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72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72)
떠내려가고 있었다.
투란이 느끼는 감각이 정확하게 이를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손가락은 여전히 겨우 꿈틀할 뿐이었다.
뭔가 보다 강한 동력을 얻지 못한다면 투란은 오러 몽거의 형상에 휩싸인 채로, 악마의 심장이 극심한 피로 속에 자아낸 굵은 줄기를 성채로 삼아 이렇게 두둥실 떠내려갈 수밖에 없다!
‘죽을 리는 없을 것 같은데…….’
일단 투란은 굵은 줄기로부터 흡수하는 양분을 느끼고 있었다.
악마의 심장과 ‘이상한 심장’이 오러 몽거의 형상을 움직일 정도는 못되지만, 굵은 줄기에 이어지는 핏줄과 힘줄을 가득 채운 덩굴줄기를 뿜어내고 지배하는 힘은 넉넉히 발휘하고 있다.
투란에게는 꽤나 괴상한 상황이었다.
자기 몸을 제대로 못 움직이는 대신에 이미 만들어진, 버릴까 말까 하던 굵은 줄기를 움직이다니. 심지어 주변을 느끼는 감각조차도 굵은 줄기에 의지하는 꼴은 더욱 투란을 곤혹스럽게 하는 부분이었다.
오러 몽거의 형상은 단순히 움직이지 못할 뿐 아니라, 그 안에서 당연히 느껴야 할 감각조차도 없었다. 그저 투란을 무슨 바윗덩이처럼 고정시키려 할 뿐이다.
‘젠장, 그냥 그랑츄랑 늑대로 돌아가지도 않잖아!’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것이었다.
때문에 투란은 대략 6미터 정도로 굵게 휘감긴 알의 형상 속에서 둥실거리며 떠내려가야 했다. 그나마 뭔가 시도할 수 있다는 희망이 남은 것이라면…….
‘만월은 아니더라도, 달은 뜨겠지? 그래도 만월이랑 비슷한 달이 뜰 거야. 어떻게 되겠지.’
은빛 불꽃의 마력이 미쳐 날뛰는 밤을 기다리게 된 투란이었다.
그리고 결국 밤이 찾아왔다.
‘안 보여! 안 느껴져!’
약간 투란을 당황하게 한 상황이었다.
밤이 되었고, 분명히 달이 뜬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몸이 달빛에 반응하지 않았다.
두껍고 굵은 줄기가 성채(城砦)가 된 탓인가 싶어서 살짝 한 귀퉁이를 열고, 달빛이 안으로 스며들게도 했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여야 할 늑대의 힘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
굵직하게 변해 있는 팔 위로 붉은 털 대신에 검게 물든 가죽이 자리 잡은 탓이 분명했다. 그러나 그런 팔 깊은 곳에는 여전히 늑대의 팔에서 태어난 작은 심장의 우두머리가 머물고도 있다!
그 작은 심장이 흘리는 낮은 고동.
투란은 조금 더 많은, 강한 달빛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열어라, 좀 더!’
머리 위에 작은 구멍을 내서 달빛을 드리우던 굵은 줄기가 지붕이 열리듯이 활짝 열렸다. 투란은 알의 위편이 뜯겨 나간 속에 멍하고 구부정한 채 선 꼴이었다. 달빛이 그런 투란을 거침없이 훑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오러 몽거의 형상을 움직이기 위해 거세게 움직이는 두 개의 심장과 별개로 왼팔의 힘줄 사이에 엮여 있던 작은 심장은 아주 느리게 맥동했다. 마치 지금이 한 낮이라는 듯, 전혀 달빛을 느끼지 못하는 낌새였다.
투란은 좀 더 강하게 늑대를 불러내야 했다.
그리고 달빛을 좀 더 세게 노려보기 위해 애를 쓰지만, 반쯤 숙여진 고개는 하늘을 올려다볼 수가 없었다. 뻣뻣해진 목이 젖혀지지 않았고, 손가락 하나 겨우 꿈틀대는 힘으로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눈앞에 쏟아지는 달빛 속에서 언뜻 은빛이 어른거리는 것이 보이는데, 고개를 젖혀 올려다보기만 하면 아련하게 깊은 곳에서 그르렁거리는 낮은 포효를 흘리는 늑대를 제대로 불러낼 수 있을 것 같은데, 투란에게는 너무 힘든 일이 되고 있었다.
‘보기만 하면 된다고! 젠장, 이게 거울이라면…… 어?’
투란의 잡념이 가만히 기억을 건드렸다.
섬광의 눈깔꽃, 그 무리에 대항해서 굵은 줄기가 변해 갔다.
곧 투란의 의지가 뻗어 나갔고, 눈앞의 굵은 줄기가 가볍게 그 의지에 호응하며 색채를 바꾸었다. 짙은 회색과 갈색이 붉게 물들다가 투명해지고, 은회색으로 변하다가 맑은 바탕의 백금 거울색이 되었다.
투란은 굵은 줄기의 거울색 위로 비치는 달을 보았다.
그르르르르!
보다 격하고 강한 늑대의 포효가 투란의 정신 깊은 곳에서 울려 퍼졌다.
바로 투란의 왼쪽 눈동자가 황금색으로 물들었다.
‘보인다!’
투란은 다시 은빛 불꽃을 보는 시각을 얻었다.
하지만 그 은빛 불꽃을 환상이나 망상, 시각의 착오로 바라보기도 했다. 오른쪽 눈동자, 투란의 다른 한쪽 눈동자는 경계가 없는 흐릿한 청회색인 채로 눈알 위에 번져 가는 둥근 무늬일 뿐이었다. 달빛 따위에 망상을 품을 이유가 없다는 듯, 투란에게 이 밤의 풍경 속에서 시야에 담기는 것만을 냉정하게 전하는.
두 가지 다른 시각을 명확하게 느끼며 투란은 좀 더 마음을 굳게 다졌다.
달은 지난밤과 다르게 살짝 이지러져 있었고, 그 탓인지 투란이 느끼는 은빛 불꽃의 열기는 형편없었다. 이지러진 달의 부분은 작아서 사람이 보기에는 아직 만월이 아닌가 싶겠지만, 늑대를 품은 투란에게는 정말 완전히 찌그러진 반 토막처럼 느껴졌다. 달빛은 10분의 1도 안 되게 여리고!
그래도 투란은 그 은빛 불꽃에 집중했다.
시각을 좀 더 돋우며, 좀 더 자세히 보고 그 열기를 느끼기 위해 애썼다.
‘된다!’
얼마 후, 겨우 은빛 불꽃의 열기에 대한 호응이 몸속에서 피어올랐다.
투란의 눈가에 붉은 털이 자잘하게 맴돌았고, 서서히 이마 위로 올라가며 하얗게 물든 채로 검은 가죽의 바탕을 돋보이게 하던 머리카락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투란의 오른쪽 눈동자도 서서히 선명한 황금빛으로 자리 잡으며 분명한 형상을 갖추었다.
우드드득!
왼팔에 잠들어 있던 작은 심장이 은빛 불꽃에 데워지며 깨어나는 순간, 힘줄이 한꺼번에 뒤틀리고 살갗 속을 질주하는 듯했다. 그 감각 속에서 투란은 겨우 늑대의 포효를 ‘들었다’.
파핫! 뚜득!
왼손의 끝이 터지며, 초승달처럼 얇은 껍질로 붙어 있기만 하는 것처럼 보이던 오러 몽거의 손톱이 사라지고 갈고리처럼 휜 긴 손톱이 튀어나왔다. 손톱의 뿌리에서는 붉은 잔털이 돋고, 회오리치듯 불길처럼 번지면서 손등과 손목을 희게 덮은 털이 모두 붉어지기 시작했다.
꿈틀, 뚜드득.
투란은 늑대의 왼손을 움직였고, 그 움직임에 호응하여 팔이 더욱 분명하게 가늘어지면서 웨어울프의 형상으로 변하는 것을 보고 느꼈다. 과연 달의 은빛 불꽃은 여려졌다 해도, 만월이 아니라 해도 웨어울프의 형상을 불러내서 오러 몽거의 형상을 누를 정도로 강력해 보이잖은가!
그러나 투란의 불평은 그대로 투란의 뇌리에서 가슴으로 번져야 했다.
‘모자라!’
만월의 광채 속에서 늑대는 두 개의 심장마저 삼키며 투란을 완전한 웨어울프의 형상으로 바꾸려 했다. 한데 지금은 그런 힘이 없었다. 그저 이미 갖춰진, 은빛 불꽃의 열기를 느끼고 형성된 작은 심장을 달구고 뛰게 하며 겨우 왼팔의 힘줄과 핏줄, 껍질의 외형을 바꿀 뿐이었다.
그렇게 완전히 늑대의 것이 되지 않은 왼팔은 무거웠고, 조금씩 움직이는데도 뿌득거리며 힘이 부족하다는 듯이 시원찮은 동작만 보일 뿐이다. 물론 이전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못한 상태와 비교하면, 훨씬 나아진 모습이기는 했다.
그리고 이 힘은 오직 더 달이 뜬 시간, 이 밤에만 통용될 뿐!
투란은 무거운 왼팔을 들고, 왼손으로 턱을 잡으며 뒤로 밀었다.
뿌득거리면서 목뼈가 버티는 듯한 느낌이 세게 찾아왔다. 하지만 겨우 턱을 밀어 젖히는 동작이었다. 부러질 리가 없다.
‘아우으! 이거 대체 누구 모가지야!’
이런 생각도 어쩔 수가 없기는 했다.
그래도 투란은 움직이는 늑대의 손을 써서 고개를 젖혔고, 두 눈에 달을 담아낼 수 있었다. 굵은 줄기의 거울 색에 걸러지지 않은 달빛은 그래도 좀 더 강한 은빛 불꽃이기는 했다.
투란의 응시가 잠시 동안 집중되었다.
두 눈의 황금색 눈동자가 보다 강하고 선명하게 빛나며, 투란의 의지는 더 세차게 늑대를 불러내기 위해 애썼다.
은빛으로 불타는 달이 투란에게 새로운 힘을 밀어 넣었다.
두 눈동자를 통해 투란의 안으로 흘러든 불꽃이 곧장 머리카락을 붉게 물들이고, 온몸을 살살 긁듯이 흘러가며 뿌득거리는 힘줄과 살집의 암울한 소리를 내는 채로 몸을 꿈틀거리고 움직이게 했다.
굵은 줄기가 보다 활짝 열리면서 꽃봉오리가 펼쳐지는 듯한 형태를 갖췄다.
그 꽃봉오리 속, 꽃받침에서 투란은 크고 웅장해진 몸을 꼼지락거리며 움직여 제대로 앉는 자세를 취했다. 굵은 줄기가 다리 아래를 방석처럼 받쳐 주고, 물속의 형상을 보다 둥글고 촘촘하게 엮으며 제대로 된 알의 아래편이 되었다.
이제 굵은 줄기는 언제라도 위아래 다 갖춰진 알의 형상이 될 수도 있고, 필요하면 위편 수면 위로 드러난 부분이 활짝 열린 꽃봉오리의 형상을 취할 수도 있게 되었다. 오러 몽거의 형상을 드러낸 몸과 달리 굵은 줄기는 착실하고 분명하게 투란의 의지에 호응하는 셈이었다.
4미터가 넘는 오러 몽거의 몸은 투란을 통해 그럭저럭 비슷한 크기로 형성되어 얌전히 굵은 줄기로 된 그릇 속에 앉은 듯한 몰골이 된 듯했다. 그리고 뚜껑이 열린 그릇인 알은 물 위로 유유히 흘러가며, 물속에 잠긴 줄기를 삿대처럼 저으면서 물길을 따라갔다.
부웅, 부우웅!
벌레의 날갯짓 소리 같은 것이 몇백 배로 커진 듯한 소음이 달빛 가득한 수면을 뒤흔들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에, 저게 뭐야?’
멍하니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든 채였기에 투란은 나타난 것들을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길고 긴 몸에 날개가 여러 쌍이 주르르 매달린 꼴, 긴 몸통 아래로 뾰족한 벌레의 발 같은 것이 가지런히 주르르 돋아 있는 뱀이었다.
투란은 눈도 깜박이지 않고서 봐야 했다.
벌레의 날개와 발을 가득 달고 있는 뱀 떼를.
어떻게 봐도 뱀이라 할 수 없지만, 그 긴 몸통은 정말 딱 뱀인 것들, 지금 사냥에 아주 많이 바쁜 무리였다.
녀석들에게 차여서 공중으로 끌려 올라가 찢기고 피와 살을 흘리는 날도마뱀 떼, 그 사이에 섞인 도롱뇽이라는 녀석들도 찢긴 채로 떨궈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날도마뱀과 도롱뇽의 패거리가 저 뱀인지 아닌지 아리송한 것들과 만나서 떼죽음을 당하는 꼴이었다.
투란은 그 한복판을 유유히 흘러가고 있었다.
촤악, 쏴아!
가끔 가까운 곳에서 쏟아져 내리는 피와 살점을 향해 물속에서 음흉한 움직임으로 굵은 줄기의 가닥들이 움직였다. 이럴 때 섭취할 수 있는 양분을 버릴 수는 없다는 듯, 그야말로 본능에 따라 출렁이는 꼴이었다.
‘음, 사냥하느라 정신없기도 한데…… 오러 몽거는 아예 사냥감이 아닌 걸로 치는 건가?’
투란에게는 꽤나 좋은 일이었다.
꼼짝도 못하는 처지잖은가!
하지만 이런 희망적인 생각은 오래 못 갔다.
부우웅, 붕붕!
날갯짓의 소음이 점차 주변을 채우고, 멀어지는 낌새는 없었다.
아무래도 이 애매한 뱀 떼가 고민하는 모양이었다.
투란이 먹을 것인지, 아닌지를 놓고!
‘가라, 가!’
투란으로서는 간신히 움직일 수 있는 왼팔만으로 저것들과 이 밤을 지새우며 싸우고 싶지 않았다. 굵은 줄기를 끌어올려 숨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직은 더 달빛을 쐬면서 힘을 모으고 싶었으니!
이런 투란의 희망과 기대에 대해 부정하겠다는 듯, 녀석들 중 한 마리가 가까운 곳으로 다가와 맴돌기 시작했다. 거의 머리 위에서 2, 3미터 떨어진 자리에서 날개와 발을 부딪치고 저으며, 긴 몸을 비비꼬는 녀석의 모습은 다른 놈들보다 조금 길고 커 보였다.
‘가! 뭘 봐! 나 맛없어, 가!’
이런 마음의 외침은 통하지 않는 놈이기도 했다.
녀석은 입을 벌렸고, 뱀처럼 생겼지만 뱀은 아니라는 것을 보란 듯이 촘촘하고 가지런하게 입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이빨, 혀와 입천장 아래까지 모두 자리 잡아 보기에 따라서는 단단한 가시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을 드러냈다.
‘설마 물려고?’
그래도 혹시나 하면서 투란이 녀석의 다음 행동을 노려보는데, 녀석은 그야말로 착실하게 설마 하는 짓을 하려 들었다. 바로 오러 몽거의 굵고 두툼한 목살을 물어뜯으려 한 것이다.
움직이는 왼팔을 휘둘러 바로 쳐 내려던 투란은 주춤했다.
이 순간에 어울리지 않게, 이 위기감에 무관하게 호기심이 불쑥 튀어나와 막은 셈이었다.
‘이놈 보게? 저 이빨로 오러 몽거를 뚫겠다고? 저 가시 돋친 꼴이 눈깔꽃 섬광보다 더 세다고?’
투란에게는 결코 그럴 리가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녀석이 덥석 투란의 목 줄기, 오러 몽거의 검은 가죽을 물어뜯으려 함에도 투란은 그냥 구경만 하는 꼴이 되었다.
과연 이 새로 삼킨 몬스터는 이 공격을 버틸 수 있을까, 없을까?
투득, 와르르!
눈알을 굴리는 투란에게 물어뜯은 놈의 이빨이 부서져 내리는 것이 보였다.
‘그렇지! 그렇게 강……!’
이 강한 가죽을 얻기 위해 지금 겪은 이 고초에 대해 나름대로 보상이 있다고 투란이 소리 없이 환호하려 할 때, 녀석의 입속에서 이빨이 다시 우르르 돋는 것이 보였다.
키이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