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406
제95장 출행전야 (1)
충격적인 소식이 학관을 강타했다.
거의 처음이나 다름이 없는 교관 비무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것은 초운휘 교관이었다.
모두의 예상을 깬 결과였다.
“비무 봤냐? 거의 요술을 부리는 것 같던데.”
“검집을 빼앗는 장면은 보지도 못했어. 심지어 상대의 검집으로 공격을 봉쇄할 줄이야. 무려 사일검법을 말이야!”
“아홉 번을 싸우면서도, 모두 십 초 만에 무릎을 꿇렸어.”
“말도 안 되는 이변이 일어난 거지.”
관도들치고 비무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동안 그에게 붙은 별호는 악의적으로까지 느껴지는 호칭들이 대부분이었다.
운수대통검.
은천관의 광인.
검은 습지의 악마.
전승을 기록하며 당연히 그에 대한 반응도 달라졌다.
“…초운휘 교관님. 담당 관도로 받아달라고 찾아가 볼까?”
일단 교관 ‘님’이라는 호칭부터 달라졌다.
“그런 분께 가르침을 받는다면 내 실력도 확 늘 텐데. 요 교관님은 다 좋은데 너무 정석적이라 영….”
“동천관의 지박령을 각성시킨 것만 봐도 교관으로서의 실력도 압도적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안면을 터 둘 걸.”
“아…. 나도 되고 싶다. 초 교관님의 담당관도.”
하지만 섣불리 달려가는 이는 거의 없었다. 마지막에 대(大) 화산파의 매화검수 수장이 될 능풍운의 턱주가리를 돌려놓는 모습을 목도한 탓이다.
“성격이 괴팍하다고 들었어. 담당관도도 좋지만, 습지에 산 채로 처박힐지도 몰라.”
“이럴 줄 알았으면, 몰래 뒷담까지 않는 건데 말이야. 뒤끝도 길다지?”
“아. 정말 어떻게 하지?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어린 관도들이라고는 하나, 무학의 길을 걷는 이들은 하나같이 강함을 숭상했기에, 격이 다른 시합을 보여준 초운휘를 보며 발을 동동 구르는 것도 당연했다.
안목이 없는 자들도 알아볼 만큼 경이적인 신위를 보였으니까.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혼자 우쭐한 사람이 있었다.
“엣헴.”
진설향이었다.
어쩐지 자신이 칭찬받은 것처럼 기분이 고양되고, 코끝이 바로 서는 것이다.
‘드디어 모두 초 교관님을 인정하게 되었네.’
그녀가 실실 웃자, 곁에 걷던 복마신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구나, 소향아.”
“아. 너무 티가 났나요?”
“사부가 되어서 제자의 마음을 모를 수가 없지. 이번 서열전도 멋지게 잘 해냈구나. 슬슬 성취가 나타나고 있으니 좋기도 하겠지.”
‘아무래도 제자의 마음을 읽는 것은 무공 실력하고 상관이 없는 것 같아.’
생각하며 진설향은 ‘정말이에요’라고 대답했다.
헛다리를 짚었다고 지적하면 우울해할 사부가 불쌍했으니까.
***
비무 다음 날.
모용소혜는 방을 나오자마자 따라붙는 시선이 무척 따가웠다.
그것은 습지로 가는 길목 내내 따라붙었다.
언제나 음침하다며 아무도 오지 않는 사천동 습지에 사람들이 잔뜩 몰려 있는 것을 보았을 때는 황당한 마음마저 들었다.
“…이게 무슨 일이래?”
‘이걸 어떻게 뚫고 가야 하지?’
이들이 몰려온 이유는 그녀도 모르지 않았다. 어제의 비무를 보고 교관님께 관심을 가지는 관도가 늘어날 것이라고는 예상했으니까.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게 될 줄은 몰랐지만.’
그나저나 문제는 지금이다.
속 좁은 교관은 자기 원할 때만 나타나면서 지각을 하면 잔소리를 한가득 늘어놓는다.
어떤 이유도 본인이 귀찮을 때면 듣지 않기에, 늦지 않아야 했다.
“저기….”
조심스레 인파를 향해 나아가 말을 거는데, 누군가 그녀를 알아보며 헉 기함을 내질렀다.
“비행마수다!”
누군가의 외침이 있고.
갑자기 인파가 갈라지며 길이 생겨났다. 딱 혼자 걸어갈 만한 길이.
“…….”
인파를 헤치고 나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좋았지만, 어쩐지 인간으로서 무언가 상실감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
울적하게 인파 사이로 난 길을 걸어갔더니, 필사적으로 거리를 벌리려는 관도들의 모습이 자연스레 눈에 들어온다.
힐끔.
우울한 마음에 땅만 보다 걷다 곁을 보니, 한 관도가 두 팔을 펼쳐 자신의 뒤에 있는 관도들을 밀어내며, 죽을힘을 다해 이 작은 길을 침범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이, 눈동자에 담긴 두려움이,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보여 한층 더 기분이 참담해졌다.
터벅. 터벅.
잔뜩 몰려와 시장 한복판같이 시끄럽던 장내에는 제 발걸음 소리만 들려 더욱 우울하다.
“저.”
개중에 한 여자 관도가 말을 붙여오려는 터라, 활짝 반색했지만.
“야! 겁도 없이.”
“쉿. 적어도 쟤는 아니야.”
곁에서 옷자락을 잡아당기는 소녀에 두 손으로 입을 막는 것을 보며 한층 더 기분이 나락으로 치달았다.
***
습지에 들어서니 이미 남궁윤호와 제갈탄은 출석해 있었다.
“역시 숙소에 돌아가지 않고, 이곳에서 밤을 지새운 보람이 있어. 안 그런가, 탄?”
“자네는 원래 푹신한 침대 두고 이곳에서 줄곧 야영을 하지 않았나? 덕분에 편히 잘 지냈지만.”
출석이 아니라, 아예 습지에서 잠을 잔 모양이다.
하긴 남궁윤호는 온갖 이유를 만들어 이곳에서 천막을 치고 생활하고 있었다.
남궁세가의 직계가, 최근에는 제왕검법까지 전수받으며 각광받는 사람이 왜 이런 생활을 고수하는지 궁금하긴 했지만, 물어볼 때마다 빙그레 웃을 뿐이다.
“오. 잘 만들어졌다.”
“자네, 이제는 돌도 깎나?”
“뗀석기를 넘어 문명인으로 나아가는 중일세.”
나무를 깎아 온갖 것들을 만들어내더니, 이제는 돌을 깎는데 취미가 들린 모양이었다.
실제로 속까지 긁어 만들어낸 냄비가 근사해서 놀랄 지경이니.
“오는데 고생이 많았지? 사람들이 많더라.”
제갈탄의 자상한 인사에 모용소혜는 어쩐지 눈물이 핑 돌 것 같았다.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요.’
사람들이 알아서 길을 만들어줬으니까요.
라고 대답할 수는 없다.
인간으로서 뭔가 소중한 것을 상실할 것 같은 기분이거든.
“에잇. 이게 다 뭐야!”
뒤이어 뾰족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쁜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짜증 난 표정으로 백리설이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죽죽 손 갈퀴로 쓸어내리고 다가오고 있었다.
“바빠 죽겠는데 왜 다들 말을 걸어대는 거야? 어? 소혜도 와 있었구나?”
“언니.”
“우리 소혜도 고생 많았겠다. 거머리처럼 달라 붙어대서. 넌 작아서 더 힘들었을 거야.”
“달라붙어요?”
“교관님께 말을 붙일 기회 좀 만들어 달라고 어찌나 엉겨 붙던지. 넌 안 그랬어?”
“저도 엄청 고생했어요.”
모용소혜는 자신의 기억을 조작하기로 했다.
“내가 왜 내 소중한 교관님을 나눠줘야 해? 죄다 터져 죽어라.”
잔뜩 짜증을 부리는 그녀를 보며, 모용소혜는 제 발끝을 내려다보았다.
‘세상아. 모두 터져 버려라.’
그녀는 조용히 속삭였다.
***
교관은 아침 수업 시간을 훌쩍 넘겨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다들 와 있었네?”
언제나처럼 게으른 걸음을 끌며 나타난 교관은 슥 둘러보더니 낚시 명당자리를 찾아가 손바닥을 살살 문지른다.
여유만만한 모습에 속이 뒤틀린 모용소혜가 쪼르르 달려가 물었다.
“인기 없는 교관님. 외톨이 교관님. 인기쟁이가 된 기분은 어떤가요?”
“난 원래 인기쟁이였어.”
“무슨 소리예요. 언제나 혼자 다니고, 술도 혼자 먹고, 밥도 혼자 먹는 분이 할 말은 아니네요.”
“쯧쯧. 너는 뭘 모르는구나. 밥은 원래 혼자 먹는 거다. 혼자 먹으면 많이, 잔뜩 먹을 수 있거든. 남이랑 먹으면 좋지 않다. 속도도 맞춰줘야 하고, 먹을 것도 나눠 먹어야 하고. 배려할 것이 많거든.”
“배려라니. 본가에서 제 접시까지 핥으려 한 분이 할 말은 아니지 않나요?”
“나 같은 분이 함께 먹어주는 영광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해.”
아무래도 외톨이라는 공격은 조금도 타격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 이어 백리설이 쪼르르 달려와 물었다.
“교관님. 교관님. 우리 교관님. 학관에 눈 대신 단추를 달고 다니던 관도들이 이제 교관님의 진가를 알아보고 군침을 흘리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하죠?”
“어떻게 하긴 어떻게 해. 계속 단추 달고 다니라고 해.”
“여우 같은 관도들의 꼬임에 우리 순진한 교관님이 넘어가지는 않는 거죠?”
“여우를 발견했으면 포를 떠 가죽부터 챙겨야지, 꼬임에 왜 넘어가?”
“헤헤. 그럼 됐어요.”
마냥 좋단다. 모용소혜는 이들과 함께라서 더욱 기분이 우울해졌다.
“교관님.”
“제갈아. 뭐냐?”
“어제의 비무. 멋졌습니다.”
“난 언제나 멋져. 볼 때마다 짜릿해. 최고야.”
“…그건 좀 너무하지 않나 싶지만, 괜찮으십니까? 교관님께 배우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아질 텐데요.”
제갈탄과 마찬가지로 남궁윤호도 다소간의 걱정을 드러냈다.
“관도들이 가지는 관심이 보통이 아닙니다. 저희는 괜찮으니 한둘 더 수련생을 늘리는 것도 괜찮지 않습니까?”
둘 다 어제의 일이 학관에 경악할 만한 화제가 된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나름 이야기를 나누었다.
교관님을 위해서 간언을 하기로.
신무학관의 규칙은 엄정해서 관도들의 담당교관 신청을 마냥 무시하기 어렵다. 모두를 받아들이는 것은 어렵더라도 어느 정도 학관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월봉을 받고 일하는 교관인 이상, 마냥 총관주의 지시를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하지만 초운휘는 당당했다.
“내가 왜 사천당가에서 가주를 설득해 편지를 받아왔는데. 헹? 학무원이 뭐라고 하면 당문에 꼰지를 테다.”
“…이러려고 독왕께 편지를 부탁하신 겁니까?”
“이런 일 아니면 내가 왜 독왕 아저씨한테 부탁을 했겠냐?”
히히 웃은 교관은 검지를 치켜들었다.
“너희들이 할 걱정은 그딴 쓸데없는 걱정이 아니야.”
“…그렇다면.”
다른 중요한 일이 있나 물으려는데, 교관은 빈 미끼통을 들고 흔들었다.
“어젯밤에 지렁이들이 죄다 탈출했다. 그러니까, 제갈이랑 남궁이는 가서 지렁이 좀 잡아 와.”
“…….”
“물고기 쉑. 다 죽었어!”
너무나도 평소와 다름이 없는 교관이다.
정말 어제 보인 신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말이다.
“교관님 성격에 자랑하며 방방 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네요.”
“원래 우리 교관님은 겸손해서 그런 짓 안 해.”
“언니. 누구를 말하는 거예요?”
곁에서 제갈탄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충분히 큰소리쳐도 될 구석에서는 이상하게 차분하시단 말야?”
“어쩌겠나. 원래 저런 분이거늘. 어서 지렁이나 잡으러 가세. 괜히 미적거리다 허탕 치면 우리에게 불호령이 떨어질 테니까.”
“이크. 그렇군.”
비무의 결과에 상관없이 오늘도 습지의 생활은 평온했다.
***
퐁당.
수면에 오락가락하는 찌를 보며 초운휘는 어제의 일을 되새겼다.
능풍운을 흠씬 두들겨 패 준 후. 대자로 누운 녀석은 껄껄 웃었다.
“하하. 얼마 만에 이렇게 맞아본 건지.”
“왜 막지도 않고 처맞냐?”
“내가 자초한 일이니까.”
그리고 누운 채로 몸도 일으키지 않은 채 본론을 꺼내 들었다.
[자네. 화산파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나?]전음으로.
[알 만큼 알아. 화산파? 구파일방에서 무당파와 함께 무림의 양대 검파라고 불린다는 정도? 조금 더하자면 그 평가에 한 끗빨 떨어지는 종남파는 발끈하고, 한 끗빨 더 먹어주는 무당파는 허허거리며 한데 묶여 불리는데 딱히 화를 내지 않는다는 것 정도?] [본인 앞에서 사문이 한 끗빨 떨어지는지 뭔지 이야기하는 것은 좀 아니지 않나?]유쾌하게 헛웃음을 터트린 그는 딱히 정정하는 대신 덧붙였다.
넋두리를 기억하며 초운휘는 낚싯대를 당겼다.
“화산파라…. 아무래도 뭔가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네.”
궁금함에 다시 미끼를 갈아 끼우고 있는데, 문득 느껴지는 인기척에 초운휘는 지렁이를 놓아주고 말았다.
“오랜만에 손님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