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436
제101장 제가 해결하지요 (1)
“초운휘 교관! 검을 내리시오!”
매화검수들의 검 끝이 일제히 자신을 향하고 있지만, 초운휘는 조금도 시선을 주지 않았다.
“봤냐? 나 인기 많은 거?”
“교관님. 지금은 농담을 할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원래 사람은 언제나 유하게 살아야 하는 거야. 급하게 긴장해서는 될 일도 안 된다고.”
듣고 있던 모용소혜는 ‘지금은 긴장을 해야 하잖아요! 바보 멍청이!’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주변의 시선이 있는지라 숨만 헐떡였다.
반면에 제갈탄이 먼저 나섰다.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시비를 걸어온 쪽은 팽가였습니다.”
육엽의 시선이 죽 찢어졌다.
“저 소저가 유 사매를 공격한 것은 어떤 이유인가? 팽가와의 싸움인데 왜 매화검수가 상처를 입은 거지?”
“역시 싸움 도중에 오해가 생겨 벌어진 일일 뿐입니다.”
“맞아요. 저 여자가 먼저 검을 뽑았어요. 살아 있는 것으로 충분히 자비를 보여줬다고요.”
제갈탄은 백리설을 향해 닥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자중지란에 빠질 때가 아니다.
다행히 이곳에는 많은 이들이 있었고, 그들을 위해 나서줄 이들도 있었다.
“제갈 관도의 말이 맞네. 팽가와 악가의 사람들이 본관의 관도들을 몰아세우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저들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최대한 싸움을 피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거기 계신 팽여립 선배께서 먼저 칼붙이를 뽑아 드셨죠.”
“전투 도중에 그녀가 누구의 편을 들 줄 알고 가만히 있겠습니까?”
돌아오는 답변에 육엽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의 시선에는 어깨를 부여잡은 유선의 모습이 담겼는데,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
‘멍청한 년. 관망하려면 철저히 관망할 것이고, 개입하려면 패하지 말았어야지.’
매화대제전은 매화검수의 수장을 뽑는 행사로, 주역은 단연코 매화검수들이다.
더욱이 이번 매화대제전은 화산파가 강호에 포효를 시작할 것을 알리는 중요한 시기.
그런 와중에 신무학관의 관도 따위에게 매화검수가 패했다는 것은 화산파 전체의 평판을 떨어트릴 수 있는 일이었다.
“유선 사매는 듣거라.”
“…네, 사형.”
“애초에 넌 매화검수의 이름을 이어갈 자격이 되지 않았다. 사문의 배려로 영광스러운 이름을 얻었을 뿐이지. 그러나, 오늘의 패배는 사문의 기대를 실추시켰음이다. 오늘부로 너의 권한을 박탈한다.”
“…네.”
바로 그녀를 내치는 비정한 모습에 좌중의 사람들이 새삼스러운 눈빛을 했으나, 그가 알 바는 아니었다.
‘화산의 제자는 절대로 패할 수 없다.’
과거의 패배를 극복하기 위해 화산의 모든 이들이 합심해 천강공을 알리는 지금은 더더욱.
육엽의 눈이 또 다른 먹잇감을 찾았다.
“초운휘 관도. 그대 또한 오늘 일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한쪽에서 있던 여매홍이 안 돼요! 소리치며 나섰다.
“초 교관님은 이제 막 오신 참이에요. 오늘의 일과는 전혀 무관함을 모르지 않을 텐데요?”
“맞아요. 굳이 초 교관님을 언급하는 저의가 무엇이죠?”
소매 안쪽에 손을 밀어 넣은 당애희를 보며, 육엽은 마른침을 삼켰다.
‘빌어먹을. 어째서 독왕의 딸이 이 자를 두둔하는 거지?’
다소 꺼림칙하지만, 그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어디까지나 오늘의 사달을 일으킨 이를 징벌해야 하니까.
‘남궁가의 녀석도 보기와는 다르게 강한 것 같고, 제갈세가나 백리세가의 관도를 핍박하기도 여의치 않다.’
결국 가장 만만한 것은 실력은 좀 있는 것 같지만, 뒷배가 없고, 성격은 지랄 맞은 검괴(劍怪)가 딱이었다.
“초운휘 교관. 사내라면, 아니 적어도 교육자 나부랭이라면 알 것이다. 네가 가르침을 준 이가 문제를 일으켰으니, 원죄는 불결한 가르침을 내린 그대에게 있음을 모르지는 않겠지.”
“비약이 심하군!”
상급교관들이 노호성을 질렀지만, 매화검수들을 등 뒤에 둔 육엽은 멈추지 않았다.
“어쩔 텐가? 지금이라면 자네 혼자 이곳의 일을 책임지는 것으로 이야기할 수 있네.”
받아들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
‘이 녀석이 비열한 행동을 할수록 고립시킬 방법은 많으니까.’
생각하기를 잠깐.
“대가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 매화검수는 칼 대신 맷돌을 굴리나?”
“뭣이?”
“가르침을 준 사람이 원죄라는 말은 마음에 드네. 그쪽 딴죽을 받아들일게.”
불손한 이야기가 들려왔지만, 육엽은 놈이 자신이 일에 책임을 진다는 발언에 더욱 기꺼웠다.
“좋아. 사내답군. 어서 나를 따라와라. 본문의 어른들께서 너에 대해 죄를 물을 것인즉.”
“내가 왜 너를 따라가야 하지? 내가 걷어찬 것은 팽가의 잡놈이야. 화산파와는 관계가 없어.”
잘 나가다 나온 질문에 육엽은 말문이 막혔다.
“죄를 청해도 팽가와 악가를 먼저 찾아가는 것이 맞지 않아?”
“네 관도들은 매화검수를 다치게 만들었다.”
“조금 전에는 매화검수 아니라면서? 일개 제자가, 뒷수습도 못 해 관도에게 처맞은 녀석이, 팽가와 악가의 후기지수들 전부를 합친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
“윽!”
이번만큼은 육엽도 할 말이 없었다. 유선이 패한 것은 창피한 일이었지만,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정정당당하게 겨룬 것.
애써 강짜를 부릴 수도 있겠지만, 연회장에 눈이 너무 많았기에 좋은 결정이 아니었다.
“좋아. 그럼 너는 어떻게 팽가와 악가에 죄를 청할 것이냐?”
“내 방식대로 할 거다. 직접 찾아가서 사과를 받아내야지.”
“개소리. 가문의 명숙들이 네놈을 용서할 리도 없을뿐더러, 네까짓 게 어떻게 그분들을 뵙는단 말이냐?”
“왜 못한다고 생각해?”
초운휘의 손에서 작은 목패가 달랑거렸다.
“어디든 갈 수 있는 출입패라는데, 혹시 알고 있어?”
“으음….”
목패에 적힌 것은 명백히 어떤 연회장이든 들어갈 수 있는 출입패였다. 종학 도장이 준 물건이었는데, 그는 결코 이런 식으로 사용될지는 몰랐으리라.
“…알겠다. 인정하지. 하지만, 네가 제대로 된 사과를 받아내지 못하면 넌 오롯이 화산파의 징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건 일단 사과를 받고 나서 다시 이야기 하자구.”
초운휘가 어깨를 으쓱이자, 남궁윤호가 불안한 듯 눈알을 굴렸다.
“교관님. 어쩌실 요량이십니까? 팽가와 악가의 후기지수들을 다치게 했으니, 분명 저들은 사생결단을 내려 할 터인데.”
“조용히. 아주 조용히 처리할 거다.”
별문제 없다는 듯 히죽 웃으며, 초운휘가 검지를 까딱거렸다.
“너희들은 이 교관이 얼마나 조용히 이런 일을 처리하는지 구경이나 하면 돼.”
교관들과 관도들의 시선을 받으며, 초운휘가 검집을 툭 치고 걸음을 옮겼다.
“피박쥐. 뺀질이. 두 놈들 끌고 와.”
“넷!”
“예옛!”
제갈탄과 모용소혜가 정신을 잃은 팽여립과 악관을 들처 업고 뒤따르자 사람들의 눈에는 의문이 일었다.
***
초운휘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중급 연회장이었다.
하급 연회장과 달리, 온갖 미주가 깔린 금박을 씌운 장내는 화려하기 짝이 없었으며, 그 안에서는 쉬지 않고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리 오너라!”
하지만, 한 마디 목소리와 함께 난입한 한 사람에 장내의 소란스러움은 대번에 가라앉았다.
“검괴? 저자가 이곳에는 무슨 일이지?”
“가만. 저 뒤에 정신을 잃은 자는, 악관이 아닌가?”
“맞아. 악관이로군. 악가의 고수가 저런 꼴이라니.”
축 늘어진 채 어깨에 둘러메진 악가의 고수를 모르는 이는 이곳에 존재하지 않았다.
초운휘는 좌중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급 연회장에서 따라온 교관과 관도들, 그 외 호기심에 따라온 이들을 줄줄이 매달고 와서는 대뜸 문가를 지키는 화산파 제자를 향해 물었다.
“안에 산동악가의 어른이 있나?”
“…그대는 중급 연회장에 들어올 수 없소. 본문은 철저히 손님을 구분해 자리를 마련했으니.”
“눈동자 굴리지 마. 뒤에 따라온 사형제보면 알 것 아냐?”
출입패를 흔들어 보이자, 한층 더 동공을 떨며 화산파 제자가 물러섰다.
“출입패가 맞군. 들어오시오. 악가의 명숙들께서는 서쪽 네 번째 방에서 회포를 풀고 계시오.”
“객실까지 줘? 하급 연회장하고는 대우가 다르네. 뭐, 사과하러 온 입장에서 할 말은 없지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대뿐이오. 출입패가 없는 다른 분들은 들어갈 수 없소.”
“아, 그래? 얘들아. 짐들 던져버려.”
시체처럼 늘어진 악관을 바닥에 내던지려 하자, 화산파 제자가 금방 말을 바꿨다.
“아니, 잠깐.”
그때, 육엽이 끼어들었다.
[보내주거라.]육엽으로서는 제 발로 호랑이 입으로 걸어 들어가는 꼴을 보며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중급 연회장에 계신 분이라면, 악가신창이시지. 이놈이 아무리 날고 기는 자라고 한들, 그분을 어쩌지는 못할 것이다.’
비록 중급 연회장에 머물고는 있지만, 연배 때문에 급이 낮은 곳에 배정을 받았을 뿐, 무공 하나만큼은 결코 상급 연회장의 명사들에 부족하지 않을 인물이다.
‘그분이라면 이 무독한 녀석과 함께 학관의 애송이들도 혼내주실 수 있겠지.’
***
유유히 안쪽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여매홍은 발을 동동 굴렀다.
“상급교관. 이대로 두어도 괜찮은 걸까요?”
“안에 있을 인물이라면, 악가의 신창 악무력이겠지.”
중년의 나이에 완숙한 초절정의 고수는 장철심도 모르지 않았다.
“초 교관의 실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곳은 적의만 가득한 곳입니다. 적의 아가리에 걸어 들어가는 것과 같아 걱정입니다.”
심의의 말에 장철심도 고개를 끄덕였다.
“본관조차 감히 대적할 수 없는 고수일세. 일대일로 싸운다면 오십초지적이 되지 않을 것이야.”
“아무래도 만약의 준비를 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뒤따르는 관도들을 걱정스레 바라보며, 심의가 검집을 추스를 때였다.
“준비는 해두세. 하지만 말일세.”
장철심이 검집을 매만지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비록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간이지만, 나는 초운휘 교관이 불가능한 일에 나서는 경우를 보지 못했네.”
“허나. 상대는 강호의 진짜 고수입니다.”
“알고 있네.”
그러니까 더더욱.
“어쩌면 초운휘 교관의 진짜 실력을 볼 수도 있겠지.”
시선을 나누며, 그들은 각자 병장기를 언제든 뽑을 수 있게 준비를 했다.
믿고 있는 것과, 최악의 경우 동료를 위해 나서는 것은 별개의 일이니까.
***
악가신창 악무력은 흥취가 돋아 떠들다가 밖이 소란스러운 것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일이냐?”
“제가 한번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밖에 나가려던 악가의 창수는 몇 걸음 나가지도 못하고 바로 돌아왔다.
“…….”
이유는 간단했다.
“여기에 악가의 신창이 있다고 들었어.”
긴 머리카락으로 이마를 덮은 청년이 두 사람을 대동하고 먼저 찾아온 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