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591)
#재능만렙 플레이어 591화
미 해군 제독 제럴드의 집무실.
그의 그림자 속에서 검은 인영이 하나 튀어나왔다.
“느껴지나, 힘이?”
헬렌이 산산조각이 나서 사라진 그 시점이었다.
그 시점을 기점으로, 제럴드는 스스로의 몸에서 흘러넘치는 거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게…… 내 몸이라고?’
제럴드 앞에서 보고를 올리던 부사관 하나가 찔끔 놀랐다.
재빨리 허리춤에 차고 있던 권총을 뽑아서 겨누었다.
“누, 누구냐!”
검은 그림자처럼 보이는 그것이 흐흐- 웃었다.
“어디 한번 시험해 봐, 네 힘을.”
제럴드가 손가락으로 부사관을 가리켰다.
“괜찮아, 내 손님이다.”
“그, 그렇습니까?”
부사관이 총을 내렸다.
그러면서도 검은 그림자를 향한 경계를 늦추지는 않았다.
퍽!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뭔가…… 터지는 소리…… 가…….’
그 이후로는 의식이 없었다.
어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몸이 기울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기도 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의 33년 인생이 거기서 끝났다.
제럴드는 자신의 손가락을 떨떠름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이게 진짜 내 힘?”
몸속.
아주 깊은 곳으로부터 이루 말할 수 없는 희열감이 차올랐다.
손가락으로 시체를 가리켰다.
화르륵!
시체가 불타기 시작했다.
이내 시체는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으하하하!”
제럴드는 마치 전지전능한 신이 된 것 같았다.
“어때, 내 선물이?”
“아주 마음에 들어. 이런 힘이 존재한다니.”
제럴드는 군주 클래스의 플레이어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군주 중에서 가장 강한 플레이어가 된 것 같았다.
“이 힘이라면, 김혁진도 이길 수 있겠지?”
“아직은 부족하겠지만, 곧 가능해질 거다.”
“이 정도 힘을 가지고 있는데도 안 된다고?”
방금 자신의 이적은 신의 영역이었다.
제럴드는 그렇게 느꼈다.
그런데도 김혁진에게 안 된다니.
“조금만 기다려. 방금 너에게 큰 힘이 주어진 것처럼, 또다시 큰 힘이 주어질 것이다.”
검은 그림자가 제럴드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때, 김혁진을 죽여.”
“그 전에 내 힘을 좀 더 시험해 보고 싶은데.”
“얼마든지.”
“워프도 할 수 있을 것 같군.”
“물론 가능하다.”
“좋네.”
그 날.
33세. 결혼한 지 1개월째 태평양으로 파견 나왔던 해군 중사 새뮤얼은 순직처리 되었다.
그리고 하루 뒤.
제럴드에게 크게 호통치며 욕을 했던 중장도 자택에서 행방불명되었다.
제럴드는 침대에 누워 흐흐 웃었다.
‘손맛이 짜릿한데.’
손가락으로 상대의 머리를 터뜨려버리는 이 기분이란.
현대 과학 기술력으로는 증거를 잡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한 기분이란.
‘살려달라고 싹싹 빌 때, 모습이 아주 볼만했지.’
즐거운 마음으로 눈을 감았다.
‘김혁진. 네놈도 곧 그렇게 만들어주마.’
사실상 김혁진은 제럴드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지만, 제럴드는 김혁진을 향한 분노를 불태웠다.
* * *
김혁진이 고개를 돌렸다.
우드득 소리가 났다.
‘군대라.’
군대와의 전투.
생각해 보면 별거 아니다.
말이 좋아 군대지, 그냥 몬스터들이 떼로 몰려있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흑문어 일족의 마법이라.’
마나의 흐름이 보였다.
수(水)속성의 마법인 듯했다.
이곳은 물의 기운이 매우 풍부한 곳이고, 물 계통 마법의 파괴력이 극대화되는 곳이기도 했다.
“미안한데.”
김혁진에게는 동화 권능이 존재했다.
이 동화는 강선일이 상하이 대전투에서 마법사들을 학살할 때 사용했었던 능력이다.
“마법은 안 통해.”
그 어떤 속성마법도 김혁진에게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오히려 수 속성 마나들이 김혁진에게 흡수되어 새로운 힘이 되어주었다.
[수(水) 속성 마나를 흡수하였습니다.]제2의 심장.
이사벨이 간질간질했다.
이사벨도 이 새로운 기운이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바다라는 환경.
흑문어 일족의 마법.
그리고 동화라는 요소가 겹쳐져, 잠자고 있던 신체의 일부를 톡톡 건드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 느낌을 좀 더 느껴볼까.’
흑문어 일족은 살려두기로 했다.
흑문어 일족은 먹물을 뻘뻘 뿜어내며 탈진할 때까지 마법을 사용했다.
김혁진은 흑문어들을 내버려 둔 채, 주먹을 휘둘렀다.
[‘흑상아리 병사’를 사냥하였습니다.] [‘흑상아리 기사’를 사냥하였습니다.]‘약해.’
[‘붉은 독 다금바리’를 사냥하였습니다.] [‘다금바리 독’을 획득하였습니다.]잡몹들이 아무리 떼로 있어도 고레벨 플레이어를 이길 수는 없다.
해양군대의 그 어떤 공격도 김혁진의 방어력을 뚫지 못했다.
‘너무 약해.’
[‘흑갑 새우’를 사냥하였습니다.] [‘검은 새우껍질’을 획득하였습니다.]김혁진은 별다른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극상마법이나 뇌황검 등, 상위능력을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물결에 몸을 맡겼다.
마치 천천히 수영을 하는 사람 같았다.
랄라는 김혁진의 모든 모습을 눈에 담았다.
‘해양생물보다 더 자유로워.’
흑문어 일족이 자랑하는 마법은 김혁진의 몸속으로 족족 흡수되고 있고, 김혁진은 마치 해양생물이 된 것처럼 자유롭고 편하게 호흡하고 있었다.
흰 범고래 일족의 왕자 룬타는 크게 당황했다.
‘이 무슨 상황이란 말이냐!’
자신이 ‘하늘의 힘’을 가졌다고 주장했던 헬렌은 갑자기 죽어버렸다.
믿고 있던 뒷배가 사라진 셈이었다.
바다의 군대는 김혁진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선택해야 한다.’
룬타는 직감했다.
숫자로 밀어붙일 수 있는 적이 아니다.
저자는 적이 아니라 포식자였다.
‘항복하느냐.’
아니면,
‘도망쳐서 훗날을 기약하느냐.’
그렇지만 이대로 항복하고 도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위대한 해상왕국을 건설해야만 하는 꿈과 포부가 있었다.
저자(김혁진)가 지닌 ‘위대한 힘’은 그걸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사내라면, 때로는 불가능한 일에도 도전을 해야 하는 법.’
그 도전이 가치 있는 것이라면 응당 그렇게 해야 한다.
룬타 왕자는 그렇게 배웠고, 그걸 실천하기로 했다.
“당장 행동을 멈춰라! 그렇지 않으면!”
룬타는 동생인 랄라를 뒤에서 껴안았다.
지느러미로 껴안은 모양새가 우스꽝스럽기는 했지만, 그 기세까지 우습지는 않았다.
“오, 오라버니?”
“너와 함께 온 이 아이를 죽이겠다.”
룬타는 랄라가 김혁진을 도와주었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랄라를 인질로 잡기로 했다.
그리고 동족들에게 초음파를 보냈다.
-내가 시간을 끌 테니, 흑문어 일족은 가용 가능한 최강의 마법을 사용하시오!
-심해석은 얼마든지 드리겠소!
그의 초음파를 해석한 범고래들이 흑문어들에게 그 뜻을 전했다.
흑문어들은 김혁진을 향한 공격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들만을 영창을 외우기 시작했다.
김혁진이 씨익 웃었다.
‘이것들 봐라?’
그는 룬타의 생각을 정확히 읽어냈다.
뭘 하려는 건지도 알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아도 부족하던 참이었는데.’
저들의 마법은 어딘가 부족했다.
무엇인가를 각성시키기에는 애매했었다.
‘차라리 큰 마법을 한 번에 써주면 나야 고맙지.’
바다에서 펼쳐지는 이 수(水)계열 마법이 작은 깨달음을 가져다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모른 척해주기로 했다.
‘시간을 끌려는 속셈인 것 같은데.’
그럼 원하는 대로 해주면 될 터.
“공주는 네 동생이 아니냐?”
“흥. 어차피 피도 섞이지 않은 계집이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 랄라의 목덜미를 살짝 물었다.
랄라의 목에서 미세하게 피가 새어 나왔다.
‘좋았어. 저놈이 멈췄다.’
이대로 시간을 끌면 흑문어 일족의 비전마법인 ‘옥토 스트럭션’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고 마나석과 더불어 심해석까지 소모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흑문어들의 비전 마법.
‘해양일족들에게 소문으로만 전해지는 마법이다.’
범 고래 일족의 왕자인 룬타도 소문으로만 들어봤다.
실제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김혁진이 물었다.
“원하는 게 뭐지?”
원하는 거.
시간을 끄는 것.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김혁진이지만 겉으로는 다급해 보였다.
그 모습에 룬타는 조금 분노했다.
김혁진이 왜 당황하고 있겠는가.
김혁진과 랄라 사이에 이미 깊은 관계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랄라의 귀에 속삭였다.
“네년. 저놈에게 교태라도 부린 것이냐?”
“청혼하였지만 거절당했어요.”
“깨끗하지 못한 년!”
룬타의 머릿속에 온갖 상상이 밀려들었다.
흰 범고래 일족인 룬타의 피부가 약간 검붉은색을 띄었다.
김혁진은 흥미로운 눈으로 룬타를 관찰했다.
그사이 달려드는 해양일족들을 너무나 쉽게 처리하면서.
‘계속, 너무 쉬워.’
이게 정말 ‘마왕’의 판 함정이라면 이렇게 쉬우면 안 된다.
이렇게 쉽다면, 이건 진짜 함정이 아닐 것이다.
룬타가 아주 작게 말했다.
“네년의 몸뚱이는 나의 것이라는 것을 잊은 거냐?”
“저는 오라버니와 혼인할 수 없는 몸이라는 것을, 오라버니가 제일 잘 아시잖아요.”
“시끄럽다. 이번 일이 끝나고 나면, 더 이상은 참지 않겠다. 나는 강제로라도 너를 취할 것이야. 너는 내 아이를 잉태해야 할 것이다.”
“아버지께서 그것을 용납하실 것 같나요?”
“그 고리타분한 늙은이는 이미 죽었어.”
룬타는 아주 작게 말했지만, 김혁진의 귀에는 다 들렸다.
‘무슨 관계야, 도대체.’
어차피 인간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세계가 이곳이다.
상식과는 별개로 룬타의 심리가 조금 궁금하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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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동생을 탐하여 천륜을 어긴 망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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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륜을 어겼다라는 키워드가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룬타는 여태까지 동생인 랄라를 연모했던 것 같았다.
그 사실을 랄라도 알고 있었고.
‘왕인 아버지는 그것을 반대했을 테고.’
이번 일을 기획하면서 왕인 아버지도 죽인 모양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막장 드라마를 경험하는 기분이었다.
“저는 언젠가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은 했어요. 그렇지만 이렇게 품위 없이 나올 줄은 몰랐네요. 그대는 범고래 일족의 왕자 아니었나요?”
결국 룬타가 버럭! 소리 질렀다.
“품위 없이 몸가짐을 바르지 못하게 한 것은 네년 아니냐!”
룬타의 몸이 완전히 검붉은색으로 변했다.
“네 순결은 내 것이어야 했다.”
“…….”
“확인하겠다. 너. 처녀냐?”
“동생에게 그것을 확인하는 오라비가 어디 있나요?”
“너는 동생이기 전에 암컷이다.”
“암컷이기 전에 동생이지요.”
김혁진은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한 편의 막장 드라마를 보고 나니 왜 랄라의 숨겨진 염원이 오라버니를 죽여 달라는 것인지 알 것 같았다.
‘아버지는 왜 죽이고 싶어 한 건지 모르겠다만.’
아무튼 사건의 전말은 대충 알 것 같았다.
그사이 흑문어들의 마법이 완성된 것 같았다.
해양생물들이 멀어지기 시작했다.
흑문어 수십 마리가 김혁진을 에워싸고 돌기 시작했다.
강렬한 마나흐름이 느껴졌다.
김혁진의 귀에 새로운 언어가 들렸다.
[옥토 스트럭션]인간의 언어처럼, 육성이 아니었다.
그저 귓가에 들렸다.
이 언어는 마치 거인의 언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거…….’
김혁진이 의도했던 상황은 분명했다.
그러나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단순히 더 세진 마법이 아니잖아.’
거대한 소용돌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바다 전체가 아주 천천히 돌았다.
몸을 제대로 가누기 어려웠다.
김혁진은 직감할 수 있었다.
‘이거…….’
해양일족들의 능력이 너무 형편없어서 약간 방심하기도 했다.
마왕의 진짜 함정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면서.
‘극상마법의 일종 같은데?’
극상마법.
공존할 수 없는 힘을 융합하여 만들어낸 강력한 마법을 뜻한다.
-내가 붙인 이름이야. 검림의 검과 마탑의 마법은 공존할 수 없는 힘인데, 내가 공존하게 만들어 버렸거든.
김혁진의 심장이 쿵쿵대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아.’
덩달아 제2의 심장도 반응했다.
강력한 수마(水魔)가 바다 전체를 지배하고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 같았다.
그 그림자가 이 세계와 자신의 몸을 덮어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온몸의 세포가 깨어나는 느낌.’
흑문어들의 마법은 위험하다.
그것은 분명하다. 극상마법의 힘이 느껴졌다.
김혁진이 눈을 감았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서려 있었다.
‘느껴진다.’
심장이 뛰고 이사벨이 뛰었다.
단순히 위험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기연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