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20)
올 힘 마법사 120화
품지 못하면 부순다.
단호한 황태자의 어조에, 염왕 테 론의 불편하던 기색도 조금 편안하 게 변했다.
“네. 그러셔야지요.”
염왕 테론은, 본인 스스로도 놀라 고 있는 중이었다.
지상에서 그 적수를 찾기 힘든 절 대자.
모든 마법사의 왕인, 자신이 누군
가를 이렇게나 경계했던 적이 있던 가.
아니, 평생을 돌이켜보아도 없었다.
그는 언제나 일인자였고, 왕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루인 아르델’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지독한 경계심이었다.
이유는 따로 있다.
‘쿤칸의 어금니.’
마법사의 왕이 될 재목이 아니라 면, 절대 반응하지 않올 절대 아티 팩트가 루인 아르델에게 반응했다.
이는, 루인 아르델이 자신의 자리
를 노릴 만큼 성장할 것이라는 의미 였고.
차기 권좌를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의미였다.
더군다나, 그 성장 속도가 무척이 나 빠르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마법에는 문외한인 황태자가 루인 아르델을 가리키며 묻자, 염왕 테론 은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파이어볼을 들고 뛰는 겁니다.”
“••••••예?”
“정확히 말하자면, 손뿐만 아니라 온몸에 불길을 두르고 있군요.”
“미친놈 같네요.”
그래.
어지간한 실력자가 아니라면 시도 조차 하지 못할 미친 방법.
흐르는 땀마저 얼려 버리는 극한의 빙하 지대를 온몸에 파이어볼을 도 배하고 달리는 황당한 장면은, 실소 가 튀어나올 정도였지만.
“저게 가능한 방법입니까?”
염왕 테론은, 침묵했다.
황태자의 물음처럼, 말이 안 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극한의 냉기에 불로 맞서고, 순식 간에 함정을 해제하고, 튀어나오는 빙하 괴수의 턱을 휘갈겨 버리는 전 투력.
8클래스.
인간의 영역을 뛰어넘어, 어느덧 신의 영역에 가까워진 자신에 비교 한다면 아직은 작은 가시 수준에 불 과하다.
하지만, 그 가시에 잘못 찔리면 죽 는 것이 사람이다.
루인 아르델의 성장 속도를 보라.
처음에는 호기심.
두 번째는 열렬한 호감과 경이로 움.
세 번째는 경계.
어느덧 가만히 두기에는 찝찝해진 지경까지 도달했다.
“루, 루인 아르델이 빙하 챌린지를 돌파했습니다! 2…… 2분 11초! 너 무 놀라워서 말도 나오지 않습니
다!”
루인 아르델이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부숴야만 한다.’
염왕 테론의 눈은 속일 수 없었다.
루인 아르델은, 16세의 나이로 6클 래스의 문턱에 들어섰으니까.
전무후무한 불세출의 천재인 자신 과 똑같은 속도였으니까.
♦ ♦ ♦
5클래스와 6클래스.
이는, 마나 하트에 그려지는 고작 서클 한 개의 차이일 뿐이지만.
이 서클 하나를 그리기 위해 10년, 20년, 30년이 걸리고는 한다.
아니.
누군가는 평생을 쫓아도 닿을 수 없을지도 모르는 경지가 바로 6클래 스다.
해박한 지혜, 부단한 노력, 끊임없 는 탐구와 더불어, 누군가에게는 배
울 수 없는 깨달음이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고위’ 마법사의 지표 이기도 한 이 6클래스에 입문하는 마법사들의 나이는 평균 40세가 넘 으니까…….
뭐, 말 다 했지.
그런데 뭐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머리로만 외우고 있던 수식.
6클래스 마법의 발열 방식을 이해 하고는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성공
하지 못했던 그 일을.
이번에는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 다는 생각.
그래.
생각만 했을 뿐인데, 내 머릿속은 이미 6클래스 입문 마법이라 불리는 ‘데스 넬’을 그려내고 있었고, 손으 로는 이를 구체화 시키고 있었다.
“저, 저건 뭔가요!”
데스 넬(Death Knell).
죽음을 애도하는 곡소리.
보이지 않는 무형의 마법으로, 인 식조차 하지 못할 만큼 빠르게 대상 을 파고드는 음파는 사물의 본질을 찢어버린다.
빙하 챌린지를 돌파하고 내 앞을 막아선 저 거대한 돌벽.
저걸 ‘파괴’하는 방법은 무수히 많 지만.
나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데스 넬’을 시전했다.
일종의, 상징이랄까.
“지, 지금 제 눈이 의심스러울 지
경입니다! 6클래스! 루인 아르델이 6클래스에 도달했습니다! 16세! 왕 국 최연소! 아니, 경계의 마법사 염 왕 테론과 같습니다!”
나를 보러 온 모든 이들에게.
나를 응원해 준 친구들에게.
그리고, 지금도 불편한 시선을 쏟 아내고 있는 염왕과 황태자에게.
나는 당장에라도 앞으로 뛰쳐나갈 둣 요동치는 무형의 ‘데스 넬’을 완 벽하게 통제하며.
내 앞을 가로막고 있는 돌벽에 다 가갔다.
그리고, 아주 가뿐하게 손가락 하
나만을 얹었다.
툭.
그러자, 요동치던 데스 넬은.
끼이에에에에에에엑!
손가락을 타고 기괴한 소음을 일으 키며 위로 솟아올랐고, 음파는 거대 한 돌벽을 타고 올라 완벽하게 유린 하기 시작했다.
쩌저저적!
순식간에 돌벽이 갈라지고, 이내 꼭대기부터 무너져 내리며 가루로 변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5초 남짓.
졸업 시험장에는 적막만이 감돌았 고.
학생들의 챌린지를 중계하던 해설 자가, 말문이 턱 막히는 듯 갈라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2분 57초.”
말을 하면서도, 믿기지 않는지 두 번 세 번 곱씹은 뒤에야 정신을 차 리고는 소리쳤다.
“2분 57초! 7조의 루인 아르델이 2분 57초 만에 세 가지 챌린지를
주파하며 완주에 성공합니다!”
“만세! 왕국의 미래! 루인 공 만 세!”
적막을 깨뜨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 어나 만세를 외치는 사람은, 다름 아닌 1왕자님.
이에 질세라 반대편에 앉아 있던 2왕자님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경쟁 하듯 소리쳤다.
“만세! 아니, 천만세!”
“만만세다!”
“만에 만에 만에 만만세다!”
왕자님들이 이렇게 두 손 두 발 다 벗고 나서는데, 앉아 있던 귀족 들이야 어쩌겠는가.
짝짝짝짝!
환호를 터뜨리며, 박수가 터져 나 올 수밖에.
“시작해!”
1왕자님은 미리 준비해 둔 악사들 에게 손가락을 튕겨냈고, 영웅의 도 약을 알리는듯한 웅장한 음악까지 울려 퍼졌다.
그러고는, 한달음에 가장 앞줄까지 달려와 내게 말씀하셨다.
“루인 공! 진심으로 졸업을 축하하 오.”
“왕자님. 악사들까지는 좀……
“아핫핫! 부담 갖지 마시오. 내 성 인이 된 루인 공의 새 출발을 축하 하고자 준비한 아주 작은 성의니 말 이오.”
아, 그러세요.
그런데, 저 말고 아직 다른 학생들 은 졸업 시험을 치르는 중입니다만.
2왕자님은 미처 악사까지 생각하지 는 못하셨는지 무척이나 아쉬워하셨
다.
“제기랄! 생각도 못 했군. 이렇게 형님에게 선수를 빼앗기다니.”
도대체 왜 아쉬워하시는 건데.
어쨌든.
“오빠!”
나는 챌린지 종료와 함께 나를 향 해 환호하는 루이나를 향해 손을 혼 들어주었다.
그러곤, 객석에 앉아 있던 황태자 와 염왕 테론을 찾았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어디론가 사 라지고 없었다.
어차피 수석은 루인.
이변은 없었다.
나는 학생대표로서, 그리고 졸업생 수석으로서 내일 있을 졸업식 단상 에 서게 되었다.
이런 내게 쏟아지는 관심은 여전히 부담스럽지만, 오늘만큼은 즐기기로 했다.
“루인! 너 언제 6클래스가 된 거 야?”
“내 친구가 벌써 ‘고위 마법사’라 니!’’
뭐, 어때?
마지막인데.
그래.
이것으로 졸업 시험이 모두 끝났 다.
“후아……. 내일이 벌써 졸업식인 거야?”
“믿기질 않는다. 내 인생의 6년이
이렇게 지나갔다니. 6년 동안 난 도 대체 뭘 했을까. 혹혹.
“야야, 후회해 봤자 늦었어.”
졸업 후 진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지금까지 치러왔던 다른 시험들보다 훨씬 더 중요했던 시험 이기는 하지만.
성적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모 두가 홀가분한 얼굴이었다.
물론.
“졸업하면 엄청 속 시원할 줄 알았 는데, 왜 기분이 이상하지?”
“그러게……. 너도 그러냐?”
시원하면서도 씁쓸하고, 홀가분하 면서도 이상하게 슬픈 복잡한 기분 은 나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리라.
끝나는 동시에, 시작이기 때문이다.
“이런 꿀꿀한 기분에는 역시 술이 제격인데 말이야.”
이런 제이슨의 바람에, 나는 처음 으로 공감했다.
시원한 맥주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으니까.
그래.
술이 필요하다.
모두가 원하고 있었고, 학생들의
이런 마음을 누구보다 잘 공감해 주 시는 학장님께서는 우리를 위한 작 은 연회를 마련해 주셨다.
바로.
“파티다!”
졸업 파티.
졸업을 앞둔 학생들과 아카데미를 방문한 손님들을 위해 갖가지 음식 들과 음료가 준비되었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환호한 부분은 따로 있다.
“오! 술이다!”
이제 성인이 되는, 졸업생들을 위
한 ‘술’도 함께 준비되었다는 점이 다.
물론, 이 자리에서 학생들을 향한 귀족들의 러브 콜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덤이다.
모두가 술과 고기를 먹으며, 서로 인연의 끈을 붙잡으려 안간힘을 쓰 는 그때.
나는, 왕자님들이나 귀족들의 러브 콜을 피해 조용히 파티장에서 빠져 나왔다.
내가 찾은 곳은, 다름 아닌 학장님 과 하이델 교수님.
“루인 군. 어쩐 일인가?”
“미리 인사드리려고요. 내일은 정 신없을 것 같아서요.”
“……인사라니, 고맙네. 이제 보고 싶어도 보질 못하겠군.”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학장님. 그 리고 교수님.”
저들이 없었다면.
아카데미에서 학장님과 하이델 교 수님이 나를 믿어주지 않았다면.
아마, 견디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내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이런 뭉클한 감정을 아
시는지 모르시는지 학장님은 장난스 럽게 대꾸하셨다.
“내년 졸업생 특강 교수로 루인 군 을 초빙하고 싶은데, 들어주겠는 가?”
“네, 물론이죠. 불러만 주세요.”
“분명히 약속받았네. 여기 하이델 교수가 중인이지. 졸업했다고 우리 를 모른척하면 안 되네.”
“푸흡. 네.”
확신할 수 있었다.
내 이런 기분을 모두 이해하시고, 일부러 농담을 하시는 것이라는 것 으
“아아••••••
맥주를 한잔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일 이 애증의 아카데미 를 떠나기 때문일까.
매일 걷던.
매일 보던.
똑같은 교정일 뿐인데.
왜 이렇게 오늘따라 마음이 뒤숭숭 한 것일까.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던 나는, 환한 달빛이 감싸 안은 아카 데미 봄의 정원을 거닐었다.
‘입학식을 여기서 했던가.’
6년 전.
화창한 봄날 10살이던 내가 아카 데미에 입학했던 곳이 여기다.
그렇게 잠시 옛 추억에 빠져 있던 내가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이 봄의 정원에 나 혼자가 아니라 는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었 고.
나를 찾아온 이들이 누군지도 확신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뒤에는, 역용술을 이용해 진짜 신 분을 감춘 두 남자가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중, 젊은 남자가 내게 물었다.
“루인 아르델. 맞으시지요?”
“맞구나. 혹시나 해서 물었는데. 아 까 챌린지는 인상 깊게 잘 보았습니 다.”
황태자.
쇼메르탄 라이나크.
하지만 그는, 자신의 신분을 철저 히 감추고 내게 다가왔다.
“저는 동쪽에서 작은 상단을 운영 하는 라이카라고 합니다. 잠시, 루인 님과 대화를 좀 나누고 싶은데요.”
싱글싱글 웃는 얼굴.
하지만, 이 눈빛 뒤에 감쳐진 불쾌 한 시선.
나는, 황태자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물으십시오. 쇼메르탄 라이나크 황태자 전하.”
“••••••어?”
내 이런 대답을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는지, 황태자가 자신의 얼굴을 황급히 만졌다.
나는 그런 황태자에게 다시 말했 다.
“제가 제국민이 아닌지라, 전하에 게 무릎은 꿇지 못하겠습니다. 이해 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어떻게 알았지?”
물은 사람은, 황태자가 아니었다.
뒤에 서 있던 마법사.
염왕 테론.
이 질문에는 자신의 마법은 절대 알아차릴 수 없는 ‘완벽’에 가까운 마법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맞는 말이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얼굴은 속일 수 있어도, 분위기는 속일 수 없으시더군요. 제가 알고 있는 황태자 전하와 눈빛이 비슷하 셔서 찔러본 것뿐입니다. 그런데 맞 았네요.”
“그렇다면, 지금 말씀하신 분은 염 왕이시겠군요.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내가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황태자는 황당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눈빛만으로 나를 알아차렸다? 정 말 감탄밖에 나오질 않는군. 걸작이 야, 루인 아르델.”
그리고, 돌연 눈빛을 바꾸며 내게 말했다.
“졸업까지 기다려주었으니, 내 인 내심은 이미 한계에 달했고. 두 번 다시는 없을 마지막 제안이다. 나와 함께 제국으로 가자.”
“거절은, 거절하지.”
상대는, 거절마저 거절해 버리는.
반드시 자신의 뜻대로 되어야만 직 성이 풀리는 무소불위의 권력자.
하지만, 저도 한 고집 하거든요.
나는, 아주 작게 싱긋 웃어 보이며 답했다.
“거절하겠습니다.”
그러자, 황태자의 입에서 실소가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