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ine Digger Gutter Slime RAW novel - Chapter 146
146. 공순이 섬
왕은 됐으나 뽐내고 다닐 일은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가 대다수인 현대에 왕이 됐다는 소리를 하고 다녀봐야 반감만을 얻을 뿐이다.
그리고 왕보다 치유의 연금술사라는 칭호를 가진 S 등급 연금술사라는 게 이름값은 더 크다.
왕이나 다름없는 권리를 얻은 게 중요하다.
포장지가 손해만을 가져올 것이라면 굳이 포장할 필요가 없다.
그동안 준비한 것들을 단숨에 풀어놓았다.
우선 죽은 땅 위를 으로 코팅했다.
죽은 땅은 마나가 고갈돼 생물이 살 수 없는 지역.
전문가들이 아무런 해가 없다고 떠들어대는데 그럴 리가.
동물들이 본능적으로 피하는 장소다.
도로 개설로 인한 생태계 단절과 비슷한 영향을 준다.
죽은 땅이 늘어날수록 해양 생물의 생활권은 좁아진다.
동물 사이의 충돌이 늘어나고 전체적인 개체 수가 줄어든다.
은 죽은 땅의 악영향을 상쇄하는 동시 땅을 부활시키는 용도로 만든 이다. 죽은 땅을 처리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뒤로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그 효과는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
로드가 뚫어놓은 길을 통해 죽은 땅에 있는 곳으로 가서 으로 덮었다.
로드에게 맡겨도 되기는 하는데 확실히 하기 위해서 내가 직접 하기로 했다.
을 설치한 뒤 도 살포했다.
먹이의 냄새를 맡은 물고기들이 금방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것으로 죽은 땅을 피하던 동식물이 위에 자리를 잡을 것이다.
먹힌 은 물고기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물고기 내부의 플라스틱과 중금속을 제거하는 기능도 있다.
이 물고기가 다른 동물에 먹히면 그 동물의 체내에 있는 플라스틱과 중금속도 처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물고기에 먹히지 않은 상태로도 미세 플라스틱, 중금속, 계면활성제, 기름 등 바다를 오염시키는 것들을 처리한다.
을 먹으면 건강해질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이 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몸에 해가 되는 성분을 물고기 단계에서 제거하기로 했다.
인류가 남긴 재앙을 남겨둘 이유도 없고.
바다의 권리를 얻기 전에도 할 수 있는 일이었으나 지금에 와서야 하는 이유.
기껏 물고기에 를 먹여서 을 해양 먹이사슬에 침투시켰는데. 그게 순환을 이루기도 전에 그물로 싹 쓸어가면 짜증이 나니까.
주변에서 어업에 종사할 권리는 나에게만 있다.
내 허락도 받지 않고 물고기를 낚다가 걸리면?
배를 침몰시키지는 않는다. 대신 그물이 찢길 각오는 해야지.
로드와 뎁스를 타고 이동하다가 잠깐 태평양 한가운데서 멈췄다.
여기에는 조금 커다란 일거리가 있다.
“이걸 드디어 처리하네.”
관측할 때마다 거슬리던 게 있다.
쓰레기 섬.
대양에는 원형 순환 해류와 바람에 갇혀 쓰레기가 잔뜩 모이는 영역이 있다.
“먹어.”
대량의 을 풀었다.
쓰레기를 먹어 치운 은 스스로 [분열+] 스킬을 사용해 가며 숫자를 불렸다.
쓰레기 섬은 섬이라고 불리기는 해도 엄밀히 말해서 섬은 아니다.
섬처럼 대량의 쓰레기가 모인 부분도 있지만, 모이지 않은 부분도 있다.
눈에 보이는 쓰레기만이 아니라 미세 플라스틱도 엄청 많고.
양이 많은 것은 물론이고 그 영역도 매우 넓다.
하루아침에 해결될 일은 아니다.
“속이 시원하네.”
바닥에 눌어붙은 때나 침대 밑을 굴러다니는 먼짓덩어리 같아서 볼 때마다 거슬렸는데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다.
쓰레기 섬도 예전부터 처리할 수는 있었다.
그래도 기다렸다.
인간은 내가 이걸 치워주면 더 신이 나서 바다에 쓰레기를 버릴 테니까.
어차피 내가 처리할 것으로 생각하며 일을 떠넘길 거다.
이 아래에도 으로 뒤덮은 죽은 땅이 있다.
지금부터는 왜 내 영역에 쓰레기를 버리냐고 항의할 수 있다.
이런 섬이 하나가 아니다.
해류가 원형으로 순환하는 장소라면 쓰레기 섬이 만들어진다.
다른 쓰레기 섬에도 찾아가 를 뿌렸다.
나머지는 시간에 맡기면 된다.
홀가분하네.
역시 이사하면 청소부터 해야지.
가장 넓은 정주형 던전 위쪽에 있는 공순이 섬으로 갔다.
다른 은 분열해서 키운 일반 이다.
공순이 섬은 다르다.
여기저기 퍼진 을 내 영토로 본다면 이 섬은 내 왕국의 수도나 마찬가지.
중요한 장소인 만큼 일반 이 아니라 공순이에게 맡겼다.
공순이는 앞으로 를 품은 마더처럼 중요한 역할을 해줄 거다.
앞으로 이곳에는 많은 사람이 찾아올 거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에 필요한 것이라면 음식.
물이야 주변에 얼마든지 있다.
바닷물을 음용 가능한 물로 바꾸는 건 조차 할 수 있는 일이다.
반대로 바닷물로 소금으로 바꾸는 것 또한 무척 쉽고.
바다는 식량의 보고.
여기 주변에도 를 뿌려놓았다. 적당한 곳에서 낚싯대만 던져놔도 물고기를 낚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거다.
공순이가 촉수를 뻗어서 물고기를 잡아도 되고.
마더 내부에 밭을 만들었던 것처럼 공순이 내부에도 대규모 밭을 만들었다.
마더 내부에서 보관 중이던 식량을 대량으로 이동시켜 두기도 했고.
물고기만 먹고 살 수는 없으니까.
이것으로 공순이가 고립되더라도 그 안에 있는 사람은 매우 오랜 기간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 완성됐다.
개인적으로 꼭 필요한 준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밥이 없으면 을 먹으면 되니까.
그래도 식량 자급률이 높다는 사실은 섬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니까 준비했다.
생활에 필요한 나머지는 공순이가 몸을 바꾸고 분열하며 전부 준비할 수 있다.
공순이 위에서 사람이 살 준비는 끝났다.
다음은 수도의 핵심 시설이다.
이곳을 주로 사용할 사람들은 헌터들.
카지노를 잔뜩 세워서 향락의 섬으로 만들어도 된다.
자연이 풍부하고 느긋한 장소로 만들어서 전투로 곤두선 신경을 누그러뜨리는 휴양의 섬으로 만들어도 된다.
“뭐가 좋으려나.”
좋은 생각이 났다.
학교를 짓자.
훈련 시설처럼 삭막한 장소가 아니라 또래와 절차탁마하여 실력을 기르는 장소를 만들자.
각성자가 헌터가 아니라 다른 꿈을 꿀 수 있게 도와주는 장소를 만들자.
벽에 가로막혔을 때 찾아와 길을 찾아갈 수 있는 장소로 만들자.
마침 실습장이 가까운 곳에 있으니까, 위치는 딱 좋다.
슬라임랜드에서도 비슷한 일을 하고 있기는 하다.
각성자들을 위한 훈련 시설이 있다.
각성자들에게 악기와 미술을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많고.
조기 각성 아이들에게 이런저런 교육을 베풀고도 있다.
그런데 말이야.
테마파크 안은 교육 시설이 위치하기에는 최악의 입지 조건 아니야?
평범한 테마파크가 아니라 세계 최고의 테마파크다.
기분 전환하러 나갔다가 하루가 통째로 사라지는 장소라고.
코앞에 모니터만 있어도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게 인간인데.
잘도 그런 장소에서 집중이 되겠다.
외딴섬에 던져져야 조금은 공부할 마음이 생기겠지.
공순이 섬은 분명히 헌터가 메인이 될 거다.
하지만 나는 각성자와 일반인이 단절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여기에 세워지는 학교에는 일반인도 받을 생각이다.
그런데 슬라임랜드 내부에는 학교를 만들어 봐야 놀 생각으로 가득한 녀석들만 올 거다.
그런 식으로 내가 만든 학교의 수준을 낮출 생각은 없다.
그리고 슬라임랜드가 한국에 있어서 외교적인 문제가 약간 있다.
사람은 주변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귀중한 각성자가 한국에 자리를 잡는 상황은 경계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준국가 취급을 받는 공순이 섬 쪽이 학생을 보내기 부담이 적을 거다.
공순이 섬은 학원 섬으로 결정이다.
선생님은 누가 좋을까.
***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던 해저 던전.
슬라임랜드에서 파견한 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순식간에 해저 던전이 정리돼 갔다.
슬그머니 숟가락을 올리려고 한 국가도 있었지만.
손이 닿는 범위에 있는 밥상은 이미 으로 뒤덮인 뒤였다.
건드리기 힘든 던전들만 남았다.
그 행보에 어느 국가의 수장은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이 정도로 거침없이 움직일 줄이야.”
연금슬라임이 보유한 전력이 상당하리라고는 충분히 예상했다.
알케미슬라임 컴퍼니에는 비록 은퇴했다고 해도 한때는 이름을 널린 헌터들이 다수 소속돼 있었다.
을 군사적으로 사용했을 때 어느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 것인지도 대략 예측이 된 상태였고.
예상했다고는 해도 그게 실제 일어났을 때 느낄 수 있는 충격이 있는 법이다.
게다가 연금슬라임의 행동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해저 던전의 존재가 공표된 순간 즉시 해저 던전 독점에 나섰다.
타국의 배타적 경계수역의 근방에 있는 것들까지 싹 다.
그뿐만이 아니라 죽은 땅 위에 시설을 세우고 그 주변의 권리를 주장하고 나섰다.
“분석한 것보다 훨씬 과감하군.”
이런 도발적인 행보를 불쾌하게 여길 국가는 몇 있었다.
연금슬라임이 이를 짐작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
협상에 난항을 겪은 국가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신경 쓰지 않았다.
마치 싸우고 싶다면 싸우겠다고 하는 것 같았다.
“야망을 드러낸 건가?”
연금슬라임은 아직 선은 넘지 않았다.
분명히 협의가 이뤄진 범위 내에서 행동했으니까.
하지만 만약 선을 넘는다면?
“전쟁이라···.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는데.”
***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해저 던전은 정리가 됐다.
나머지는 로테이션을 돌리며 해결하면 됐다.
은퇴 헌터들은 외근을 끝내고 본래 업무로 돌아왔다.
다른 헌터들에게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송태산 헌터가 휴게공간에서 쉬고 있었는데 연금슬라임이 갑자기 나타났다.
“송태산 헌터님. 교수 하실래요?”
갑작스러운 질문이었으나 몇 번이고 있었던 일이기에 송태산은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답을 생각했다.
“내가 배움이 짧아서 그건 어렵겠네.”
“인생 경험만으로 충분하세요. 전문적인 지식을 가르쳐야 한다면 대학원생에게 수업시키면 되죠.”
“대학원생?”
나는 주변의 마스코트들을 가리켰다.
“아무나 잡아서 공부하라고 하세요.”
마스코트들은 범고래를 맞닥뜨린 펭귄들처럼 즉시 흩어졌다.
송태산 헌터는 훑어보다가 레드를 보고 멈췄다.
레드는 경비 총괄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맡은 만큼 대학원생 제안을 받을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도망치지 않았다.
“이왕이면 젊은 사람이 좋겠지.”
방심하던 레드는 화들짝 놀라며 외쳤다.
“저 대학도 안 나왔습니다!”
“공순이 섬에서는 내가 법이라서 대학에 나오지 않아도 대학원생이 될 수 있어요.”
“대학을 안 나왔어도 방심할 수 없다니. 그게 대체 무슨 지옥입니까?”
“하기 싫어요?”
“아니, 그게···.”
그린이 레드의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축하한다. 출세했네.”
“부러우면 네가 하든가! 선생님! 그린도 저와 동갑입니다! 옐로는 정신이 젊고 블루는 머리가 좋습니다!”
“하?”
옐로의 웃음이 짧게 끊겼다.
“지옥에 가려면 혼자 갈 것을. 왜 우리를 끌어들이냐.”
블루도 평소 이상으로 정색했다.
“네 명 다 채용.”
“사장님!”
“교수 자리는 안 됩니까? 꼭 대학원생이어야 합니까?”
“넷이 교수가 되면 대학원생은 저기 있는 마스코트들이 맡게 될 텐데. 대학원생으로 부리고 싶어요?”
마스코트들은 죽일 듯이 슬라임 레인저들을 노려봤다.
“선배를 후임으로 부리는 것으로 모자라서 대학원생으로 부리려고?”
“요즘 애들 무섭네. 나 때만 해도 선배 눈도 못 쳐다봤는데.”
“교수가 돼서 우리를 대학원생으로 삼겠다는 건 무언가 가르칠 게 있다는 건데. 너희가 우리에게 가르칠 게 있기는 하냐?”
슬라임 레인저들은 기가 팍 죽었다.
“대, 대학원생 하겠습니다.”
“농담이에요.”
슬라임 레인저들은 눈에 띄게 안도했다.
대체 대학원을 어떤 장소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공순이 섬에 교육 시설을 만들 예정입니다. 슬라임랜드에서와 마찬가지로 일반인과 각성자가 화합을 이룰 수 있는 장소로 만들 예정이에요.”
연금슬라임은 자신이 그린 그림을 설명했다.
“만약 마스코트를 그만두고 선생님이나 교수가 되고 싶다. 그것을 대비하여 공부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지원할 예정입니다. 망설이지 말고 말해주세요.”
연금슬라임의 말은 오래 걸리지 않아 모든 마스코트의 귀에 들어갔다.
“너 선생님이 꿈 아니었냐? 술만 마시면 그 소리 했잖아.”
“이 나이에?”
“우리 아직 젊다.”
꿈을 저버렸던 헌터들과.
“아이들 가르치는 거 좋더라.”
“그렇지?”
새로운 꿈을 발견한 헌터들이 연금슬라임을 찾아갔다.
은퇴 뒤에 일반인들과 단절된 채로 살아왔던 각성자들.
그들에게 또 새로운 길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