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Kim did such a good job? RAW novel - Chapter 33
33화 Chapter 17 – 인기 폭발 김 대리! (2)
정훈은 흐뭇하게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역시 찌질의 극치. 실망시키지 않는 최고의 친구들이다.
여기서 누구와 함께 밤을 보내거나, 연락을 더 취할 생각도 없었지만, 혜리에게 죄책감이 들었기에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파토 났다.’
정훈은 체념한 듯이 고개를 숙였다.
“뭐 어때?”
예상외의 소리에 정훈은 귀를 쫑긋 세웠다.
“우리 오늘 술 마시고 딱 끝나는 거잖아. 술 한잔 하는데 여자 친구 있으면 어때?”
“맞아, 수지도 남자 친구 있잖아.”
“야!”
여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정훈이 마음에 든 그녀들끼리 서로 견제구를 던지고 있었다.
영훈과 다원은 홧김에 말해 놓고 나서 자신들이 실수한 걸 깨달았지만, 다행히 분위기가 깨지지 않은 것에 감사했다.
“여자 친구 예뻐요?”
“예쁠 것 같은데 사진 있어요?”
“보여 줘요!”
순식간에 정훈에게로 화제가 몰렸다. 정훈이 가지고 있는 사진이라고는 부산에서 벚꽃 구경을 갔을 때 찍은 사진 한 장뿐이었다.
그렇지만 처음 만난 이들에게 보여 주기는 조금 불편한 감이 없지 않았다.
“아, 사귄 지 얼마 안 돼서 사진이 없어요.”
“에이, 거짓말.”
“커피톡 프로필 사진이라도 있을 거 아니에요?”
“없어요. 그냥 벚꽃 사진 올려놨어요.”
기왕 여자 친구가 있는 게 걸린 마당에, 정훈은 철벽 수비를 쳤다. 그로 인해 어색함이 드리워지기 직전에 승주가 치고 들어왔다.
“이미 임자 있는 애한테 관심 버리고 저희랑 놀죠. 혹시 귓속말 게임 알아요?”
“귓속말 게임이요?”
“네. 얼마 전에 TV에 나왔던 건데….”
승주가 깔끔하게 룰 설명을 했다.
예를 들어, A가 B에게 귓속말로 ‘이 중에서 네가 좋아하는 사람한테 가서 꿀밤을 때려라.’라고 하면 B는 이곳에 있는 사람 중에서 하나를 골라, 다가가서 꿀밤을 때린다.
그 후, A가 B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궁금한 사람들은 각각 잔을 비우면 귓속말로 그 지령을 듣게 된다.
“오, 재밌겠네.”
“나 이런 건 처음 해 봐.”
“자, 그럼 제가 먼저 시작합니다.”
여자들의 좋은 반응과 함께 승주가 영훈에게 귓속말을 했다. 귓속말을 들은 영훈이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 뭐야?”
“미소 완전 음흉해.”
자고로 술 게임이란 낮은 수위부터 시작해서 차차 올라가는 게 진정한 묘미다. 아무리 자신의 친구들이 똘기가 많다고 해도 고수위로 가진 않을 것이다.
영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턱을 잡고 고민하며 여자들의 뒤를 서성거렸다.
“아, 이게 뭐라고 떨리니?”
수지가 웃으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 순간, 영훈이 그녀에게 꿀밤을 콩 때렸다.
“아야!”
수지가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자, 영훈은 손을 들어 사과하며 자리로 돌아왔다. 그가 오자마자 승주가 호들갑을 떨었다.
“오, 수지 씨였어?”
승주는 계속해서 “대박!” “쩌는데?” “완전 의외다!”라며 주변의 호기심을 끌었다.
결국 궁금함을 참지 못한 은정이 술잔을 비웠다.
“나도 알려 줘!”
영훈이 씨익 웃으며 은정과 함께 테이블에서 멀리 떨어져 그녀에게 귓속말을 하자, 그녀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헐, 대박!”
“완전 장난 아니죠?”
“네! 진짜 놀랐어요!”
영훈은 부끄러운 듯 뒤통수를 만졌고, 지령을 알고 있는 승주와 은정은 박수까지 치며 나머지의 ‘마실까, 말까?’ 하는 고민의 해결을 재촉했다.
“나도 궁금해!”
“나도!”
결국 다원과 여자 둘도 잔을 비웠다. 은정이 그들에게도 귓속말을 통해 알려 주자, “꺄아악!” 소리까지 지르며 흥분했다.
정훈은 혹시나 들릴까 귀를 쫑긋 세워도 들리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궁금증은 커져 갔다.
“와, 시작하기 전에는 이게 이렇게 궁금할 줄 몰랐는데.”
“맞아요. 엄청 궁금한데.”
“이거 안 마시면 영원히 모르는 건가?”
정훈의 물음에 승주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평생 몰라. 죽었다 깨어나도 알 수 없지.”
“에라, 모르겠다!”
정훈은 그대로 잔을 들이켰다. 그제야 희진이 다가와 귓속말을 해 줬다.
“이 중에 남자 친구를 제일 많이 사귀어 봤을 것 같은 사람한테 가서 꿀밤 때려.”
“아! 대박!”
솔직히 궁금해했던 만큼 엄청나게 흥미롭거나 재미있는 질문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해야 다음 사람이 술을 마시고 따라오게 된다.
“이거였어? 수지 씨가 이랬어요?”
정훈도 호들갑을 떨며 테이블에 앉았다.
“장난 아니네!”
끝까지 고민하던 수지도 결국 정훈의 반응에 잔을 비우고 말았다. 이제 모두가 마셨기에 마지막 전달자인 정훈이 테이블에서 큰 소리로 말했다.
“이 중에 남자 친구를 제일 많이 사귀어 봤을 것 같은 사람한테 가서 꿀밤 때려.”
수지는 지령을 듣고 나자, 주먹으로 테이블을 쿵 쳤다.
“아, 뭐야! 별거 아니었잖아!”
“하하하하하. 그렇게 다들 마시는 거야!”
수지는 영훈을 째려보며 말했다.
“나, 남자 친구 많이 안 사귀어 봤거든요?”
“아니, 그랬을 것 같은 사람이니까!”
승주가 마무리하며 수지를 진정시켰다.
“이씨, 내가 마지막에 마셨으니까 게임 내가 정하는 거죠?”
“정해.”
“귓속말 게임 한 번 더 간다!”
***
방금 전에 ‘여기에서 제일 자기 스타일이 아닌 사람’의 지령을 받은 다원에게 선택된 은정이 분노하며 술을 꽉꽉 채워 부었다.
“좋아, 갈 때까지 가 보자!”
“또 귓속말 게임?”
“이거 하면 무조건 8명 다 마시는데.”
“아니야, 조금 전에 정훈 오빠 안 마셨어.”
어느새 모여 앉은 여자들 사이에서 은정은 누구에게 지령을 내릴까 고민하다가 수지에게 귓속말을 했다.
“헐.”
수지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졌다.
“진짜로?”
“이 정도는 해야 재밌지.”
“아, 나 아직 덜 취했는데.”
“그럼 한 잔 마시고 하든가.”
둘의 대화를 지켜보던 영훈이 이미 잔을 들어 올렸다.
“대화만 들어도 흥미진진해. 나 바로 마신다.”
“진짜 이번 건 좀 큰 것 같은데?”
“맞아. 은정이 눈빛 봐 봐. 독기 서려 있다니까?”
수지가 승주를 보며 애처롭게 물었다.
“이거 못 하겠으면 어떻게 돼?”
“여기 인원수만큼 마시면 돼. 딱 여덟 잔 마시면 되겠네.”
승주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답하자, 수지는 이마를 부여잡고 일어섰다.
“여덟 잔 마실 바엔 한다.”
“너 진짜로 해야 된다.”
“아, 걱정 말라고.”
“오오!”
수지는 일어나 남자들의 뒤로 돌아갔다. 영훈과 다원의 근처에는 가지 않고 정훈과 승주 사이에서 고민하는 듯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크흐흐흐흣. 크크큭.”
지령을 내린 은정 혼자만 웃음을 멈추질 못했다. 그녀의 모습이 다른 이들의 호기심을 최고조로 자극했다.
그때, 수지가 정훈의 볼을 꼬집었다.
“너.”
한 글자로 말하고 수지는 부끄럽게 얼굴을 감싸며 자리로 돌아갔다.
“와아아!”
은정이 혼자 호들갑을 떨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짱이다!”
수지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영훈이 그대로 술잔을 털었다.
“나, 마셨다!”
그가 마시자마자, 은정이 카운트를 시작했다.
“제한 시간 5초! 5! 4….”
“아, 벌써 카운트야?”
“진짜 나쁘다!”
그녀의 카운트에 나머지 5명도 그대로 술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테이블에 차 있던 잔들이 한순간에 비워지는 순간이었다.
“크흐흐흐핫!”
은정은 혼자 신나서 계속 박수를 치고 있었다.
“뭔데?”
“빨리 말해 봐.”
옆에서 친구들이 수지를 재촉했지만, 그녀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결국 은정이 한껏 배를 잡고 웃다가 겨우 진정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내가 수지한테 내린 지령은 여기서 오늘 밤 같이 자고 싶은 사람한테 가서 볼을 꼬집고 ‘너’라고 말하기였어.”
“와아아!”
순식간에 6명의 시선이 정훈에게 몰렸다. 수지는 부끄러운지, 비우지 않아도 되는 잔을 비웠고, 정훈의 볼은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정훈은 차마 어떻게 시선 처리를 해야 할지 몰라서 민망하게 헛웃음만 지었다.
“들어가자.”
“여기 시원하고 좋은데?”
“아, 나는 들어간다?”
취기가 아닌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붉어진 정훈이 괜히 신경질을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미 여자 친구가 있다고 밝혔는데 이렇게 나올 줄이야.’
괜히 두고 온 혜리한테 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번호를 교환한 것도 아니고, 방금 볼이 꼬집힌 걸 제외하면 스킨십도 하지 않았지만, 괜히 죄를 짓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영훈은 앞에 앉은 은정을 향해 물었다.
“안에서 한잔할까?”
“좋죠.”
“우리 술 사 온 거 있으니까 그걸로 마시자.”
“우린 마른안주 있어.”
그들은 함께 테이블을 정리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몇몇은 오버된 감이 없지 않았지만, 대부분은 취기가 적당히 올라 딱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
영훈과 다원은 이미 뻗어서 한방에서 재웠고, 여자 둘은 다른 방에서 재웠다.
거실에서는 정훈과 승주, 은정과 수지 넷이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해서 그렇게 됐어요.”
“신기하네.”
“멋있다.”
정훈은 마지막까지 버텨 보려 했지만, 더 이상 졸음이 쏟아져 버틸 수가 없었다.
“아, 근데 나는 이제 자야겠다. 너무 피곤해.”
“그래, 얼른 자라.”
“오빠, 잘 자요.”
승주와 은정이 정훈에게 인사를 해 주었고, 그는 손을 흔들며 하나 남은 방으로 들어갔다.
그가 방에 들어가자마자, 갑자기 수지가 벌떡 일어났다. 눈이 반쯤 풀린 승주와 은정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꽂혔다.
“어디 가게?”
“왜 일어나?”
수지는 대답도 하지 않고 눈을 지그시 뜬 채, 정훈이 들어간 방으로 들어갔다. 평소 같았으면 말렸을 테지만, 승주와 은정도 이미 거나하게 취한 상태였기에 말리거나 제지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둘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대화를 이어 나갔다.
정훈이 방 안에 있는 작은 화장실에 들어가 볼일을 보고 나오는 순간, 수지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누구야?”
정훈은 눈을 거슴츠레 떠 보았지만, 방에 불도 켜지 않은 상태였기에 누군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수지는 문을 쾅 닫으며 정훈에게 다가갔다.
“오빠.”
“아, 수지.”
코앞에 다가오고 나서야 정훈도 수지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수지는 틈을 주지도 않고 정훈을 벽에 밀어붙였다.
“오빠, 지금 잘 거야?”
“어. 너도 자려고?”
“응. 오빠 옆에서.”
취하긴 했지만, 아직 정훈은 사리 분별을 할 수 있었다.
“안 돼. 나 여자 친구 있다니까. 여자들 방 가서 자.”
“그럼 뭐 어때?”
수지는 미소를 띠며 정훈의 목에 팔을 감았다.
“여긴 오빠 여자 친구 없잖아. 그리고 난 오빠 좋은데.”
술에 취한 수지가 달콤하게 속삭였다. 마치 악마의 속삭임처럼 들려오고 있었다.
보통 남자라면 흔들릴 법도 하지만, 정훈은 달랐다. 그는 완전히 정색하며 말했다.
“미안해. 아무리 그래도 안 될 거 같아.”
정훈은 자신의 목에 감은 수지의 팔을 떼어 냈다.
‘애들이랑 자야겠네.’
영훈과 다원이 잠들어 있는 방으로 가기 위해 그는 주저하지 않고 뒤돌아 방문으로 향했다.
“잘 자.”
문고리를 잡고 돌리는 순간, 수지가 정훈의 손목을 잡았다. 이미 취할 대로 취한 그녀는 속삭이듯, 그러나 자부심이 서려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 C컵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