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tron RAW novel - Chapter 90
00090 4-4. 몬스터의 왕 =========================================================================
이건 키스다.
키스 각이다.
그간 메타트론과 묘한 분위기가 있긴 했지만, 그녀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온 적은 없었는데. 아마 날 잃어버릴 뻔했다는 사실에 태도가 바뀐 건지도 모르다.
꿀꺽.
뺨에 닿는 메타트론의 숨결이 너무 달콤했다.
새삼 영국의 마더구스에 나온 말이 떠올랐다.
What are little girls made of?
여자아이는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을까?
Sugar and spice. And everything nice.
설탕과 향신료, 그리고 온갖 멋진 걸로.
아마 메타트론도 그렇지 않을까?
이 아름다운 대천사는 설탕과 향신료, 그리고 온갖 멋진 걸로 만들어진 게 틀림없다.
아마 지금 그녀에게 키스를 하 되돌릴 수 없는 사랑에 빠질 것 같았다.
그간 가깝게 지내오긴 했지만 메타트론과 나에겐 어느 정도의 거리가 늘 존재했다. 그걸 내가 만들었는지, 그녀가 만들었는지, 아니면 우리 둘이 만들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오늘 이후로 그 벽이 무너질 것이란 건 확실했다.
이건 단순한 키스 이상의 의미였다.
천사의 모습을 한 소녀의 진심어린 구애기에 나는 이것에 대해 성심껏 제대로 대답해야 했다.
“메타트론.”
일단 그녀의 갸녀린 어깨를 양손을 붙잡았다.
조금 놀랐는지 메타트론이 움찔한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거나 날 피하지 않는다.
그저 가늘게 떨리는 긴 속눈썹을 내게 보여주고 있을 뿐이었다. 어쩐지 그 모습이 너무나 여리게 보여서, 나는 평소 그녀의 강대한 힘에 대해 완전히 잊어버리고 말았다.
메타트론의 처지는 오로지 내게 달린 것 같다.
입술을 겹치고 그녀를 기쁨의 정원으로 데려가든지, 그녀를 거절하고 실연의 황무지로 추방하든지, 그건 내 결정에 의해 달렸다.
순진하기 짝이 없는 메타트론은 마치 순교자처럼 자기 처지를 내게 내던졌다.
많은 여자들이 사랑 앞에서 영악하기 짝이 없는 것과 다르게 말이다.
내가 경험했던 여자들은 남자가 고백해 올 것 예민하게 알아채고는 교묘하게 그걸 조종했다. 그리고 설령 그 줄다리기가 실패해도 손해 보지 않게 자기 감정은 살짝만 내비칠 따름이었다. 그러다 남자와 사귀게 되면 여자는 마치 자비를 베푸는 것 같은 태도를 취한다.
내가 본 많은 여자들이 사랑 앞에서도 손익에 민감했다.
하지만 내 앞에는 그런 것은 전혀 알지 못하는, 순박하기 짝이 없는 처녀가 있었다.
더 고민할 것도 없었다. 나는 그대로 입술을 겹쳤다.
“으음….”
나직한 소리를 내는 메타트론은 아기처럼 손을 오므리며 내 옷을 꽉 쥔다. 나는 최대한 상냥하게 그녀와 키스를 이어갔다. 살며시 떼었다가 다시 붙여서 입술을 겹친다.
처음에는 좀 헤매는 듯하더니 메타트론은 곧 키스에 빠르게 익숙해졌다. 배운 적도 없을 텐데 마치 본능처럼 내 입술에 자연스럽게 보조를 맞춘다.
“좋아….”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그녀는 더욱 내게 매달리며 키스를 해온다.
“계속… 계속해….”
몽롱한 목소리로 메타트론은 키스를 멈추지 않는다. 성적인 쾌감과 가슴을 가득 채우는 정신적은 충만함이 온통 가득 차오른다. 그녀와 나는 흥분으로 자연스럽게 콧김이 거칠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키스했을까.
어느 순간 입술이 자연스럽게 떨어졌다.
“후우….”
“히유….”
아쉬움과 만족감이 동시에 담긴 긴 숨결이 흘러나왔다. 얼굴이 홍조로 가득찬 메타트론은 고개를 못들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내 곁에서 떨어지지 않고 머문다. 그런 모습을 보니 약간 짓궂은 질문이 하고 싶어졌다.
“어땠어?”
이런 걸 물어보고 싶지는 않지만 메타트론의 반응이 궁금하다고 할까.
메타트론은 약간 뾰로통한 얼굴로 날 올려다 본다.
민망하게 왜 그런 걸 묻는 듯한 원망이 느껴졌다. 하지만 곧 못 이기는 척 대답한다.
“좋았다.”
그녀의 태도가 귀여워서 내 입에서는 약간 변태 같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흐흐흐.”
“아저씨 같은 웃음 아니냐. 싫다, 본녀는 그런 거.”
그렇게 둘이 달콤한 분위기에 빠져있는데 옆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아주 그냥 물고 빨고 난리네. 하여간 한눈을 조금만 팔면 이것들은 붙어먹느라 정신이 없어요.”
깜짝이야. 옆을 보니 비아냥거리는 표정으로 가득 찬 산달폰이 있었다.
대체 언제 온 거지.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네.
“히잇!”
놀란 메타트론이 황급히 떨어진다. 그러고는 애써 헛기침을 하더니 묻는다.
“거흠! 언제 온 것이냐?”
“흐응. 언젤까? 언니가 저 남자를 위해 혼자 열심히 옷을 고를 때쯤?”
“거짓말 하지 말거라. 이 내가 그걸 몰랐을 리가.”
“하지만 예전부터 언니한테 숨기는 내 특기였잖아.”
“…….”
그건 그렇고 역시 지금 입고 있는 옷, 내게 보여주려고 한참 골랐구나.
하늘하늘하고 얇은 원피스가 상당히 야하긴 했다.
게다가 브라도 하지 않았는지 지금 보니 꼭지 부분이 도드라져 보인다.
키스하는 사이에 유두가 서버린 모양이다.
다행히 아직 눈치 못챈 것 같으니 실컷 감상하자. 마치 작은 꽃이라도 품은 듯한 그녀의 젖가슴은 아름답기 짝이 없었다.
“형부.”
“응? 뭐? 형부?”
“우리 언니랑 했잖아요. 그러면 책임을 지셔야지.”
기껏해야 키스잖아, 라고 항변하려다가 메타트론이 혼자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하는 걸 보자니 그럴 수 없었다.
그나저나 이제 산달폰이 처제가 되는 건가.
“물론이다.”
“오, 남자다우시네. 그건 그렇고 빈약한 언니보다 내가 훨 낫지 않을까요?”
산달폰은 두 팔로 자신의 풍만하고 아름다운 젖을 한껏 모으며 내게 들이댔다. 이런, 메타트론의 가슴을 훔쳐보던 게 걸렸구나. 그건 그렇고, 자연산 C컵이라 그런지 박력이 남다르구나. 확실히 언니보다는 그쪽은 우월하다. 하마터면 나도 모르게 손이 나가 산달폰의 가슴을 만질 뻔했다.
“우리 달폰이가 왜 이러시나.”
산달폰이 바짝 붙기에 서둘러 뒤로 물러났다. 이미 메타트론이 부들부들 몸을 떨고 있었기에 헤벌쭉 웃었다가는 경을 칠 듯하다.
“헤에… 나는 형부라면 괜찮을 것 같은데. 뭐, 오늘만 날이 아니니까.”
“산달폰!”
결국 참지 못한 메타트론이 버럭했다. 그래도 산달폰은 나긋나긋하게 웃으며 전혀 기죽지 않는다.
“왜 그럴까? 언니. 나는 예전부터 좋은 건 언제나 언니랑 나눴는데 말이야. 우리 언니는 내게 안 나눠주려나?”
“남자를 어떻게 나누느냐!”
“흠? 역시 못 나누는 걸까? 그럼 같이 쓰면 되겠네.”
방긋 눈웃음을 짓는 산달폰.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똑같이 생긴 쌍둥이가 투닥투닥거리는 게 꽤 볼만하구나.
그나저나 이 마성의 처제를 앞으로 어쩐담.
저렇게 귀여운 얼굴로 어찌 저리 찐득찐득하고 색정적인 기운을 뿜어내는 건지 모르겠네.
메타트론이 설탕처럼 사랑스럽다면 산달폰은 꿀처럼 끈적였다.
“시끄럽다! 더 그런 망발을 할 거면 나가버리도록!”
“같이 살자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나가래? 그럴 순 없어, 언니.”
유들유들 웃은 산달폰은 곧 침실 쪽으로 걸어가서는 문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문 너머로 소리친다.
“아직 첫날밤은 꿈도 꾸지 마!”
침실이 순식간에 봉쇄당해 버렸다. 뭐, 오늘 끝까지 갈 생각도 없었지만.
“하하하.”
그냥 이 상황이 재밌어서 웃음이 나왔다.
옆에서는 메타트론이 골치 아프다는 표정으로 이마를 가리고 있다.
“너무 열 내지 마. 귀엽네, 네 동생.”
“한 번만 더 귀여웠다가는 본녀가 먼저 쓰러지겠다.”
“그건 그렇고, 메타트론. 요리 더 만들어주지 않을래?”
“흠? 볶음밥이 부족했느냐?”
“아니, 그건 아닌데. 키스를 너무 했더니 좀 다시 배가 고파졌다고 할까?”
“호호호, 그게 무슨 소리더냐.”
황당하다는 듯 작게 웃는 메타트론은 그러면서도 내 손을 잡고 주방으로 이끈다.
“좋다. 그대에게 먹이를 주는 건 내게도 즐거운 일이니.”
“저기 먹이란 표현은 삼가 주지 않겠어?”
“본녀의 속을 그만 썩이면 고려해 보겠다.”
“미안해. 이번 일은 진짜.”
“괜찮다. 아까 키스가 정성스러웠으니 용서해 주겠다. 본녀는 무척 만족했느니라. 키스란 이렇게 기분이 고양되는 건 줄 몰랐던 거다.”
메타트론은 부지런히 움직이며 요리를 만들어간다. 사실 배고프지는 않지만 이제부터 할 얘기도 많은데 분위기가 어색할까봐 요리를 부탁했다. 곧 음식이 나오자 나는 호들갑스럽게 먹어댔다.
“음! 맛있다!”
“그렇느냐?”
칭찬하니까 금세 우쭐해져서 콧대가 높아진다.
나는 음식을 먹으면서 할 말이 있다고 했다.
“그래, 알아온 게 있다고 했지. 말해 보거라. 듣겠다.”
“왕을 만났다고 했지? 그때 녀석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어.”
나는 진실의 시야로 알게 된 사안에 관해서 설명했다.
그건 왕의 목숨에 관한 얘기였다.
“호? 재밌는 말이로구나. 왕의 생명력을 유지해 주는 장소가 여러 곳에 있다는 것이로군. 그렇다면 그때 왜 내 검에 죽지 않았는지도 명확하구나.”
“왕은 곧 도시야. 도시를 점령하지 않고 왕을 죽일 수는 없어.”
잘 방어된 시설 4곳을 파괴해야만 왕의 목숨을 끊을 수 있다.
“그 왕을 지키는 대군주급 호위 넷은 사실 그 방어 시절을 담당하고 있는 것 같아. 물론 평소에는 그 넷 중의 하나로 왕이 위장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평양을 점령해야겠구나. 상황을 봐서 본녀가 너와 함께 가서 왕만 죽이는 방안을 생각해 봤는데 소용없겠군.”
“그렇지. 차례대로 밀고 올라가는 수밖에 없어. 다행히 강북까지 흔들리고 있지. 곧 기회가 있을 거야. 천사들이 거의 강남으로 옮겨왔잖아.”
몬스터의 입장에서 강북은 풍전등화다.
이쪽이 언제 밀고 올라갈지 몰라 그들은 전전긍긍해 하고 있다.
“조만간 천사의 회합이 있을 터. 그때 자세한 얘기를 할 예정이니라.”
말만 들으면 조만간 강북 진군이 이뤄질 듯하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천사들의 수동성이 쉽게 바뀔 리가 없다. 무주공산이 된 탓에 다들 강남으로 밀고 오긴 했으나, 강북은 흔들리고 있다고 해도 얘기가 다르다.
쉽게 치고 올라갈 생각은 안 할 거다.
게다가 막 강남 일대에 자리를 잡았으니 할 일도 많을 테고.
나는 이런 우려를 표하고 결국 이번에도 우리가 먼저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맞다, 본녀도 동의한다.”
“다시 강북에서 작업을 시작해야겠어.”
그동안 바빴던 탓에 강북에 말리쿤 외에 지배 중인 몬스터가 늘어나진 않았다. 말리쿤이 최근에 동맹을 맺을 군주급들을 포섭하고 다니는 모양이나 그걸로는 부족하다.
다행히 다르쿠다 녀석이 강북 지역의 세력 판도에 정통하니 도움을 받아야겠다.
이번에는 다르쿠다랑 같이 가야지.
그런데 그때 메타트론이 재밌는 일이 생겼다고 했다.
“왜? 무슨 일인데?”
“지금 자드키엘에게 연락이 왔는데, 자기 상점에 새로운 S등급 아이템이 떴다는구나.”
“정말? 종류가 뭔데?”
“갑옷이라고 한다.”
천사의 상점은 천사별로 물품이 다르다.
이러다 보니 대천사의 상점에는 가끔 정말 대단한 물건이 나타났다 사라지곤 한다. 대개 이런 물건은 기본으로 조 단위기 때문에 항시 주인을 찾는 건 아니다.
새로운 물건이 나타났을 때, 조 단위의 마력을 지불할 수 있는 구매자가 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천사가 다른 천사에게 연락을 넣어서 구매자가 있는지 찾는다.
“스펙은?”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구나. 다만 가격이 8조라고 한다. 그래서 자드키엘은 이번 아이템은 유례없이 S+등급이라고 분류했다고 하는구나.”
“뭐?”
눈알 튀어나오는 가격이네.
8조짜리 아이템은 듣도 보도 못했다. 내 태양신격의 방패의 경우는 가격 측정이 불가이긴 하지만.
“구매 가능한 아이템 중에는 역대급 기록 갱신이라는구나. 궁금하면 보러 갔다 오지 그러느냐? 다른 패밀리의 헌터들도 구경을 간다고 하는데.”
“그래? 알겠어. 그런데 마음에 들면 사도 될까?”
아무리 내가 부자가 됐다고는 하지만 8조 원은 솔직히 심했는데 말이야. 한데 메타트론은 흔쾌히 승낙한다.
“물론. 그깟 8조보다 전투에서 네 몸에 생채기 하나 안 생기는 게 본녀는 더 기쁘겠다.”
얘는 어쩌면 말도 이렇게 예쁘게 하는 걸까.
귀여워서 볼을 깨물어주고 싶었지만 뒤통수가 어쩐지 따가워서 그만뒀다. 아마 산달폰이겠지. 아쉽지만 메타트론과 연인다운 끈적거리는 일은 다음으로 미루자. 앞으로 실컷 할 기회가 있을 테니까.
“바로 갔다 올게.”
나는 그 8조 원짜리 갑옷이 궁금해 곧장 자드키엘 패밀리가 새로 자리 잡은 서초구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