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ine Digger Gutter Slime RAW novel - Chapter 159
159. 한국 연금술계에 떨어진 폭탄.
한국 연금술계는 문제가 많다.
연금슬라임의 활약으로 많이 나아지기는 했다.
을 판매하는 대가로 받아온 연금 제품 제조법이 상당히 많으니까.
해외로 나가는 대신 한국에 남기를 선택하는 사람도 부쩍 늘어났고.
하지만 여전히 부조리가 가득하다.
해외에서 많은 제조법이 들어오기는 했으나 F 등급이나 E 등급 연금술사가 손을 댈법한 종류는 아니었다.
C 등급 연금술사가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고 B 등급으로 올라갈 때 도움이 될 법한 종류였지.
즉, 밑바닥 연금술사들의 사정은 변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나빠졌다.
“네가 재료를 제대로 다듬지 못하니까 또 실패했잖아! 재룟값, 네 월급에서 뺄 줄 알아!”
“여, 연금술사님! 저 이번에도 월급을 못 받으면 진짜 큰일 납니다!”
“그러면 재료를 제대로 다뤘어야지!”
운과 스킬. 그리고 남에게서 얻은 제조법에만 의존하는 연금술사들.
애쉬가 가짜라고 칭하는 이들의 실력이 하루아침에 올라갈 리가 없다.
B 등급 연금술사가 사용하는 제조법이 있어도 의미가 없다.
같은 제조법으로 만들어도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차이를 보이니까.
질이 떨어지는 물건을 아무리 만들어봐야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한다.
많은 C 등급 연금술사가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는 대신 책임을 제자들에게 떠넘기는 패악질을 부렸다. 제자라고 해도 그냥 부려 먹는 노예일 뿐이라서 아무런 거리낌도 없었다.
실력을 키워줄 생각도 없었다.
자기 밥그릇을 넘볼 수 있는 존재를 왜 키우겠는가.
D 등급 이하의 연금술사들도 그런 공방 주인의 생각을 알았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어차피 내가 만든 건 공방의 이름값이라도 있지 않으면 안 팔려.’
연금술사가 된 첫 달 처참한 실패를 경험했다.
“이딴 쓰레기를 내 공방의 이름을 달고 팔겠다고?”
공방에 들어간 뒤에는 무엇을 만들어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다른 곳이라도 다를 것 같아? 다 똑같아.”
아예 해외로 나갈 생각이 아니라면 갈 곳도 없었다.
연금술을 포기하면 됐다.
연금술사는 비전투직이라서 신체 능력은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얼마든지 일반 사회에 녹아들 수 있었다.
차라리 다시 대학에 들어가서 공부하고 어딘가에 취직하는 게 나았다.
차라리 사업하거나, 글을 쓰거나, W튜버가 되는 것도 괜찮았다.
하지만 포기할 수가 없었다.
희망으로 된 못이 두 발을 땅에 고정해 버렸으니까.
대기업 사장처럼 콧대가 높은 공방의 주인은 고작 C 등급에 불과했다.
가까워 보였다.
고비만 넘기면 자기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희망이 있다.
레벨을 올리다 보면 매우 희귀한 스킬을 얻을 수도 있다.
수십억분의 1 확률로 을 만드는 스킬을 얻어봐라.
단 1년 만에 세계 정상에 오른 연금슬라임처럼 될 수 있다.
그 희망 때문에 발에서 피가 철철 흐르고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공방에 묶여 있을 수밖에 없었다.
돌처럼 굳어버린 현실은 바꾸지 않을 것 같았다.
공방 주인은 안락한 의자에 앉아서 노예들을 부려 먹고.
공방의 직원들은 하늘의 별 같은 희망을 바라보며 삶을 갈아 넣었고.
연금센터는 하나의 예외를 제외하면 큰 잡음 없이 돌아가는 연금술계를 바라보며 평탄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 위에 폭탄이 작렬했다.
—
한국 연금술계가 가진 문제점은 수도 없이 많으나 그중에서 대표적인 몇 가지를 뽑아보겠다.
1. 비싼 수수료, 높은 안전성 검사 비율, 아무런 의미도 없는 보조 정책.
F 등급 연금술사는 제작한 제품의 30%가 안전성 검사를 한 뒤 폐기된다.
검사를 통과한 제품은 연금상점의 구석을 차지한 채 누군가가 사기를 기다리게 된다.
물건이 겨우 팔리면 물건 가격의 60%가 수수료로 빠져나간다.
보낸 물건은 100개인데 손에 들어오는 돈은 고작 28개 판 돈이다.
그것도 전부 팔렸을 때의 이야기다.
대부분 팔리지 않고 창고에 방치된다.
제대로 검증도 되지 않은 F 등급 연금술사가 만든 제품을 누가 사겠는가?
팔리지 않은 채 품질이 열화하여 폐기하게 되면 전부 손실이 된다.
연금 제품을 만드는 것에 들어간 재료비와 인건비를 생각하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를 구원하기 위해서 F 등급 연금술사는 첫 한 달 수수료를 제외해 주는 정책이 있다.
참으로 무의미한 정책이다.
제조법을 구하고, 연금 제품을 만들고, 연금센터에 보내고, 안전성 검사를 통과하고, 물건이 연금상점에 등록되는 것까지.
아무리 짧게 봐도 1주일은 걸린다.
내일은 팔릴 거야, 내일을 팔릴 거야. 이렇게 기다리고 있다가 보면 2~3주는 순식간에 지나간다.
그때 가서 새로운 연금 제품을 만들어서 팔려고 해도 이미 늦었다.
한 달은 지났고 수수료가 부활한다.
애초에 한 달 동안 물건이 팔리지 않는데 수수료를 제외해 준다고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F 등급 연금술사가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싼 가격밖에 없다.
시작부터 박리다매로 가닥을 잡고, 시장 틈새를 잘 찌르는 연금 제품 제조법을 얻어서, 시간을 갈아 넣어 대량의 제품을 만들고, 운 좋게 사람들의 눈에 들어가, 입소문이 나는 행운을 얻는다면 첫 달 매출 200만 원을 찍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안전하게 많은 돈을 벌고 싶다면 연금술사로 각성하기를 빌어라.
인터넷에 흔하게 돌아다니는 문구다.
연금술사로 각성해서 한껏 고양됐는데.
찬란한 미래가 있다는 믿음으로 충만한 그때.
대체 누가 열심히 만든 물건을 싸게 팔 생각을 할까?
놀라운 효능을 지닌 초기 을 2,000원에 팔기 시작한 연금슬라임이 특별한 거다.
이런 현실을 연금술사들에게 알려줘야 하는데 연금센터에는 그런 과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무료 컨설팅을 요청하면 그제야 조언해 주지만, 이것은 오히려 함정이다.
그들이 하는 말은 다음과 같으니까.
‘연금술사를 원하는 공방이 있는데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자신감이 꺾인 연금술사를 유혹하는 노예 계약을 알아보겠다.
세줄 요약.
1. 인건비를 0으로 잡아도 재료비가 30%가 넘으면 적자를 보는 수익 구조.
2. 첫 달 어차피 매출이 발생 못 하는 구조인데 수수료 안 뗀다고 생색내는 정책.
3. 노예 계약을 추천하는 연금센터.
—
상당히 자극적인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본 사람이 꽤 됐다.
과 연금슬라임과 관련하여 상당히 정확한 정보를 올리기로 유명한 ‘어벼우’가 올린 글이었으니까.
하지만 남의 일이었다.
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도 못하다고.
세상에는 온갖 부조리가 있다.
연금술계의 부조리가 지독한 것도 맞으나 자기가 겪는 부조리와 비교하면 아무래도 약하게 느껴지는 게 당연하다.
분노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2편이 올라왔다.
[한국 연금술계는 낮은 등급 연금술사를 노예로 만드는 구조다. (2편)]연금술사 공방에서 이뤄지는 온갖 부조리가 가득한 글이었다.
수수료와 안전성 검사 비율을 줄이려고 공방 주인 이름으로 연금 물품을 팔자는 제안과 계약. 그 결과 언제까지고 F 등급 연금술사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는 연금술사들.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고 끝없이 재료 가공만 시키는 공방 주인.
조금 재능이 있는 연금술사가 있으면 절대로 놓아주지 않으려고 공방 주인들이 부리는 갖은 술수들.
그걸 알면서도 방치하는 연금센터.
이번 역시 관심이 있는 사람만 관심을 받고 조용히 묻힐 수도 있었다.
글의 마지막에 이런 내용이 없었다면 그랬겠지.
『연금슬라임도 연금술 공방 추천 목록을 받은 적이 있다.』
남의 이야기가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존재의 이야기가 됐다.
-연금슬라임을 노예로 삼으려고 했다고?
└이 세상에 나오지도 못하고 묻힐 수 있었다는 거 아니야?
└와 씨···.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이 연금슬라임이 아니라 남의 이름으로 나왔을 수도 있어!
-연슬이 내 노예다? 죽어도 안 놓아주지.
└황금알을 낳는 것을 넘어서 돈을 찍어내는 기계인데 왜 놓아줌?
└연슬이 저 탐욕스러운 개ㅅ끼들 아래로 들어갔으면 가격이 한 10배는 됐을 거다.
└10배가 뭐야 100배는 받았을 거다.
-펭라임이 연금술 공방에 들어갔으면 펭라임으로 활동할 수 없게 됐을 수도 있어. 을 만들어야 하는데 영상 찍을 시간이 어디에 있어.
└펭라임이 없는 세계라고???
└라임이를 죽이려고 했다고?
연금슬라임이 남의 연금술 공방에 들어갔다면 어떠한 일이 일어났을까.
온갖 추측과 상상이 오고 갖다.
떠드는 사람이 많을수록 내용은 끔찍해졌다.
일어나지 않았지만, 일어날 수 있었던 일에 사람들은 흥분하고 분노했다.
연금센터 측은 허겁지겁 변명했다.
“연금술 공방 추천 목록은 F 등급 연금술사에게 의례적으로 보내는 것입니다.”
여론의 반응은 차가웠다.
“연금슬라임이 뭐 모르고 계약서에 사인했으면 얼씨구나 하고 받아들였을 거 아니야.”
“펭라임이 얼마나 순진하고 귀여운데! 그런 애를 속여먹으려고 했다고?”
이렇게 일반 시민이 들끓는 가운데 정작 당사자인 낮은 등급 연금술사들은 조용했다.
“야. 입 하나 뻥긋하면 너도 죽고 나도 사는 거야.”
“냄비 근성 알지? 어차피 금방 사그라진다. 아무것도 안 바뀐다고.”
“그래. 현재 구조는 바뀔 수 있어. 그런데 너에게는 해당 안 돼.”
공방 주인과 직원들이 입단속에 들어갔으니까.
그리고 3편이 올라왔다.
[한국 연금술계는 낮은 등급 연금술사를 노예로 만드는 구조다. (3편)]여기에는 연금센터의 갖은 횡포가 담겨 있었다.
일반 연금술사들을 대상으로 한 것들도 있었지만.
역시 연금슬라임에게 한 짓들이 중심이었다.
그 하나하나가 얼마나 주옥같은지 한두 마디씩 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재료비와 안전성 검사로 폐기되며 발생하는 손실은 연금술사 책임이고 포장 및 유통은 연금센터 측 책임이다.
즉, 그 처참한 포장지는 연금센터가 만든 물건이었다.』
“수준 차이가 너무 난다고 했더니 그래서였냐.”
“으로 남겨 먹는 돈이 얼마인데 포장지에 돈을 아껴?”
『연금센터 직원이 연금슬라임의 집에까지 찾아가 생산량 늘리도록 독촉한 적이 있다.』
“무슨 빚 독촉하는 것도 아니고 집으로 찾아가?”
“솔직히 초반에는 물량이 너무 달리기는 했지만, 집까지 찾아가는 건 아니지.”
『짝퉁 이 판매됐을 때 연금센터 측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하기는커녕 생산량을 늘리기를 독촉했다. 연금슬라임이 을 만들어 스스로 해결했을 뿐.』
“유통은 연금센터 책임이라면서! 짝퉁 문제는 유통 측에서 해결할 문제 아니야? 왜 연금슬라임에게 일을 떠넘기는데!”
“짝퉁이 도는데 왜 생산량을 늘리라고 하는데? 설마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독촉한 거야?”
연금센터의 무책임하고 방만한 운영이 드러났고.
『연금슬라임은 제자를 들이거나 제조법을 공유할 것을 요구받은 적이 있다.』
-???
-와···. 혼자서도 잘하는 연금술사의 먹거리를 빼앗아 앞길을 막으려고 했음?
『연금슬라임의 대량 생산의 비밀은 특수 슬라임이다.』
-특수 슬라임?
└연금술사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보조로 두는 인공 생명체가 있음.
└하나 주면 안 됨?
└저거 만들기 진짜 어렵다는 것으로 알고 있음. 어렵지 않았다면 모든 연금술사가 만들었겠지.
└스킬 하나를 통째로 바치는 수준의 대가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음.
└와우.
『연금슬라임은 이 특수 슬라임을 연금센터가 운영하는 제조소에 뒀는데 연금센터는 이 특수 슬라임을 소유물 취급한 적이 있다.』
-FXXK!!! YOU FXXKING BASTARDS!! ARE YOU CRAZY OR SOMETHING?
└뭐야, 뭐야! 갑자기 뭐임?
└실례합니다. 번역해서 보고 있었는데 흥분을 금치 못했습니다.
└어···. 그렇게 큰일인가요?
└인공 생명체는 연금술사가 삶과 인생을 바쳐 만들어 내는 걸작입니다. 가족과 같은 존재입니다. 저들이 한 짓은 자식이 취직한 회사가 자식을 소유물 취급을 했다고 한 것과 같습니다.
└···이 ㅅㄲ들이 진짜 미쳤나.
『연금센터의 제조소에 있던 특수 슬라임은 납치당할 뻔한 적이 있다. 침입자들을 퇴치한 것은 직원이 아닌 특수 슬라임이었다.』
-소유물 취급하는 것으로 모자라 보안도 형편없어? 대체 거기에 왜 두는 거야?
└연금센터가 강요했나 보지. 지금은 다르지만, 연금슬라임도 한 때는 일개 연금술사에 불과했으니까. 국가 기관에는 못 당했겠지.
-무슨 일이 있기만 하면 전부 연금슬라임이 해결했대. 연금센터는 대체 하는 일이 뭐야?
└ㅇㄱㄹㅇ
연금센터의 무능력한 탐욕스러움도 밝혀졌다.
폭탄이 연달아 터지자 다른 곳에 묻혔던 폭탄들이 유폭하기 시작했다.
연금센터 직원의 양심고백 시리즈가 시작됐다.
[안전성 검사 시약 재고를 지금도 연금슬라임에게 떠넘기고 있다.] [연금 폐기물 처리를 연금슬라임이 해줬는데 연금센터의 공로로 돌렸다. [안전성 검사를 한다는 명목으로 빼돌린 이 있어.] [을 재현하려다가 실패한 적이 있다.]이것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거기에 큼지막한 폭탄이 올라갔다.
[연금센터 직원. “연금슬라임이 A 등급으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막으려고 한 적이 있습니다.”]-실화? 이게 실화라고?
└A 등급에 올라가는 걸 대체 왜 막으려고 함?
└A 등급부터는 안전성 검사 면제임. 연금 제품은 안전성 검사 안 받으면 판매 못 함. 즉, 목줄 채우려고.
└안전성 검사를 못 하면 으로 못 빼돌려서 그런 것임.
파도 파도 또 나오는 진실에 사람들은 경악했다.
-이쯤 되면 한국에서 쫓아내려는 수준 아님?
└이 거위는 신기하군. 아무리 배를 갈라도 죽지 않아. 더 잘라야겠어.
-연슬 한국 왜 안 떠남? 내가 저런 꼴을 당했으면 100번은 더 떠났을 텐데.
└성인이니까.
└신이니까.
└??? : 내가 어찌 너희들을 두고 떠나겠느냐.
└라멘.
└라멘.
-연금센터 폐쇄하고 그냥 모든 연금 제품을 슬라임랜드에서 팔면 안 돼?
└1.
└22.
└333.
└국민 청원 ㄱㄱ.
불길은 연금술 공방을 떠나 연금센터 쪽으로 옮겨갔다.
공방 주인들은 안심했으나 그럴 때가 아니었다.
불길은 불씨를 남기고 떠났으니까.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현재 자리에 올라왔다는 체험담은 등급이 낮은 연금술사들에게 용기를 줬다.
연금슬라임이 운이 좋아 현재 자리에 도달한 게 아니었다는 사실은 연금술사들을 반성케 했다.
경험담이 우후죽순 올라왔다.
지금도 온갖 고생을 다 해가며 현재 자리에 도달한 연금슬라임이 맞이할 수 있었던 추가적인 고충들이었다.
글 올라온 전부 정리해 뒀음.
체험담 캡처 든 거 pdf 따뒀으니까 원한다면 가지고 가셈.
-불매운동 간다.
└나도. 비싸고 질이 떨어져도 애국한다는 마음으로 샀는데 이제 관둘 거다.
└ㅇㅇ.
***
이야~.
역시 물리적, 사회적, 정신적 폭탄 전문가들답네.
아주 제대로 터뜨렸다.
연금술계가 박살이 났다.
연금술 공방 추천 목록.
예전에 이메일로 왔던 거다.
누구의 제자로 들어가거나 누군가를 제자로 삼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서 제대로 읽지도 않고 내버려 뒀다.
그래도 그때는 연금센터가 중요했기에 중요 메일함에 넣어뒀다.
잊고 있었는데 이게 이렇게 불씨가 될 줄이야.
그나저나 정리해 두니까 엄청나네.
나 이렇게 많이 당했구나.
저 많은 일들이 고작 1년 사이에 있었던 일이다.
저기에 포함되지 않은 일들도 있고.
내 외교권을 한국 정부가 가져간 일이라든가?
사실 그 계약도 내가 S 등급 연금술사가 되면서 효력을 잃었다.
행동하기 전에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수준으로 전락했으니까.
큰 유감은 없다.
호감도 없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우리 쪽에서 퍼뜨린 게 맞다.
다만 A 등급에 오르지 말라는 이야기는 우리 쪽에서 내보낸 게 아니다.
비밀엄수는 잘 지킬 생각이니까.
괜히 위험한 수를 두느니 적당한 것을 던져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전에 연금센터 직원을 대규모로 고용했다.
연금술계의 비리는 찾는다는 공고만 올려도 우르르 들어온다.
불길이 약해진다 싶을 때마다 던져줄 장작은 잔뜩 있다.
이번 사태는 한국에서 멈추지 않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번 일로 내가 기껏 올려놓은 K-연금의 위상은 땅으로 떨어졌다.
C 등급 면허조차 민간 자격증 취급받게 되는 거 아닌지 몰라.
뭐, 그와 반대로 내 위상은 더욱 치솟았다.
평탄하게 위로 올라가는 사람보다 온갖 고난을 극복하고 올라가는 쪽이 더 멋져 보이니까.
세상을 불태울수록 나는 위로 올라가네.
참 신기한 일이다.
일단 애쉬에게 가짜 취급당할 연금술사들이 운영하는 공방은 죄다 망할 거다. 해외 판매는 완전히 물 건너갔는데 국내 여론은 최악이 됐으니까.
쓸만한 실력이 있다면 망하지는 않겠지.
일시적인 연금 제품 공백은 내가 채울 수 있다.
내가 을 더 줄 테니까 연금 제품 좀 팔아달라고 하면 바로 가져다 바칠 나라가 많으니까.
연금센터 측은 어떻게 될지 확실하지 않다.
내게 연락이 왔다.
이번 사태의 중심은 나.
내가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커질 일이 아니었다.
현 상황을 진정시킬 수 있는 것도 나다.
연금센터 측은 제발 자기들이 나쁘지 않다고.
사이가 양호하다고 한마디만 해달라고 사정했다.
한스를 보냈다.
명복을 빕니다.
남은 건 낮은 등급 연금술사들의 처우다.
내가 받기로 했다.
김수현은 내게 재밌는 내용을 건의했다.
낮은 등급의 연금술사를 길러 제조법을 만들게 한다. 그래서 선생님이나 교수가 매력적이라고 느끼고 찾아올 만한 아카이브를 구축한다.
꽤 그럴듯한 의견이다.
그 난도에서 눈을 돌린다면.
이래서 천재들은.
자기가 할 수 있으면 남들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부를 지지리도 안 하는 애들을 가르치는 사람이니까 교수가 우습게 보일 수는 있다. 그래도 그들은 자기 분야의 권위자다.
그들의 흥미를 자극할 수 있는 폭탄의 제조법을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에서 위화감을 못 느끼는 것일까. 그것도 폭탄을 만들고 몇 달 되지도 않은 인간이.
김수현은 폭탄 제조의 천재다.
몇 달 만에 시장 점유율을 뺏어올 만한 연금 제품을 만드는 게 그렇게 쉬운 줄 알아?
가성비? 헌팅은 목숨 걸고 하는 거다. 헌터용 연금 제품은 몬스터를 죽이거나 제압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확신이 없으면 안 산다. 그 기준을 넘겼는데 가격도 알맞으니까 사는 거다.
김수현 같은 원석이 또 있을까?
비상한 눈을 지닌 외계인 콤비도 있고 나도 한 눈깔 하니까 보고 놓치는 일은 없을 거다.
그런 인물이 많으면 김수현의 바람처럼 꽤 멋들어진 아카이브를 만들 수 있겠지.
나머지는?
영광스러운 슬라임 학교 0기생.
공순이 섬의 테스트 요원이 돼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