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405
제94장 교관선발전 (5)
콰앙!
팔걸이를 두들기며 마길상이 왈칵 몸을 일으켰다.
“봤나?”
“봤습니다.”
곁에서 독고율이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검집을 빼앗아 순식간에 사일검법의 초식 사이로 밀어 넣었군요.”
“그것도 정확한 궤적을 읽고 검집으로 검을 가두었네.”
단순히 피하거나 쳐냈다면 모르지만, 사일검법 같은 절예의 검법을 완벽히 읽고 검집으로 무력화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경지의 일이다.
머리카락보다 가는 검기의 궤적을 정확히 읽고 상대의 수싸움을 간파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을 하는 것에, 나아가 공격의 흐름과 속도, 내공마저 압도해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니까.
“맙소사. 내가 뭘 본거지?”
지고한 무공으로 십대도객이라 불리는 그가 경악할 정도였으니 다른 이들은 어떠했는가.
다들 자신이 본 것이 맞는지. 환각을 본 것이 아닌지 얼떨떨한 채로 입을 떡 벌렸다.
“호호. 잠룡이 드디어 비상을 하려는 모양이네요.”
그저 이런 정도는 예측했다는 듯 웃는 복마신니는 짧게 박수를 쳤다.
“…….”
상급교관들마저 감히 입을 열지 못하는 신기.
그런 가운데, 등으로부터 바닥에 떨어져 허공을 향하던 야소곡의 두 발이 툭 바닥에 떨어졌고.
“초, 초운휘 교관 승!”
경악스러운 결과에 침묵하던 관도들 사이에서 얼빠진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 말도 안 돼. 야소곡 교관님이 진 거야?”
“종남파의 사일검법이었어. 완벽한 사일검법이었다고! 그게 어떻게 막힌 거야!”
“어떻게 된 거야? 본 사람 있어?”
실력이 낮은 이들은 승부조차 파악하지 못해 허둥거렸다.
하지만, 개중에는 날카롭게 정황을 본 이들도 존재했다.
“용호. 보았나?”
“…나도 살짝 놓쳤네. 아니, 어슴푸레한 정도만 간신히 포착했어.”
“기가 막히군. 누가 저런 분에게 운수대통검이라는 별명을 지은 거야?”
“…….”
청수진인은 자신이 승리한 것처럼 들뜨며 기뻐했다. 기실 그는 과거 심의 교관 사이에 자신을 중재해준 초운휘에 대해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반면에 남궁용호는.
‘저자가 저렇게 강하다고?’
형인 남궁윤호가 따른다기에 꽤 괜찮은 사람인가 생각했다.
나름 가르치는 것에 재능이 있다는 평가도 들었다.
하지만 결코.
‘저 정도라고는 생각 못 했어.’
잘은 모르겠지만 남궁세가에서 가장 존경하는 아버지라면 저런 신위를 보일 수가 있을까?
아마 가능할지도 모른다.
끝 간데없는 무공과 남궁세가의 신묘한 무공이라면 신기에 가까운 것을 현실화하는 것도 부족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그도 눈이 있다.
나름 재능도 있고, 안목이라는 것도 결코 낮지 않았다.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맙소사. 무공이나 공력이 문제가 아니잖아!’
초운휘 교관은 내공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단순히 빠르게 움직인 것뿐이다.
압도적인 전투 감각을 이용해 한 걸음 움직여 상대의 옆구리를 훑고, 검집을 빼앗아 검법의 경로에 정확히 밀어 넣은 것이다.
이건 굉장한 무공이나, 영약을 먹어 공력을 강화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그저 압도적인 재능, 상대의 움직임을 솜털 하나까지 파악해, 정확하고도 완벽히 검법의 궤적을 봉쇄하는 것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것이 가능한가?”
어떤 무공을 익혀도 십 년이면 대성할 자신이 있다. 하지만, 어떠한 무공을 익혀도 저와 같은 신위를 보일 자신은 없었다.
속도. 수싸움. 대범함.
이 모든 것이 하늘에 닿아야 간신히 가능한 일이 아닐까?
흔들리는 가운데, 곁에서 후훗 하는 즐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애희였다.
“아. 저질렀네.”
느긋한 목소리로 킥킥거리는 당간 곁의 홍조를 띤 당애희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감정 없는 눈에 담긴 확신에 남궁용호는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당애희. 너는 저자가 이길 것을 예상하고 있었나?”
“초운휘 교관님은.”
그녀가 대답했다.
“결코 패하지 않는 분이니까요.”
***
충격과 공포의 비무가 이어졌다.
“제길!”
뒤이어 지명 당한 관철은 비무를 알리는 깃발이 채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재빠르게 움직였다.
파파파파팟!
환영마저 남기며 비무장 위를 흔들리는 신형은 쾌속한 신법의 극치.
하지만, 멀뚱히 선 초운휘 교관은 움직이지 않는다.
모든 관도들은 그 뒷모습을 보며 의아해하면서도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몇 배는 커진 것 같은 산악 같은 기세가 느껴지고 있었으니까.
“상급교관.”
“어, 엉?”
심판을 맡은 상급교관이 얼빠진 채로 되묻자, 초운휘가 손을 들어 물었다.
“깃발 안 내립니까?”
“아!”
모두 그제서야 탄성을 내질렀다.
그는 쾌속한 신법에 반응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반응하지 않은 것임을.
“개, 개시!”
깃발이 내려선 순간, 쿵 한걸음 움직인다.
그것은 딱히 대단할 것 없는 작은 걸음으로 쾌속무비한 관철의 신법에 비하려면 보잘것없는 수준이었다.
쿵.
하지만, 기묘했다.
쿵.
걸음을 걸을수록 연무장 위에 십여 개의 잔상을 일으키며 움직이던 관철이 연무장 끝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쿵.
“큭!”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네 번째 걸음을 걸었을 때, 십여 개의 환영이 사라지고, 세 번째 환영을 피우며 몸을 뒤트는 관철이 억눌린 비명을 질렀다.
“어딜 도망가는 거야?”
그리고 처음으로 손이 움직였는데, 그것은 참으로 느릿느릿하지만, 결과는 짐작할 수 없는 일격이었다.
펑!
잔상을 남겨 두고,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관철이 외마디 비명과 함께 튕겨 나가는 것이 아닌가.
파파파팟!
딱히 충격은 없었는지 재빨리 신형을 틀어 땅에 내려선 그는 약간 옷자락이 흐트러졌을 뿐,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초운휘 교관.”
“장외패야. 잊지 않았겠지?”
“아….”
관철은 자신이 선 곳이 연무장이 아닌 흙바닥인 것을 보며 입을 뻐끔거렸다.
워낙 시의적절하게 신법을 펼치는 공간을 점해오는 손을 피해 몸을 뺐는데, 미처 공간을 읽지 못했다.
한순간에 싸움의 흐름을 빼앗긴 그는 자랑하는 쌍수도법도 펼치지 못했다.
“초, 초운휘 교관. 승!”
충격과 공포의 연승의 시작이었다.
오직 그에 감탄하는 이들이 있었으니.
“어머. 멋있어.”
“…언니. 저건 멋있는 게 아니라 미친 거예요. 완전히 눈깔이 돌아간 것 같네요.”
“사내다워서 좋지 않니?”
“짐승을 수컷이라 부르는 것은 알고 있는데, 사내는 좀 아니죠. 교관님을 인간 취급하면 모든 인류에게 미안하잖아요.”
모용소혜는 스스로 무척 누구처럼 말하고 있음을 눈치채지 못했다.
***
“어디 보자. 날 불손하게 보던 인간이 있었는데.”
세 번째 지목을 당한 것은, 정상원이라는 교관이었다.
과거 묵연성을 괴롭히고 쫓겨난 곽종근 교관의 친구였는데, 사사건건 그를 탐탁지 않게 여기던 이였다.
그러나, 다소 음흉한 구석이 있다고 한들, 날렵한 유엽도의 고수라는 사실은 변치 않았다.
“…손속에 배려를 부탁하지.”
하지만, 앞서 싸움을 본 그는 이미 기세부터 죽고 말았다.
“비무에 배려가 어디 있어?”
“헉!”
그는 코앞에서 훅 튀어나온 신형에 대경하며 면밀한 도벽을 만들어냈지만, 옆구리에 일권을 얻어맞고는 주르륵 밀려나, 연무장 끝에 주저앉았다.
단 일권.
“초, 초운휘 교관 승.”
이제 심판은 더 놀랄 기력도 없다는 기색이었다.
상급교관인 그였지만, 이런 압도적인 모습을 코앞에서 직관하니 기가 질린 것이었다.
“다음은 너. 너.”
“연승을 계속할 생각인가?”
“최소 삼 연승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열 명이든 백 명이든 때려눕혀도 문제없죠?”
평소에는 게으른 소 같은 인간이 확 달라진 인상으로 야수 같은 기세를 풍기자 그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두 명의 교관이 꼴사납게 패하자, 더는 이대로 싸움을 지속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자네가 이겼네! 자네가 이겼어!”
승부가 문제가 아니다.
하늘 같은 우러름을 받아야 할 교관들이 꼴사나운 모습으로 바닥에 처박혔다.
특히 걱정스러운 것은 구파일방의 야소곡을 위시한 명문가 출신의 교관들이 죄다 걸려들었다는 점이다.
하나같이 위세가 든든한 이들만 골라 박살 내는 통에 그는 미칠 것만 같았다.
“초운휘 교관.”
처음으로 나선 것은 장철심이었다.
“이제 그만하면 되었네.”
“뭐, 상급교관이 말한다면 어쩔 수 없죠. 상급자가 까라면 까야지.”
히죽 웃은 초운휘가 검지를 들어 올렸다.
“딱 한 놈만 더 패고요.”
“한 명이라면.”
하지만 장철심은 자신이 허락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야! 능풍운! 이 자식아! 귀찮을 일을 벌였으면 한 방 맞을 각오는 했겠지?”
***
은천관의 광인이 매화일검에게 시비를 걸었다!
‘설마 모습을 드러낼까?’
모두가 침묵 속에서 두근거리는 마음을 다스리는 가운데.
“이것 참. 자네의 답을 바랬지만 이런 형태는 아니었는데.”
“야, 이 새끼야.”
초운휘가 으르렁거렸다.
“할 말 있으면 면전에다 대고 할 것이지. 이게 무슨 꼴이냐?”
“…할 말이 없군. 솔직히 말하자면 난 자네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네.”
“소심한데다 눈도 안 좋네.”
“자네의 안목은 여전히 예리하군.”
역시나 담담한 안색을 보니,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
능풍운은 나름대로 자신을 배려하려 한 것이다.
미래의 무림맹주가 이런 맹꽁이 같은 녀석인지 처음 알았다.
“뭐. 이왕 이렇게 된 것. 내 대답을 들어야지. 수틀리면 박살 낸다. 나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왜 그래?”
“하하. 그 점은 익히 알고 있지.”
“내 심사를 뒤튼 네놈부터 박살 내는 것이 먼저겠지만.”
“이런. 그 부분은 생각 못 했는데.”
검을 뽑아 들었지만, 오히려 이번에는 능풍운이 검을 들어 휘리릭 손등으로 돌렸다.
통.
그리고 검을 떨궜다.
“패배다.”
“뭐야. 이제야 좀 몸이 풀렸는데 기권을 하는 거냐?”
천하의 매화검수다. 심지어 매화대제전을 통해 수장으로 낙점될 이가 단순히 기권을 하다니 좌중은 또다시 호흡을 멈췄다.
“네 눈이 무섭거든. 이럴 때는 빨리 기권해야지. 현명하지 않나?”
“현명하기는 무슨. 좋은 머리 일찍 굴리지 않고 이제와서 돌아가다니 너무하지 않냐?”
“미안하네. 하지만, 나름대로 각고의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어. 내 입장도 생각해봐. 어쩐지 무척 불길한 느낌이란 말이지. 그런 곳에 자네를 데리고 가자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네.”
“혓바닥이 꽤 길어졌다?”
“위험할 수도 있지 않은가? 또 자네는 비밀이 많은 사람이고. 부탁하고 싶은데 염치도 없고 말이지. 자네의 선택을 존중하면서 나름의 결정을 내리려고 했거든.”
“아하. 그러셔?”
성큼성큼 다가간 초운휘가 씨익 웃었다.
“내 결정은 어떤 것 같아?”
“든든하군. 화산까지의 여행은 꽤 재미가 있을 거야.”
“이부터 악물어.”
주먹을 들어 올리자, 멱살을 잡힌 능풍운의 눈이 파르르 떨리더니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봐 친구. 나 매화검수일세. 듣자 하니 잘하면 매화검수의 수장이 될 것 같은 거물이라네.”
“대물이라 좋겠다. 쉐끼야.”
“대물이 아니라 거물이라네. 사회적으로 꽤 존경을 받고 품위를 챙겨야 하는 인물이란 뜻이지. 자네 알고 있나?”
“하하.”
주먹을 당긴 초운휘가 히죽 웃었다.
“남궁세가 가주보다 네가 거물이야? 난 그 아저씨 턱도 돌렸는데.”
“아하. 내가 그걸 잊었군.”
뻐억!
돌주먹이 능풍운의 턱에 꽂히자, 그의 고개가 바람처럼 돌아갔다.
“거물답게 세 대만 가자.”
퍽퍽! 비무의 마지막은 축하를 위해 이 자리를 만들게 된 당사자의 턱이 돌아가는 충격과 공포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이를 지켜보는 모두는 아무도 말을 잇지 못한 채, 천하의 매화검수가 웃으며 턱이 돌아가는 모습을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