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870
마탄의 사수 (870)
“저들을 같은 편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우리가 더욱 왕성한 힘을 지니게 될 테니까.”
그들이 같은 편이 될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는 한, 알렉산더는 움직이지 않을 예정이었다.
[온―]콰아아아아────────ㅇ!
“크윽!”
엘리자베스의 공격에 이은 브라운의 폭격도 때마침 시작되었다.
[명중]과 [관통]이 가장 먼저 드래곤을 노릴 것이며, 베일리푸스에게 그것을 견딜 힘이 있다는 것은 이하의 계획대로였다. [서둘러 줬으면 좋겠군.]“맞는 말이다.”
그러나 마魔의 근거지 때와 달리, 진심을 담은 두 NPC의 공격은 랭킹 1위조차 불안하게 만드는 파괴력이 있었다.
─────────────…….
그들의 불안에 보답하듯 베일리푸스가 회피 기동을 실시할 때.
마침내 지상에서도 폭음이 퍼지기 시작했다.
“크하핫! 직접 갈기니 속이 다 시원하구만! 뒤를 맡기겠다, 키드!”
“……뒤처리 전문인 줄 압니까. 하지만― 속이 시원하다는 점에서는…….”
파앗―!
키드는 코트를 걷어 젖혔다.
〈아흐트―아흐트〉 스킬을 사용하자마자 해제한 루거가 은폐를 위해 그의 곁을 스쳤다.
루거와 키드는 잠시 눈을 마주쳤다.
키드는 웃고 있었다.
“나 또한 같습니다. 〈하이 눈High noon〉.”
타다앙──────……!
마침내 치요를 향해 발포할 수 있다는 쾌감!
숱한 시간 동안 치요를 비롯한 시노비구미와 푸른 수염 측에 당한 두 사람이었으나, 실질적인 복수를 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급박한 상황이었으나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키드의 크림슨 게코즈가 쉬지 않고 불을 뿜었다.
루거는 바위 뒤에 숨어 키드의 공격을 지켜보고 있었다.
‘민첩을 올린 건가? 아니면 스킬에 의한 공속 버프? 그냥 쏘는 것만으로도 에이틴 패닝 따위는 비교도 안 되는군.’
리볼버를 뽑아 격철을 젖히고 방아쇠를 당기기까지 일련의 동작은 기존의 스킬을 사용할 때 이상으로 빨라진 상태였다.
“건방진! 그래 봐야 아웃사이더 주제에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사교의 춤〉, 〈핏방울의 비〉!”
치요는 공격을 읽을 수 있는 스킬을 사용 후 카즈토르와 엘리자베스, 브라운에게서 잠시 벗어났다.
관통과 폭발 속성이 있는 공격이 노리고 있는 것은 자신이다.
괜히 붙어 있어 봐야 범위 공격에 다른 사람들, 특히 카즈토르가 휘말리게 된다면 질책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슈와아아아악―!
키드, 루거를 향해 달려오는 동시에 그녀는 뱀파이어 특유의 스킬을 사용했다.
몽우리와 같은 핏방울들이었으나 생긴 것과 달리 그것들의 파괴력은 결코 낮지 않았다.
하물며 치요가 지정한 목표를 향해 쏜살같이 뻗어 나가는 속도는 살벌함을 느낄 정도!
투사체가 작으며 범위가 넓고 속도가 빠르다면?
피하기 어려운 스킬일 수밖에 없었다.
‘아니…… 에이틴 패닝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라 그런 게 아니라 일부러 사용하지 않았다는 건가.’
루거는 키드를 보며 그의 발 빠른 대처에 순수하게 감탄했다.
기존의 스킬은 엄청난 속사를 보장하는 대신 움직임을 제한한다.
스킬을 취소하거나 끝내는 즉시 움직일 수 있지만 소수점 이하의 딜레이로 인해 본인 또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오직 ‘공속’만을 극대화하는 스킬을 사용, 그 외의 조준과 격발, 심지어 격발 후의 회피까지 모두 스스로 해낸다면?
“어림없습니다. 흡!”
키드는 마치 댄스를 추듯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움직일 때마다 코트가 펄럭였으나, 범위 공격에 가까운 〈핏방울의 비〉조차 그의 코트 자락 한 번을 스치지 못했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회피하는 와중에도 키드는 정확하게 치요를 향해 탄환을 토해 내는 중이었다.
“크하하핫! 뭐 하는 거냐! 둘이서 춤이라도 추겠다는 건가?”
루거의 표현은 정확했다.
키드의 움직임에 비해 보자면 느리지만 치요는 또 어떠한가?
그녀는 스킬은 〈사교의 춤〉!
키드가 어느 방향을 향해 쏠지, 몇 초 후에 그 공간에 공격이 도달할지 미리 읽어 버리는 스킬을 쓴 그녀 또한 나풀나풀 몸을 움직이며 총알을 피하고 있었다.
속공을 벌이는 두 사람이 역시 빠른 움직임으로 피하고 있다.
그것은 일종의 교착상태였으며, 자신의 온 집중력을 공격 대상인 상대방에게서 떨어뜨릴 수 없다는 점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연주는 내가 해 주지. 〈아흐트―아흐트〉!”
말하자면 루거가 스킬을 사용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는 뜻이다.
키드와 루거가 합작으로 치요를 상대하고, 알렉산더와 베일리푸스가 엘리자베스, 브라운의 공격을 피하며 그들의 정신이 자신들에게만 쏠리도록 ‘밀당’을 하는 전황은 금세 만들어졌다.
적어도 여기까지는 이하의 계획대로였다.
“귀찮은 녀석들이로군. 우선은 지상에 있는 망나니들부터 처리해 볼까.”
카즈토르는 주변부를 힐끗거리다 치요를 향해 걸었다.
그리고 루거와 키드를 공격하기 위해 손을 들어 올리는 그 순간.
투콰아아아────────……!
우렁찬 총성 속에 카즈토르의 비명이 묻혔다.
“됐습니다, 소장님! 출발하죠!”
“직접 움직여도 되겠나, 이하 군? [명중]의 장점은 떨어져야―”
“어차피 저 망할 다크 엘프는 붙으나 떨어지나 별 차이 없더라고요!”
이하는 브로우리스와 함께 이동을 시작했다.
갖고 있는 방어 스킬은 고작 〈전문가의 포스 배리어〉가 전부다. 그것으로는 적의 공격을 한 번 버티는 것조차 힘들 것이다.
‘하지만 젤라퐁이 있다. 브로우리스 소장이 또 공격당한다면 이번엔 위험해. 그가…… 죽는 사태만큼은 막아야 해.’
저격의 장점을 잃어버리게 되겠지만 더 큰 것을 지켜야만 할 때가 있다.
빠르게 우회를 시작한 브로우리스의 뒤를 이하의 젤라퐁이 입체 기동으로 쫓았다.
* * *
“끄아아아아아―! 뭐, 뭐야, 이건!?”
카즈토르는 자신의 배를 바라보았다.
이하의 탄환이 뚫고 들어간 지점에서 검은 연기가 꿀럭거리며 새어 나오고 있었다.
“흐크윽, 복구가― 아니, 어째서? 이런, 망할 자식이! 〈광기의 손톱〉!”
슈와아아아악―!
소규모 범위 공격에 해당하는 스킬, 마구잡이로 할퀴는 손톱들이 이하를 향해 날아들었다.
“젤라퐁!”
[묭묭!]이하는 충분히 대처할 수 있었다.
입체 기동의 속도가 일반적인 움직임보다 훨씬 빨랐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카즈토르가 ‘스킬명’을 외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그냥 손짓 한 번으로만 스킬을 사용했었는데.’
지금은 그때의 여유로운 모습과 완연히 다르다!
즉, 저 한 발이 카즈토르에게 심각한 데미지를 입힌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크크크……. 언젠가의 다크 엘프인가.―
“어때? 괜찮겠어?”
마음 같아선 〈하얀 죽음〉을 사용하고 싶었건만,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게 이하에겐 아쉬운 점이었다.
믿을 것은 오직 〈눈을 뜬 블랙 베스〉의 추가 효과뿐!
그리고 이하의 믿음은 배신당하지 않았다.
카즈토르가 극도의 고통을 느끼는 이유는 이 외에 다른 걸 생각하기 어려웠다.
―생명력을 다른 곳으로 옮겨 놓았다한들 내 후각을 피할 순 없다…… 놈이 본질적 존재인 이상, 설령 그곳이 어퍼 어스Upper Earth라 할지라도 나는 따라갈 수 있다.―
이하는 여전히 ‘중2병’스러운 그의 말투에 잠시 소름이 돋았다.
“뭔 소린지는 잘 모르겠지만…….”
후우우우…….
빠르게 이동하는 와중이다.
마음 같아선 두 번째 탄으로 미간을 맞추고 싶은 이하였으나, 처음의 저격과는 확연히 다른 환경에서 정확히 즉사 포인트를 노리긴 어려웠다.
‘포인트는―’
하아아아…….
피탄 면적이 가장 넓은 곳.
“집중하자고. 〈마나 증발탄〉.”
투콰아아아────────……!
이하는 몸통을 향해 쏘았다.
그 와중에도 총구 방향을 조금 돌려 최대한 심장부를 향하게 만든 것은 오로지 저격수의 본능이었다.
끄아아아아아아────!
카즈토르는 다시 한 번 비명을 질렀다.
“좋았어! 역시, 역시 먹힐 줄 알았다니까!”
“대단하군. 두 번 보니 알겠어. 이하 군도 마침내…… 블랙 베스를 활성화한 건가?”
이하의 미소를 보며 브로우리스가 물었다.
“네?”
“언젠가 베스가 말한 적이 있었지. ‘활성화만 해도 충분해, 더 이상 열 필요는 없겠어.’라며……. 지금 이하 군은 그때의 베스를 생각나게 만드는군.”
활성화.
이하는 그것이 ‘눈을 뜬 블랙 베스’를 지칭한 엘리자베스의 표현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러나 더 이상 열 필요가 없다는 뜻은?
‘실질적인 여덟 번째 퀘스트까지만 클리어 했다는 건가? 엘리자베스조차 아홉 번째 퀘스트, 즉, 충전율 100%에 도달하진 않았다고? 아니면 눈만 뜨게 만든 채 50%의 벽도 넘지 않았다는 건가?’
적어도 총기에게 인정을 받고 〈하얀 죽음〉으로 일체화를 받을 수 있는 분모, 즉, 퀘스트는 아홉 개가 맞다.
아홉 번째가 확실하게 마지막이라면? 그 이후가 없다면?
더 이상 열 필요가 없다, 라는 말은 곧 블랙 베스 충전율을 100%까지 채우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흐흐,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직 멀었죠. 적어도 저보다 한 단계 이상은 더 비밀을 풀어냈다는 거니까. 그러니까 얼른 가서―”
슈와아아앗―!
이하와 브로우리스는 더욱 속도를 높였다.
“―뛰어난 선배님께 물어보도록 하죠!”
엘리자베스와 브라운까지의 거리는 더욱 가까워졌다. 치요는 여전히 키드, 루거와 전투를 벌이느라 정신이 없었다.
엘리자베스와 브라운은?
그들은 베일리푸스를 향한 사격을 잠시 멈춘 상태였다.
“끄으으, 뭐 하나! 다가오는, 저 다가오는 놈들을 죽여라, 엘리자베스! 브라운!”
“…….”
카즈토르는 휘청거리는 몸을 가까스로 가누며 그들에게 지시했다.
엘리자베스의 얼굴이 심히 일그러졌다.
브라운의 꽉 깨문 입술에선 피가 흐르는 중이었다.
카즈토르는 그들을 잠시 바라보다 뒤로 돌았다. 그곳엔 여전히 후드를 푹 뒤집어쓴 또 다른 인영 하나가 대기 중이었다.
“네놈들의 아들을 사용해야만 직성이 풀리겠나! 아니, 그게 나을지도 모르겠어. 차라리 하이하는 마탄으로―”
“아, 알았어! 알았다고! 우리가!”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총기를 들어 올렸다.
총구 방향은 정확히 이하와 브로우리스를 향하고 있었다.
“……처리하면 되잖아!”
“서둘러라, 나는 잠시 회복하고 있을 테니…… 그사이에 처리하지 못하면 알아서― 비, 빌어먹을 하이하! 마나를 전부 날려 버린 건가! 제길, 제길, 〈메이즈 디멘션〉!”
카즈토르는 엘리자베스에게 다시 한 번 다그치고는 스킬을 사용했다.
그의 전면부에 있는 공기들이 흔들렸다.
마나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마기魔氣를 활용한 다른 형태의 마법이었다.
이하와 카즈토르 사이에는 엘리자베스와 브라운이 있었다. 그 중간에 카일을 세워 방패막이로 사용했고, 전면부로 마기를 활용하여 또 다른 준비를 하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모두 지켜본 엘리자베스는 더 이상 반항도 할 수 없었다.
“후우, 후우, 후우.”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턱이 덜덜 떨릴 정도로 흥분했고, 눈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그녀의 총구는 작은 미동조차 없었다.
“리사.”
브라운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엘리자베스는 그를 돌아보지 않았다.
“자기, 아마 리스는 나를 평생 용서하지 않겠지?”
“…….”
브라운은 답하지 않았다.
후우우우…….
엘리자베스는 검지를 움직였다.
투콰아아아────────……!
총성이 울렸다.
엘리자베스의 긴 머리칼이 너울거렸다.
* * *
바람이 그녀의 머리칼을 흔드는 느낌, 그 미세한 촉감에 엘리자베스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아……!? 무슨…….”
그녀의 검지가 방아쇠의 삼분의 일가량을 당긴 상태였으나 그 정도로 격발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금의 총성은?
“카즈토─────────르!”
멀리서 이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사! 뒤에―”
“서, 설마!”
브라운과 엘리자베스는 허겁지겁 뒤로 돌았다.
후드를 뒤집어쓴 카일의 뒤에서 몇 발자국, 카즈토르가 걸어 나왔다.
“커헉…… 컵…….”
그의 주변 공기가 웅웅거리며 진동했다.
그럴 때마다 복부는 물론, ‘새로운 상처 부위’에서 새어 나온 검은 연기들이 흩날려 사라졌다.
그는 자신의 상처를 막지도 못하고 있었다.
왼쪽 어깨부터 오른쪽 어깨까지, 완벽히 관통해 버린 12.7×99mm의 탄환에 의해 팔의 신경 조직을 모두 잃었기 때문이다.
“리사, 이건……. 저 상처 부위는―”
브라운의 말에 엘리자베스는 카즈토르를 빠르게 살폈다.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직선상에 위치하던 목표물이 수직이 되는 공격의 경우는? 적어도 총기를 사용하여 타격했을 때, 가능한 방법은 오직 하나뿐이다.
“커, 커브 샷! 하이하가― 〈커브 샷〉을 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