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1959
마탄의 사수 외전 (608)
―오리엔탈 드래곤……. 그러네. 생각해 보면……. 나랑 엮였던 문제는 전부 다 드래곤과 관련된 것들이었어. 특히 퀘스트로 부여된 가장 확실한 건 오리엔탈 드래곤밖에 없고. 그쵸, 라르크 씨?
지금까지 티아마트와 이하 자신이 어떤 문제로 관련되었는지를 떠올린다면 비교적 빠르게 낼 수 있는 답안이었다.
‘컬러 드래곤의 문제로도 엮인 적은 있다. 플람므 님과 쿠즈구낙’쉬의…… 그, 뭐랄까, 금단의 비밀. 그것으로도 한 번 티아마트와 대립하기도 했어. 그 결과물도 확실했고.’
원시룡의 갈래 중 하나, 일족의 , ‘뽀뽀’가 태어났다.
그리고 ‘뽀뽀’가 태어나고 난 다음에는?
‘뭔가 골몰히 생각하는 것 같은 티아마트가 뭐라고 막 했는데. 컬러 드래곤들의 무슨, 발전 방향? 정확히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중요한 건 그때야. 바로 그 시기에―.’
이하 자신에게 퀘스트를 부여했다.
오리엔탈 드래곤을 찾아내라고.
단순 수색이 아니라 애초에 진화와 부화까지 모두 끝내야만 하는 엄청난 퀘스트였다.
이하 자신이 [영계]에 가 보지 않았더라면, 에리카 대륙이 처음 발견되었을 때 팔레오들과의 친밀도 작업을 위해 돌아다녀 보지 않았다면 아마 끝끝내 클리어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는 여정이었다.
“그때 나한테 말했던 건―. 아, 아아아!?”
이하는 황급히 퀘스트 창을 열었다.
당시 티아마트가 이하 자신에게 무슨 말을 했냐고? 문장 하나하나를 일일이 기억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불행일지, 다행일지, 이하 자신에게는 아직 ‘증거’가 남았다.
[찾아라, 드래곤 볼]설명: “내가 줄 수 있는 단서라고는 이것 하나, [오리엔탈 드래곤]이라는 족속들은 반드시 입에 무언가를 물고 있었다는 점이다. 동글동글한 공처럼 생긴 그것을 그들이 무어라 부르는지,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애초에 나는 알 수 없는 것. 아마 그것에 대해 알게 된다면 놈들을 찾는 게 쉬워지겠지. 아, 그나마 또 다른 단서라고 말할 수 있는 점이라면, 내가 봤던 모든 오리엔탈 놈들은 최소 어덜트급 이상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겠군. 놈들이 쥬브나일급일 때, 해츨링급일 때, 또는 ‘알’일 때……. 그런 모습은 나조차도 본 적이 없다. 어디서, 어떻게 성장하여 나오는지……. 훗, 고작 이 정도의 단서로 건방진 네놈이 뭘, 얼마나 할 수 있을지 두고 보겠어.”
컬러 드래곤의 여왕 티아마트는 고대 원시룡의 한 갈래였던 [오리엔탈 드래곤] 일족의 부활을 꾀하고자 합니다. [쥬얼 드래곤]에 이어 [오리엔탈 드래곤] 일족 중 특정 종족이 탄생한다면, 그것을 말미암아 현대의 드래곤들이 새롭게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원시룡의 한 갈래이니만큼, [오리엔탈 드래곤]은 원시룡 이상으로 정보가 제한적입니다. 과연 당신은 티아마트의 바람을 들어줄 수 있을까요.
이것은 단순히 한 종류의 드래곤을 부활시키는 일이지만 동시에 미들 어스의 모든 드래곤을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내용: 종족에 관계없이 [오리엔탈 드래곤 일족] 중 한 개체의 부화 후 티아마트에게 증명
보상: ?
실패 조건: 티아마트가 사라지기 전까지
실패 시: ?
“퀘스트를 클리어하지 못했었잖아. 그래, 맞아. 이런 말을 했었어.”
이하는 퀘스트 창을 꼼꼼히 읽었다.
이하 자신이 미들 어스에서 얼마나 많은 퀘스트를 처리해 왔을까. 셀 수조차 없는 많은 일들을 해 오던 와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분류로 보아도 될 정도의 퀘스트가 바로 이것이다.
‘퀘스트의 순서도 종잡기가 어려웠는데다, 기껏 다 해놨음에도 퀘스트를 완료조차 할 수 없었으니까. 분명 [내용]상으로의 일은 전부 마쳤지만 티아마트는 인정하지 않았어, 왜냐하면―.’
증명하지 못했으니까.
이하 자신은 분명히 보았고 심지어 당시 곁에 있던 라르크도 보았지만, 그것을 티아마트는 ‘증명’이라고 인정하지 않았으니까.
‘증명……. 그래, 증명. 증명해야 한다. 그리고 현시점에서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은…….’
오리엔탈 드래곤은 ‘이미’ 활동 중일 것이다.
어디에, 어떻게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미 미들 어스의 세상을 누비고 있을 것이다.
결국 티아마트에게 증명하라는 방법이란?
‘오리엔탈 드래곤을 부르라는 거야. 찾아내라는 것일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오리엔탈 드래곤을 데려오라는 거다. 티아마트 자신의 앞으로.’
이하는 거기까지 생각이 닿고서야 라르크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라르크는 자신의 선택이라고 했다. 미니스 왕국이 끝끝내 참전하지 않고 티아마트가 개입하지 않은 건 ‘유저’인 자신의 선택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그 선택의 근본적인 가정은 [하이하의 선택을 기다린다, 하이하가 올바른 선택을 하길 믿는다]라는 것일 뿐.
그렇다면 라르크가 동의했고 이하가 이제야 알아챈 선택이란, 결국 하나다.
티아마트는 오리엔탈 드래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을 만나 무엇을 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을 만나기 위해 모든 힘을 아껴 두고 있었다!
―크툴루들이 날뛰고 있을 때……. 내가 직접 싸우는 게 아니라 오리엔탈 드래곤을 부르는 거였어. 그게 티아마트가 기다리던 ‘올바른 선택’이고, 티아마트와 컬러 드래곤 나아가 미니스 왕국이 개입하기 위한 조건이었어. 맞죠?
이하는 마침내 맞아 떨어진 퍼즐의 조각을 라르크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라르크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슬며시 돌렸다.
* * *
어느덧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티아마트의 눈빛.
한쪽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간 그녀의 표정이나 라르크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다 듣고 있어. 아니, 당연하다. 월드 알림은 유저들의 눈에 보이는 거지만―. 그 변화는 NPC들도 느낄 수 있는 걸 테니까. 제기랄, 하이하 이 인간! 이런 말을 할 거면 스탯 찍기 전에나 좀 말하라고!’
심지어 월드 알람은 무려 세 번이나 울리지 않았던가.
그런 수준의 변화를 최상급 NPC 중 하나인 티아마트가 느끼지 못했을 리 없다는 것.
결국 알람이 울린 이후의 모든 대화를 그녀는 듣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관여하지 않는다……. 참견하지 않고 그저 듣기만 하고 있다는 점은―.’
라르크 자신의 대처가 올바르기 때문일까? 하이하가 이곳으로 오지 못하게 막고 있는 자신의 대처 역시 티아마트가 원하는 방향이기에 입을 다물고 모른 척하는 건가?
아니면 라르크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할지, 이것 또한 NPC의 입장에서 그저 기다리고 있다는 걸까?
―그것이 맞는지, 틀린지는 저도 말씀드릴 수가 없군요.
―엥? 아이, 뭐예요, 헷갈리게. 다 알면서 또 능청 떨지 말고. 보아하니 티아마트 님이 다 듣고 있나 보구만? 어떡할까요, 그럼?
그 와중에도 싱글생글 웃는 목소리로 자신에게 귓속말을 하는 이하라니.
‘눈치 좀 챙겨, 이 인간아!’
티아마트가 듣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이렇게나 도발적인 목소리를 내다니!
곁에 있는 라르크의 입장에서는 심장이 두근거려 건강을 해치는 기분마저 들 정도로 이하는 가볍게 말했다.
그만큼 자신이 있기에, 라르크 자신은 감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이하가 강력해졌기에 이런 행동을 취하고 있을 터, 하물며 티아마트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그저 뒤틀린 미소만 짓고 있을 뿐 이하를 응징하려 하지 않고 있다는 건 또 어떠한가.
‘티아마트의 AI도 나름대로 판단을 내린 걸 거야. 하이하를 이곳으로 불러들여서 ‘연습 대결’이라도 받아 줄만 하건만 굳이 그러지 않는다는 것은―.’
티아마트가 100% 이길 가능성은 이미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100%가 아니다. 100%는커녕, 티아마트의 성격상…….’
60%, 70%의 승률만 보장된다 해도 이하의 도전을 피할 리가 없다.
그럼에도 이렇게 입을 꾹 닫고 있다는 점은 결국 하나.
현시점에서 하이하와 티아마트의 대결이 이루어졌을 경우, 티아마트가 이길 확률이 어쩌면 50% 미만으로 떨어졌기에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라면?
‘심지어 《마탄》이나 《인과를 역전하는 저격》을 사용하지 않는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확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한다면…….’
하이하는 얼마나 더 강해진 것인가.
그런 하이하를 불러 티아마트와 겨루게 한다? 아무리 비공개로 할지라도 하이하와의 대결에서 만에 하나 티아마트가 패하기라도 한다면?
‘아, 안 돼. 그건 막아야 한다. 누가 이기든 최악이야. 누가 이기든 ‘미들 어스 전체’의 입장에서는 결코 좋을 게 없어.’
하이하가 패배한다면.
저렇게나 어마어마한 능력치를 지닌, 미들 어스 랭킹 1위이자 압도적인 스탯의 보유자조차 별다른 도움이 안 된다는 의미다.
그럼 다른 유저들은 존재 의의가 있기나 한 걸까.
반대로 티아마트가 패배한다면.
독불장군 같은 그녀의 성격이 갑작스레 변할 리가 없다. 오히려 죽었으면 죽었지 굴복하여 이끌려 다닐 리가 없기에, 더욱 반항적이고 비협조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정말 중요한 때가 되었을 때, 티아마트가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는 것.
‘뭐가 됐든 나한테는 지옥이잖아……. 아니, 그렇기 때문에야말로―.’
―여보세요? 들리십니까? 라르크 씨! 티아마트 님한테 얘기 안 해 줄 거면 내가 직접 귓속말 합니다~?
그것을 막아 내는 게 나의 역할일지도 모른다!
라르크는 마른침을 삼키며 재빨리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힘으로라면 미들 어스 그 누구도 이하를 막을 수 없다.
―아니, 아뇨. 하이하 씨……. 저는, 그, 말씀드렸습니다. 하이하 씨가 이곳으로 오는 걸 인정하지 않겠다고. 그 말의 의미를, 그, 잘 생각해 주셨으면 하는군요. 하이하 씨가 저를 믿는다면 말이죠.
이제 라르크가 믿고 기대는 건 이하와 자신이 쌓아 왔던 일종의 관계였다.
‘그, 그래도 내가 인생 헛살지는 않았잖아요, 하이하 씨. 한때는 나름대로 하이하 씨 당신과 ‘두뇌’와 ‘말’을 겨뤘던 상대니까……!’
라르크 자신의 진지한 목소리라면 이하가 들어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
어떤 의미로는 도박과 같은 심정으로 했던 말을 또 하는 게 현시점의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전부라니.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면 라르크의 그러한 도박이 통했다는 점일까.
―……알겠습니다. 라르크 씨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뭐, 조금 미뤄 볼게요.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어차피 언젠가 한 번쯤은 반드시 마주칠 테니까. 그때 티아마트 님한테 물어보면 되지.
―그, 그래요? 그치, 그런 방법이 있죠. 굳이 하이하 씨가 막 돌아다닐 필요까지는 없는 거지, 바쁘신 분인데.
―흐흐, 웬일이래? 저를 그렇게 다 띄워 주고. 하여튼 티아마트 님도 티아마트 님이지만 라르크 씨 당신의 말이니까…… 믿어 보겠습니다. 만약 이 믿음이 배신 당하는 날에는 어떤 결과가 생길지 나도 몰라요?
라르크는 쉽게 답할 수 없었다.
티아마트가 자신에게 해 준 일련의 발언에서 그는 이하보다 ‘먼저’ [오리엔탈 드래곤과 관련이 있다]는 단서를 찾아냈지만, 과연 그것이 궁극적으로 미들 어스에 도움이 되는 걸까.
티아마트의 말을 제외한다면 그 어떤 보증도 없는 것에, 《마탄》의 위협이 번들거리는 앞에 자신의 목을 걸 수 있는가.
―무, 크흠, 물론…… 알고 있어요. 믿어 주십쇼.
라르크는 선택했다.
어차피 여기까지 온 이상 티아마트와 자신 또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 버렸으니까.
―좋아요. 아! 그리고 나는 이제 화연이 만나러 갈 건데, 아마도 미들 어스 시간으로 오늘이나 내일 중 에즈웬 교국에서 아까 그 ‘썰’ 풀어야 하니까 로그아웃하지 말고 기다리고. 알았죠?
―네, 넵, 알겠습니다.
―오케이, 수고~!
이하는 귓속말을 툭, 끊었다.
라르크는 진이 빠져 버려 책상을 꾸욱, 누르며 몸을 지탱해야만 했다.
“왜 그러지, ? 무슨 일이라도 있나?”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티아마트가 씨익, 웃으며 그에게 물었다.
뻔히 알면서도 저렇게 나온다면 라르크 역시 모든 걸 발설할 필요는 없으리라.
“아뇨, 아무 일도 없습니다, 여왕님. 다만…….”
그럼에도 아쉬운 점이라면 라르크 자신의 어깨에 붙어 있는 계급장과 관련된 문제에 가깝지 않을까.
“나름대로 과 함께 도 새로 부여받았는데 말이죠. 내가 백날 천날 진급해 봐도 ‘누구누구’가 제 위에서 부려 먹는 것 같다는 게…… 심지어 아랫사람 취급을 받고 있는 데다, 앞으로도 쭉 아랫사람 취급을 받아 버리게 될 것 같다는…… 그런 무서운 상상을 해 봤습니다.”
준장이 다 무언가.
미들 어스 최초 장군의 업적이 다 무언가.
하이하가 있는 한, 라르크 자신의 포지션은 그다지 바뀔 일이 없다는 미래까지 전부 예측할 수 있었기에, 그는 허탈한 헛웃음만을 뱉어 낼 뿐이었다.
다만, 피식거리며 웃는 라르크를 보며 티아마트는 고개를 저었다는 점.
“하지만……. 곧 그런 취급에서 벗어날지도 모르지. 대등, 어쩌면 그 이상으로…….”
그녀가 매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는 점.
라르크는 그 말을 들었기에 한 번 더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예?”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티아마트는 아무런 말도 해 주지 않았다.
[절망의 미래], ‘위대한 옛 존재’ 중 하나인 크툴루를 죽인 것 이상으로 미들 어스 유저들과 NPC들의 관심을 끌 만한 초대형 이벤트. [하이하 vs 티아마트]의 본격적인 대결은 적어도 이 시점에서는 성사되지 않았다.─────────────!
정작 누군가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며 한숨 쉬게 만든 이하는, 그런 일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 캐슬 데일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화연……아?”
그저 반가운 목소리로만 그녀를 부를 수 없는 이유는 역시나 퓌비엘 왕국 최대 격전지가 바로 캐슬 데일 그 자체였기 때문이리라.
람화연과 길드 의 근거지이자 그들이 가장 먼저 취했던 퓌비엘의 요지는 반폐허 상태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