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378
제89장 독기에 물든 숲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5)
“막아! 전사들은 절대 물러서지 마라!”
“아아악!”
여기저기에서 비명이 난무했다.
역수귀의 습격이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고작 셋.
하지만, 저녁에 일행을 급습한 것은 무려 열 마리의 괴인과 역수귀였다.
다음 날은, 무려 곱절로 늘어났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혈투에, 전사들은 피를 뿌렸고, 반려수는 사지가 뜯겨 울부짖었다.
그 와중에 당군악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은 하나뿐이었다.
전진. 또 전진.
돌아가기에는 너무 깊이 들어왔다.
“내가 오판을 한 건가?”
당군악은 입술을 짓씹었지만, 지금으로서는 번복할 수 없었다.
자림이 피로 물들고, 비명이 메아리치는 가운데, 최대한 이곳을 빠르게 빠져나가는 것만이 할 수 있는 일.
“친구. 독경구까지 가면 흑상의 공격진법으로 대항할 수 있다. 숲은 각개격파 당할 위협이 있다.”
야심의 말에 당군악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그늘에서 부지불식간에 습격하는 역수귀의 신출귀몰함이다.
최대한 시야가 트인 곳에 도착하면, 남만야수궁이 자랑하는 전투진법을 만들어낼 수 있다.
거대한 흑상이 공격대형을 이루어, 나란히 돌진하면, 역수귀 정도는 단숨에 짓밟을 수 있을 터.
‘그전까지 얼마나 피해를 입을지 알 수 없지만.’
한가지 예상치 못한 행운이라면, 바로 독혈곡의 존재였다.
“가주. 구지독주가 다섯 개체의 역수귀를 퇴치했습니다.”
“으음.”
‘대체 무슨 속셈이지?’
저들도 역수귀에 습격당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적극적으로 싸움에 가담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적극적이야. 강력한 경쟁자인 독혈곡이 호의를 보내올 이유가 없을 텐데.’
적의를 보이던 처음과 달리, 자신들을 향해 달려드는 저주받은 마물에 앞장서 상대할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방심을 유도하려는 것인가?”
싶었지만, 이어지는 조력은 오히려 이쪽이 당황스러울 정도라, 확신할 수 없다.
“어쩌면 철사련에서 본가에 은혜를 지우려는 것일지도 모르겠어.”
“한 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다면 그 정도가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그건 그렇지. 하지만, 저들은 속을 알 수 없는 자들이야. 특히 구지독주. 그는 알려진 것보다 더욱 고수라네.”
그렇기에 쉽사리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강자가 등 뒤를 노린 순간 더욱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테니까.
“제가 단단히 지켜보고 있겠습니다.”
“놈의 독공을 경시하지 않는 것이 좋아.”
그가 말을 전하는 사이, 느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후후. 이것 참 서운하오. 당가주. 본좌의 호의가 여전히 의심받고 있을 줄이야.”
‘어느새.’
당현은 흠칫 놀라, 멀찍이 다가온 사사명을 보며 뒷걸음질 쳤다.
그 모습을 본 사사명이 예의 알 수 없는 실눈을 가늘게 뜨며 히죽 웃었다.
“약속한 대로 자림을 넘어 독경구까지 가는 데는 최대한 협력할 예정이오. 너무 겁을 먹지 마시오.”
“…그대. 무슨 꿍꿍이지?”
“꿍꿍이라니. 우리가 강렬히 원하는 것이 있기에 손을 잡은 것이 아니었나?”
이렇게까지 나오자, 당군악은 어쩌면 저들이 바라는 것이 보통 것이 아님을 직감했다.
‘설마.’
문득 하오문에서 전해 들은 소문이 다시 머리를 떠돌았다.
“인면지주의 소문을 믿고 있는 것인가?”
그때였다.
섬뜩.
엄청난 살기가 폭사하며, 당현이 눈을 부릅떴고, 당가십수의 손이 소매를 들락날락거렸다.
그가 한순간에 뿜어낸 살기에, 모두가 본능적으로 반응한 것이다.
하지만, 당군악은, 놀랍게도, 그의 반응에서 설마 했던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인면지주를 노리는 것이었나?”
“후후. 그쪽도 소문에 대해서 알고 있을 줄은 몰랐군. 무림맹의 얼치기들도 나름 귀가 큰 모양이야.”
‘인면지주라.’
솔직히 지금까지 전설의 인면지주의 존재에 대해서는 믿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저들이 위험을 감수할 정도라면, 단순한 소문이 아니라는 뜻이겠지.’
그는 고민했다. 저들이 인면지주를 얻게 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결코 본가에 득이 되지 않는다.’
사천당가 뿐 아니라, 무림맹, 나아가 정파 강호에 위협이 될 것이 자명하지 않은가.
다른 곳도 아니고, 만독연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존재하는 독지, 독경구에 살아가는 인면지주다.
인면지주 자체도 역사에 몇 번 등장하지 않을 정도로 희귀하지만, 독의 고향이라는 만독연의 독기를 먹고 자란 영물이라면,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질 터.
무수히 많은 독이 흘러들어, 결국 맑은 물처럼 변한 희대의 독지에서 적응한 개체라면, 품고 있는 내단 또한 더욱 강력할 테니까.
‘최악의 경우, 철사련의 깃발 아래 전설적인 독인(毒人)이 등장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불길한 생각이 이어졌지만, 당군악은 쉽사리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명심하시오. 가주. 우리의 동맹은 서로 약속을 지켜줄 때까지만 유효함을 말이오.”
“…알겠네.”
저들의 손에 인면지주가 넘어가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최대한 저들의 도움을 받아 피해를 줄이는 것이 나을까.
적어도 지금은 후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 당군악은 답답한 속내를 감춰야 했다.
***
“헉헉. 진짜 죽을 뻔했어요.”
대수림을 가로지르는 내내 몇 번이고 습격이 있었다.
어둠 속에서 튀어나오는 역수귀의 공격에, 한가하게 있을 수는 없었고, 초운휘를 필두로 모용선야와 관도들도 싸움에 가담했다.
“대수림은…. 절대… 다시 안 올 거야.”
“저는… 헥헥. 평생…. 숲에 가지 않을 거예요.”
“죽겠다.”
백리설과 모용소혜, 당간은 나란히 누워 혀를 빼물었다.
조금 전 무척이나 위험했다.
흑상을 타고 이동하던 중에 허공에서 덮쳐온 역수귀에 자칫하면 목을 물어 뜯길뻔했기 때문이다.
“냐앙~”
흑백쌍묘가 기습을 알아채고 울부짖지 않았더라면, 치명상을 입었을 만큼 위급한 상황이었다.
“…영물은 영물이네.”
모용선야는 새삼 흑백쌍묘를 돌아보며 당애희에게 물었다.
“당 관도. 자림을 벗어나는 데는 얼마나 걸리죠?”
“거리 자체는 멀지 않아요. 하루 이틀이면 도착할 거리지만.”
“역수귀들의 습격이 빈번해지고 있으니, 종잡을 수가 없네.”
역수귀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천천히 일행을 몰아가고 있었다. 하루 사이 몇 번이고 치열한 공방이 있었다. 전사들이 몇 명이나 쓰러졌고, 든든한 부족의 반려수들도 상당히 죽었다.
고작 하룻밤 사이 입은 피해는, 지금까지 겪은 것을 전부 합친 것보다 많았다.
“…도사가 밀림에 가지 말라고 했을 때, 들을걸.”
괜히 발걸음을 했다며, 우울해할 때였다.
숲속에 들어갔던 초운휘가 풀숲을 헤치며 돌아왔다.
“교관님!”
조건반사적으로 튀어 오른 백리설이 쪼르르 달려가 물었다.
“어딜 다녀오신 거예요? 위험하다구요. 가주께서도 단독행동을 하지 말라고 했단 말이에요.”
“아, 그게.”
초운휘가 뒤쪽에서 묘한 시선을 보내오는 놈들을 보며 이를 갈아붙였다.
“저놈들이 자꾸 쪼개잖아.”
“독혈곡의 사람들이요?”
“응. 엿같이 쪼개는 놈 몰래 두들겨 주려고 따라갔는데, 도망쳤더라고.”
대답에 모두가 히이익! 기함을 내질렀다.
“교관님. 말조심하세요. 저들은 엄청난 고수들이라고요.”
“고수면 사람 꼴 받게 해도 되는 거야?”
어지간해서는 언성을 높이지 않는 당애희도 끼어들었다.
“교관님. 독혈곡은 단순히 사파라고 부를 곳이 아니에요. 저들은 하룻밤 사이 문파 세 곳을 멸문시킨 굉장한 잔혹한 자들이에요. 아무리 교관님이라도 경솔한 행동이에요.”
“아아. 진짜. 해코지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그래요.”
하나같이 잔소리를 하는 가운데, 모용선야는 현기증이 나는 듯 미간에 손등을 얻고 비틀거렸다.
“초 교관님. 이곳은 신무학관이 아니에요. 생과 사가 갈리는 진짜 강호라고요.”
“쪼갠 새끼 주둥이를 갈아 버려야 하는데.”
“정말이지.”
철썩철썩 등판을 때리는 통에, 초운휘가 몸을 꽈배기처럼 꼬았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쉐끼들. 지들이 잘나면 얼마나 잘났다고. 나도 우리 동네에서 잘나갔어!”
“하아. 목소리라도 낮춰요. 저들이 듣기라도 한다면.”
황급히 모용선야가 초운휘의 입을 양손으로 틀어막을 때였다.
“호오~”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모용선야는 안색이 희게 변했다.
‘기척도 느끼지 못했어?’
소리 없이 나타난 존재는, 허깨비처럼 양손을 엇갈려 소매에 넣은 채로, 불길한 실눈을 씰룩거리고 있었다.
“구지독주….”
모두가 당황해하면서도, 초운휘를 어떻게든 시선에서 숨기려 막은 순간, 호선을 그리던 사사명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꽤 재미난 이야기가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만.”
“죄송합니다. 제 동료가 실수를.”
“후후. 아니에요. 실수라면 어쩔 수 없죠.”
온화하게 말을 하지만, 모용선야를 비롯한 모두는 마른침을 삼키고 말았다.
목소리와 달리, 실눈 사이로 번뜩이는 안광은 무척이나 싸늘했으니까.
“신무학관의 교관이라. 정파의 영재들을 가르치는 분이라면, 그만한 역량을 가지고 있겠죠.”
“그, 그게.”
“여인들 뒤에 숨는 분께서는 과연 스스로 한 말에 책임을 질 수 있으실까요?”
모용선야가 대신해서 둘러대려 할 때였다.
“못할 건 뭐야.”
“교관님!”
백리설과 모용소혜가 망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독혈곡의 주인께서는 잠시.”
당간은 물론이고 당애희가 어떻게든 무마하려 했지만, 사사명은 끈질겼다.
“설마. 멋대로 떠들어대고, 모른 체하는 소인배는 아니겠죠?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대가.”
그의 눈빛에 한층 더 음험함이 일었다.
“무인이라면.”
실로 도발적인 한 마디에, 하 웃은 초운휘가 자신을 가로막은 백리설과 당애희를 밀치며 나섰다.
“하.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못 할 것도 없지.”
이 새끼야.
“너, 뒷골목으로 따라와.”
맙소사.
결국 저질러버린 목소리에 모두가 안색을 굳히고 말았다.
***
자박. 자박.
몹시 위험한 자림의 수림이었지만, 앞서가는 초운휘는 거리낌이 없었다.
“…….”
등 뒤에서 소매 사이에 손을 품고 뒤따르는 눈빛이 따갑다.
하지만 무시하고 계속 걸었다.
“언제까지 갈 겁니까?”
“이제 다 왔어. 보채지 마, 인마.”
사사명은 눈살을 찌푸리며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
한참 동안 움직여 멈춰선 초운휘가 빙글 몸을 돌렸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덜. 덜. 덜. 덜.
놀랍게도 당군악 앞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았던 사사명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씨익 웃으며 그에 다가간 초운휘가 손을 들어, 볼을 툭툭 두들기며 귓가에 속삭였다.
“연기 잘하더라?”
그것이 결정적이었다.
털썩.
다리에 힘이 빠진 것처럼 무릎을 꿇은 사사명이 바로 대가리를 박았다.
“암혼흑풍사! 오사 사사명이 주군을 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