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397)
#재능만렙 플레이어 397화
보통 같은 몬스터라고 할지라도 누구에게 테이밍되느냐에 따라 그 강함의 정도가 달라진다.
몬스터의 레벨과 테이머의 레벨까지 똑같아도 말이다. 심지어 스탯이 완벽하게 똑같아도 결과물이 달라진다는 연구결과까지 있었다.
그것은 ‘수치’적으로는 계산할 수 없는 결과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것을 일컬어 ‘재능’의 차이라고 말했다.
모든 것이 같아도 ‘열린 재능판의 개수’에 따라 그 능력이 천차만별에 따라 달라졌으니까.
김혁진은 수호자들이 들으라는 듯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현재 내가 기세로서 느낄 때. 몬스터의 레벨은 약 60 정도 되는 것 같은데.”
그런데 문제는 테이밍한 자가 일반 플레이어가 아니라는 뜻이다.
만약 라오위가 쌍미은랑을 테이밍했다고 해도 긴장을 해야 할 판에, 라오위도 아니고 무려 ‘양치기 소년’이 테이밍을 했다.
김혁진이 이사벨을 꺼내들었다.
“이곳이 특별한 곳이라는 걸 알겠어.”
시스템은 이렇게 표현했다.
[수호자의 권능이 일부 허용되는 필드. 율법의 적용이 다소 약화되는 특별한 필드.]이사벨의 검신이 황금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검 손잡이에 새겨진 ‘부파파’에서도 상서로운 기운이 흘러 나왔다.
“이곳이 특별한 곳이라는 걸 알면, 이곳이 내 고향이라는 사실도 알았어야지. 양치기.”
김혁진이 말한 것이 아니었다. 페드로는 어디선가 들려온 여자 목소리에 두리번거렸다.
‘어?’
페드로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는 김혁진 씨의 중간 관리자인 줄 알았습니다만.’
아무래도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적어도 페드로의 눈으로 보기에는 그랬다.
페드로는 자신의 팔을 만져보았다.
‘내 몸이…… 떨려?’
팔과 다리가 저절로 후들후들 떨리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팔뚝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뭐야?’
눈앞에는 금발의 아름다운 여자가 서 있었다. 그런데 그 여자를 똑바로 바라보기가 어려웠다. 감히 모습을 보는 것조차 불경한 것처럼 느껴졌다.
페드로의 심장이 쿵쿵 거렸다. 외부에서 무거운 망치로 쾅쾅! 때리는 것 같았다.
‘이 기분. 느껴봤는데. 뭐더라? 아. 그 검술!’
김혁진이 ‘단뢰’를 펼쳤을 때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 느낌보다 훨씬 깊고 풍부했다. 격 자체가 달랐다.
“감히 내 고향에서 내 신부를 노려?”
이사벨은 늘 그렇듯 하얀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지팡이가 아니라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철검 하나를 들었다.
이사벨이 왼손으로 김혁진을 뺨을 만져보았다.
“너. 다친 데 없지?”
“보다시피.”
어딘가를 다치기에는 아무런 일도 없었잖아.
“저놈들은 쌍미은랑이야.”
“쌍미은랑?”
김혁진은 모르는 채 되물었다.
“라이칸스로프의 먼 친척뻘 되는 놈들. 지금 네 수준으로도 일대일은 붙어볼 만할 텐데.”
그렇기에는 숫자가 너무 많았다.
“라이칸스로프의 먼 친척이라면 무리행동을 하지 않을 텐데?”
“양치기 놈이 테이밍했으니까 그렇지. 안 그래? 양치기.”
쌍미은랑은 모습을 드러낸 상태. 그러나 더 이상 가까이 다가오지는 못했다. 단지, 한 마리의 쌍미은랑이 두어 걸음 앞으로 움직였다.
쌍미은랑 한 마리가 말했다.
“검림의 여제.”
말을 하자마자, 김혁진은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그냥 싸웠다면 위험했겠어.’
말 속에서 느껴진다. 저 기운을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 몬스터의 느낌과는 약간 달랐다. 서기(상서로운 기운)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김혁진 자신을 적대하고 있고 위치가 많이 추락한 수호자임에도 불구하고, 서기가 느껴졌다.
인간에게서는 느껴보지 못한, 단천우나 단천학에게서도 느껴보지 못한 신비로운 기운이었다. 누가 더 강하다 약하다가 아닌 완전히 다른 개념의 새로운 기운이었다.
약간 아찔해졌다.
‘테이밍 된 몬스터인 척 하면서 다가와 나를 공격했다면…….’
쌍미은랑.
저들의 습성만을 염두에 두고 싸웠다면 위험했을지도 모른다. 말을 하자마자 격차가 느껴지기 시작했으니까. 아득한 벽을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 느낌을 이사벨이 압도한다.’
실제로 페드로는 지금 숨을 쉬기도 힘들어하고 있었다. 그에 반해, 김혁진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다. 해일이 다가오고 있는데 그 해일이 안전한 것처럼 느껴졌다.
이건 강림과도 약간 다른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의 몸을 빌려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저 것은 수호자의 본체에 가까운 것 같았다.
이사벨이 씨익 웃었다.
“네 권능이 풀어지는 것 이상으로, 나의 권능이 자유로워지는 것을 감안했어야지.”
이사벨이 한 발자국 앞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김혁진의 손목을 잡아, 자신의 뒤로 잡아 당겼다.
“남편. 내가 지켜줄게.”
한 발자국 더 앞으로 움직였다. 그 모습을 보며 페드로는 적잖은 감동을 느꼈다.
-내가 지켜줄게.
저 말이 가슴 깊이 다가왔다.
‘저런 말은 상남자만 하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만.’
응당 남자가 해야 하는 말이고, 남자가 해야 멋있는 말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이사벨을 보자 마음이 완전히 바뀌었다.
새로운 시야가 트였다. 상남자 성애자 페드로가 저도 모르게 중얼 거렸다.
“저 언니. 개멋있어.”
이사벨은 자신있게 걸음을 옮겼다.
“반항하면 아프게 죽일 거고, 반항하지 않으면 쉽게 죽여줄게. 그래도 네놈이 수호자라고, 약간은 배려해 줄 생각이 있거든.”
쌍미은랑.
양치기 소년이 입을 열었다.
“과거의 영광에 파묻힌 가짜 검제 주제에 기세등등하구나.”
입에서 푸른빛 숨결이 새어나왔다.
“네 권능이 자유로워지는 것을, 내가 아예 예상하지 못했으리라 생각하나?”
“생각했겠지.”
이사벨이 피식 웃었다.
“그래서 [최후의 장]까지 선포했잖아. 네놈의 소멸을 담보로.”
김혁진은 깨달을 수 있었다. 양치기 소년은 이사벨이 나타날 사실을 얼추 알고는 있었다. 그래서 ‘최후의 장’이라는 배수진을 친 것 같다.
“최후의 장이라. 오랜만이야.”
이사벨이 검을 들어 올렸다.
“이 안에서 내게 소멸된 수호자가 손가락으로 세지도 못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겠지?”
* * *
김혁진은 새로운 세계를 볼 수 있었다. 이사벨의 움직임은 간결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동작들. 화려한 스킬 없이, 겉멋을 완전히 쏙 뺀채 간단한 휘두르기와 베기로 쌍미은랑 6마리를 압도했다.
압도(壓倒).
그야말로 완전히 찍어 눌렀다.
이사벨은 호흡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다섯 마리 쌍미흑랑의 머리를 잘라 버렸다.
다섯 마리의 쌍미흑랑을 죽이는 데 필요한 칼질은 겨우 네 번이었다.(한 번의 휘두름으로 두 마리의 머리를 베었다.)
김혁진은 말을 잇지 못했다.
‘이게…… 이사벨의 검술.’
검황 단천우.
그와는 많이 달랐다. 검황 단천우의 기술은 ‘뇌기’를 바탕으로 하는, 막강한 파괴력과 기이한 이능을 발휘하는 힘이었다.
그러나 이사벨의 검술은 순수한 살검(殺劍)에 가까웠다. 무엇인가를 간결하고 빠르게 죽이는데 매우 특화된 검술. 상대를 죽이기 위해 모든 것을 갈고닦은 무술 같은 느낌이었다.
이사벨이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왜? 납득이 안 돼?”
“…….”
양치기 소년은 한동안 침묵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어떻게 이렇게 강해졌지?”
“강해진 게 아니라, 원래 강했어.”
“너는 과거 영광의 잔재일 뿐이다.”
“그렇다고 알려졌지.”
“네 오라…….”
“그만. 지금 당장이라도 혀를 잘라버리기 전에 그 입을 닥치는 게 좋을 거야.”
순간 증폭된 살기에 페드로는 그만 피를 토하고 말았다.
우웩!
직접적으로 살기를 받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가 빨리는 느낌이었다.
거북하고 역한 느낌에 구역질이 자꾸 났다. 그 와중에 이사벨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입가에 피를 흘리면서도 이사벨이 보였다.
너무 멋있다, 저 언니.
이사벨은 곁눈질로 김혁진을 힐끗 쳐다봤다. 사방으로 살기가 퍼져나가고 있는 와중에, 김혁진이 있는 한 공간에만 살기가 뿌려져있지 않았다. 이사벨이 세밀하게 컨트롤을 했다는 소리다.
이사벨이 여유만만하게 말을 이었다.
“너는 [최후의 장]을 펼쳐, 네 알량한 수호력을 소모해 가면서 싸우면 승산이 있겠다고 믿었겠지만.”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검제의 진명은 네 생각보다 훨씬 무겁다.”
이사벨이 검을 휘둘렀다.
쌍미은랑의 목이 떨어졌다. 시체가 널브러진 5마리와 다르게, 마지막 한 마리는 몸이 가루가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별빛가루처럼 흩어져 바람결에 휘날렸다. 그 모습마저 약간 경이로웠다.
이사벨이 물었다.
“처음 보지, 수호자의 소멸?”
“응. 처음 봐. 뭔가 장엄하지 않은데 장엄하네.”
“세계에 업적을 남긴 이의 소멸이니까.”
이사벨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
“사실 이 정도 묵념도 마음에 안 드는데.”
그래도 수호자는 수호자니까, 마지막 예의는 지켜줘야지. 이렇게 중얼거린 이사벨은 약 30초 동안 머리를 숙였다.
김혁진은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묻지 않았다. 이사벨의 마음이 무겁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비단 수호자를 죽여서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곳 검림과 관련이 있다.
그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니. 멋있어요.”
언니? 김혁진은 귀를 의심했다.
‘뭐야?’
언제 한 건지는 모르겠다만 페드로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남장세트를 모두 벗어버린 모양이었다.
“난 원래 멋있어.”
이사벨은 본래 김혁진 주변의 여자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페드로에게는 호의적이었다.
“내 남편에게 눈독만 들이지 않으면, 귀여워는 해줄게.”
상남자 성애자 페드로가 조신하게 대답했다.
“네, 언니.”
김혁진은 황당함을 감춘 채 쌍미은랑의 시체에 가까이 다가갔다. 품에서 단도를 꺼내 쌍미은랑의 꼬리를 잘라냈다.
“그건 어디에 쓰게?”
“글쎄. 꽤 쓸모가 있어 보여서.”
“그런 것 보다는, 양치기 놈이 사라진 부분을 잘 찾아봐.”
“수호자가 소멸한 곳?”
이미 가루가 모두 흩어진 상태. 아무것도 없었다. 이사벨은 더 이상은 말해줄 수 없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아.’
김혁진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 내 눈으로는 안 보이는 거.’
혹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것. 그것이 ‘수호자가 소멸한 자리’에 있다. 마치 몬스터가 죽으면 아이템을 드랍하는 것처럼.
‘지금은 얻을 수 없는 것.’
그 것을 얻는 방법이 있다. 김혁진은 과감하게 투자하기로 했다. 이미 원하던 검림에는 들어왔고, 레벨 50을 다시 달성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개척안’을 사용하시겠습니까?] [레벨이 45로 하향조정 됩니다.]레벨스탯 5를 소모하여, 개척안을 활성화시켰다. 수호자가 사라진 자리를 살펴보았다. 개척해야 했다.
결국 김혁진은 ‘노란 빛’을 찾아낼 수 있었다.
‘저거다!’
눈이 부셨다. 눈이 아파올 만큼의 강렬한 빛이었다. 노란 빛을 클릭했다. 노란빛이 소용돌이치다가 아이템 하나로 변화했다.
‘저건?’
피리 형태의 아이템 하나가 놓여 있었다. 김혁진의 몸이 굳었다.
‘저거…… 내가 얻을 수 있나?’
손에 대는 순간 온몸이 불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아이템은 지금 인간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것만 같은 강력한 기운이 느껴졌다.
‘저걸 만지면 안 돼.’
저걸 만지면 죽는다. 그런 직감이 들었다. 인간이 획득하기에 너무 위험한 아이템이다.
도도도도!
신의 괴도 잔디아의 화신.
다람쥐 한 마리가 아이템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