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on 1988 RAW novel - Chapter 220
제220화 그 이후 (2)
쏴아아 철썩!
파도치는 갯바위 위에 두 명의 노인이 간이 의자에 앉아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주위에는 건장한 경호원들이 300명 이상 배치되어 있었다.
흰머리가 많았지만 귀티가 나는 노인들이었다.
“한기야, 요즘은 어떻게 지내?”
“나야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젠 경호실장도 아니고 친구인데 편하게 말해.”
“그래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지. 나도 이제는 회장이 아니야.”
“그건 그래. 나의 오랜 친구 동수야.”
전 경호실장 김한기의 말에 동수가 머리를 끄떡였다.
어느새 세월이 흘러 85살이나 되었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60대 후반으로 보일 정도로 정정했다.
김한기는 몇 살이 더 먹어 70대 초반으로 보이기는 하였지만 정정했다.
그만큼 잘 먹고 운동하고 건강에 신경을 쓰니 말이다.
동수가 아들 김수현에게 회장 자리를 물려주었을 때 한기도 경호실장을 그만 두었다.
동수와의 의리 때문에 계속 경호실장을 하였던 것이지 돈을 보고 한 것은 아니었다.
김한기 자신도 엄청난 부를 이루어 약 150조 원이 넘는 재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거의 대부분 동수의 조언으로 투자하여 올린 수익이었다.
“이렇게 둘이서 바다낚시를 즐긴 지가 얼마만인지 모르겠군.”
“아마 10년이 다 되었을 거야.”
“그렇게 오래 되었나?”
“동수 네가 회장에서 물러나기 얼마 전이었으니 말이야.”
“듣고 보니 제법 오래 되었군.”
“그래도 수현이와 선영이가 회사를 잘 경영하고 있으니 걱정 없지?”
“그래. 예상보다 잘 해줘서 안심이야.”
“박 여사님은 재단을 잘 운영하고 있지?”
“물론이지.”
동수가 회장직을 아들 김수현에게 물려주기 전에 갤럭시 재단을 설립했었다.
동수의 개인재산, 즉 6조7300억 달러를 전부 투입하였기에 사상초유의 엄청난 자본금을 가진 갤럭시 재단이 되었다.
지금도 달러가 기축통화였으며 통일 한국의 원화도 지위가 높아지면서 준 기축통화였다.
물론 동수가 직접 일을 하지는 않지만 명예 이사장이었고, 공식적인 이사장은 아내 박수진이었다.
김수현 회장과 김선영은 등기 이사로 되어 있었다.
동수가 원하는 대로 일본은 통일 한국의 속국이 되었다.
겉으로는 일본이 독립국이지만 일본 정치인들 대부분이 친한파이며 경제적으로 완전히 잠식당하였다.
그렇기에 일본이 통일 한국의 속국이라는 거였다.
여기에 분열된 중국의 영향으로 만주는 통일 한국에 흡수가 되어서 영토도 엄청나게 커졌다.
물론 인구도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말이다.
이제 통일 한국을 약소국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G2국가이고 경제나, 군사적으로도 미국조차 무시할 수 없는 대국이었다.
동수가 지금도 막후 실력자로 자리하면서 지시를 내리기에 통일 한국은 아주 안정적이었다.
만약 김동수가 한국인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한국이 대국으로 성장할 수는 없었을 거였다.
어떻게 보면 진정한 민족의 지도자라 할 수 있었다.
“동수야, 가끔씩 같이 활동했었던 지난날들이 떠올라.”
“나도 그랬어.”
“어느새 우리도 80대 노인이 되어 버렸어.”
“그래. 세월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르니 우리도 나이를 먹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지.”
동수의 말에 한기가 머리를 끄떡였다.
꾸욱!
동수가 간이 전자동 커피머신의 버튼을 누르자 머그잔에 원두커피가 내려졌다.
동수가 머그잔을 내밀자 한기가 받았다.
“고맙다.”
“천만에.”
“나는 이 커피가 가끔 그리웠어.”
“나도 한기 네가 보고 싶었다.”
동수와 한기가 동시에 씨익 웃더니 머그잔의 원두커피를 음미하듯이 마셨다.
오랜 친구처럼 커피 맛도 변하지 않고 좋았다.
“혹시 집에 바쁜 일이 있고 그런 것은 아니지?”
“왜? 무슨 말을 하려고?”
“모처럼 만났는데 며칠 같이 지내다가 가라.”
“알았다. 안 그래도 그렇게 하려고 왔어.”
“정말?”
“그렇다니까.”
동수와 한기는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지만 물고기를 잡는 것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실상은 낚시가 주목적이 아니었다.
오랜 옛 친구를 만나 서로 수다를 떨면서 지난날을 추억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었다.
매일 같이 지내다가 10년 전에 은퇴를 하면서 자주 만나지는 못했었다.
그러다가 이렇게 가끔이지만 만나면 그렇게 반갑고 좋을 수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옛 추억을 떠올리면서 이야기를 나누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를 만큼 좋았다.
저벅저벅!
동수가 아내 박수진의 손을 잡고 여유롭게 과수원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각종 과실수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는데 한쪽에는 각종 채소들도 재배되어 있는 평범한 과수원이 아니었다.
유리 온실 과수원으로 약 10만 평형으로 아주 넓었다.
외부의 온도와는 상관없이 최첨단 시설로 관리 운영되고 있었다.
온도와 습도, 태양광선 등의 환경 조건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서 추위에 약한 열대 식물을 재배하거나 화초, 채소, 과수 등의 온대 식물이 겨울을 나게 하거나 일찍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는데 이용되고 있었다.
“어디 아픈 곳은 없어?”
“예, 없어요.”
“그럼 다행이군.”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당신이 조금 이상하네요?”
“많이 이상해 보여?”
“그런 것은 아닌데 어쨌든 평소와 조금 달라 보여요.”
“역시 당신은 눈치가 빨라.”
동수가 아내 박수진을 데리고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원목 의자로 가서 나란히 앉았다.
가끔씩 이곳에 앉아서 차를 마시곤 했었다.
“당신이 무슨 말을 할지 이상하게 불안해요.”
“으음, 이런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했었거든.”
“그러니까 더 불안해.”
아내 박수진이 동수의 몸을 꼭 붙잡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릴 거 같았다.
그런 아내 박수진을 동수가 꼭 안아주었다.
“박수진씨, 내가 아주 많이 사랑했어요. 지금도 사랑하는 거 알지요?”
“그럼요. 나도 많이 사랑해요.”
“나의 사랑 박수진씨, 그동안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었던 나만의 비밀을 오늘은 해야 할 거 같군요.”
“왜 그래요. 당신?”
스윽! 슥슥!
동수가 아내 박수진의 얼굴을 쓰다듬고 머리카락을 만졌다.
너무나 다정하지만 오늘은 왠지 이상했다.
오랜 세월을 같이 한 부부이니 이런 동수의 모습이 더 낯설게 보였다.
동수는 아내 박수진과 함께 유리 온실로 들어올 때 경호원들은 밖에서 대기하도록 해놓았다.
단둘이 산책을 하려는 것을 경호원들도 알고 있었기에 방해하지 않았다.
특별히 위험한 곳도 아니고 매일 점검과 순찰을 하기 때문이었다.
이곳은 외부인들이 함부로 드나들고 그러는 곳도 아니었다.
“자, 이제부터 나의 이야기를 들려줄게요.”
동수는 아내 박수진에게 전생에 관한 이야기부터 들려주었다.
조금은 황당한 이야기였지만 집중하여 들었다.
소설 같은 이야기였지만 이상하게 단순히 꾸며진 그런 이야기는 아닌 거 같았다.
“그러니까 내가 윤현식과 결혼하였다가 이혼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 자살을 했다고요?”
“그래요. 믿어지지 않겠지만 사실입니다.”
“아, 그래서 윤현식이 나에게 그토록 집착을 한 건가요?”
“나의 생각에는 그래요. 어쨌든 윤현식과 결혼할 당신을 내가 가로챘으니 말입니다.”
박수진이 옛 일을 떠올려 보니 이상할 정도로 윤현식이 집착을 했었다.
정식으로 사귀는 것도 아니고 제대로 소개조차 받지 않았었다.
윤현식의 공작으로 인하여 아빠 회사가 망하고 엄마의 식당도 망했었다.
나중에는 그게 윤현식의 공작이었다는 것이 드러났지만 말이다.
동수는 자신의 전생에 관한 긴 이야기를 마치 소설처럼 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원룸에서 쓸쓸하게 고독사를 했었습니다.”
“아, 믿어지지 않아요.”
“사실 나도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위암 말기였으니 심장마비가 아니었더라도 결국 얼마 후에는 원룸에서 죽었을 테지요.”
동수의 말에 아내 박수진이 머리를 끄떡였다.
원룸에서 동수가 심장마비로 죽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얼마 후에는 위암 말기로 죽었을 거라는 것이 허튼 소리로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황당하고 믿어지지 않게도 1988년으로 회귀를 한 겁니다.”
“왜 1988년으로 회귀한 건가요?”
“그건 나도 몰랐습니다. 어떻게 회귀한 것도 몰랐으니 말입니다.”
“그래서요?”
“전생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회귀를 했으니 어떻게 되었을 거 같습니까?”
“아, 그래서 당신의 사업이 전부 성공했었군요.”
“맞아요. 처음에는 회사를 설립할 자본금을 모으기 위하여 최고 증권으로 가서 준비한 5천만 원으로 주식 투자를 했었습니다. 주가를 다 알고 있었으니 땅 짚고 헤엄치기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정말 그랬을 거 같아요.”
“주택 200만호 건설의 일환으로 수도권인 분당과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에 대대적인 건설을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요.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에 신도시가 들어선다는 것도 알았으니 말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식 투자하여 막대한 수익을 올린 자금으로 분당 신도시와 일산 신도시에 위치가 좋은 땅도 적극적으로 매입을 했었습니다.”
“엄청난 부동산 수익을 올렸겠어요.”
“물론입니다. 주식투자와 부동산 투자로 엄청난 수익을 올린 후에는 과감하게 서울의 강남으로 이사를 했었지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테헤란로 대로변에 위치한 20층짜리 한술 빌딩을 130억 원에 매입하여 은하수 빌딩으로 이름을 바꾸고 은하수 투자회사도 설립을 했었습니다. 미래의 유망한 사업들을 다 알고 있었기에 사업이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나였어도 그랬을 거 같아요.”
아내 박수진의 말에 동수가 머리를 끄떡였다.
마치 시험을 보는데 답안지를 외우고 있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이러니 추진하는 사업이 성공할 수밖에 없었다.
보통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방식의 사업이었다.
어쨌든 추진하는 사업마다 다 성공을 해버리니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사업에만 빠져 있던 나에게 어느 날 소개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 그게 나와 첫 만남이었군요.”
“맞습니다. 그날 소개팅 자리에서 박수진씨를 만났지요. 전생에서 나의 이상형이었지만 실패한 인생이라서 감히 만날 수도 없었는데 말입니다. 그렇지만 회귀한 이후에는 나는 성공한 사업가였습니다.”
“그건 그래요.”
“불행한 박수진씨의 인생을 알고 있었기에 순간적으로 고민도 했었습니다. 모른 체하면서 그냥 헤어지면 간단한 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되면 이번에도 박수진씨가 윤현식이라는 자에게 짓밟히고 이혼한 후에는 자살을 하니 도저히 그렇게 둘 수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끼어들어서 운명을 비틀어 버렸습니다. 내가 박수진씨를 윤현식에게서 빼앗은 겁니다.”
“아, 그래서 나의 운명이 바뀌었군요.”
“그렇습니다. 만약 그대로 흘러갔으면 불행한 삶을 마감했을 테지만 내가 끼어들면서 박수진씨의 운명이 바뀐 거였습니다. 어쨌든 그 덕분에 나도 행복하고 좋았습니다.”
“나도 당신 덕분에 마음껏 사랑하고 행복했었어요.”
“그랬다니 다행이고 기분이 좋습니다.”
“자기가 이렇게 모든 비밀을 다 말해주는 이유는 뭔가요?”
“으음, 나의 스승님이신 신적인 초월적인 존재 한이 곧 나를 데리러 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 자기를 곧 데리러 온다고요?”
“그렇습니다. 아마도 한 시간 이내로 오실 거 같습니다. 그래서 아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거부할 수도 없거든요.”
“그럼 영영 이대로 자기와 헤어지는 건가요?”
“아마 그렇게 될 거 같습니다. 나는 한에게 많은 것들을 배워야 하니까요.”
“좀 더 나와 같이 살면 안 되나요?”
“그건 한이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훗날 우리는 다시 만날 겁니다.”
동수의 말에 아내 박수진의 두 눈에서 눈물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렸다.
동수가 그런 아내 박수진을 꼭 안아주었다.
“나는 곧 떠날 겁니다. 하지만 당신은 앞으로 20년은 더 살 수 있습니다. 그때까지 아프지 말고 행복하고 재미있게 잘 살아요.”
“자기, 날 떠나지 말아요.”
“내가 한 곁에서 수련을 하여 신적인 존재가 된다면 우리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정말요? 우리 다시 만날 수 있는 건가요?”
“그럼요. 나를 회귀시켜준 한의 능력입니다. 나도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와 같은 능력을 가지게 될 겁니다. 그럼 나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박수진 당신을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나를 믿으세요.”
“아, 믿을 게요. 믿어요.”
스윽! 슥슥!
동수가 아내 박수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눈물도 닦아 주었다.
이별이 슬프기는 하지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만난다고 하니 그 말을 굳게 믿었다.
“내가 없더라도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남은 인생을 즐기면서 행복하게 사세요. 먼 훗날 우리는 다시 만날 테니 말입니다.”
“알았어요. 사랑해요.”
“나도 박수진 당신을 사랑합니다.”
쪼옥!
동수와 아내 박수진이 서로의 혀가 왕래하는 깊은 딥 키스를 하였다.
너무나도 아름답고 슬픈 그런 키스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의 입술이 떨어지면서 딥 키스가 끝이 났다.
동수가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뒤로 물러나면서 아내 박수진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 모습을 아내 박수진이 의자에 앉아서 멍하게 바라보았다.
번쩍!
갑자기 눈부신 빛이 생성되었다.
남편 동수가 밝게 미소를 보이면서 아내 박수진을 향해 손을 흔들더니 그 빛과 함께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흐흑, 나의 사랑. 언젠가는 다시 만날 거라는 것을 나는 믿어요. 안녕 내 사랑!”
박수진의 두 눈에서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렸다.
이번 생에서는 남편 동수와 이렇게 아름답지만 슬픈 작별을 하였다.
그렇지만 훗날 다시 만날 거라는 것을 굳게 믿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