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ine Digger Gutter Slime RAW novel - Chapter 53
53. 뒤처리
내가 리본교 소속이라는 소문.
근거는 내가 핼러윈에 올린 영상.
“핼러윈에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나요? 불안의 목소리를 내는 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놀 줄 모르는 사람들이네요.”
-아니, 그···. 미국에서의 일이 있지 않습니까.
말투를 보니까 조금 높은 선에서 불안의 목소리가 나온 것 같은데?
“부모가 돌아가시면 삼년상을 치러야 한다고 할 것 같은 사람들이네요.”
-그···.
“힙합 하는 사람은 성격이 나쁘고 사상에 문제가 있다고 여길 것 같은 사람들이네요.”
-···.
“제가 사이비 종교를 믿는다는 망상은 간단하게 부정할 수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러십니까.
”그리고 저주 이야기인데요. 아마 일본에서 가져온 B 클래스 아티팩트가 문제 같아요.”
-아티팩트 말입니까?
필살! 일본을 나쁜 놈으로 몰아가기!
이게 완전히 누명은 아니다.
그 정력제 아티팩트를 마셨을 때는 식탐 때문에 몰랐는데.
지금 분석 결과를 떠올려보니까 안에 저주가 섞여 있었다.
“저는 젊고 건강해서 정력제를 마땅히 사용할 곳이 없어요. 그래서 그걸 만드는 곳에 넣었거든요? 이것저것 섞으면서 반응을 보니까 여자를 매우 좋아하게 되는 저주가 섞여 있더라고요. 저주가 약효를 증강하는 것으로 보였으니 정말 저주가 맞는지는 애매모호하지만요. 아무튼 그 저주랑 제가 넣은 소재들이 반응을 일으켜 끔찍한 저주가 완성된 것 같아요.”
자, 내 변명이 어떠냐.
-연금슬라임 님.
어라. 박태양 상담사의 목소리에서 분노가 느껴진다.
거짓말인 거 눈치챘나? 최대한 진실을 섞으려고 노력했는데.
-연금슬라임 님의 요청에 따라 계속 끊어왔습니다만, 일본과 중국에서 연금슬라임 님께 몇 번이나 초청장을 보내왔습니다.
“아하. 여자 좋아하게 되는 정력제를 먹이고는 초대인가요. 미인계네요.”
자국으로 부른 뒤에 여자로 묶어둘 셈이었구나.
“그런데 중국도요?”
-계획이 빠져나갔거나 한 손 얹었을 겁니다.
연금슬라임 인기 만점이네.
“항의하기 굉장히 애매하네요?”
저주야 약효를 강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하면 반박하기 어렵다.
독도 잘 쓰면 약이 되니까.
그리고 유명 인사를 초대하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혐의는 있으나 증거가 없다.
-대책을 생각해보겠습니다.
“네, 네. 그리고 기업 목록 좀 보내주세요.”
-알겠습니다.
내게 수작을 부렸으면 보복당할 생각도 해야겠지?
“그리고 하나 더 할 말이 있어요.”
-말씀하십시오.
“전에도 전달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다시 말씀드릴게요. 제 은 추운 곳에서 효율이 떨어져요. 이건 자체가 지닌 한계로 개선할 수 없어요.”
이 제 실력을 발휘하려면 마나가 필요하다. 여름에는 [변환] 스킬로 열을 마나로 바꿔 에너지를 보충한다. 사람들을 얼려 죽이거나 그들에게 난방비 폭탄을 선물할 게 아니라면 겨울에는 그럴 수 없다.
냉기는 에너지가 아니라고.
이러한 내 의 성질은 모든 제품의 설명문에 붙어 있다.
그런데 그걸 제대로 읽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과 , 시리즈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여름과 비교하면 하루나 이틀 짧아질 거다. 다른 거는 아무래도 먹는 거거나 에 먹을 게 공급되다 보니까 수명에 큰 차이는 없고.
은 꽤 문제가 있을 거다.
그거 누가 봐도 여름용이잖아.
여름에 사용했듯이 겨울에도 사용하면 수명이 확 줄어들 거다.
내가 초기에 만든 들과 비교해서 현재 판매하는 의 성능은 전체적으로 향상했다.
하지만 좋아지는 건 체감하기 어려운 법. 그걸 제대로 실감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하지만 나빠지면 바로 알아차리겠지.
“불량품을 팔았다고 항의 전화 폭탄을 받기 싫으면 제대로 공지해주세요. 특히 . 그건 추운 곳에서 사용하면 수명이 확 줄 거예요. 그냥 공지 하나 올리고 끝내지 말고 모든 사람이 확실하게 알 수 있도록 확실하게. 미국 측에도 전달해주시고요.”
-알겠습니다.
인사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번 저주도 어찌어찌 잘 넘어갔다. 다음부터는 저주를 토하기 전에 밑밥을 제대로 깔아놓아야겠다. 저주를 토해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기 전에 잘 준비해두자.
그나저나 핼러윈 영상. 그거 그렇게 문제가 됐어?
을 입에 물고 댓글을 확인했다.
“읍!!! 읍!!!”
왜 이런 걸 좋아하는데!
뭐가 섹시한데!
처음에 내 영상을 보고 댓글을 남기는 사람들은 대체로 내 팬이다.
내용이 꽤 긍정적이다.
어느 순간부터 댓글의 느낌이 달라졌다.
SLimelove가 아무리 유명해지고 연금슬라임이 만드는 의 혜택을 받는 사람이 아무리 늘어나도.
나를 싫어하고, 나를 미워하고, 내가 추락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있는 법.
돌려 까거나 은근히 불안감을 조성하는 댓글이 슬금슬금 늘더니.
-을 사용하면 할수록
정신이 이상해져서
리본교 믿게 된다는 증거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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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에 폭발했다.
그 뒤에는 댓글 창이 동물원이 됐다.
왈왈, 멍멍.
냥냥, 야옹야옹.
곰곰, 쿠엉쿠엉.
“우 씨! 우리 SLimelove는 까도 내가 깐다!”라고 외치며 동물원에 뛰어들고 싶지만, 참아야지. 괜히 더 불타오른다.
사실 대처하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니까.
방법은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터무니없는 약점이 있었으니.
내 흑역사를 지울 수 없게 된다.
이 영상이 남아 있어야 더 극대화되는 방법이니까.
뭐, 영상을 지우면 제 발이 저려 도망쳤다고 확신을 품는 사람도 생기는 문제가 있어서 어차피 지울 수 없나.
사상 검증에 이런 게 있다.
OO 개X끼 해 봐.
“형언할 수 없는 그 분 개X끼!”
이렇게 외치는 영상을 올리는 건 너무 교양이 없잖아.
더 우아하게 욕하자.
먹방러는 먹방으로 말하는 법.
-설탕인 척을 하는 슬라임. 조금 더 요리하기 편하다.
을 녹여 색을 입히고 반죽했다. 색을 뒤섞어 요즘 유행하는 형광 무지개색 설탕 반죽을 만들었다.
솔직히 이 색이 유행하는 사회는 미쳤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행하니까 어쩌겠어.
설탕 반죽으로 뼈 모양을 만들었다.
저번에는 사람의 뼈를 완벽하게 재현했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할 생각 없다.
너무 현실적이면 소름이 끼치기 마련이니까.
귀찮기도 하고.
아래팔에 뼈가 두 개야? 그냥 하나로 해.
손에 자잘한 뼈가 많아? 그냥 하나로 해.
척추에 뼈가 많아? 그냥 하나로 해.
우리 해골이는 통뼈야.
머리뼈도 더 꽉꽉 찬 느낌으로 만들고.
눈은 X자 모양.
3등신 데포르메 해골 캐릭터 완성.
형광 무지개가 빛을 반사하니 참으로 눈부시다.
특히 머리가.
이걸로는 부족하니까 주변에 장식할 꽃도 만들어야지.
연꽃으로 할까.
***
소리 애호가 대학원생은 영상을 재생했다.
[경고!절대로 따라 하지 마십시오.
이 영상은 숙련된 슬라임에 의해 촬영됐습니다.
따라 했다가는 높은 확률로 죽습니다.]
평소의 경고가 지나가고 화면이 검게 물들었다.
화면에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SLimelove의 모습이 떠올랐다.
도깨비불처럼 창백하게 빛나는 그의 앞에는 제단이 있었다.
비밀 결사가 제물을 바칠 때 쓸 것 같은 제단이다.
그 위에 무언가가 검은 천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 천을 치우자.
“풉!”
찬란하게 빛나는 형광 무지개 해골이!
해골 주변에 잎이 투명한 연꽃이 잔뜩 놓여 있는데 꽃술이 깜빡인다.
그때마다 해골의 머리가 마치 디스코볼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마치 어느 부위가 가장 맛있을까 기대하는 것처럼 아래에서 위까지 이동한 손가락은 갈비뼈를 한 대 뚝 부러뜨렸다.
SLimelove는 손가락으로 그것을 툭 튕겨 올리고.
똑.
뒤로 젖히며 열린 입으로 갈비뼈가 떨어졌다.
아그작. 아그작.
소리에 지잉하고 등골이 저릿저릿하게 울린다.
‘이거지. 이 소리지.’
아그작. 아그작.
‘이게 라임이의 소리지.’
뼈를 하나하나 씹어 먹은 끝에 머리뼈만이 남았다.
SLimelove는 그것을 천천히 들어 올리더니 하늘로 던졌다.
마치 물개가 공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퉁퉁 튀기며 가지고 놀다가.
고개를 뒤로 젖히고 꿀꺽 삼켰다.
와그작!
‘라임아. 돌아왔구나.’
—
이번 영상 봤으면 소문이 개소리라는 것을 이해했을 거다.
못 봤으면 보고 와라.
그 어떤 종교라도 마찬가지지만, 의식만큼 중요한 게 없다.
그 중요한 의식을 이렇게 풍자하면 즉시 이단심문관 출동한다.
애초에 핼러윈 영상에서 SLlov가 한 의식이 리본교의 의식과 같다는 것도 뇌피셜 아니냐?
이렇게 불타오를 일이 아니잖아.
-불탈 일이 아니었는데 분탕종자들이 운이 좋았음.
└ㅇㅇ
-연슬이 맛이 갔던 건 사실이잖아.
└수능 때문 아님?
└수능이 무슨 상관인데.
└수능 앞두면 엄청나게 스트레스받잖아.
└그러니까 연슬이 수능을 보는 것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냐고.
└왜, 볼 수도 있지.
└연슬이 버는 돈이 얼마인데 수능을 보냐?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싶을 수도 있지.
└가족이 학력 압박을 줄 수도 있고.
-나도 고3 때 W튜브 구독 5만 찍고 성장 중이었는데 가족 때문에 수능 봤음.
└5만은 조금 애매함.
└한 달 만에 찍음.
└수능 한 달 전에 W튜브를 시작해?
└부모님 복장 뒤집히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
—
[요즘은 헌터들도 대학 감.]실력이 제일인 세계이기는 한데 학력에 따라 미묘한 차별은 있음.
대졸인 녀석의 의견을 더 중요시한다거나 협상할 일이 있으면 그 녀석을 보냄.
상대가 유명 대학에 들어갔다고 하면 왠지 기가 죽는 느낌도 있고.
실력이 애매하다 싶으면 대학 가야 함.
실력이 없으면 은퇴를 일찍 하게 되는데 그때 학력조차 없으면 아무도 안 찾음.
은퇴한 뒤에 밥 벌어먹으려면 대졸은 돼야 함.
-연슬 정도 벌면 대학 가야 함?
└연슬이 한국인이 아니었다면 학력 필요 없음. 연슬이 강의하겠다고 하면 교수 자리 줄 해외 대학 많을걸? 하지만 어르신들 가운데 돈이 아무리 많아도 학력이 부족하면 무시당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으니까. 실제로 무시하는 사람들 많고. 고졸이 만든 걸 어떻게 믿냐고 안 쓰는 사람도 있을걸?
—
[연슬이 재수생이라는 증거.]연슬은 자취하고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를 대학에 보내려는 극성 부모가 자취하게 둘 리가 없다.
연슬은 만 18세 이상이다.
아니면 부모님 동의서를 써줄 리가 없어서 W튜버랑 연슬로 활동을 못 한다.
연슬은 하는 일이 너무 많다.
고3은 계속 학교에 가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영상 찍고 을 만드는 등, 하는 일이 너무 많다.
그러니까 연슬은 재수생이다.
-왜 연슬이 수능 볼 뻔했다는 게 기정사실이 된 건데 ㅋㅋㅋㅋ.
-하나 빼고 근거들이 너무 빈약하잖아.
***
“뭐지?”
형광 무지개 설탕 해골 먹방이 제대로 먹혔나 확인했는데.
왠지 내가 수능을 앞둔 고3이나 재수생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지금 가장 대세가 된 설은 다음과 같다.
가족이 대학에 가라고 강요했지만, 연금슬라임은 연금술사이자 W튜버로 살아가고 싶다며 거절했다. 하지만 가족의 강요는 계속됐고 이에 스트레스를 받은 연금슬라임은 상당히 정신적으로 몰렸다.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도 자기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연금슬라임은 활동량을 부쩍 늘려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다.
9자리 저금을 보여주자 결국 가족은 연금슬라임을 인정하고 대학에 진학하라고 더는 강요하지 않게 됐다.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된 연금슬라임은 멀쩡해졌다.
꽤 그럴듯하잖아. 9자리 저금은 틀렸지만.
하긴, 재료비도 빼야 하고 면허 생산을 한다고 생각하니까.
내 실제 수입의 2~5% 정도 벌고 있다고 오해해도 이상하지는 않네.
고3이라···.
“큭큭큭.”
나 그렇게 젊어 보여?
내 피부가 깨끗하기는 해.
어쨌든 이것으로 사이비라는 의혹은 대충 정리됐다.
믿는 사람이야 여전히 있겠지만, 대세만 장악하면 충분하다.
박태양 상담사가 B 클래스 아티팩트를 보내는데 일조한 기업들의 명단을 작성해 보내줬다.
그런데 딱히 건드릴 것도 없는 기업들이 대부분이었다.
깔창 만드는 회사.
화장품 만드는 회사.
모기 쫓는 기계 만드는 회사.
푸딩 만드는 회사.
청소용품 만드는 회사.
조금 특별한 곳이라면 여행사랑 항공사?
여기를 골탕 먹이려면 이랑 을 만들면 되는 건가.
갑자기 규모가 너무 커지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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