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ine Digger Gutter Slime RAW novel - Chapter 56
56.
연금 폐기물을 우리 공돌이와 공순이에게 공급할 때 사용하는 .
이 이 없으면 물리적으로 재료 공급에 차질이 생겨서 생산량에 한계가 정해진다.
숨은 공신이라고 할 수 있지.
사람들은 잘 모르는 물건이다.
연금센터를 제외하면 팔지도 않고 지금은 전국의 연금 폐기물을 처리하는 것에만 사용하니까 잘 모를 수밖에.
미국이 어떻게 알아차렸는지는 그냥 생각하지 말자.
-쓰레기 처리 시설에서 사용하고 싶다고 합니다.
쓰레기 처리. 저것도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
지금이야 연금 폐기물만으로도 제작 재료로 충분하지만, 공돌이와 공순이의 생산량이 더 늘어나면 그것으로는 부족해질 테니까. 몬스터 소재로 만들어 영양은 물론 마나까지 듬뿍 들어간 연금 폐기물과 비교하면 효율이 꽤 낮지만, 그건 양으로 해결하면 될 일.
쓰레기가 부족할 일은 없을 테니까.
쓰레기 처리 문제는 해결되면 좋은 일이기도 하고.
한국에서보다 미국에서 먼저 사용하겠다고 할 줄은 몰랐는데.
“규모가 꽤 크겠네요?”
-일부는 돈으로, 일부는 소재로 보내오기로 하였습니다.
소재와 금액을 확인했다.
“과연 미국. 조건이 후하네요.”
-···.
“ 값으로 한국에서 주는 소재의 양이 얼마나 되더라? 돈으로 환산해서 비교하면···.”
-···.
“게다가 뉴스도 났던데. 연금슬라임과 협력해서 연금 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에 성공했다고. 협력이라···. 그 말은 서로 한 일이 균형을 이뤄야 할 수 있는 말 아닌가요?”
-죄송합니다.
“뭐, 괜찮아요. 다른 부분에서 힘써 주시면 되니까요.”
-감사합니다.
사실 연금센터에 그렇게까지 큰 불만은 없다.
부차적인 일을 종종 해결해주니까.
다른 국가와의 조율은 엄밀히 말했을 때 연금센터의 업무가 아니다.
물론 자기들도 떨어지는 게 있으니까 하는 거겠지.
내가 직접 외세와 접촉하면 내가 해외로 나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도 있을 테고.
그래도 타국을 상대로 몸빵을 해준다는 것만으로도 거래를 이어갈 가치가 있다.
과연 국가는 개인이 상대하기 버거우니까.
개별 의뢰 역시 연금센터의 일은 아니다.
그런데 저번에 내가 꼬마에게 을 만들었을 때 수수료를 받지 않았다.
의 지분을 요구하거나 돈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다.
A 클래스와 S 클래스 아티팩트를 먹을 계획인 내게 그러한 연금센터의 태도는 꽤 바람직했다.
그러니까 소소한 공을 돌리는 것쯤은 이해해주자.
큰 불만은 없지만, 그냥 부탁하고 싶은 일이 몇 가지 있어서 가볍게 밑밥을 깔아두는 거다.
“미국의 조건 받기는 받되, 사용한 은 전부 한국으로 보내는 것으로 계약을 맺어주세요. 물론 배송료는 저쪽이 내는 것으로요.”
-알겠습니다.
박태양 상담사의 목소리에서 의문이 느껴졌다.
그야 굳이 사용한 을 회수하지 않아도 현재 제작 재료 수급에는 문제가 없으니까.
조금 의심 가는 게 몇 가지 있어서 그런다.
그리고 이왕이면 에너지는 유용하게 사용하는 게 좋잖아?
은 에너지 덩어리지만, 나나 공돌이들이 사용하는 것을 제외하면 딱히 용도는 없다.
막아뒀으니까.
불에 넣는다고 땔감으로 쓸 수 있지는 않다고?
인사와 함께 전화를 끊고 먹방 준비를 재개했다.
오늘의 먹방은 이것.
만드는 기술 자체는 600여 년 전에 나왔으나 유행을 끈 지는 100년 정도인 음식.
처음에는 단조로웠으나 지금은 다양한 색채와 모양을 자랑하는.
입에 넣자마자 녹으며 달콤함을 선물하는 간식.
솜사탕.
오늘도 역시 이 활약한다.
우선은 가장 기본적인 흰색 솜사탕.
가볍게 5kg만 녹여볼까.
강력한 기계를 두 대 준비했다. 평범한 기계로 5kg 녹이려면 한세월이 걸리니까.
빙글빙글 도는 기계에 을 넣자 녹기 시작한다.
아래부터 위로 부는 바람을 타고 올라오는 설탕의 실.
그게 바람을 타고 저절로 이동한다. 그렇게 이어진 설탕의 실은 이 만들어낸 돌풍에 휩쓸려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며 덩어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마치 구름처럼.
역시 시대는 자동화지.
한쪽에서 설탕 구름이 만들어지는 동안, 다른 하나의 기계로 솜사탕을 만들기 시작했다.
막대를 빙글빙글 돌리면서 중간을 꾹꾹 눌러주면 솜사탕이 마치 꽃봉오리처럼 변한다.
설탕 색을 바꿔가며 계속 돌려 큼지막한 꽃송이를 만들었다.
다음에는 캐릭터도 만들어 볼까.
SLimelove 모양으로 만들어야지.
기본 틀을 잡고 솜사탕을 뭉쳐서 장식했다.
솜사탕에 스티커는 사도다.
뱀처럼 솟아오르는 솜사탕을 호로록 빨아 먹으며 잠시 휴식 타임.
다음에는 무엇을 만들까.
양도 만들고, 염소도 만들고, 곰도 만들고.
초록색 솜사탕을 꾹꾹 눌러 넓게 펴고 그 위에 동물들을 올려놓았다.
그 위에 자그마한 구슬들을 올려놓아 장식하면 동물의 왕국 완성!
***
을 리뷰하면서 시청자와 구독자 수가 하늘로 날아오른 뷰티 W튜버 뷰티라임.
그녀의 요즘 생활은 과 함께였다.
방송할 때도 입고, 외출할 때도 입고, 집에서 굴러다닐 때도 입고.
혼자 입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을 방송 소재로 삼았다.
과 시너지가 좋은 옷들을 찾아 영상을 올렸고 이는 꽤 호평받았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온갖 사진들을 보며 새로운 조합을 찾는 와중.
띠리링.
‘우리 펭라임이 영상 올라왔구나!’
펭라임의 영상이 올라왔다.
요즘 펭라임의 영상은 전체적으로 밝아졌다.
보고 있으면 몽실몽실한 게 살짝 들뜨는 기분.
10월에 올라온 것과는 느낌이 아주 다르다.
물론 둘 다 좋지만.
그때의 어두운 모습은 반전 매력이 느껴져서 좋았고.
지금의 밝은 모습은 펭라임이 즐거워 보여서 좋다.
평소에는 지금 같은 모습을 즐기다가 이따금 오싹한 두근거림을 느끼고 싶어지면 핼러윈 영상을 보면 딱 좋았다.
“펭라임 솜사탕이라니!”
갖고 싶다.
분명 사고 나면 아까워서 못 먹겠지만.
“다른 것도 귀엽다···.”
귀여운 게 귀여운 것을 먹는다.
귀여움이 두 배.
입에 넣으면 바로 녹아버리는 솜사탕답게 이번 영상은 소리는 조금 심심했다.
대신 옛날의 추억이 뷰티라임의 미각을 일깨웠다.
꿀꺽.
안 된다.
솜사탕은 거의 100% 설탕.
몸에도 안 좋고, 몸매에도 안 좋고, 피부에도 안 좋다.
‘근처에 파는 곳도 없으니까.’
다행히 뷰티라임의 식욕은 가라앉았다.
펭라임이 구름을 뜯어 먹는 모습에는 저도 모르게 창밖을 봤지만, 참아냈다.
구름을 다 먹은 펭라임이 갑자기 버너와 프라이팬을 꺼냈다.
초록색 솜사탕 바닥에 남아 있던 작은 구슬들을 프라이팬에 올려놓았고.
퐁. 퐁. 퐁. 퐁.
그 구슬들은 마치 팝콘처럼 부풀어 오르며 다양한 색의 속살을 드러냈다.
펭라임은 그것들 가운데 하나를 카메라 앞으로 가져와 살짝 눌러도 바로 되돌아오는 쿠션감을 보여줬다.
입에 쏙 던져 넣었는데 먹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저 작은 하나하나가 입에 넣자마자 녹는 솜사탕이라는 뜻.
색이 여러 가지인 것을 보면 맛도 아마 다양할 거다.
‘어? 잠깐.’
프라이팬 위에서 부풀어 오른 솜사탕의 모양이 약간씩 다르다.
‘모양까지 다양해?’
뷰티라임은 얼굴을 화면에 바짝 가져다 댔다.
자세히 보니 단 하나.
펭라임을 꼭 닮은 솜사탕이 있었다.
‘설마 출시 안 하지는 않겠지?’
설탕 덩어리고 뭐고 펭라임 캐릭터 상품을 어떻게 참아!
***
연금 도구 쪽은 과 을 새로 출시했다.
과 에 이어 오랜만에 연금약 쪽도 하나 만들고 싶어서 구상한 제품이 바로 이거.
-열을 가하면 부풀어 오르는 단맛 슬라임. SLimelove를 찾아라.
내가 만드는 건 헌터를 위한 연금약이 아니다.
효과가 약한 일반인용뿐.
헌터용으로 만든 건 뿐인데 이건 진짜 이상할 정도로 안 팔린다.
헌터들도 다른 건 다 쓰면서 유독 그것만 안 쓴다.
대체 왜 그러는지 몰라.
이 실패한 뒤로 헌터 시장은 외면한 채 일반 시장을 노리고 있다.
연금약에는 가능한 한 재미를 넣으려고 노력하고.
재미를 주기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무작위성.
그래서 이번에도 랜덤 요소를 넣었다.
어린 시절 해산물 모양을 한 과자에서 특정 해산물을 찾으며 놀았던 기억이 있다.
그게 떠올라서 제품 하나당 SLimelove 캐릭터가 단 하나 들어 있도록 했다.
이번에는 열량을 제대로 넣었으므로 다이어트 식품은 아니다. 부수적인 효과라면 체온을 살짝 올리는 효과가 있다. 너무 심한 건 아니고 따뜻한 음료가 위에 들어갔을 때 정도. 괴롭지 않은 수준으로 이 알아서 조절할 거다.
아삭. 아삭.
팝콘 옥수수처럼 단단하지 않으니까 그냥 먹어도 된다.
별사탕 먹는 느낌.
방송에서는 프라이팬 위에 올려놨지만, 전자레인지에 넣어서 10초 정도 돌려도 된다.
손의 수분으로는 녹지 않으니까 손이 끈적거릴 걱정은 없음.
침에 닿으면 바로 녹아 단맛과 향을 내뿜고 침과 함께 넘어간다.
이렇게 정리해보면 딱히 특별한 점은 없는데.
사람들은 대체 이 으로는 무슨 짓을 벌일까.
조금 기대하는 심정으로 포장을 마쳤다.
따르릉.
박태양 상담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미국 일인가?
“네. 연금슬라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박태양 상담사입니다.”
인사를 나눈 뒤 박태양 상담사는 본론에 들어갔다.
-은 돌려주지 않는 대신 가격도 올리고 계약금으로 공간 확장 가방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아, 역시 그런가.
그 자체를 갖고 싶다 이거지.
공간 확장 가방이라니 세게 나오네.
공간 확장 가방은 아티팩트가 아니다. 현재 기술로 재현할 수 있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가치가 아티팩트와 비교해서 떨어지는가?
절대로 아니다.
A 클래스 아티팩트에 맞먹는 가치를 지녔다고 봐도 된다.
내 [저장] 스킬과 궁합이 매우 좋을 것 같고.
-그것도 두 개를 주기로 했습니다!
잠깐.
한 개가 아니라 두 개?
“혹시 이 계약의 주체가 국가가 아니라 기업인가요?”
-계약 자체는 국가 주도로 이뤄지나 Sole Alchemy에 맡길 것 같습니다.
세계 최대 연금 기업 Sole Alchemy라.
이것 봐라?
국가 뒤에 몸을 숨기지도 않고 모습을 드러냈다면 확실하다.
공간 확장 가방을 하나가 아니라 두 개 준다는 거.
통이 큰 게 아니다.
시비를 거는 거지.
뭐, 좋아. 그 시비 받아주지.
“계약은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몇 가지 조건을 더 붙일게요.”
나는 몇 가지 조항을 추가로 전했다.
-알겠습니다.
“다른 일은 없나요?”
-쓰레기처리장에 을 도입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지금은 의견이지만, 연금슬라임 님께서 협조해주시면 바로 진행될 겁니다.
미국이 한다고 하니까 뒤늦게 따라 하는 거 뭔데.
“지금까지 그런 의견이 없었어요?”
-네. 없었습니다.
“설마 관할이 다르다고 지금까지 협조가 안 된 건가요?”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쓰레기 처리와 관련된 것이니까 환경부의 일인가?
설마 지금까지 환경부가 의 존재를 모른 건가?
미국의 일개 기업도 아는 일인데?
아니겠지?
만약 진짜 몰랐다면 자국의 공공기관 사이의 정보 보안이 해외를 상대할 때보다 더 강력하게 지켜진다는 뜻인데···.
일단 환경부가 이쪽 사정을 잘 모른다고 가정하자.
“일반 쓰레기 처리를 전부 으로 대체하겠다는 건 아니죠?”
-차츰 늘려갈 계획입니다.
계획이라. 벌써 어느 정도 밑그림은 그렸다는 건데.
제대로 알고 그린 거지?
“제 슬라임이 을 무한히 소모할 수 있지 않다는 거 아시죠?”
연금 폐기물을 먹인 과 일반 쓰레기를 먹인 을 모두 먹기에는 공돌이와 공순이가 소모하는 재료량이 그렇게 많지 않다.
“저도 을 재료로 삼을 수 있지만, 과연 전국의 쓰레기를 먹어 치운 을 전부 사용하는 건 무리네요.”
-설령 을 활용할 곳이 없더라도 쓰레기 매립지에 묻으면 쓰레기의 부피와 질량이 줄어들고 토양 및 하수 오염을 막을 수 있지 않습니까.
그야 일반 쓰레기 묻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낫겠지.
내 은 수명이 다하면 천천히 결집력을 잃고 흩어진다.
땅에 묻으면 그 속도가 빨라진다.
눈에 보이지도 않도록 작은 슬라임이 땅에 남는 것도 오염이라면 오염이지만, 적어도 생물의 체내에 축적돼 해를 입히지는 않는다. 미생물의 세계에 목적 없이 떠도는 나노 슬라임이 참가할 뿐이다.
“그래서 대가로는 무엇을 주실 건가요?”
미국이 꽤 강력한 제안을 한 지금.
대체 한국은 대체 무엇을 내밀까?
-연금슬라임 님. 혹시 쓰레기처리장 운영에는 관심 없으십니까?
그렇게 나오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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