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98
98화 : [제32장] 화산파 2
화산파 장문인 악대범의 치료를 마친 후 백리사초는 일단 낙양객잔으로 갔다.
백화선자를 데리고 황금장원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백화선자를 언제까지 객잔에 지내게 할 수도 없을뿐더러 백리사초가 거처를 옮김에 따라 자연스럽게 함께 가야만 했다.
문제는 다른 사람들의 이목이었다. 아무리 환자라고 해도 백화선자는 여자인 데다가 현시점에서 한쪽 팔이 없는 불구였다.
게다가 화상으로 엉망이 된 얼굴은 또 어떠한가.
누군가 그녀의 얼굴을 보게 된다면 화젯거리가 될 게 분명했다.
물론 저잣거리에서 구걸하던 그녀를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있어 설명하기 쉬운 측면도 있었다.
백리사초는 거지가 불쌍해 보여 데리고 와 치료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힐 생각이었다.
물론 소문을 낼 생각은 없지만 일단 백리풍과 정씨부인, 백리혜 세 사람에게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생각이었다.
‘혜아는 연습제자로서 무공을 연마해야 하니 시간을 내기 힘들 것이고, 아버님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일단 어머님께 부탁을 드려봐야겠다. 한 달 정도만 지나면 생사금침대법이 가능해질 테니까 그때까지만 기본적인 관리를 해주면 될 것이다.’
백리사초가 객잔 주인에게 남은 계산을 모두 치르고 백화선자를 데리고 황금장원으로 향했다.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지만, 마차를 한 대 사서 백화선자를 태웠다.
어차피 장원에 있으면 마차 한 대 정도는 필요할 것이라 돈을 아끼지 않았다.
마차를 몰면서 백리사초가 어머니와 여동생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오늘 밤이나 늦어도 내일 아침에는 어머님과 혜아까지 만날 수 있겠구나. 운이 좋아 우리 가족이 생각보다 빨리 한 자리에 모이게 되는 것 같군.’
* * *
“장주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제 처와 딸 아이입니다.”
백리풍이 정씨부인과 백리혜를 소개하자 백리사초가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황금공자라고 합니다.”
백리사초가 포권한 후 정씨부인과 백리혜를 쳐다봤다.
오 년 전 몸이 상당히 안 좋아 겨우 치료를 했던 정씨부인의 안색은 매우 좋았다.
다만 백리풍처럼 미간에 그늘이 있어 역시 아들의 부재 때문인 것 같았다.
반면 백리혜는 백리사초가 놀랄 정도로 성숙해져 있었다.
어린아이였던 그녀는 이제 십팔 세의 처녀가 되어있었다.
게다가 최근 화산파 연습제자가 되어 열심히 수련한 덕분에 몸매도 날씬해져 있었다.
그 얼굴 역시 모친을 닮아 악소소에 못지않은 미모를 자랑했다.
무엇보다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자신감이 보기 좋았다.
하지만 백리사초는 기쁨보다는 뭔가 아련한 느낌부터 받았다.
‘아들인 내가 없어 집안이 공허할까 봐 일부러 씩씩한 척하는 것 같구나. 설사 그렇다고 해도 보기 좋다. 혜아도 이제 다 컸구나. 무공 역시 기본이 잘 잡혀 있고.’
백리사초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부모님 두 분 다 건강하고, 여동생 역시 열심히 무공 연마에 정진하고 있으니 예상보다 훨씬 나은 상태였다.
다만 재정의 궁핍은 어쩔 수 없어 보였다.
한 달에 은자 천 냥이라는 파격적인 월봉을 백리풍에게 주기로 해 이제 형편이 나아질 일만 남았지만, 화산파 임시 총단에서 가지고 온 짐이 얼마 되지 않는 것을 보니 마음 한구석이 아렸다.
이 모두가 자신의 탓인 것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오 년 전 화산파 무사 절반 이상이 마교와 흑천방의 공격으로 전사한 것 역시 안타까운 부분이었다.
무명노승의 말대로 당시 그가 계속 무림에 남았더라도 피할 수 없는 부분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안타까운 것은 사실이었다.
‘지나간 것은 어쩔 수 없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그 때문에 지난 오 년간 한계를 뛰어넘는 수련을 하지 않았던가.’
백리사초가 마음을 다스렸다.
가족이 모두 모인 자리라 잠시 마음이 들떴지만 이내 평온을 찾은 것이었다.
“두 분 모두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앞으로 총관님을 도와 황금장원 일을 잘 맡아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어머니와 저에게도 월봉을 주시는 건가요?”
백리혜의 다소 당돌한 질문이었다.
백리사초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성격은 여전하구나. 몸만 컸지 제멋대로인 성격은 변함이 없군. 하기야 최근 무공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니 안 그래도 거침없는 성격이 날개를 달았다 할 수 있겠군.’
“왜 말씀이 없으신 건가요?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부모님과 달리 이 황금장원에 일하러 온 것이 아니에요. 저는 당당한 화산파 연습제자로서 제 오라버니처럼 유명한 고수가 될 거라 무공 연마만 해도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요. 죄송해요.”
“하하하. 백리 소저에 대한 소문은 들었소. 오라버니 되시는 백리 대협에 못지않은 자질을 갖고 있으시다고요?”
“호호. 과찬이세요. 한데 정말 장주님이 황보세가 대공자인 황보관 공자와 겨뤄 이기셨나요? 아버님께 그 이야기를 듣고 무척 놀랐어요.”
“운이 좋았을 따름이오. 진검비무가 아니라 정확한 승패가 난 것은 아니오. 아무튼 백리 소저가 황금 장원 일을 할 필요는 전혀 없으니 안심해도 좋을 것이오. 다만 부인께서는 백리 총관님과 함께 장원 관리에 힘을 보태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적어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별말씀을.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
“감사합니다. 일단 직책부터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부총관은 어떻습니까?”
“부총관요? 제게 그만한 능력이 없어서. 전 그저 총관님을 옆에서 보필하는 것만 생각했던 터라.”
“그게 그겁니다. 그리고 부총관이라고 해서 부담을 가지실 필요가 없는 게, 원칙적으로 부군께서 지시하는 일만 하시면 됩니다. 앞으로 장원에 사람이 많아지면 식부를 따로 만들 생각인데, 그때 부총관이 식부의 장을 겸임하게 될 겁니다. 다만 그때까지 제가 부탁드리는 한 가지 일을 해줬으면 합니다.”
“무슨 일인가요?”
“며칠 전 저잣거리에서 상태가 매우 좋지 못한 거지 여인을 한 명 데리고 왔는데, 아직 치료 중입니다. 한 달 정도 후 대법을 통해 회복을 시도해볼 생각입니다. 그때까지 그녀를 틈틈이 돌봐주셨으면 합니다.”
“아, 그런 일이라면 응당히 해드려야지요.”
“감사합니다. 그럼 부총관 직을 수락하신 것으로 알고 월봉 책정 역시 함께 진행하겠습니다.”
백리사초의 말에 백리풍, 정씨부인, 백리혜 세 사람의 안색이 상기되었다.
이미 백리풍의 월봉이 은자 천 냥이라는 사실을 듣고 매우 놀랐던 정씨부인과 백리혜는 더욱더 상기된 표정이었다.
하지만 정씨부인은 금세 안색을 회복하며 말했다.
“장주님께서 총관님께 은자 천 냥이라는 엄청난 월봉을 주시기로 한 것을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얼마나 놀랐던지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제 월봉이란 게 있다면 그 은자 천 냥에 포함된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 이상은 욕심인 것 같습니다.”
“하하하. 총관님께도 말씀드렸지만, 월봉을 받지 않으시면 아랫사람들이 우습게 볼 수 있어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부인께서도 제가 드리는 월봉을 그대로 따라주시길 바랍니다. 약속해주시겠습니까?”
“으음, 그런 의도라면 수락하겠습니다. 얼마를 주시든 그대로 받기로 하지요.”
정씨부인이 담담히 말했다.
옆에 있던 백리혜가 살짝 아미를 찡그렸으나, 그렇다고 반대는 하지 않았다.
“제가 책정한 부총관의 월봉은 은자 오백 냥입니다. 많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으나 장원 규모를 생각하면 그렇게 많은 액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과분한 월봉이지만 이미 약속을 했으니 저 역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씨부인이 표정을 밝게 했다.
돈이 필요 없다고 했지만, 어찌 속마음도 그렇겠는가.
특히 최근 백리혜가 내공 증진에 도움이 되는 영약 타령을 하고 있어, 그런 영약을 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백리혜가 말했다.
“저도 생각을 바꿨어요. 어차피 이제 저녁에는 이곳 황금장원으로 돌아와 지내야 할 것이니, 저도 직책이 있었으면 하네요. 그러면 시간 나는 대로 열심히 일할게요. 제 아버님이 시키는 일만 하면 되는 거잖아요?”
“좋소. 총관님이 중요한 심부름을 시킬 때는 믿을 만한 사람이 필요할 테니까. 으음, 집사가 어떻겠소?”
“호호. 좋아요. 한데 저에게도 월봉이 있겠지요?”
“물론이오. 얼마를 받았으면 좋겠소?”
“으음, 병장기도 새로 장만해야 하고 이것저것 제가 필요한 돈은 부모님 도움을 받지 않아야 하니 최소한 은자 열 냥은 필요해요.”
백리혜가 말을 한 후 얼굴을 조금 붉혔다.
그도 그럴 것이 은자 열 냥도 그녀에게는 매우 큰 금액이기 때문이었다.
하기야 그 금액은 백리풍이 지난 오 년간 황금장원의 집사로 일하면서 받았던 월봉이기도 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그녀는 그 이상의 액수는 제시하지 못했다.
다만 정씨부인까지 은자 오백 냥이라는 거금을 월봉으로 받게 되자 은자 열 냥은 상대적으로 적어 보이는 느낌은 있었다.
백리혜가 터무니없는 액수를 부를까 봐 노심초사했던 백리풍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한마디 훈계를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혜야. 너무 욕심이 많구나. 저녁에 잠깐 일을 거들면서 은자 열 냥이나 받겠다는 것이냐? 얼마를 주든 장주님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하면 알아서 주실 것을. 네가 감히 최소 금액을 제시하며 장주님과 협상을 하려 하다니. 어서 장주님께 용서를 빌지 못하겠느냐?”
“하하하. 아닙니다. 총관님. 백리 소저도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 역시 화산파 연습제자로 들어간 지라 당장 내일부터 화산파 임시 총단에 가서 무공 수업을 들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백리 소저는 제 사저가 되고, 연습제자 생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도움을 받아야 할 상황이지요. 그런 편의까지 모두 생각한다면 은자 열 냥은 너무 적은 액수입니다. 요컨대 제가 생각하는 백리 소저의 월봉은 은자 백 냥입니다. 수락하겠소?”
“네.”
백리혜가 재빨리 수락했다.
은자 백 냥이면 명문세가 자제들이 복용한다는 영약을 다달이 어느 정도 살 수 있는 액수였기 때문이었다.
하기야 지금 그녀의 가장 큰 걱정은 바로 내공 부족이었다.
자질이 뛰어나 초식의 이해도는 다른 사람보다 훨씬 높으나 내공의 진전은 더디기만 했다.
‘약방에서 파는 십년하수오만 꾸준히 먹어도 내공이 눈에 띄게 늘어날 것이다. 어서 내공을 키워 오라버니 못지않은 고수가 돼야지.’
백리혜가 부푼 가슴을 달랬다.
당장 선불이라도 받고 약방으로 달려가고 싶었으나 차마 그렇게는 못 했다.
‘내일 평가 대회가 시작되는데 어차피 소소에게는 못 이길 테니까 십년하수오를 먹는 것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소소 그 애는 아직 연습제자 신분을 유지하고 있으니 무슨 마음인지 모르겠네. 하기야 만능공자도 여전히 연습제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니까 할 말은 없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