 전경이었다.
사천동 습지.
아니, 신무학관의 사천동 습지의 모형이 된 진짜 사천습지였다.
‘천독림에 있을 줄은 몰랐는데.’
천독림은 당가가 허락한 이가 아니면 쉽게 들이지 않는 금지다.
이런 곳에서 낚시를 하자며 부른 꿍꿍이가 수상할 따름이었다.
“자네에게는 꽤 익숙한 곳이 아닐까 하네.”
“확실히. 익숙하지만 새롭군요.”
저기 습지에서 물을 마시다, 네 발을 하늘로 향한 채 부르르 떠는 사슴이 보였다.
“아주 똑같지는 않네요.”
차이점이 있다면 여기저기 널려 있는 죽은 야생동물의 사체나 알 수 없는 해골 정도다.
현장을 똑같이 재현하는데 미쳐 있는 변태들이라도 이런 괴랄한 모습은 따라 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진짜는 가짜가 따르지 못하는 매력이 있지.”
“솔직히 말하자면 전 모의훈련장 습지 쪽이 마음에 듭니다. 물 마실 때마다 긴장하고 싶지 않아요.”
“하하. 그건 그렇군.”
고급스러운 낚싯대를 꺼내 들며 당군악이 입을 열었다.
“자네는 신무학관의 사천동 습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아는가?”
“어…. 글쎄요?”
“당문의 독공은 언제나 멸시를 받았네. 하여 무림맹과 신무학관에 많은 돈을 후원해 부정한 인식을 불식시키려 노력을 해왔지.”
“아, 그래서.”
“나중에는 독공과 암기술이 필요한 이유를 직접 깨닫도록 습지 제작에 지원을 했지. 이제는 더 이상 본가의 기술을 업신여기는 놈이 없게 되었어.”
말을 하며 나아간 당군악은 꽤 익숙한 길로 들어섰다.
그가 자리를 잡은 곳은 신기하게도 사천동 습지에서 초운휘가 가장 즐겨 앉던 자리였다.
“낚시를 즐기신다더니, 자리 선점이 기가 막히네요.”
“후후. 자네는 의외로 말이 통하는 것 같군.”
“고기 다 죽었다. 괴어 놈들. 오늘 물고기 씨를 말릴 겁니다?”
“우리 내기라도 하는 것은 어떤가? 무공이나 기교 없이 순수하게 낚시 실력으로만 승부하지.”
“좋죠.”
이윽고 시작된 낚시 경쟁.
“…….”
“…….”
호기롭게 시작한 것은 좋았는데, 한 시진 동안 한 마리도 못 낚았다.
두 사람, 다.
초운휘가 변명했다.
“물고기가 불쌍해서 봐준 겁니다.”
“나도 마찬가지네. 생명을 재미 본위로 낚아서 되겠는가?”
패배자 둘은 의외로 죽이 잘 맞았다.
세 시진 째.
“사실 내가 자네를 여기까지 부른 것은 낚시를 위해서가 아니야.”
당군악은 그렇게 주장했다.
낚싯대를 부러트린 손길에 짜증이 어린 것 같았지만, 아무튼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럴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초운휘는 모른 척했다.
심지어 지금까지 공친 것이 의도한 일이라고 변명했다.
서로 조금 전까지 한 마리라도 낚겠다며 미끼를 몇 번이나 바꿔 끼던 것을 알고 있었지만, 두 사람 어느 누구도 상대를 의심하지 않았다.
당군악이 멀리 서 있던 당가십수들을 향해 외쳤다.
“거리를 두고 서 있거라. 긴한 이야기를 할 것이니.”
“네, 가주님!”
한 마리도 낚지 못해 공을 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사람을 물린 것인가 싶었지만, 의외로 당군악은 진짜 용무가 있던 모양이다.
“받게.”
낚싯대를 곁에 두고 꺼낸 것은 찰랑이는 호리병이었다.
“좋은 술이네요.”
“여아홍일세. 애희가 태어났을 때 담근 술이니 맛있게 익었을 거야.”
주는 대로 술잔을 비우고 있자니, 당군악이 훅 찔러왔다.
“자네. 사도와 부딪혔다고 들었네.”
“지긋지긋한 놈들과 꽤나 엮였지요.”
간략하게 그간의 일을 설명하자 당군악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X 같은 것들이군. 뒤에서 꿍꿍이를 부리는 놈들이 가장 싫어.”
“동감입니다.”
아무래도 이번 생에서는 당군악과 꽤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없는 것도 아니야. 최근 망천회의 등장과 피해는 어마어마했지만, 무림맹은 생각처럼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더군.”
“원래 무림맹이 게으르고 굼뜨지 않나요?”
“그 말도 맞지만, 신무학관의 교관들 정도에 당할 정도라면, 만만하다는 여론도 있는 모양이야. 철사련의 사군 둘이 물을 먹은 것을 잊은 게지. 얼간이들.”
의외로 이번의 당군악은 망천회에 꽤 이를 가는 것 같았다.
‘전생에서는 마지막까지 기다리다가 어쩔 수 없이 사도 타도에 동참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쩌면 이유가 있었을지 모른다.
이것을 캐볼 필요가 있었다.
“망천회 같은 사교 놈들은 한시라도 빨리 박멸을 해야 하죠. 안 그렇습니까?”
“맞아. 내 앞에 나타나면 일언반구하지 않고 대갈통에 비도를 박고 싶군.”
“좋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당가도 딱히 망천회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를 꺼리는 것 같은데요?”
초운휘의 의견은 사실이기도 했다.
무림맹주가 맹주령을 발동해, 구파일방과 십대세가에 조력을 요청했음에도 딱히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들이 없었다.
정말 맹주의 명대로 움직였다면, 북해에서의 일은 없었을 터.
최소한 사도를 직접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여기저기에서 암약하는 놈들의 끄나풀이라도 토벌을 끝냈어야 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지만, 많은 나비효과가 일어났음에도 정파 무림만 요지부동인 것은 이상해.’
어쩌면 이유를 그에게서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자네의 말이 과히 틀리지 않군.”
당군악이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본가는 지금 당장 강호의 일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네.”
“어떤 이유 때문입니까?”
당군악이 대답했다.
“자네 만독연(萬毒淵)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
만독연. 이름처럼 만 가지 독이 잠들어 있다는 남만의 금지(禁地)였다.
독과 약초의 고향이라고 불리는 곳이기도 했다.
“사천과 남만의 경계에 있는 거대한 독의 호수가 아닙니까?”
만독연은 사시사철 독무가 피어오르는 거대한 지역을 총칭한다.
활화산의 자락이 닿아 있는 탓인지 유황 냄새가 가득하고, 깊이 들어가면, 독공의 고수도 살아나기 쉽지 않다고 들었다.
하지만, 쉽게 사람의 침입을 허락하지 않는 만독연은 독충과 독물들의 천국 같은 곳으로서, 사천당문이 독을 제조할 때 필수적으로 찾는 곳이다.
“만독연을 알고 있다니 식견이 놀랍군. 강호인들 중에 존재를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은데.”
“남만야수궁이 은밀히 관리하는 비처를 아는 사람이 많은 것이 이상한 일이지요. 저도 취걸개 어르신께 듣지 못했다면 몰랐을 겁니다.”
“아. 장로님이 자네를 꽤 아낀다고 했지. 어쨌든 알고 있다면 이야기가 편하겠군.”
말을 멈춘 당군악이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만독연에 문제가 생겼네.”
“만독연에 말입니까?”
“그래. 원래 당문은 남만에 갈 때 길잡이를 따라 남만야수궁이 허락한 곳에서 독초를 채집하는 것이 보통이네. 이웃의 땅임을 존중하기 때문이지. 그런데 최근 들려오는 소식이 심상치 않아.”
‘심상치 않다라.’
시선으로 묻자 그가 덧붙였다.
“남만의 부족들 사이에 전쟁이 일어난 모양일세.”
전쟁.
묵직한 한 마디에 초운휘의 눈빛도 가라앉았다.
“전쟁…. 말입니까? 남만야수궁도 알고 있는 일입니까?”
“대강은 알고 있겠지. 하지만, 대수림에 미치는 남만야수궁의 영향력은 제한적이야.”
당군악은 남만에 대해서 꽤 세세하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건 꽤 의외인 부분이다.
남만의 사정을 내밀이 설명하는 것은, 사천당문이 독점하고 있는 지식을 흔쾌히 나눠준다는 뜻이니까.
“맹의 부탁이 아니라도, 만독고를 채우기 위해 만독연에 갈 생각이야. 자네의 동행을 허락하는 것도 내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지.”
역시나 당군악은 자신의 동행을 속으로 허락했던 모양이다.
당씨 성을 쓰지 않는 외인을 사천당문의 행사에 받아들이는 것은 상당한 특혜였으나, 그가 걱정하는 것은 남만 자체의 일이었던 모양이다.
“다만, 안전을 생각해 고민 중이네. 이번 같이 문제가 생긴 경우는 좀처럼 없었거든. 작은 부족 간의 간단한 다툼 정도가 아니라 전쟁이라 언급되는 일은 드물어.”
“전쟁이 발발한 것은 확실한 겁니까?”
“본가가 눈치챌 정도로 대수림의 상황이 혼란스러운 모양이야. 남만야수궁은 치부를 드러내려 하지 않지만,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진 상태지.”
요약하면 ‘확실하다’에 가까운 대답이다.
“그 말은, 부족 간의 싸움이 남만야수궁의 통제를 벗어났을 정도로 격화되었을 수 있다는 뜻이군요.”
“바로 알아듣는군. 맞네. 적어도 그간 있었던 작은 부족들의 싸움이 아니라, 거대 부족이 직접 대수림에 전쟁을 선포했거나.”
최악의 경우.
“여러 부족들이 산발적으로 전쟁에 끼어들었을 수도 있지.”
초운휘는 대강 돌아가는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예상 안쪽이라고 해야 할까? 예상 밖이라고 해야 할까.’
해적을 통해 인신공양의 제물을 취하던 사도는, 남해군도의 토벌로 길이 막혔다.
‘그렇기에 타 부족을 공격해, 인신공양의 제물을 취할 것은 예상했어.’
전생에서도 몇 번이나 봤던 일이다.
북해빙궁에서 천년빙정의 파편을 회수한 사도는, 적극적으로 제단을 만들어내며, 거대한 전쟁을 마구잡이로 벌렸다.
정사마의 세력들을 상대로, 일시에 싸움을 거는 탓에, 무림맹도 철사련도 전쟁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골머리를 썩였다.
그 사이 수많은 문파들이 쑥대밭이 되어 멸절되었다.
‘그들은 고스란히 제물이 되었지.’
승산이 있는 싸움을 거는 일반적인 문파전과는 다르게, 망천회는 하늘을 뒤바꾸려는 이들이다.
어떤 참혹한 죽음도, 막대한 피해도, 그들에게 있어서는 각성석을 만들 과정에 불과할 따름이었다.
‘천년빙정과 살육전으로 만들어낸 각성석 때문에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어휴.’
각성석을 얻기 위해 망천회가 무엇이든 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상 안쪽의 일이다.
다만 예상 밖의 부분도 있었다.
‘다수의 부족들이 산발적으로 싸움을 벌인다고?’
이상한 일이다.
사도는 오직 자신이 신이 되기 위해, 탐욕을 부리는 존재.
절대 제가 가진 것을 다른 사도들과 나누지 않는다.
대수림에 숨어 있는 사천의 사도도 마찬가지 일터.
일개 사도가 대수림 전체에 산발적인 싸움을 만들어낸 이유를 좀처럼 짐작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놈은 아직 제단을 만들어낼 영물을 얻지 못했어.’
남해군도를 토벌해, 해적들을 소탕하는 목적도, 흑시에 접촉하려는 이유도 바로 영물의 존재를 탈취하기 위함이 아니던가.
‘양상이 다르다. 아무래도 상황 파악이 먼저겠어.’
생각하고 있자니, 당군악이 미안한 듯 사과를 했다.
“내가 너무 심각한 말을 한 모양이야. 그대는 본가를 도와주러 온 사람일세.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안전은 확보해줄 테니 걱정 말게나.”
“괜찮습니다.”
“듬직하군. 하긴. 듣자 하니 자네는 어떤 위기에서도 무사히 살아 돌아왔다지. 어쩌면 자네를 데려가는 것이 이번 남만행의 가장 큰 도움일지도 모르겠어.”
넉넉하게 웃던 그가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자네처럼 상황 판단이 빠른 이도 드물어. 제갈세가의 석학들조차 대수림의 사정을 설명하려면 상당한 시간을 들였어야 했거든.”
“가끔은 먹물을 잔뜩 먹은 사람들보다, 빠릿빠릿한 젊은 머리가 나을 때도 있지 않습니까?”
“껄껄. 학무원의 문사들처럼 말인가?”
“솔직히 말하자면 은천관의 모의훈련장은 돈 낭비입니다. 지랄 맞은 돈 낭비요. 그따위 것을 만들 여력이 있으면 월봉이나 올려주지.”
“쓸모는 인정하지만, 과하다는 것은 동의하네.”
의외로 당군악은 꽤 말이 통하는 사내였다.
‘사천당가의 인간들은 죄다 또라이에, 말도 안 통하는 멍청이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네.’
혈교주가 아닌 정파인이라는 허울을 뒤집어쓴 것만으로 이렇게 호의적으로 나올 줄도 몰랐고.
“그런데 말이야.”
그가 지나가듯 물었다.
“내 딸 예쁘지 않나?”
“…네?”
‘이건 갑자기 뭔 개소리야?’
“자식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예쁘고 귀여운 아이란 말이지.”
“귀엽다고요???”
“애교도 많고, 가끔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칭얼거릴 때는 심장이 멈출 정도지.”
심장은 멈추겠다.
완벽한 개소리를 들어서.
‘당애희가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칭얼거린다고?’
후일 사천당가의 혈접(血蝶: 붉은 나비)라던가, 사천나찰이라 불릴 여자가 애교를 부리는 모습을 생각하니.
‘시X.’
소름이 다 돋았다.
대패! 대패가 필요하다.
“뭐야. 그 표정은. 지금 내 말이 틀렸다는 건가?”
“…어. 틀린 것이 아니라.”
“당가십수! 새끼들아! 얼른 튀어와! 내가 내 딸 예쁘다는데, 이 새끼가!”
갑자기 당군악이 욕을 한다.
헐레벌떡 달려온 당가십수 중 한 사내가 머쓱한 듯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가주님께서 술이 좀 약하셔서.”
“우리를 멀리 두시더니, 또 몰래 술을 드시려 한 모양이군.”
“가모님이 알게 되면 경을 칠 텐데.”
“…….”
분위기만 보면, 호수에 술을 가득 채워 놓고 후루룩 짭짭 먹어도 멀쩡할 인간이 고작 술 몇 잔에 취할 줄이야.
“놔! 놔봐! 초운휘 교관! 아직 대답 못 들었어!”
꼬장을 부리는 모습에, 슬그머니 고개를 돌린 초운휘가 남은 여아홍을 홀짝이며 생각했다.
‘말이 통하긴 X발.’
사천당가의 종자들은 남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것이 종특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