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1639
마탄의 사수 외전 (288)
엔정과 조로는 어안이 벙벙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 외의 인물들은 아니었다.
“막았―.”
“제2탄, 장전!”
김 반장의 구령에 맞춰 다른 유저들은 이미 노리쇠를 당겨 새로운 은탄을 장전하고 있었다.
엔정도 허겁지겁 노리쇠를 당겼으나, 과연 이것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 부단장님?! 아무래도― 웬디고에게 공격이 통하지 않는 것 같은데―.”
분명 여덟 명은 무릎쏴 자세로 횡렬 대형에서 발포했다지만, 여덟 발의 은 탄환은 직선으로 날아간 게 아니었다.
샹하이와 데베베치는 그 와중에도 〈커브 샷〉을 섞어 다른 유저들의 탄환과 궤적을 달리하여 웬디고의 ‘뿔’을 적중시키려 했던 것.
그러나 어쨌든 목표 자체는 ‘뿔’이다.
아직 그들의 실력으로는 뒤에서부터 ‘뿔’을 때릴 수 없는 한, 아무리 궤적이 크게 휜다고 해 봐야 ‘뿔’에 닿기 위해 지나가야 하는 공간은 제한되는 게 당연했다.
따라서 웬디고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그 팔을 들어 올려 여덟 발의 은 탄환을 모두 막아 버린 게 아닌가.
뼈가 훤히 드러나 겉보기에는 얇디얇아 보이는 웬디고의 팔이었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겉보기’일 뿐이었다.
웬디고가 뿔을 막기 위해 들어 올린 팔의 좌우로 반투명의 얼음막 같은 게 생기며 여덟 발의 은 탄환을 막아 낸 건 엔정도 분명히 보았다.
굳이 그 장면을 보지 못했더라도, 찰스의 백은의 페가서스를 경계하는 웬디고의 두개골이 ‘어느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가.
이토록 먼 거리였음에도 웬디고와 눈을 마주쳤다는 기분을 느끼자마자 엔정은 자신의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자신이 이렇게 보고 느낀 것을 이곳에 있는 다른 사수들이라고 모를 리 없다.
하물며 김 반장이라면 공격이 통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으니, 그다음 단계의 공격 루트를 찾아 들어갈 정도의 실력자다.
“조준!”
그럼에도 김 반장은 멈추지 않았다.
40발 중 이제 32발밖에 없다.
이번 공격도 무위로 돌아가게 된다면 24발.
웬디고의 뿔에 몇 발이나 적중시켜야 부러질지도 알 수 없는 와중에, 이렇게 허무하게 탄을 낭비하는 건 엔정 같은 ‘기업가 정신’을 탑재한 유저에게 있어서는 터무니없는 일!
“부단장―.”
“격발!”
김 반장은 엔정의 말을 무시하며 방아쇠를 당겼다.
엔정 또한 이를 악물며 방아쇠를 당길 수밖에 없었다.
타다앙─────────……!
다시금 여덟 발의 은 탄환이 쏘아져 나갔으나 웬디고에게 유효타를 입힌 건 없었다.
그의 팔에서 돋아난 얼음의 방패는 은 탄환을 모두 쳐 냈으니까.
‘역시나― 그나마 다행이라면 람화정과 찰스가 위험에 처하기 직전에 격발해서 구해 낸 정도― 아니, 처음부터 그걸 노린 건가?’
람화정은 강풍을 불게 하고, 바닥에 떨어진 살얼음과 눈가루를 다시금 허공으로 띄워 올려 웬디고의 시야를 가리는 등, 최소한의 마나 운용으로 찰스와 백은의 페가서스가 최대한 효율적인 공격을 할 수 있도록 보조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웬디고를 100% 제압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조금 전 사수들의 두 번째 격발이 없었더라면 웬디고는 찰스의 몸을 영원히 냉동시켰을 정도로, 전력의 차는 두드러졌다.
엔정은 이를 악물었다. 이제 고작 스물네 발.
찰스와 람화정이 완벽한 기회를 만들어 웬디고의 팔을 묶어 두었을 때 쏟아부어야 하는 수가 아닐까.
엔정은 김 반장에게 의견을 표출하려 했으나 김 반장은 그가 입도 열지 못하게 만들었다.
“부단―.”
“엔정! 닥치고 상황 파악해! 파이로의 〈만천화우〉가 끝나는 시점에서부터 우리는 도울 수 없다! 저런 대규모 광역기의 지속 시간이 얼마나 갈 거라고 생각하나!? 당장 여덟 발을 다 쏟아붓는 게 차라리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걸 모르겠어!? 제3탄, 장전!”
당연히 김 반장이 아무런 생각이 없을 리 없었다.
현재 사수들이 마음 놓고 웬디고를 향해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샹하이나 조로가 모르는 게 아니다.
하물며 사격 실력만 놓고 보자면 엔정보다 훨씬 뛰어난 데베베치가 괜히 김 반장의 지시에만 따르는 게 아니다.
그들은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은 탄환] 따위로 웬디고의 뿔을 부러뜨리는 작전은, 어떤 의미로 이미 실패한 거나 다름없다는 것을.첫 발이 쏘아진 그 순간부터 알고 있었으므로 이제부터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오직 하나, 파이로의 〈만천화우〉가 끝나기 전에, 주변의 육족 설호들이 달려와 자신들을 찢어발기기 전에, 찰스와 람화정을 엄호하는 것뿐!
엔정이 자신의 탄환으로 웬디고를 끝장내야 한다는 것에 아직 집착하고 있을 때, 이미 이곳의 모든 사수는 자신들이 그저 ‘보조’ 역할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했다는 의미였다.
“조준!”
갸아아아아───────ㄱ!
웬디고는 울부짖었다.
그 포효에 응하듯 웬디고의 몸에서 전방위로 검은 기운이 사출되었다.
백은의 페가서스가 질겁하며 뒤로 물러섰으며, 냉기 저항 100%를 훌쩍 넘은 람화정조차도 황급히 웬디고에게서 거리를 벌려야만 했다.
김 반장도 보고 있었다.
살얼음이 앉은 주변의 땅이 모조리 검게 변하며, 그곳에서부터 피어오르는 검은 아지랑이의 모습을.
김 반장은 소리쳤다.
“격발!”
타다앙─────────……!
이제 웬디고는 팔을 들어 올리지도 않았다.
은 탄환은 웬디고의 주변으로 퍼진 ‘검은 땅’에 들어서자마자 명멸하며 그대로 소멸해 버렸기 때문이다.
“하, 하하핫……. 그래도― 은 탄환이 역시 위협적이긴 했나 보네요, 부단장님.”
남은 탄환은 16발.
샹하이가 이를 악물고 억지로 분위기를 살려 보려 했을 때, 주변의 빛은 모두 생기 없는 푸른색을 띠기 시작했다.
파이로의 〈만천화우〉 지속 시간이 종료되었다는 의미이자 김 반장이 가장 우려했던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징조였다.
아파치는 〈초음파 반사탄〉과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여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남은 수는 약 이백오십.”
파이로 홀로 약 350마리의 육족 설호를 없앴다는 의미이지만 사기를 진작시키기엔 너무나도 부족했다.
“부단장님……. 옵니다.”
웬디고가 바라보는 방향.
여덟 명의 사수를 향하여 250마리의 육족 설호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는 뜻이었으니까.
캬아아아악───!
키이이이잇─── 키잇―!
“그, 검은색 저것도― 뭔가가…….”
블론디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웬디고 주변으로 생성되었던 ‘검은 땅’은 살아 있는 것처럼 스멀거렸다.
그 방향이 사수들이 있는 쪽이라는 건 말할 것도 없었다.
람화정과 찰스의 ‘처리’에 방해가 된다는 듯, 웬디고는 가장 먼저 여덟 명의 사수들을 처리하고자 하는 셈이었다.
“으음…….”
김 반장은 이를 악물었다.
파이로는 여전히 공중에 떠 있었으나, 대규모 광역 스킬을 기대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실제로 그는 백은의 페가서스를 탄 찰스 그리고 람화정을 돕기 위하여 웬디고의 근처로 쇄도하는 중이었으니까.
귓속말도 통하지 않는 이 공간에서, 이미 모두가 자신의 역할을 감지해 냈다.
“뭐, 우리 여덟 명의 희생만 있으면 좋은 거긴 하겠죠.”
육족 설호와 웬디고가 생성시킨 죽음의 기운은 모두 사수들을 향해 다가온다.
김 반장은 한숨을 내쉬며 데베베치의 머리통을 툭, 쳤다.
“데베베치, 예전에도 얘기했지. 너무 쉽게 포기하지 말라고. 또 그 버릇 나오는구나.”
“포기라기보단 선택과 집중이라고 생각해 주시죠. 이 상황에선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김 반장은 데베베치의 눈을 보았다.
그것은 포기한 자의 눈이 아니었다.
조금 전 데베베치가 말한 희생이 무분별한 포기가 아니라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샹하이, 조로, 블론디, 아파치, 파비스 등 〈총사대〉의 유저들도 마찬가지였다.
이것은 단순한 포기가 아니다.
“부단장님! 저희 여덟 명이 제각각 흩어져 최대한 육족 설호를 이끌어 내고―.”
“저 검은 기운까지 유인해 낼 수 있다면―.”
“대장님께서 반드시 해내실 거라 믿습니다.”
김 반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무슨 수를 써도 250마리의 육족 설호를 감당해 낼 수는 없다.
“전원 각개 후퇴! 남은 은탄의 처리는 개인의 재량에 맡기며―.”
그렇다면 남은 건 한 가지뿐.
“―무운을 빈다, 해산!”
목숨을 다하여 웬디고 하나만을 고립시키는 것.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파이로와 람화정 그리고 찰스는 반드시 웬디고에 대항한 성과를 가져올 테니까.
“Yes, Sir!”
유저들은 전원 김 반장의 명령에 답했다.
그러곤 여덟 방향으로 제각기 흩어져 달려 나갔다.
타다앙─────────……!
여덟 개의 총성이 거의 비슷한 시점에, 동시에 울린 것은 그들 모두가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점이리라.
* * *
“〈염동력炎動力〉!”
파이로는 웬디고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내지를 때마다 쏘아져 나가는 불꽃의 덩어리는 웬디고의 신경을 성공적으로 분산시키고 있었다.
그 틈을 노린 람화정이 허공의 눈보라와 수증기를 이용하여 자신의 분신을 생성, 웬디고에게 접근해 웬디고의 뿔에 〈절대 영도〉를 쓰려 했지만, 웬디고의 포효 한 방에 허공에 모인 수증기는 모두 증발, 그녀는 물러서야만 했다.
“부족해. 뿔. 부러뜨려.”
“그걸 바로 할 수 있었으면 진작 했을 거요.”
람화정은 차분하게 말했으나 파이로로선 초조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람화정에게 어떤 방법이 있을 줄 알고 람화연을 재촉하여 〈총사대〉의 소수 정예만으로 이곳에 온 게 아닌가.
그러나 람화정의 공격은 여전히 무위로 돌아가기만 할 뿐이었고, 시간은 계속 흐르기만 하는 중이라니?
‘〈총사대〉의 인원들도 모두 당했거나―.’
타아아앙────────……!
‘―아니, 아직 살아 있는 것 같지만…… 위협적인 한 방을 내는 것은 무리일 터.’
뿔뿔이 흩어져 도망치는 〈총사대〉의 유저들을 보며 파이로는 고개를 저었다.
간간이 총성이 울리는 데다, 심지어 몇 발은 웬디고의 주변에서 파지직―! 하는 불똥을 일으켜 내고 있었으므로, 유효한 사격을 한다는 의미였지만 어쨌든 웬디고를 죽이는 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었던 것은 모두가 일시에 공격하여 웬디고의 시선을 분산시킨 때였건만…….’
검은 기운을 방출했던 건 웬디고 스스로도 위협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총사대〉의 날카롭고도 정확한 사격과 찰스의 검술.
파이로 자신의 화염 견제에 더하여 람화정의 스킬이 완벽하게 연계된 한순간만이 웬디고를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겠지만 이미 그중 한 축인 〈총사대〉 쪽이 무너진 게 아닌가.
‘물론 나를 포함한 이곳의 셋으로도 웬디고를 겨우겨우 견제는 할 수 있다. 문제는―.’
마무리를 할 정도가 되지 못한다는 것.
하물며 주어진 시간도 그리 많지 않다.
“우햐햐햐햣―! 새롭게 생성된 육족 설호들인가!? 얼핏 봐도 천 마리는 넘겠군!”
“웃을 일은― 아닌 것 같소만. 〈염전炎田〉!”
사령을 다스리는 웬디고답게, 〈총사대〉를 쫓는 육족 설호 외에도 이미 자신의 호위 생명체들을 재생성해 냈기 때문이다.
파이로는 다가오는 육족 설호들의 전방으로 거대한 불의 밭을 만들어 내어 육족 설호들의 접근을 막으려 했으나, 언데드이면서 동시에 생명체인 그들의 날렵함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결국 김 반장과 사수들이 자신들을 희생해 가면서까지 웬디고를 고립시키려 했던 작전은, 그 의도에서부터 웬디고와 직접 겨루는 사람들과 통하지 않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들이 희생해야 할 게 아니라, 어떻게든 더 버티며 사격을 해 주는 것만이 웬디고를 처리할 수 있는 길이었을 터.
‘……육족 설호가 오기 전까지 버티는 것만으로도 다행이겠지― 윽!’
웬디고도 더 이상 자신에게 위협되는 자가 없다는 걸 눈치챈 듯, 뿔을 포함한 높이 10m의 괴물은 눈밭도 아랑곳하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며 주먹을 내지르고, 검은 기운을 토해 냈다.
파이로는 재빨리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웬디고는 파이로에게서 고개를 돌려 람화정을 향해 도약했다.
“갸아아아아악―!”
“〈프로스트 배리어〉, 〈아이스 쉴드〉, 〈뭉친 눈의 단단함〉.”
─────────────!
람화정의 전방으로 세 겹의 방어막이 형성되었지만 그것을 깨기까지 필요한 건 고작 1.5초 남짓.
웬디고는 방어막 너머의 람화정을 좌우로 찢어 버리겠다는 듯 양팔을 쭉 뻗었으나, 허공에 흩날리는 얼음 조각 외에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노오오오오옴―!”
오히려 그곳에서부터 튀어나온 것은 백은의 페가서스를 타고 커틀러스를 휘두르는 찰스였을 뿐.
오랜만에 성공한 공격은 웬디고의 손목을 긋는 데에 성공했다.
“갸아아앗, 갸아아아아악―!”
“우햐햐햐햣! 아픈 게냐? 네 녀석의 본질을 떠올리거라, 웬디고! 생령의 사슴이여!”
그어진 손목 뼈에서부터 검은 기운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그것은 웬디고를 더 화나게만 만들 뿐이었다.
“피로트-코크리가 죽은 지가 언제이거늘! 아직도 녀석에게 지배당해―. 어엇!?”
“갸아앗───……!!!!”
찰스를 바라보던 웬디고의 뿔이 번쩍였다.
백은의 페가서스가 아직 공중으로 미처 날아오르지도 못한 상태에서, 웬디고는 다시금 찰스의 뒤를 잡았다.
파이로 자신이 다가가기엔 멀다.
람화정 또한 웬디고로부터 거리를 벌려 두느라 당장 스킬을 사용할 수는 없다.
백은의 페가서스가 뒷발질을 해 보지만 웬디고는 매끈한 동작으로 그것을 피하며 찰스를 향해 손을 내지르고 있었다.
탕― 탕― 탕― 탕― 탕──……!
다섯 발의 총성이 규칙적인 간격으로 들렸지만 웬디고는 꿈쩍도 않았다.
찰스는 죽었다.
적어도 파이로의 본능은 그렇게 말해 주고 있었다.
갑작스레 찰스의 곁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등장한 사람의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파이로는 궁금했다.
“어떻게―.”
엔정이 저곳에 있는가.
“여기까지 와서― 어떻게 그냥 가겠냐고오오오오오―!”
엔정이 고함을 질렀다.
웬디고는 찰스를 공격하지 못한 채, 총기를 들고 있는 엔정을 향해 몸을 돌렸다.
“갸아아아아아아악―.”
그러곤 엔정에게 사령의 기운이 듬뿍 담긴 주먹을 내지르는 순간.
몇 개의 빛이 동시에 번쩍거렸다.
파이로는 자신에게까지 흠씬 풍겨 오는 열기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