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43)
#재능만렙 플레이어 43화
22. 숏 테이블 던전
“난쟁이.”
그 말을 내뱉음과 동시에 나는 쿨럭! 기침을 하고 말았다. 누군가 내 명치를 주먹으로 세게 때린 것만 같은 묵직한 통증이 올라왔다.
‘컥!’
숨 쉬기가 어려웠다. 무릎을 꿇은 상태. 나는 배를 붙잡고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 흥분해라.’
넵튠은 분명히 ‘난쟁이족’이라 이름 붙은 종족의 BJ다. 모두가 그렇게 인정한다.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수호자들도 그렇게 부른다. 그렇지만 넵튠은 그 ‘난쟁이’라는 호칭을 매우 싫어한다.
‘네가 싫어하든, 싫어하지 않든, 나는 너를 먼저 공격하지 않았어.’
넵튠이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더 지껄여 봐. 미천한 놈아.”
“…….”
“지껄여 보라고. 당장 죽여줄 테니.”
말을 하기 어려웠다. 중압감이 나를 내리 눌렀다. 이 대로면 죽을 것만 같은 공포감까지도 밀려들어왔다.
‘아니. 너는 날 못 죽여.’
어마어마한 살기(殺氣)가 내 피부를 송곳처럼 찔러왔다. 감각안이 일시정지된 게 아니었다면 나는 저 살기에 내 목이 잘려나가는 생생한 광경을 그려냈을지도 모른다. 바로 이곳. D타워 2층에서 생성되었던 마법 트롤에게 공격당할 때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짖어 보라니까?”
나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올렸다. 어차피 놈은 날 못 죽인다. 지금은 많은 수호자들이 내게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나는 여러 수호자들에게 후원까지 받았다. 지금 저놈이 날 여기서 죽인다면, 놈은 나를 후원한 수호자들에게 공적이 되고 말 거다.
‘너는 날 못 죽여.’
명분은 이쪽에 있다.
“네가 먼저 내게 반말을 해서 반말로 대꾸했을 뿐이고. 네가 먼저 나를 옳지 못한 방법으로 핍박하기에 합당한 저항을 했을 뿐이고. 네 종족이 난쟁이이기에 난쟁이라고 불렀을 뿐이다. 내가 도대체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지?”
모르면 따지지 못한다. 아무것도 모르면 그냥 당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내가 말하고 있는 것들은 이 시스템에 ‘율법’과도 같은 내용.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은 ‘정당방위’를 넘어서서 오히려 ‘정당한’ 문제제기다.
“이 시점에서 나는 아직 범죄자도 아닐 텐데. 힘 있는 자가 힘없는 자를, 정당한 이유 없이 핍박하는 것이 옳은가? 정당한 플레이를 하고 있는 플레이어를?”
[‘저울의 아낙네’가 당신의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저울의 아낙네’가 특수 권능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합니다.]후우-.
나를 내리누르던 중압감이 사라졌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 의하여 ‘강제굴종(強制屈從)’ 효과가 해제됩니다.]당연하다. 수호자의 권능이 BJ의 권능보다 훨씬 높으니까.
[‘천마산의 진주’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천마산의 진주’는 비겁한 자를 경멸합니다.] [‘천마산의 진주’가 특수 권능 ‘강강약약(強強弱弱)’을 적용합니다.]강강약약.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약하다라는 뜻이다. 강한 이를 상대할 때에 내 힘이 증폭되는 버프.
[‘강강약약(強強弱弱)’에 의하여 플레이어의 모든 능력치가 일시적으로 대폭 상승합니다.]저울의 아낙네에 이어 천마산의 진주까지 내 편을 들어줬다. 둘이 내 편을 들은 이유는 서로 다르겠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나를 도왔다.
넵튠의 얼굴에 당혹의 빛이 어렸다.
[감각안(感覺眼)이 재활성화됩니다.]‘강강약약’에 의해 높아진 능력에 따라 이제는 넵튠의 정보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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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관리자]이름 : 넵튠 (난쟁이)
나이 : 9
상태 : 당혹/충격/당황
성향 : 오기/승부욕
요약 : 승부욕 강한 난쟁이
+ 성향 및 특징/요약은 대표적인 몇 가지가 드러나며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합니다.
+ 감각안의 숙련도가 높지 않아 상세 정보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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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이 높아진 김에 세니아의 정보도 살펴보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천마산의 진주’가 내게 허락한 권능인 ‘강강약약(強強弱弱)’은 오로지 넵튠을 상대할 때에만 적용되는 것 같았다.
‘지금 상황이라면 넵튠과 일대일로 떠도 안 질 것 같기는 한데.’
플레이어가 BJ와 직접적으로 전투를 치르는 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수호자들도 딱히 그걸 반기지는 않는다. 용맹한 사자왕 같은, 용맹충을 제외하면 말이다.
“수호자분들도 나와 생각이 같은 것 같은데.”
때마침 알림도 들려왔다.
[시스템 스캔 결과, 버그값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시스템 스캔 결과, 어떠한 부정한 방법도 사용되지 않았습니다.]나는 미래의 지식을 바탕으로, 내 목숨을 걸고 여기까지 왔다. 이제 겨우 시작단계에 불과하긴 하지만 아무 노력도 없이 여기까지 온 건 절대로 아니다. 라이칸스로프 때부터 나는 실제로 목숨을 걸고 플레이해 왔다.
“이의 제기까지는 좋아. 충분히 가능한 거지. 그런데 아무런 증거도 없이, 그저 심증만으로, 너보다 약한 상대라는 이유로, 너는 나를 강제로 핍박했다.”
“…….”
넵튠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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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 당혹/충격/당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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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상태는 그런데 스스로의 승부욕과 오기 때문에 내게 사과하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내가 아까 네게 겁먹고 아무 말도 못했으면…… 이 상황은 그냥 이렇게 유야무야 끝났겠지.”
내가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했기에, 정당하게 얘기 했기에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온 거다. 가만히 있었으면 말 그대로 가마니였다.
“비겁하다고 생각하지 않냐?”
“…….”
넵튠이 입술을 깨물었다. 주먹을 꽉 쥐는 것이 굉장히 화가 난 것 같았다. 자기 잘못은 여전히 인정하고 싶지 않은데, 저보다 강한 수호자들이 지켜보고 있으니 아무 말도 못하는 것 같다.
‘기 싸움에서는 안 밀렸고.’
오히려 이건 뜻밖의 수확이다. 이 상황은 이렇게 몰고 갈 수 있으니까.
“사과해.”
“어째서?”
“네가 잘못했으니까.”
“너도……!”
너도 내게 잘못을 했잖아. 라고 말하려고 하는 것 같았는데, 아마 없을 거다.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게 보였다. 하지만 나는 저쪽에 작은 헛점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다. 저놈을 자극하기 위해 ‘난쟁이’라 불렀지만, 그것도 사실 잘못이 아니다. 비하 발언도 아니다. 그냥 난쟁이 종족이기에 난쟁이라고 불렀을 뿐. 인간보고 인간이라고 하면 욕이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하다.”
아주 작게 소리가 들렸다. 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뭐라고?”
“……하다고.”
넵튠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 올랐다. 푸른색에 가까운 피부가 붉은색으로 변했다.
“미안…… 하다고!”
나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사과는 사과고.
“사과의 징표가 있어야지.”
뭐라도 내놔.
이 좋은 기회. 합법적인 강탈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 * *
나는 넵튠으로부터 채널을 닫은 뒤 나를 공격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아냈다.
혹시라도 놈이 나를 공격할 수 있으니까. 뿐만 아니라 나는 ‘난쟁이의 반지’도 하나 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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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쟁이의 반지]난쟁이 족의 대장장이가 만든 반지입니다.
등급 : 레어
내구도 : 50/50
효과 : 화(火) 속성 저항력 +5
* 착용제한 레벨 :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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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이 가진 것 중에 가장 쓸모없는 것을 준 것이겠지만, 지금 내 레벨에서는 이것도 감지덕지다.
등급도 ‘일반’ 위의 등급인 ‘레어’다. 초보자들은 대부분 장신구 아이템에 투자하지 못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꽤 큰 수확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선화가 가장 먼저 달려와서 나를 반겨주었다. 집 안에서는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났다.
“…….”
거실에 들어선 나를 누나가 힐끗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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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 반가움/안도/즐거움/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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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로 뻔히 보이는데 말투는 퉁명스럽기 짝이 없었다.
“엄마도 곧 들어온대. 엄마는 밥 먹었다니까, 너는 먹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
태도를 보면 ‘너 따위는 안 먹어도 그만이야. 어차피 나랑 선화 먹으려고 끓인 거니까’라고 주장하는 것 같았다.
그런 것치고는 네 개의 밥그릇이 세팅되어 있는데 말이야.
‘아. 상태창에 기대가 이래서 있는 거야?’
나는 손을 씻고 식탁에 앉았다.
“잘 먹을게, 누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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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 기대/초조/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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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왠지 엄청 맛있다고 해줘야 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원래 누나는 요리를 거의 안 했는데. 내가 튜토리얼 필드에서 살아 돌아온 이후, 누나도 많이 변한 것 같다. 생전 안 하던 요리를 하고 있으니.
“누나 근데 웬 일이야? 누나가 요리를 다하고?”
“너 주려고 한 거 아니고. 주방이 워낙 넓고 그래서. 그냥 한 번 해봤어. 주방 썩히면 아깝잖아.”
아. 그러셨구나. 그렇다고 보기에는 상태가 너무 적나라한데. 내 숟가락에 온 정신이 다 쏠려 있는 게 뻔히 보이는데.
‘맛없다.’
거의 처음 끓이는 된장찌개다. 맛있으면 그게 더 이상하다. 하지만 맛있다고 말해줬다.
“맛있다, 누나. 누나 어디서 요리 배워왔어? 뭐가 이렇게 맛있어?”
“시끄러워. 나도 맛없는 거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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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 부끄러움/기쁨/안도/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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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게다가 ‘부끄러움’이라니. 모르고 보면 몰랐겠지만, 누나의 귀가 아주 조금 빨개진 것이 보였다. 표정은 얼음장인데 귀는 왜 빨간지 몰라.
‘모른 척 해야겠다.’
눈치 빠른 선화도 정말 맛있다며 너스레를 떨었고, 우리가 식사를 거의 끝냈을 때 엄마도 돌아왔다. 엄마 손에는 빵이 몇 개 들려 있었는데 나는 문득 오늘의 이 식사가 굉장히 행복하다고 느꼈다.
“아영이가 찌개를 끓였어? 웬 일이야?”
엄마도 좀 놀란 것 같았다.
“그냥. 주방이 너무 예쁘니까. 한 번 해봤어.”
엄마는 누나의 엉덩이를 툭툭 치며 ‘잘했어. 우리 아영이 이제 시집가도 되겠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나는 식탁에 앉아 오늘의 여유를 만끽했다. 누나가 있고 엄마가 있고. 별로 맛없지만 따뜻한 된장찌개도 있고. 엄마의 손에는 빵과 우유가 들려 있고. 그리고 이제 이곳에는 선화도 있다.
‘되게 소소한데…… 기분 좋네.’
뭐랄까. 이걸 행복감이라고 표현하면 너무 과장일까.
‘지켜야 돼.’
행복감이든. 여유든. 소소한 기쁨이든. 뭐가 됐든, 나는 이 일상을 지킬 거다. 이 일상을 지키면서, 더 성공할 거다. 내가 과거에 하지 못했던 것. 내 미래를 스스로 그려내는 것. 이제는 할 수 있으니까.
나는 방으로 돌아와 계획을 정리하고 또 정리했다. 과거로 돌아온 이후. 매일같이 하고 있는 거다. 혹시라도 어디 새나가지 않게, 인벤토리에 넣어서 보관 중이다.
‘이 다음은…….’
이 다음 계획은 두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이게 더 좋기는 한데.’
세계 여기저기서 게이트가 나타나고, 심지어는 더 난이도가 높은 던전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브레이크’도 일어나고 있으며 사람들은 이러한 현상들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조금만 더 고민해 보자.’
최소의 시간으로 최대의 효율을 뽑아내야 했다. 나는 인터넷을 열었다. 최근 활성화되기 시작한 ‘리얼 플레이어’ 까페에 들어갔다. 이후 ‘리얼 플레이어’라는 사이트의 모태가 되는 이곳은, 현재 플레이어들의 집합소이며 교류의 장이기도 했다.
이 곳에서는 ‘레이드 파티원을 구합니다’라는 카페 글도 종종 보였다.
‘아직 체계도 규칙도……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도 인류는 이 세계에 조금씩 적응해 가고 있다.
‘내가 찾는 내용이 있을까?’
10분쯤 흘렀을 때. 나는 한 게시글을 찾을 수 있었다. 내 두 개의 계획 중 하나. 그 하나와 굉장히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제목이었다.
‘이 내용이라면 혹시.’
작성자의 이름을 봤다. 내 예상이 맞다면 이 작성자는 분명히 내가 아는 이름일 거다.
[작성자 : 자양동방화마스터]‘역시나.’
자양동 방화마스터. 강상구의 닉네임이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닉네임이기는 하지만, 훗날 그의 이명은 결코 우스꽝스럽지 않았다. 그의 이명은 염제(炎帝).
‘찾았다. 강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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