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512
512화 뿅망치로 승부
수련은 대인전 주간 내내, 그리고 주말인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었다.
– 뾱!
나는 송천혜의 정수리에 뿅망치를 꽂았다.
그다음 대각선으로 스텝을 밟으며 물러나자, 간발의 차이로 벼락이 스쳐 지나갔다.
– 콰르릉!
장갑을 낀 손을 펼치는 송천혜.
토파즈에서 전류가 파직거리며 모여들고, 엿가락처럼 늘어져 채찍처럼 변한다.
다음 순간 전류의 채찍이 불규칙적인 궤적을 그렸다.
– 치지지직,
나는 두 번 회피하다가 세 번째 공격이 닿기 직전 블링크를 시전했다.
그에 송천혜는 곧바로 몸을 굽혔고, 뿅망치가 스치며 픽— 하는 애매한 소리가 났다.
“잘 피했네.”
칭찬과 함께 나는 바짝 따라붙으며 뿅망치를 연타했다.
– 뾱뾱뾱뾱!
– 파츠츠츠!
그러다가 반발하듯 뿜어져 나오는 전류에 도로 물러났다.
“…….”
자세를 바로잡고 마법을 연계하는 송천혜.
전류를 야구공 크기의 구체 여러 개로 뭉쳐서 흩뿌리고, 허밍버드 두 마리를 조작한다.
– 파지지지직!
구체들이 연결되고 공명하며 온 훈련실을 전류로 뒤덮었다.
‘이건 피할 필요도 없지.’
넓은 범위에 반비례해서 위력은 거의 없다시피하니까.
나는 송천혜를 향해 똑바로 전진했다.
전류는 물론이고, 허밍버드들조차 내 몸에 닿지도 못하고 배리어에 막혀 버린다.
“……!”
송천혜가 눈을 치켜뜨며 다음 수를 꺼내려는 찰나, 어깨 어림에서 압축된 공기가 폭발했다.
– 팡!
은밀하게 준비한 윈드포스였다.
그렇게 자세가 무너진 틈을 노려 나는 득달같이 달려들었고, 뿅망치로 머리, 얼굴, 어깨, 머리, 얼굴을 마구잡이로 두드렸다.
– 뾱뾱뾱뾱뾱!
결정타로 큰 궤적을 그리며 휘둘러지는 뿅망치.
숱하게 얻어맞은 송천혜도 이번 만큼은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은 듯, 몸을 움츠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나는 때리는 척만 하다가 그대로 뿅망치를 거두었다.
“일단 여기까지. 점심 먹고 합시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송천혜는 한숨을 푹 쉬곤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돈했다.
다음으로 나는 훈련실 한구석에서 뒹굴거리던 서예인을 불렀다.
“서 씨, 자네도 일어나게. 가자고.”
“응…….”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느릿하게 움직이는 서예인.
그 모습을 보는 송천혜의 표정은 반쯤은 어처구니가 없고, 반쯤은 부러운 것도 같았다.
‘저러고 있어도 마나가 쌓이니까.’
남들은 마나 연공을 하려면 제대로 자세를 잡고 온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데, 방치형 나무늘보는 무시무시한 마나 컨트롤 덕분에 대충 앉거나 누워서도 할 수 있다.
아마 마음만 먹으면 걸어 다니면서도 가능할 텐데, 성격상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지는 않겠지.
처음 송천혜한테 이 얘기를 했을 때는 당연히 안 믿었지만, 며칠 내내 뒹굴거리는 나무늘보를 보자 믿을 수밖에 없었다.
저러고서 효과가 없다면 대인전 점수가 우상향하는 게 설명이 안 되니까.
다 같이 훈련실을 나서자, 멀리서 익숙한 망치 소리가 들려 왔다.
– 깡, 깡, 깡,
대형 조각상을 깎느라 여념이 없는 강별.
며칠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작업한 덕분인지 상당히 진척이 있었다.
투박하기 그지없었던 철 기둥에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으며, 상반신은 교장 선생님이라는 걸 알아볼 수 있을 정도.
원본보다 상당히 젊어지고 미화된 감은 있지만, 예술이라는 게 다 그런 법 아니겠는가.
중요한 건 당사자가 만족스러워한다는 점이겠지.
마음속으로 응원을 건네며 우리는 트레이닝 센터를 벗어났고, 학생 식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점심 메뉴는 직접 만들어 먹는 샌드위치.
뷔페처럼 다양한 재료들이 늘어서 있다.
한쪽에는 와플 기계처럼 생긴 그릴이 마련되어 있는데, 파니니를 만드는 용도다.
서예인과 송천혜가 신기한 눈으로 여기저기 둘러보는 한편, 나는 척척 접시에 내가 먹을 걸 담기 시작했다.
호밀빵에 소스를 고르게 펴 바르고 닭가슴살과 치즈, 몇 가지 야채를 올린다.
그리고 그릴에 집어넣은 다음 꾹 누른다.
이대로 잠깐 기다리면 끝.
그런데 서예인이 슬그머니 다가와선 빈 접시를 내밀었다.
“…….”
“이 접시는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요?”
“주세요.”
“내가 만든 건데?”
“맛있어 보이는군.”
“그렇다고 내놓으라는 것은 녹림도나 하는 짓이거든요.”
“녹림늘보.”
이쯤이야 하나 더 만들면 그만이라 그냥 져 주기로 했다.
완성된 파니니를 빈 접시에 올린다.
“이번만입니다.”
“일등 집사.”
나는 곧바로 똑같은 재료를 척척 쌓고 그릴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문득 옆을 보니, 송천혜가 빈 접시를 든 채 엉거주춤하게 서 있었다.
“…….”
“너도 달라고?”
“……아니요? 그냥 신기해서 구경한 겁니다.”
자기 말을 증명하려는 듯, 재료 코너를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는 송천혜.
그러다가 다시 나한테 돌아와선 묻는다.
“……거기 뭐뭐 들어갔어요? 치킨이랑, 치즈랑,”
“야, 접시 갖고 와.”
“괜찮아요, 제가 만들어도.”
“이게 더 빨라. 그냥 갖고 와.”
송천혜는 못 이기는 척 제 접시를 내밀었다.
본의 아니게 똑같은 파니니 세 개로 점심 식사를 하게 된 우리였다.
그래도 맛은 있는지 다들 열심히 입을 우물거린다.
한편 송천혜는 무언가 고민에 빠진 기색이었다.
이내 나를 쳐다보며 묻는다.
“우리 거의 한 달 정도 했잖아요.”
“거의 그렇지.”
“나름대로 열심히 한 거 같은데…… 실력이 늘었는지 잘 모르겠어서요.”
“내가 봤을 땐 많이 늘었어.”
곧바로 확답을 돌려주자 송천혜의 얼굴에 의아한 기색이 떠올랐다.
“어떻게 알아요?”
“조금씩 난이도를 올리고 있었거든, 네 실력에 맞춰서.”
“아니, 그런 거였어요?”
하기야 송천혜 입장에서는 제자리걸음처럼 느껴질 만도 했다.
한 달 전에나 지금이나 얻어맞는 신세는 변함이 없었으니.
반면 나는 점점 더 열심히 때려야 했기에, 상대방의 실력이 나날이 늘어 가는 것이 체감되었던 것이다.
“이대로 조금만 더 하면 근접전 졸업까지는 아니라도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릴 정도는 될 거다. 컨트롤이라던가.”
“……열심히 하겠습니다.”
송천혜의 얼굴에 생기가 차올랐다.
우리는 곧 파니니를 해치우고, 커피를 홀짝이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던 가운데 학생식당 문이 열리더니, 익숙한 빨간머리가 안으로 들어섰다.
‘홍연화네.’
홍연화 역시 귀신같이 나를 찾아내곤 쪼르르 가까이 다가왔다.
“아, 안녕……!”
그러나 반쯤 왔을 때쯤 송천혜를 발견하고 멈칫한다.
“……여기서 뭐 해?”
“점심 식사 중이죠.”
“아는데, 왜 같이 먹어?”
“오전에 대련 같이 해서요. 무슨 문제 있어요?”
서로를 노려보는 두 사람.
이빨을 드러내며 아르르거리는 강아지와 밤송이처럼 가시를 세우는 고슴도치가 연상된다.
아무튼 슬슬 중재를 해야 될 것 같아서 끼어들려는데,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홍연화.”
“응……?”
“시간 나면 너도 같이하자.”
반색을 하는 홍연화.
그러나 승낙하기 직전에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머뭇거린다.
“그게에…….”
아마 걱정이 앞서서겠지.
코어 차이가 나는 지금 송천혜랑 붙으면 불리할 게 뻔하니까.
승패가 공개되지 않더라도 지면 자존심이 꽤 상할 테고.
나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왜 그러는지는 알겠는데 괜찮다. 일단 와 봐.”
“응…….”
홍연화가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 * *
점심 식사를 마친 뒤, 우리는 다시 훈련실로 돌아왔다.
나는 송천혜와 홍연화를 마주 세우고 입을 열었다.
“이번 대련에서는 근접전 실력만 볼 겁니다. 스킬, 특성 다 비활성화하시고. 장비도 다 빼시고.”
그다음 둘의 손에 뿅망치를 하나씩 쥐여 주었다.
“공격은 이걸로만 할 수 있어요. 3분 동안 많이 때리면 이기는 거고. 이해들 했나?”
“…….”
“…….”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두 사람.
벌써부터 투지가 활활 타오르는 게 느껴진다.
나는 뒤로 물러나 훈련실 벽에 등을 대고 앉았고, 또 언제 가까이 왔는지 서예인이 무릎에 머리를 올렸다.
그 상태로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셋 세면 시작한다. 하나, 둘……셋!”
즉시 서로를 향해 짓쳐 드는 두 사람.
먼저 공격을 적중시킨 것은 홍연화였다.
– 뾱!
그러나 다음 순간 뿅망치가 허공을 가르고, 송천혜가 회피 직후 역습을 가했다.
– 뾱뾱!
“……!”
미간을 살짝 찡그리는 홍연화.
스텝을 밟으며 상대방의 옆으로 돌아 들어가고, 송천혜 역시 마주 스텝을 밟으며 적정 거리를 유지한다.
그리고 마치 춤을 추듯 한데 어우러진다.
– 뾱뾱, 뾱뾱뾱뾱!
효과음은 애들 장난 그 자체였지만 말이다.
나는 뿅망치를 휘두르는 둘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했다.
‘송 씨가 살짝 유리하네.’
거의 막상막하지만, 포대형 마법사와 올라운더를 근접전으로 붙여 놨으니 후자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쟤를 더 많이 때리기도 했고.’
최근 한 달 동안 틈틈이 뿅망치로 담금질을 한 덕분에 근접전 실력이 가파르게 증가한 상태.
그 성과가 눈앞의 대련을 통해 드러나고 있었다.
– 뾱뾱! 뾱!
홍연화가 대여섯 대를 때리면 송천혜가 예닐곱 대를 때리는 정도였지만, 그 한두 대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누적되며 격차를 벌려 갔다.
이윽고 제한 시간 3분이 끝나서 나는 판결을 내렸다.
“송천혜 승. 수고들 많았어.”
“……정말 늘었네요, 실력.”
송천혜는 굉장히 보람찬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간 자신의 실력이 늘었다는 걸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픽스 존 대회에서는 근접전에서 홍연화를 잘 맞히지도 못했는데, 뿅망치 대련에서는 조금이나마 우세하지 않았던가.
“…….”
비슷한 이유로 홍연화는 시무룩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거기다 대고 내가 격려를 건넸다.
“너는 포대형 마법사잖아. 근접전에서 진 걸로 너무 실망하진 말고.”
“으응…….”
고개를 끄덕이기는 하지만 안색은 여전히 어둡다.
이에 무릎베개를 하던 서예인이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도 뿅.”
“대련한다고?”
“응.”
“웬일이래, 갑자기.”
“복수.”
이내 서예인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홍연화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손을 내민다.
“망치 줘.”
“응, 여기…….”
그렇게 뿅망치를 건네받는 걸로 끝인가 싶었는데.
서예인이 또 홍연화의 손을 잡아끌더니 조금 전 자기가 누웠던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내 무릎에 머리를 기대게 했다.
“베개 편해.”
“……???”
홍연화는 어리둥절해서 눈알만 굴릴 수밖에 없었다.