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636)
#재능만렙 플레이어 636화
중국 서버 내에서 가장 넓은 필드를 골라보자면 바로 ‘만주 평야’였다.
그곳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중국은 지지 않는다.”
중국은 지지 않는다는 표어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한데 모였다.
이 한 문장 안에는 많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최근 플레이어들이 목숨을 잃는 괴현상에게 지지 않는다.
그것이 전염병이든, 거신길드의 암습이든, 뭐가 되었든.
그 어떤 것으로부터 지지 않겠다는 그들의 다짐이었다.
“중국은 지지 않습니다.”
만주 평야에 마련된 커다란 단상 위에 올라선 플레이어가 크게 외쳤다.
오늘은 ‘승리의 총궐기대회’가 있는 날이었다.
요즘 민심이 흉흉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사망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저는 그 이유를 거신길드의 수작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단상에서 연설을 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루한이었다.
며칠 전, 김혁진과 거신길드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조롱했던 중국의 유명 랭커.
당시 루한은 이렇게 말했었다.
-거신 군주는 그저 입만 살아있는 겁쟁이.
-거신길드와 같은 오합지졸은 중국 서버에 그 어떠한 영향도 끼칠 수 없을 것.
그를 통해 중국 내에서 큰 인기를 누리게 되었으며 이번 궐기대회의 얼굴 중 한 명이기도 했다.
사람들이 운집하기 시작하여 ‘중국은 지지 않는다’를 외치기 시작했다.
그 숫자가 무려 10만 명에 달했다.
“중국은 지지 않는다!”
몇몇 플레이어들은 가슴이 벅차 눈물을 흘리기도 하였다.
그 어떤 위협 속에서도, 중국은 지지 않을 것이다.
10만이 넘는 인파가 몰려들었고 그것은 중국 서버의 희망이 되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의 언론이 총궐기대회를 집중했다.
그리고 중국 서버 전체와 대치하던 김혁진이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선포했다.
“저희는 만주 평야를 공격할 겁니다.”
거신길드는 굉장히 친절하게도 공격범위를 정확하게 알려주었다.
“비 플레이어들은 자리를 벗어나 괜한 사고에 휩쓸리지 않도록 주의하시고.”
비 플레이어는 공격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공격대상은 플레이어였다.
“전쟁을 원하는 플레이어들은 저희와 싸우면 됩니다.”
공격 시작 시각까지도 알려주었다.
“혼란을 감안하여 공격 시작 시각은 3시간 뒤입니다. 공격에서 제외되는 부분도 정해놓겠습니다. 취재를 위한 기자분들은 해당 스팟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십시오.”
공식적인 선전포고를 한 뒤, 거신길드원들이 사무실에 모였다.
그들의 얼굴에는 나름의 긴장감이 묻어 있었다.
강상구가 물었다.
“이렇게까지 친절하게 다 알려줄 필요가 있어?”
“그래야 비 플레이어들의 희생이 줄어들 테니까.”
“걔네도 어차피 한통속인데 뭘.”
마왕과 중국의 치부를 까발려줬더니, 오히려 김혁진을 나쁜 놈이라 몰아세우고 있다.
강상구는 그 사실이 못내 마음에 안 들었다.
“어쨌든 명분은 확보해야지. 어차피 그들은 별로 도망치지 않을 거야.”
“……왜?”
선전포고를 했고 공격범위와 대상도 확실하게 정해주었다.
그곳만 피하면 전쟁을 피할 수 있다.
“전쟁을 부추기는 세력이 있을 테니까.”
그들은 ‘중국은 지지 않는다’라는 기치 아래, 수많은 플레이어들의 마음을 뜨겁게 달굴 것이다.
가슴이 뜨겁게 달아오른 그들은 아마도 도망치지 않고 거신길드를 맞이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숫자가 적잖아. 자신감이 넘치겠지.”
거신길드는 당당하게 튜토리얼 빌딩의 워프 포탈을 사용해서 중국 서버로 이동했다.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수많은 플레이어들의 악의 어린 시선을 받아내야 했다.
“형님. 눈빛들이 살벌한데요.”
“먼저 공격하는 거 아니면 반응하지 마.”
만주 평야로 이동하는 동안 거신군주에게 욕설을 하며 공격하는 플레이어들도 꽤 존재했다.
그런 이들은 거신의 살수인 조커가 처리했다.
그 과정의 대부분이 전 세계로 송출되었다.
이런저런 충돌이 있기는 했지만 거신길드는 ‘만주 평야’에 도착할 수 있었다.
김혁진이 시간을 살펴보았다.
“5. 4. 3.”
카운트를 셌다.
김혁진이 고지한 저녁 8시가 되었다.
“전쟁을 시작한다.”
김혁진의 말대로 ‘만주 평야’의 플레이어들은 도망치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이 더 많이 늘어난 것 같았다.
10만 명이 넘는 인파 속에서 김혁진이 극상마법을 사용했다.
“만검우.”
만개의 검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힘을 숨길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만개의 검은 무려 2만여 명의 목숨을 한순간에 앗아갔다.
상황을 중계하던 세계의 기자들도 입을 쩍 벌렸다.
기자들뿐만 아니라 스트리머들도 다수 만주 평야 필드에 입장했는데, 그들은 중계를 이어가지도 못했다.
단 한 명이 사용한 단 한 번의 공격에 2만 명이 죽었다.
시스템의 도움을 받는 ‘슈퍼 망원경’이 사망자 숫자를 가장 먼저 집계했다.
“정확히 2만 2천 304명이 사망했네요. 즉사입니다, 즉사.”
만 개의 검이 떨어져 내렸다.
그 만 개의 검에 꿰뚫린 플레이어가 무려 2만 명이 넘었다.
“여기저기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데……. 이걸 전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여기저기서 소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태풍이 이는가 싶으면 수십 명이 죽어 나가고, 불벼락이 떨어지는가 싶으면 또 수십 명이 재가 되어 사라졌다.
“이렇게 큰 PVP존은 처음 보네요.”
이 거대한 평야 전체가 PVP존이었다.
“부활 권능의 적용을 받고 있기는 한데……. 의미가 있을까요?”
슈퍼망원경은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전투 가운데 가장 독보적인 한 곳을 ‘줌’하여 촬영하기 시작했다.
“저는 거신군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한편에서 적들을 무참히 베어나가고 있는 검후 신연서의 모습도 매혹적이었고, 순식간에 수십 명을 피떡으로 만드는 마상현의 실력도 뛰어나기는 했으나, 김혁진의 무위는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오늘은 궁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역시 광역공격은 원딜이죠.”
슈퍼망원경은 김혁진의 공격을 열심히 읽어내려 애썼다.
그의 영상 안에서 가장 아름답게 잡힐 수 있도록, 김혁진의 공격을 담아냈다.
김혁진이 쉴 새 없이 활시위를 당겼다.
“어마어마하게 빠른데……. 저 능력은 마치 [속사] 같은데요.”
한국 내에서 가장 유명한 궁수 플레이어를 꼽으라면 역시 현정화다.
현정화의 가장 유명한 능력인 ‘속사’가 김혁진의 손에서 펼쳐졌다.
“근데…….”
슈퍼망원경은 침을 꿀꺽 삼켰다.
하늘에 푸른 뇌전이 일렁거리는 것이 보였다.
‘뭐지?’
잘 알아야 중계도 할 수 있는 법이다.
그런데 김혁진이 무엇을 하는지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화살이 안 보여.’
화살 대신 하늘에 푸른 뇌전이 치직-거렸다.
이내, 푸른색 빛다발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엥?’
화살을 쏘아냈는데 분명히, 그것이 빛다발이 되어 떨어져 내렸다.
“저는 설명을 못 드리겠습니다.”
뭘 알아야 설명을 하지.
도무지 저 능력에 대해 설명할 길이 없었다.
한편, 만주 평야 근처 ‘바이톨 강’ 필드에서 대기하고 있던 해상왕 슈르트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저도 모르게 감탄이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상상 이상이구나.”
아주 오래전부터 김혁진의 궁술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빛줄기가 해상을 가르며 쏘아가던 그때와 비슷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 빛다발이 무려 수백 갈래 이상이라는 것.
그리고 하나하나의 빛다발이 이제는 뇌기(雷氣)까지 머금고 있다는 것.
‘마치 궁술에 [만검우]의 묘리를 적용시킨 것 같구나.’
만검우는 아니었으나 만검우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능력.
‘아니. 어쩌면 만검우보다 효과는 더 좋을 것 같아.’
만검우는 검 하나하나가 극강의 공격력을 가진다.
슈르트는 만 개의 검 중, 단 한 개의 검도 막아낼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이곳에 모인 플레이어들에게 만검우 정도의 파괴력은 필요 없겠지.’
손바닥으로 치나 망치로 치나, 어차피 개미는 죽는다.
김혁진에게 있어서 지금의 상황이 그랬다.
만검우 정도의 파괴력은 필요 없다.
‘순식간에…… 정리되겠어.’
수많은 사람들이 의심하거나 비웃었다.
거신길드의 힘만으로 10만의 플레이어들을 상대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사람들의 착각이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거신길드. 그리고 거신군주의 능력은 훨씬 뛰어났다.
신연서는 검을 거두고서 김혁진 쪽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호흡이 전혀 흐트러지지 않은 채 중얼거렸다.
“이럴 거면 우리는 왜 데려왔대?”
이 정도 공격은 신연서도 처음 봤다.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이 능력 자체가 경이롭고 공포스럽지는 않았다.
‘그냥 김혁진이 김혁진한 거긴 한데…….’
강상구가 그 옆에 섰다.
“그러게.”
섬김의 방화장인이 되면서 엄청나게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김혁진은 상상 이상이었다.
굳이 거신길드원들을 데려올 필요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였다.
무려 10만에 달하는 플레이어들을 전멸시키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5분 정도였다.
린하이가 제우스를 땅에 탁! 내리꽂았다.
그는 뭔가가 불만인 듯했다.
“야. 나를 도와야지, 왜 쟤를 도와?”
“효율이 안 맞잖아.”
린하이와 등평은 유명한 콤비다.
린하이가 직접 공격을 맡고, 등평이 보조를 맡는다.
그런데 오늘은 등평이 김혁진을 도왔다.
“아니. 그래도 우리가 짝꿍 아니냐? 우리가 그렇게 호흡을 맞춰 왔는데, 어떻게 내가 아닌 김혁진 대장을 도울 수가 있어?”
그리고 벌어진 대참사를 보고 나서 린하이는 황당해서 웃고 말았다.
“저게 인간이냐?”
한때는 라이벌로 생각했었는데.
그게 얼마나 무모하고 무지한 생각인지 깨달았다.
“쟨 그사이 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무리 거신군주가 강해도 10만을 이렇게 쉽게 몰살시킬 수는 없었다.
이건 완벽히 밸런스 붕괴였다.
이 모든 광경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다.
* * *
혼자서 거의 10만에 가까운 플레이어들을 사살한 김혁진은 루한 앞에 섰다.
“네놈……!”
이제 전 세계가 알게 될 것이다.
전염병이 아니라, 거신군주의 ‘소멸 권능’이었다는 사실을.
오늘의 전투를 통해 전 세계에 확실히 각인시켰다.
“네놈이 원흉이로구나.”
씩씩대며 말을 하고는 있지만 루한은 이리저리 눈동자를 돌리며 도망칠 기회를 호시탐탐 노렸다.
그는 직감했다.
거신군주와는 싸울 수 없다고.
“왜? 나보고 겁쟁이라며?”
거리가 꽤 멀었지만 ‘슈퍼망원경’은 그 대화까지도 캐치하여 중계를 시작했다.
그는 이제 명실상부 최고의 스트리머 플레이어로 자리 잡았고, 이 정도는 문제도 아니었다.
“오합지졸이 나타났는데. 어떻게 하려나?”
“네놈은 천벌을 받을 것이다.”
김혁진이 이센을 휘둘렀다.
그 일 합에 루한은 사망해 버렸다.
스킬도 아닌 일반적인 베기에 중국의 랭커가 사망했다.
그것은 세계인들을 비롯하여 중국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어느덧 빛이 모여들며 루한에게 부활 권능이 적용되었고, 이내 ‘만주 평야’ 바깥으로 퇴출되었다.
김혁진은 루한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10만 명이 플레이어로서의 목숨을 잃었어.”
진짜 목숨은 아니지만, 시스템상으로는 분명히 ‘생명’을 잃었다.
“그렇다면 이것도 사기(死氣)로 적용이 될까?”
김혁진은 허공을 향해 말했다.
물론 이 모든 말도 ‘슈퍼망원경’을 비롯한 스트리머와 기자들을 통해 전세계에 생중계되었다.
“루한이야 어차피 앞잡이였을 테고.”
10만 명을 일부러 불러 모았다.
아마도 10만에 달하는 ‘사기’를 획득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뭐. 대충 보아하니 사기로 취급되는 것 같기는 하네. 진짜 인간을 죽였을 때보다는 못한 것 같지만.”
주변에 검은 안개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스멀스멀 피어오르던 검은 안개가 어느새 만주 평야 전체를 뒤덮었다.
“아무래도 상관없어.”
김혁진이 씨익 웃고서 말을 이었다.
“일전에 나를 함정에 빠뜨린 마왕치고는 너무 허술한 함정인데.”
이제는 확신할 수 있었다.
‘마왕’은 과거와 달랐다.
과거의 그 치밀하고 교묘했던 마왕은 없었다.
“마왕이 달라졌다기보다는, 마왕을 돕던 조력자가 사라졌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겠어.”
검은 안개 쪽을 쳐다보았다.
“안 그래, 마왕?”
검은 안개를 헤치고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그 모습이, 네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모습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