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16
16화 : [제6장] 보검쟁탈 1
사과애.
천 길 낭떠러지가 있는 이곳에 언젠가부터 복면인 한 명이 서 있었다.
시간은 이미 새벽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참회동과 가까운 거리이지만, 최근 참회동에서 참회 또는 폐관 수련을 하는 화산파 제자가 아무도 없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참회동에 들어가는 화산파 무사의 신상이 그 전에 공표되기 때문이었다. 이는 다른 제자들이 타산지석으로 삼게 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그 때문일까.
이곳 사과애는 참회동에 입동한 제자가 없는 경우 화산파 내에서 가장 조용한 곳이 되고 있었다.
참회동 근처에 외부인이 접근할 수 없는 게 원칙이기 때문이었다.
“하하하. 정말 좋은 검이구나. 사초 그 녀석이 분명 본파의 선배 고인께서 남긴 명검을 산속에서 습득한 게 틀림없다.”
복면인이 들고 있던 검, 즉 무명검을 휘둘러 근처에 있던 큰 바위를 내리쳤다.
쩍, 하는 소리와 함께 바위가 그대로 두 동강 났다.
아무리 무명검에 내공을 실었다고는 하나 작은 집채만 한 바위였다.
너무나 쉽게 잘려 보는 사람이 있었으면 입을 다물지 못했을 것이었다.
복면인이 다시 껄껄 웃었다.
“하하하. 검 하나가 내공 일갑자 이상의 힘을 지니고 있다. 이 정도면 사대교두 아니 각주와 겨뤄도 이길 수 있을 것 같군. 아직 어떤 글자도 새긴 적이 없어 다른 평범한 검과 구별하기도 거의 불가능하고, 내 이름이나 검명을 새긴 후 시치미를 뚝 떼면 아무도 내가 이 검을 가지고 있는지 모를 것이다.”
마치 눈앞에 사람이 있는 듯 한차례 중얼거린 복면인이 신형을 돌려 자신의 처소로 돌아가려던 찰나.
신형 하나가 빠르게 복면인이 있는 쪽으로 올라왔다.
복면인이 흠칫했으나 자신이 아는 사람인 것을 알고 그대로 서 있었다.
얼마 후 나타난 사람은 바로 십조 조장 방현량이었다.
간밤에 백리사초과 적수공권 대결을 벌이기 직전까지 갔던 바로 그였다.
“아직 이곳에 계셨군요.”
“무슨 일이냐? 특별한 일이라도 생겼느냐?”
“네. 변수가 생겨서 말씀을 전해드리려고 왔습니다.”
“으음, 나는 아직 아무 소식이 없어 별 탈 없이 마무리된 줄 알았다. 사초 그 녀석이 뭐라고 했느냐?”
“네. 놈이 검을 잃고 추격을 하지 않기에 의아해 물어보니······.”
“물어보니 뭐라고 하더냐? 경신법도 모르는 그놈이 나를 쫓아오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무슨 특별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냐? 놈이 뭐라고 했지?”
복면인이 짜증 나는 듯 신경질적으로 복면을 벗어버렸다.
무명검에 취해 복면을 벗을 생각도 못 하고 있었던 그였다.
한데 그는 바로 연습교관 추상이 아닌가.
아무래도 그와 방현량이 서로 짜고 백리사초를 속인 후 무명검을 탈취한 것 같았다.
하기야 당시 상황을 보면 아무리 백리사초가 총명해도 그 음모를 간파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안심을 놓고 있던 추상이 발끈하고 있는 것이었다.
방현량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초 그놈 말로는 교관님께서 지금 가지고 있는 검이 가짜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검을 분실하거나 도난당할 것 같아서 다른 평범한 검을 대신 가지고 나왔다더군요. 워낙 다른 검과 구별이 되지 않는 검이라 우리가 깜박 속은 것 같습니다.”
“무슨 헛소리냐? 이 검은 마충의 검을 두 동강 낸 검이 맞다. 내가 여러 번 시험을 해봤다.”
추상이 반으로 갈라진 바위를 가리켰다.
방현량이 복숭아를 쪼갠듯한 바위 조각을 보고 매우 놀랐다.
“아! 그럼 놈이?”
“그렇다. 놈이 네 녀석을 속여 검을 찾으려 한 것이다. 지금쯤 이곳에 거의 도착했을 것이다. 사초 이놈이 경신법까지 익혔을 줄이야.”
추상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몸을 숨길 의도는 전혀 없는 듯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교관님 말씀이 사실이라면 제가 놈에게 당한 것이로군요. 죄송합니다.”
“괜찮다.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오히려 더 잘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아예 놈을 죽이려는 겁니까?”
“그렇다. 이 검은 그냥 보검이 아니라 천하에 열 개도 되지 않는 절세명검이다. 이는 직접 검으로 시전을 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일이지. 더욱더 중요한 것은 사초 그 녀석이 검만 얻었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분명 검과 함께 비급을 얻었을 것이다.”
“하기야 바늘 가는 데 실이 따라가는 법이지요.”
방현량이 미소를 지었다.
추상의 말이 사실이라면 자신에게 뭔가 떡고물이라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추상이 그의 기대를 곧바로 충족시켜 주었다.
“놈이 비급을 갖고 있다면 너의 공을 인정해 그중 괜찮은 무공을 골라 익히도록 해주겠다.”
“감사합니다. 그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아니다. 여태까지 너의 부모로부터 받은 돈이 있는데 내가 모른 척 할 수 없지. 으음, 거의 도착한 것 같다. 인기척이 느껴지는군.”
추상이 들고 있던 복면을 절벽 아래로 던져 버렸다.
얼마 후 그의 말대로 과연 백리사초의 모습이 드러났다.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지 이마에는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아무래도 정상적인 경공술을 펼친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사초! 내 뒤를 밟은 것이냐?”
방현량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백리사초가 대답 대신 추상이 들고 있는 무명검을 쳐다봤다.
“역시 두 사람이 공모했군요. 추 교관님. 어서 제 검을 돌려주십시오.”
“하하하.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이 검은 최근 새로 산 내 검이다. 사초 네 녀석이 뭔가 큰 오해를 한 것 같구나. 조금 전 알았지만, 환송회에서 검을 누군가 들고 달아났다고 들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나를 범인으로 몰다니. 무고죄가 얼마나 큰 죄임을 모르지는 않겠지?”
“그 검이 제 검이 아니라는 겁니까?”
“물론이다. 나는 종종 이곳 사과애에서 개인 수련을 하곤 한다. 물론 참회동에 아무도 없을 때만 말이다. 조장이 이곳으로 온 것은 조원들 신상에 특별한 문제가 있을 때 보고를 하기 위해서라 할 수 있지. 한데 너는 나와 조장 두 사람을 도둑으로 몰고 있구나. 이 검이 네 검이라는 증거가 있느냐?”
“교관님이 제 검을 들고 달아난 복면인이 아니라는 겁니까?”
“이놈이! 보자 보자 하니 아래위도 없고, 안 되겠구나. 내 너를 직접 가르치는 사부의 위치에서 벌을 내리겠다. 꿇어라.”
추상이 호통을 쳤다.
하지만 백리사초는 요지부동이었다.
이미 추상이 들고 있는 검이 무명검이라는 사실을 느낌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는 매화심공의 특징 때문이기도 했다. 매화심공이 칠성의 경지에 이르면 가지고 있는 병기와 교감을 이룰 수 있었다.
백리사초는 반지의 기운을 흡수하기 위해 부지불식간에 칠성의 경지에 도달했고, 자연스럽게 무명검과도 교감을 나눌 수 있었다.
이는 사실 매우 기이한 일이었다.
쉽게 말해 다른 사람은 다른 검과 구별할 수 없지만, 백리사초는 그 느낌으로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추 교관 저자가 지금 억지를 부리는 것을 넘어 살기까지 내뿜고 있다. 나를 죽여 무명검을 독차지하려는 것인가.’
백리사초가 안색을 굳혔다.
지금 당장 추상의 명에 불복함으로써 대항을 하고 있으나 그와 싸워 이긴다는 보장이 없었다.
물론 그의 무공이 백리사초에게 죽임을 당한 음양색마보다 높은 것은 아니었다.
교관들 사이에서는 수위를 다툴 정도로 높은 무공을 지녔기는 하나, 그렇다고 절정고수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백리사초가 걱정하는 것은 바로 본인의 내상이었다.
음양색마에게 당한 내상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매화심공으로 요양을 해도 최소한 한 달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 말은 지금 매화공력을 정상적으로 일으켜 추상과 싸울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과연 운기토납으로 만든 기운만으로 추 교관을 상대할 수 있을까. 게다가 지금 내 손에는 검도 없다.’
백리사초가 내공을 끌어올렸다.
매화심공을 칠성까지 이룬 다음 운기토납 운공을 했기 때문에 그의 몸속에 있는 기운은 모두 내공이라 할 수 있었다.
운기토납지기가 자연스럽게 내공으로 변환된 것으로, 지금 사용할 수 있는 양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었다.
수련장에서 추상이 말했듯이 양적으로만 보면 연습제자 중에서도 꼴찌 수준이었다.
추상이 분노한 듯 소리쳤다.
“방현량! 사초 저놈이 내 말을 듣지 않으니 하극상으로 다스려야겠다. 즉시 제압한 후 무공을 폐하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방현량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백리사초에게 다가갔다.
뒤에 서 있는 추상을 믿는 듯 여유가 있는 표정이었다.
“사초. 사실 처음부터 네놈이 마음에 안 들었다. 단전을 망가뜨려 영원히 무공을 사용할 수 없게 해주마.”
방현량이 그 자리에서 장풍을 날렸다.
쏴아아.
연습제자 신분으로 장력을 날릴 수 있다는 자체도 놀랍지만, 그 위력은 더욱더 놀라웠다.
정식제자 중에서도 초보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손바닥으로 직접 상대를 가격하는 직접 장법이 아니라 거리를 두고 장력을 날리는 격공장(隔空掌)이었다.
장력이 날아간 곳은 바로 백리사초의 단전이었다.
단전 부위에 있는 기해혈이 파괴되면 더는 기운을 모을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정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공 역시 연마하기 힘들어지게 되므로, 무림인에게는 죽음과도 같다고 할 수 있었다.
스스슷.
백리사초가 삼재보를 펼쳐 장력을 피했다.
이미 마충을 상대로 상당한 위력을 보였던 보법이라 그런지 쉽게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 사과애까지 거의 뜀박질로만 올라왔던 백리사초로서는 아직 기혈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
당연히 삼재보의 위력 또한 약해져 있었다.
“이놈!”
방현량이 분노하며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백리사초를 향해 다가왔다.
사실 그는 최근 기연을 만나 그 내공이 이전보다 두 배 이상 높아진 상태였다.
이는 마충과 비슷한 경우로 방현량 역시 본가에서 보내준 영약을 한 달 전 복용한 바 있었다.
이후 장력의 세기가 배나 강해졌고, 당연히 조금 전 일장으로 모든 게 마무리될 줄 알았다.
한데 백리사초가 피하자 화가 날 만도 했다.
‘날 죽이려 하는군.’
백리사초가 연속해서 삼재보를 펼치며 뒤로 물러났다.
여전히 기혈이 안정되지 않아 삼재보의 묘한 운용이 완전히 발휘되지 않았다. 하지만 방현량의 검을 피할 정도는 되었다.
오히려 연속해서 방위를 밟게 되자 거꾸로 기혈이 안정되는 효과까지 점차 나타났다.
“쥐새끼 같은 놈!”
방현량이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며 백리사초를 공격해 들어왔다.
약하기는 하나 검기까지 일고 있어 그의 검법 역시 일정 수준에 달했다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지금 수준이라면 충분히 화산파 대표 연습제자에 뽑힐 만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백리사초의 신형이 흐릿해지며 공격 타점을 잡기 힘들었다.
뒤에 서 있던 추상이 눈을 빛냈다.
‘분명 삼재보법인데 내가 가르친 것과는 묘하게 다르구나. 무엇보다 상대를 교란하는 위력이 뛰어나다.’
아직 그는 백리사초와의 싸움에 개입하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이상한 점을 간파한 것 같았다.
이는 백리사초가 처음 삼재보를 펼쳤을 때 기혈이 안정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이제는 오히려 점점 평범한 보법으로 보이고 있었다.
‘볼수록 기이하군. 혹시 이 검과 함께 얻은 비급으로 삼재보에 특수한 변화를 준 것인가. 안 되겠다. 누가 또 올라올지 모르니 일단 제압부터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