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ine Digger Gutter Slime RAW novel - Chapter 14
14. 주작이 아닌데 주작인 것처럼 주작하는 주작러가 있다?
인간 시절에는 몰랐는데 내가 W튜버를 시작하기 직전 먹뱉 파동이 챌린지 먹방 W튜버들을 휩쓸었다.
[ㅇㅇ의 영상은 주작이다.] [xx의 영상이 주작인 증거.] [먹뱉 증거 모음.]이러한 영상을 만들며 조회수를 달달하게 뽑아먹은 W튜버가 잔뜩 있었다.
그들은 매우 세밀한 그물을 만들어 먹방 W튜버들을 마구 잡아들였다.
무분별한 남획이 일어나면 개체수는 줄어들기 마련.
챌린지 먹방을 올리는 W튜버의 씨가 말랐다.
그와 함께 조작 판별 W튜버들도 일자리를 잃었다.
그들은 다른 W튜버들도 조작이라고 물어뜯거나 쌓아 올린 구독자로 업종 변경을 시도하였으나.
대부분은 그대로 말라 죽었다.
그때 찬란하게 나타난 변종.
대놓고 조작하는 슬라임이 나타났다.
조작 판별 W튜버들은 미어캣처럼 고개를 들었으나.
판별이고 뭐고 대놓고 조작인데 무슨 말을 할 건데?
“이 영상은 조작입니다!”
“알아. 우리도 눈깔 있어. 이런 걸 콘셉트 방송이라고 한다. ㅂㅅ아.”
이러한 반응만 돌아올 뿐이었다.
그렇게 슬라임은 소리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사랑에 둘러싸여 행복한 W튜버의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의 해일이 평화로운 SLimelove 채널에 사람들을 대량으로 떨어뜨리고 지나갔다.
사람이 천 명만 있어도 그 가운데는 비상하거나 유별한 자가 있는데.
사람이 수십만 명이 있으면 그 가운데 천재와 괴짜가 있기 마련.
“프레임 단위로 봐도 편집점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야 편집점이 없으니까.
나 편집할 줄 잘 몰라.
설탕 영상 만들 때는 지금보다 더 몰랐어.
그런데 그 영상을 프레임 단위로 보고 있다니.
그렇게 할 일이 없어?
조금 더 생산적인 일이 있지 않아?
아무 생각 없이 내 영상을 보고 ‘좋아요’와 구독을 누른다거나!
“집어넣는 음식의 양이 저 머리 부분에 담아 두기에 명백히 많아서 아래로 내려보내거나 밖으로 빼내야 합니다. 물론 화면에 나오지 않는 부분으로 흘러 내려가게 하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흐르지 않는 음식이라면 어떨까요?
이 영상을 보시면 여주를 먹습니다.
시간을 보시면 여주 하나를 씹어 삼키는 데 15초가 걸리지 않습니다.
머리 부분 내부에 고성능 믹서기가 설치된 게 아니라면 덩어리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슬라임 사이보그 설이냐.
“―여기 보시면 처음 몸을 돌릴 때, 그리고 이후에 몸을 돌릴 때의 몸의 두께를 비교하면 부풀어 오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호스로 음식을 빼내는 거 아니냐는 의견이 있는데―”
“―편집으로 잘라낼 수는 있습니다만 여기 확대해 보시면 화질이 안 좋아서 확실하지는 않으나―”
내가 좋은 카메라를 사지 않은 게 신의 한 수였다.
“―빛의 반사가―”
”―번진 부분을 찾아볼 수가―“
”―가장자리의 색감이―“
“머리에 넣지 않고 뒤로 넘겼다고 하시는 분을 위해 거리에 따른 크기 감소율을 계산하여 ―”
진짜로 거기까지 해야겠어?
돌돔도 저렇게 열심히 해체하지 않겠다.
“이상의 근거로 저는 SLimelove의 영상이 조작이 아닌 것 같습니다.”
조작 아니지만 조작 맞아!
“그러면 대체 어떻게 한 것이냐고 물으신다면 제 대답은 이렇습니다.
제가 볼 때 가능성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먹은 것을 힘을 바꾸는 부류의 직업으로 각성하였거나. ‘대식가’라는 새로운 직업으로 각성하였을 경우.
각성자가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소비하는 열량이 많다는 사실은 익히 아실 겁니다. 게다가 저러한 직업을 가졌다면 섭취와 관련된 스킬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둘째는 약을 사용하는 경우.
영양 흡수를 방해하는 다이어트용 연금약이나 영양분의 소모를 빠르게 해 폭발적인 힘을 내게 하는 각성용 연금약이 있다는 사실을 아실 겁니다. 저는 이러한 약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의 이유로 저는 SLimelove의 영상이 조작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누군가가 내 영상을 낱낱이 파헤쳤다.
그러자 유행에 숟가락을 올리려고 한 사람들이 아닌.
먹뱉 챌린지 파동의 시작점을 알린 사람들.
그 눈썰미가 좋은 사람들이 움직였다.
[설탕 15kg 먹방 챌린지. 이거 조작이 아닌 것 같습니다.]이들까지도 조작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은혜의 비가 내렸고.
사막에 메말라 있던 물고기들이 날뛰었다.
견인차도 도착했다.
[미국이 경악하고 중국이 기겁하고 일본을 무릎 꿇린 먹방러가 있다?] [[실화] 설탕 먹방 논란 종결. 성나무 유명 스튜디오 “이게 조작이면 연봉 100억 주고 데리고 오겠다.”라고 밝혀.]내 영상이 조작이 아니라고 하는 게 뭐가 문제냐?
내 건강을 걱정한 엄마가 얼굴색 좀 보자고 올 수 있으니까!
그거를 제외하면 아무래도 좋다.
사실 무시로 일관하는 게 정답이고.
전부 조작이라는 영상을 찍어 올리는 것도 이상하잖아.
“여러분~ 이거 전부 조작이에요. 따라 하지 마세요~.”라고 해명해야 하나?
앞에 경고문 넣었잖아. 여기서 뭘 더 해야 하는데.
무슨 수를 썼는지 설명해?
그러면 마술사는.
“여러분~. 몸을 자르고, 몸에 불 지르고, 쇠사슬 차고 물에 들어가는 거 전부 속임수예요. 따라 하지 마세요~.”라고 말한 뒤에 비법을 전부 밝혀야 해?
애초에 나는 비법이고 뭐고 없다고!
조작이 아니니까!
공교롭게도 내가 레벨 올리느라 영상을 못 올리는 동안 이런 일이 벌어졌다.
마치 조작이 아니라는 게 밝혀져서 당황한 것처럼.
대응할 방법을 찾느라 업로드를 못 한 것처럼.
그래서 조작이 아니라는 방향으로 여론이 굳어져 버렸다.
“방치하고는 싶은데···.”
조작이라고 생각하든 조작이 아니라고 생각하든 아무래도 좋다.
문제는 안티가 아주 많이 늘어났다는 점.
조작하지 않는 참된 W튜버라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왜 안티가 늘어나냐고?
남이 잘되면 배알이 뒤틀리는 인간들도 많기는 한데 더 큰 이유는 이거다.
“설탕 15kg 챌린지. 저도 해보겠습니다. 우욱···. 우엑···.”
내 영상이 잘 되니까 따라 하는 미친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원인으로 내가 지목됐다.
아니, 영상에 경고를 박아놓았잖아.
[경고!절대로 따라 하지 마십시오.
이 영상은 숙련된 슬라임에 의해 촬영됐습니다.
따라 했다가는 높은 확률로 죽습니다.]
슬라임이니까 괜찮지, 인간이 설탕 15kg 처먹으면 뒤진다고.
저러다가 누구 죽어서 9시 뉴스에라도 나와 봐.
SLimelove도 함께 죽을지 모른다.
어차피 돈이야 우리 공돌이가 매일 수천만 원씩 벌어다 줄 건데 뭐가 문제냐고?
잊으면 안 된다.
내가 W튜버로 활동하는 이유는 이 슬라임 탈을 벗지 않아도 될 이유를 얻기 위해서다.
채널이 망하면 탈을 쓰고 있어도 되는 이유가···.
“있네?”
SLimelove의 죽음을 애도하는 의미로 슬라임 탈을 3년간 입고 있으면 되잖아.
뭐, 3년은 무리라도 영혼이 머무르는 49일은 버틸 수 있겠지.
벌써 7월. 49일 후에는 슬슬 개학을 준비할 때다.
가족과의 충돌을 피할 수 없다.
W튜브는 그냥 내버려 두자.
세상은 넓고 비상식적인 사람은 많다.
누가 봐도 미친 짓이고 하지 말라는데 굳이 따라 하며 건강을 해치겠다는 사람은 그냥 방치하는 수밖에.
SLimelove와 연금슬라임은 다른 사람이니까 깔창 판매량에 해를 끼치지도 않을 테고.
기다리는 팬이나 생각하자.
“이걸 이렇게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네.”
그동안 영상을 못 올린 이유를 설명하려고 준비한 게 있다.
“짜잔.”
바로 신상 슬라임 탈.
공돌이가 떠나기 전에 남겨준 선물이다.
펭라임이라는 별명에 어울리게 몸의 선을 조정했다.
색은 그러데이션이 들어간 검푸른색. 이번에는 재료가 충분하였으므로 색이 짙어졌으나 신비로움은 여전하다.
가장 큰 차이는 손과 머리.
손은 손모아장갑을 낀 것처럼 만들었다. 손가락을 벌리면 물갈퀴처럼 늘어나서 무언가를 잡는 데 어려움은 없다.
머리의 기본적인 구조는 같다.
절대로 안을 보여주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은 여전하다.
고개를 들면 음식을 넣을 틈이 생기고.
그저 모습이 조금 더 먹이를 먹는 펭귄처럼 보이게 했을 뿐.
머리에 큼지막한 눈도 달았다.
그리고 이 눈.
움직인다.
눈만이 아니라 머리 전체가 움직인다.
조작이 아니라는 사람들?
이거 어떻게 움직이는 건지 어디 잘 알아내 봐.
조작 따위 없으니까.
[조종] 스킬은 있지만.***
을 리뷰한 뒤 채널이 크게 성장하면서 편의점 알바를 때려치운 전 편순이, 현 뷰티 W튜버.
그녀는 귀여운 펭라임 영상에 남은 분탕의 흔적을 보고 부들부들 떨었다.
마음 같아서는 욕이라도 박고 싶은데 그녀도 이제는 떠오르는 샛별.
이미지를 관리해야 했다.
-음식 낭비하는 좀 작작 해라. 환경 생각 안 하냐?
-지구 반대편에서는 아이들이 굶어 죽고 있는데.
이러한 댓글은 전부터 많았다.
저런 댓글을 남기는 사람들 가운데 진정으로 환경과 기아에 신경 쓰는 인간은 거의 없다. 손가락으로만 떠들 뿐 음식을 남기고, 일회용품을 애용하고, 기부에는 돈 한 푼 안 쓴다. 이 사실을 누구나 알기에 그냥 사뿐히 무시해주면 된다.
-아이들이 보고 따라 할까 봐 겁나네요. 영상 내려주세요.
이런 댓글이 부쩍 늘었다.
이것 역시 진정으로 걱정해서 글 쓰는 사람은 적겠지.
하지만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이러한 댓글에 겁먹고 상처받아서 우리 순둥이 펭라임이 더는 영상을 올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임시계정이라는 가면을 쓰고 칼을 휘둘러야 하는가.
마우스 포인터가 로그아웃 버튼을 맴돌 그때. 띠링.
“떴다!”
편순이(전)는 바로 영상을 확인했고.
섬네일에 낯선 펭귄이 있었다.
아주 살짝 당황하였으나 이내 펭라임이 군살을 뺐다고 이해했다.
확실하게 달라졌다.
전에는 펭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면 지금은 확실히 펭귄이 연상된다.
동그랗고 까만 눈도 생겼고.
영상을 누르자 광고가 나왔다.
조금 초조했으나 펭라임이에게 최대한 많은 수익이 가도록 끝까지 다 본 뒤.
바로 오프닝이 나왔다.
[경고!절대로 따라 하지 마십시오.
이 영상은 숙련된 슬라임에 의해 촬영됐습니다.
따라 했다가는 높은 확률로 죽습니다.]
이렇게 확실하게 경고해주는데.
대체 뭘 더 바라는 건지.
펭라임은 오랜만에 반갑다는 듯 신이 나서 손을 흔들었다.
기분 탓인가?
인형 탈이 웃고 있는 것 같다.
전의 탈과 비교하여 확실히 품질이 좋아졌다.
펭라임은 우선 목에 건 팻말을 가리켰는데.
「Do Not! try this.」
따라 하지 말라는 문구가 가슴이 아팠다.
얼마나 시달렸으면 저런 팻말까지 달고 있을까.
펭라임은 테이블 아래로 손을 내렸고.
씩 웃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인형 탈을 입고 있으니 그럴 리가 없는데.
착. 착. 착.
세상에서 가장 매운 칩.
세상에서 가장 매운 젤리.
세상에서 가장 매운 사탕.
그걸 테이블 위에 산더미처럼 올려놓았다.
따라 할 테면 따라 해 봐라.
소리 없이 패기롭게 외쳤다.
눈웃음을 지으면서.
심장을 관통당한 편순이(전)는 그대로 쓰러졌다.
영상이 올라오기 전까지 느꼈던 우울함이 씻은 듯이 사라진 뒤였다.
***
‘조작하지 않았다.’ 파동에 의해
‘SLimelove가 연금술사에게서 물건을 받았을 수 있다.’라는 생각이 많은 사람의 뇌리에 박혔다.
그렇게 퍼진 생각의 씨앗이 어느 게시판에서 싹을 피웠다.
[연금슬라임이랑 SLimelove 둘이 동일 인물 아니야?]-둘 다 슬라임이잖아.
└ㅈㄹㄴ
└이름에 슬라임 들어가면 다 동일 인물이냐?
짓밟혀 사라질 운명에 놓일 글이었지만.
그 글을 본 누군가의 뇌리에 싹이 텄고.
[연슬이랑 sll 둘이 찐친 아니냐?]-sll이 입은 거 연금술사가 만든 게 분명하잖아.
저런 걸 만들어줄 사람이 연슬 말고 더 있냐?
깔창 만드느라 더럽게 바쁜 와중에 만들어줄 정도면 둘이 찐친 아니냐?
└ㅈㄹㄴ 박으러 왔는데 그럴듯해서 놀람.
이 새싹은 짓밟히지 않았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꽃과 열매를 피운 이 생각은 씨앗을 퍼뜨렸고.
이 씨앗들은 바람에 흩날려 퍼지는 과정에서 두 가지 생각으로 수렴했다.
연금슬라임과 SLimelove는 동일 인물이다.
연금슬라임과 SLimelove는 친밀한 사이다.
추측으로부터 두 가지 사실이 태어났다.
그 결과.
[아랫사람 : 야.아랫사람 : 너 연금슬라임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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